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축제 잘 마쳤는데 웬 날벼락…’남혐’ 연쇄 논란 터져  

‘메갈리아 집게 손’ 남성 혐오 표현 곳곳서 발견
게임사 주말 출근 비상…발견 즉시 수정 등 조치
외주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 사과문…홈페이지 접속 불가
“의도하고 넣은 동작 절대 아냐” 주장에 게이머들 반발
넥슨, 던파 영상 24곳 중간 수정 등 발 빠른 대응

“일부 애니메이션 리소스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확인되어 전반적인 원인 파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험가님께 불쾌한 감정을 드리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인데요. 문제가 된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고 조치사항에 대해선 다시 공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 공지사항 갈무리)

지난 26일, 던전앤파이터(던파) 공지사항에 총괄 디렉터 명의로 올라온 글이다. 25일 던파 연중 최대 축제인 ‘던파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마친 다음날, 남성 혐오 표현 논란이 업계를 강타했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를 역대 최고 흥행으로 마무리한 직후이기도 하다. 던파뿐 아니라 메이플스토리, 블루아카이브 등 넥슨 타 게임으로도 번졌다. 카운터사이드, 이터널리턴, 아우터플레인, 에픽세븐, 원신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메갈리아 관련 이미지 (사진=나무위키 갈무리)

남혐 표현은 이른바 ‘메갈리아 집게 손’ 모양을 말한다. 한국 남성의 생식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남혐 운동을 펼쳐온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현재 폐쇄)에서 주로 쓰였던 까닭에 ‘메갈리아 손 모양’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집게 손이 앞서 언급한 게임 내 영상이나 이미지에서 다수 발견됐다. 이들 회사 모두 한 외주 제작사에 게임 작업물을 맡았다.

논란의 진원지인 스튜디오 뿌리는 27일 현재, 일일 전송량 초과로 접속 불가다. 이러한 사태가 불거진 이유는 ‘댓서’라는 X(옛 트위터) 계정을 쓰는 이 회사 애니메이터가 올린 글 때문이다.

이 직원이 이전에 올린 ‘페미니스트 선언’, ‘페미하기’ 등 다수 발견됐고, 최근엔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내용의 글이 재차 회자되면서, 누리꾼들이 추적해 여러 게임 영상 등에서 집게 손 모양을 찾아냈다. 해당 직원 계정은 비공개 상태다.

던전앤파이터 선계 시네마틱 7초에 등장한 문제 장면 (사진=던파 홈페이지)

스튜디오 뿌리는 홈페이지 접속 불가 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입장문을 올렸다. 회사는 “문제가 된 모든 장면을 책임지고 수정하고, 해당 작업자는 모든 PV(프로모션비디오)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집게 손 모양에 대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이 아니”라고 주장해, 게이머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집게 손 모양은 게임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영상이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여러 컷 중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한 컷 정도를 삽입했거나 또는 아예 그 포즈를 취한 채로 등장한다. 게이머들은 스튜디오 뿌리가 작업한 여러 게임에서 이렇다 할 이유 없이 관련 손 모양이 등장했다고 보고, 제작사 사과문에 반발하는 것이다.

넥슨은 전날(26일) 저녁, 던파 홈페이지에 24개 게임 내 이미지 수정 현황을 공유하며 “외주업체에서 제작된 작업물에 대해 검수를 진행하고 있고, 조치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또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추가로 확인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 공지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며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사 뿌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회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인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식재산권, 형사, 기업법무 등 법률 서비스를 담당하는 에이앤랩(A&Lab)에 향후 소송 전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기본적으로 A(넥슨 등)사와 B(스튜디오 뿌리)사 간의 용역계약을 살펴봐야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본건과 같은 영상 제작 용역계약의 경우 게임의 내용과 컨셉에 부합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납품하여야 본래의 계약상 의무를 다 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면을 여러 차례 포함시킨 경우 수급인으로서 완전한 용역 결과물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 경우 A사는 B사에게 용역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서 A사가 입은 손해(이용자 이탈에 따른 재산상 손해, 회사 이미지 하락에 따른 무형의 손해 등)에 대한 배상청구가 가능해 보인다.”(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한편 업계에선 넥슨이 가장 발 빠르게 중간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관련 직원들이 주말 출근해 1차 대응에 나섰고 여타 기업들도 ‘상세 조사 후 필요한 조치를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수정을 위해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게임 기업 중 가장 많은 라이브 프로젝트를 운용 중인 넥슨은 이전에도 메갈리아 관련 논란을 겪었다. ‘클로저스’ 신규 캐릭터 성우가 메갈리아를 옹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게이머들이 격하게 게임을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넥슨과 개발사 나딕게임즈는 해당 성우가 녹음한 분량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새 성우를 구해 재녹음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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