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성장판 닫혔나? 대규모 적자사태…넥슨·그라비티 두각

국내 상장사들, 전년비 하락세 또는 줄줄이 적자
신작 부재에 기존 게임 매출 하향 안정화 겹쳐
특정 장르 편중에 내수 한계 갇히기도
넥슨, 상반기 매출만 2조원…압도적 선두 입지 굳혀
PC플랫폼 중심 포트폴리오로 모바일 부침서 벗어나
그라비티, 수많은 라그나로크 장르 게임 대응…최전성기 도약
위메이드-카카오게임즈, 2분기 신작 흥행으로 하반기 반등 기대

주요 게임 기업이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넥슨과 그라비티 정도만 두각을 나타냈다. 각각 도쿄증시와 뉴욕증시에 상장한 회사다. 공교롭게도 대다수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 전년동기 대비 하락세이거나 적자지속 또는 적자전환했다. 이 중엔 하반기 신작 성과에 기대를 거는 곳도 있고, 내년을 바라봐야 하는 곳도 있다.

지난 2분기에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곳은 ▲넥슨 9028억원(YoY 12%) ▲넷마블 6033억원(YoY -8.7%) ▲엔씨 4402억원(YoY -30%) ▲크래프톤 3871억원(YoY -8.6%) ▲카카오게임즈 2711억원(YoY -20%) ▲그라비티 2389억원(YoY 147.5%) ▲컴투스 2283억원(YoY 18.1%) ▲위메이드 1593억원(YoY 46%) ▲NHN(게임부문) 1072억원(YoY 3%)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 중엔 넥슨이 압도적 매출을 자랑한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을 더한 매출을 뛰어넘었다. 넥슨이 성장한 반면, 두 회사가 전년동기 대비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2위 그룹에선 매출 상승한 곳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넥슨이 카카오게임즈와 그라비티, 컴투스, 위메이드를 더한 매출(8976억원)을 소폭 넘어설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2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넥슨 2640억원(YoY 22%) ▲크래프톤 1315억원(YoY -20.7%) ▲그라비티 527억원(YoY 138.3%) ▲엔씨소프트 353억원(YoY -71%) ▲카카오게임즈 265억원(YoY -67%)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도 넥슨이 두각을 나타냈다. 크래프톤과 그라비티,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를 합친 영업이익(2460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엔 상당수 기업이 적자다. ▲위메이드 -403억원(YoY 적자지속) ▲넷마블 -372억원(YoY 적자지속) ▲컴투스 -56억원(YoY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 1000억원 미만 가운데 적자인 곳은 ▲펄어비스 -141억원(YoY 적자전환) ▲데브시스터즈 -131억원(YoY 적자지속) ▲컴투스홀딩스 -124억원(YoY 적자지속) ▲네오위즈 -49억원(YoY 적자전환)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 사태는 최근 신작 출시가 뜸해서다. 상반기 신작을 낸 곳이 적을 뿐 아니라, 신작을 내더라도 기존 게임의 매출 하향 안정화를 상쇄할 성과를 내지 못한 곳들이 있다.

이 때문에 넥슨이 더욱 주목받는다. 업계 최고의 라이브(운영) 역량을 실적으로 입증했다. 모바일 대비 부침이 덜한 PC 플랫폼 매출이 3분의 2 이상이다.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때,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4 등 PC온라인 구작 중심의 넥슨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꼽힌 바 있다. 이젠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PC플랫폼에 모바일 매출까지 더해지면서, 비교 불가의 선두 기업으로 거듭났다.

엔씨(왼쪽), 넷마블 사옥

최근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다. 두 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넥슨을 위협했으나, 이젠 덩치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넷마블은 매출 가운데 모바일 비중이 90% 이상으로 볼 수 있는 회사다. 모바일 최강자로 거듭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일으켰으나, 게임 자연 수명이 짧은데다 극심한 시장 부침에 시달리면서 6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하반기 흥행작 배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내수 최강자 입지를 구축한 회사다. 리니지M 등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신작 부재가 길어진 가운데 경쟁사들이 비슷한 아류작을 내놓자 시장 잠식의 영향을 받았다. 4분기 ‘쓰론앤리버티(TL)’로 승부수를 던진다. 다만 회사측은 리니지M 등 모바일게임처럼 출시 초반부터 폭발적인 매출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라비티 본사 전경
그라비티 2023년 2분기 실적 요약

이렇듯 넥슨을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부침을 겪는 가운데, 불쑥 솟은 기업이 있다. 그라비티다. 창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PC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회사다.

그라비티는 동남아와 중화권에서 라그나로크 모바일 시리즈로 최강자 입지를 다졌다. 여느 기업보다 단일 지식재산(IP)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라그나로크 IP 게임만 수십종이다. 일각에선 실패 사례가 이어질 경우 IP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실적으로 우려를 털어냈다. 수많은 장르의 라그나로크 게임으로 이용자들의 기호를 충족하고 있다. 국외에서 성공한 게임을 국내로 가져오는 등 꾸준한 신작 출시로 한국에서도 재차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는 기업 중엔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가 눈에 띈다.

지난 2분기 위메이드 매출은 1593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적자폭도 줄였다. 지난 4월 출시한 ‘나이트크로우’가 구글플레이 매출 톱5 내 순위를 유지하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당장 보탬이 될 것은 아니나, 자회사 전기아이피가 액토즈소프트와 5000억원 규모의 미르의전설2,3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향후 로열티 수익을 챙기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워(3월 출시)에 ▲아레스:라이즈오브가이던즈(7월 출시)가 주요 매출원으로 붙었고, 간판 게임 오딘을 포함해 구글플레이 매출 톱5 안팎에 대규모다중접속(MMO) 3종을 올려, 하반기 성장 모멘텀을 자신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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