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 온 생성AI…노 젓는 방식도 다변화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절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AI챗봇을 비롯해 거대언어모델(LLM) 등 다양한 솔루션이 다수의 기업에서 쏟아져 나왔다. 올해는 가히 AI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솔루션이 등장했다.

챗GPT에 대한 놀라움이 잠잠해질 때쯤 구글이 자체 개발한 LLM ‘팜(PaLM)2’를 발표하고 챗봇 ‘바드(Bard)’를 내놓는가 하면 메타는 LLM ‘라마(LLaMA)2’를 오픈소스로 풀었다. 그 사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사의 LLM인 타이탄(Titan)을 비롯해 다양한 기반 모델을 쓸 수 있는 인프라 서비스 ‘베드록(Bedrock)’을 내놨다.

국내 기업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코난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솔트룩스 등 스타트업들이 자체 기술로 LLM을 개발했고, 최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도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 또한 ‘코(KO) GPT’를 오는 10월께 출격시키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쟁의 이면에는 수익화라는 고민이 함께 담겨있다. 생성AI 기술 개발과 운영에는 생각보다 큰 돈이 들어서다. LLM 모델 학습 데이터 확보와 개발 인력 비용은 물론, 기술 개발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는 데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 데이터센터를 통한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도 화려한 기술 뒤편에 자리한 그림자다.

1등 지위인 오픈AI만 봐도 그렇다. IT 전문매체인 디 인포메이션은 지난해 오픈AI가 GPT-4와 챗GPT를 개발하면서 5억4000만달러 가량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돈으로 7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다른 기업의 개발 비용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또 1등이 아닌 만큼 반드시 수익화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하는 게 현재 추격자들이 가진 숙제다. 막대한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수익화 계획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료 API로 B2B 공략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방식이 생성AI 기술 수익화의 첫 번째 모델로 꼽힌다. LLM을 기업 서비스에 API로 연결하고 API 사용료를 받는 형태다. 금융권의 AI 컨택센터에 LLM을 물려 답변 생성을 돕거나 AI 챗봇 엔진을 제공하는 등 LLM을 돌린 만큼 비용을 받는 모델이다.

현재 오픈AI도 API 판매를 통해 대부분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 또한 라마2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면서도 사용자가 7억명 이상의 서비스인 경우 라이선스료를 요구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자금력으로 보나 기술력으로 보나 선두에 서 있는 네이버부터가 B2B 시장을 우선 겨냥한다.  글 창작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CLOVA for Writing)이나 AI 기반의 광고 상품인 ‘클로바 포 AD’(CLOVA for AD) 등을 비롯해 유료 API 판매가 향후 네이버의 1차 전략이 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4일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개발 비용 문제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비용 이슈가 있는 것이 맞다”면서 “B2B 모델부터 수익화를 하면서 클로바X에 대한 검증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열린 네이버 단23 발표 현장.

프라이빗 모델이 대세?…오픈AI도 맞춤형 챗GPT 내놔

하지만 API 모델만으로는 확실한 수익화가 힘들다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이미 경쟁 시장이 형성된 데다 고객사들 또한 비싼 API 사용료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개발 비용과 비교해 봤을 때 확실한 수익성도 보장돼야 한다.

그래서 또 다른 돌파구로 대두되는 게 ‘프라이빗 LLM’이다. 파라미터 수를 다소 줄이되 기업 업무와 관련한 데이터만 학습시키는 모델이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범용 LLM에 비해 개발 비용이 적게 든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범용 LLM에 대한 비싼 API 사용료 대신 정해진 데이터만큼의 요금만 내면 돼 부담이 줄어든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모델을 통한 수익화 전략이 포착된다. 새로운 LLM 출시를 예고한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API 사업과 더불어 프라이빗 LLM을 지향하는 게 현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 데이터를 학습한 LLM을 따로 만들어 온프레미스에 구축하는 형태다. 특정 데이터만 훈련시키면 돼 학습 분량이 줄고 개발 시간도 줄어든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솔트룩스도 프라이빗 LLM 사업을 펼친다. API 제공 방식보다 기업 맞춤형 LLM을 미래 전략으로 삼았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LLM ‘루시아GPT’는 이미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관리 업무에 쓰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안전 관 법령이나 업무 지침, 용어 등을 학습시킨 루시아GPT를 품질 보증(QA) 업무에 쓴다.

시장을 선점한 기업 또한 이 같은 맞춤형 모델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최근 기업용 챗봇인 ‘챗GPT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출시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넣어 활용하는 챗GPT로 일반 B2C용 챗GPT보다 두 배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지난해 겨울의 초입부터 올해 여름 끝자락까지 생성AI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 기업 관계자는 “위에서는 계속 쪼는 데 회사는 어렵다고만 한다”며  “이제는 돈을 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는 수익 다각화라는 제2막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모습이다.

기업의 첫째 목적은 이윤 추구. 누가 많은 파라미터를 가졌네, 누가 더 많이 쓰였네와 같은 갑론을박보다는 향후 재무제표에 찍힐 영업이익의 숫자가 승자가 되는 게임.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구일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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