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에 접근하는 오라클의 강점과 약점
현재 클라우드 공급업체의 전장(戰場)은 생성형 AI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클라우드 상에서 제공하면서 이를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클라우드 시장을 이끌고 있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모두 생성형 AI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의 전통적 강자 오라클도 마찬가지다.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라는 브랜드를 통해 클라우드 업체로의 전환에 나름 성공을 거둔 오라클은, 올해부터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오라클은 구글처럼 자체적인 LLM 모델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특정 LLM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오라클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AWS와 유사하다. 오픈소스나 독립적 LLM을 우군으로 삼는 전략이다.
오라클의 레거시 제품, AI에 경쟁력
오라클은 지난 30년 이상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의 최강자였다.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해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시장 모두 시장의 리더군에 속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은 생성형 AI와 접목했을 때 오라클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존 제품에 AI를 내장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이용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WS나 구글에는 없는 ERP(전사적자원관리)나 CRM(고객관계관리)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오라클에는 있는데, 이런 애플리케이션에 생성형 AI가 접목될 수 있다. 실제로 오라클은 자사의 퓨전 애플리케이션에 생성형 AI를 내장했다.
데이터베이스 역시 오라클의 강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LLM을 그대로 가져와 이용하지 않고, 내부의 데이터와 연계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래야 LLM의 환각을 줄이고 업무나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은 RAG(검색 증강 생성)이다.
참고 기사 : [그게 뭔가요] 생성AI 환각 줄이는 ‘RAG’
기업의 정형 데이터는 대부분 오라클 DB나 마이SQL 등 오라클 기술을 통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LLM과 DB를 연결하는 RAG를 오라클이 가장 잘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오라클은 실제로 자사 DB와 LLM을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오라클 DB는 생성형 AI가 필요로 하는 벡터 기능도 지원한다. 일반 DB와 벡터 DB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것보다 벡터 기능을 내장한 일반 DB가 성능과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
이외에 ‘OCI 생성형 AI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AI 시장 공략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OCI 슈퍼클러스터(OCI Supercluster)와 통합을 기반으로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안전하면서도 비용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로우코드/노코드 기반으로 원하는 LLM을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미세조정 및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RAG 에이전트 등을 출시해 기업이 원하는 모델과 사내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오라클의 생성형 AI 여정, 험난할 예정
하지만 AI 시장에서 오라클의 전투는 험난할 전망이다. 우선 ‘OCI 생성형 AI 서비스’는 선택할 수 있는 LLM이 한정돼 있다. 오픈AI의 GPT4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유명한 모델을 OCI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제공할 수 없다. 현재는 오픈소스 LLM인 라마2와 코히어 LLM을 제공한다. 물론 오라클도 앞으로 지원하는 LLM을 늘려갈 예정이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요구에 대처하는 속도도 오라클이 빠른 편은 아니다. AWS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베드락은 독점적 모델을 제외한 거의 모든 LLM을 지원한다. 오라클이 제공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나 RAG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도 이미 AWS는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대처하는 속도 면에서도 오라클이 AWS에 비해 느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라클이 가진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AWS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파트너들은 AWS와 제휴를 맺는 것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정리해보자. 오라클은 이미 시장에 튼튼히 자리잡고 있는 제품들이 있다. 이 제품들과 AI를 접목시키는 전략은 생성형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 매력적일 수 있다. 복잡도를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상대적 약세는 오라클이 파트너를 확보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AWS 등 경쟁사보다 시장 대처가 늦게 만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