페이스북이 ‘많이 조회된 콘텐츠’ 보고서 낸 이유

페이스북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많이 조회된 콘텐츠 보고서'(Widely Viewed Content Report: What People See on Facebook 링크)를 공개했다. 2분기(4~6월)에 대한 보고서인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분기에도 이런 보고서를 준비했지만 임원들이 “회사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해 공개하진 않았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4~6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인기있던 콘텐츠는 지역 뉴스 기사와 고양이 사진, 동창회나 요리 사이트, 유니세프 같은 비정치적 콘텐츠들이 많이 조회됐다.

하지만 뒤늦게 공개된 1분기 보고서에선 내용이 조금 달랐다.

이 기간동안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게시물은 플로리다에서 한 의사가 사망했고, 코로나 백신이 원인일 수 있다는 기사였다. 또 반(反)중국 신문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에포크타임스(大紀元時報)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상위 20개 페이지에 들었다.

백신이 사망 원인일 수 있다는 기사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 백신 사망 기사 링크는 약 5400만명이 조회했는데, 몇달 후 질병관리당국이 “백신이 의사의 사망을 불러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라고 발표했지만 업데이트된 이 내용의 기사를 본 사람은 훨씬 적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극우 세력과 관련한 가짜뉴스로 여러 번 문제가 됐던 에포크타임스 기사가 많이 읽힌 것도 페이스북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겠다는 짐작이 가능하게 한다.

페이스북이 ‘많이 조회된 게시물’ 보고서를 낸 건 백악관과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페이스북이 허위 및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해 왔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이 허위 정보가 널리 유포되도록 내버려둬서 “사람을 죽이고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백악관이 미 정부가 백신 접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페이스북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했으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페이스북 경영진은 페이스북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매우 적극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지금껏 1800만건 이상의 허위 정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볼랜드 전 페이스북 부사장은 NYT에 “페이스북이 스스로 낸 보고서의 내용에는 이해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라면서 “보고서가 실제 의미있는 투명성을 보여준다고 신뢰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투명성은 규제 당국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면에서 페이스북은 사면초가. 지난주엔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다시 당했다. FTC는 원래 지난해 12월에 46개주 검찰총장들과 함께 페이스북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6월 워싱턴 연방법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면서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강해 다시 소송할 수 있도록 했고 FTC가 재소송에 나선 것. 오는 10월4일까지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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