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디지털 SCM이란 무엇인가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란 무엇인가. 오랜만에 교과서를 펼쳤다. 글로벌서플라인체인포럼의 정의에 따르면 공급사슬관리는 ‘고객 및 이해 관계자들에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초의 공급업체로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의 상품, 서비스 및 정보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다.

조금 길고 어려운 것 같아서, 기자 개인적으로 내린 SCM의 정의는 이렇다. “구매조달, 생산, 물류, 유통 등 가치사슬 상에서 낭비가 발생하는 부분을 찾아내 개선하여, 전체 가치사슬의 최적화를 만드는 것”이다. 권오경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공급사슬관리의 목적은 ‘공급사슬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정의출처: 인하대 이러닝지원센터 연계강의, 공급사슬관리)’이라고 했으니,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요즘은 뭐든 ‘디지털’ 붙이는 것이 유행이다. 그래서인지, SCM에도 ‘디지털’이라는 게 붙었다. 사실 전통적인 SCM에서도 ‘디지털’, 그러니까 IT는 중요하다고 이야기 됐다. ‘상품’과 ‘서비스’와 함께 ‘정보’의 흐름을 함께 다룬다. 정보를 다루기 위해선 당연히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예전으로 넘어가서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사슬’ 이론을 살펴보더라도 ‘기술 개발(Technology Development)’이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사슬. 마이클 포터 교수에 따르면 개별기업의 단일 가치사슬은 외부기업과 연결을 통해 확장된 가치사슬로 연결돼 관리될 수 있다. 포터 교수는 가치사슬내 활동간, 외부 가치사슬간에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활동들을 제거하거나 이전해서 보다 효율성이 높은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마이클 포터의 ‘확장된 가치사슬’이 현대 공급사슬관리의 기원이 됐다. (자료 출처: 인하대 이러닝지원센터, 공급사슬관리, 권오경)

그럼에도 왜 ‘디지털 SCM’이란 말이 나왔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삼성SDS가 지난 8일 개최한 ‘REAL 2019’ 행사에 갔다. 삼성SDS가 기업 고객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발한 자사의 핵심 기술과 성공 사례를 자랑하는 자리다. 이 날 소개된 내용 중에는 SCM의 디지털 전환 사례도 있었다.

삼성SDS가 내린 ‘디지털 SCM’의 정의

삼성SDS는 디지털 SCM을 ‘전통적인 혁신도구인 SCM에 디지털 신기술을 결합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자동화, 지능화, 실시간화, 통합 SCM 운영을 실현하는 것(최병대 삼성SDS 프로 발표 발췌)’이라 정의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굳이 SCM에 ‘디지털’이 붙은 배경이다. 삼성SDS는 그 이유를 공급망(Supply Chain)의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데서 찾았다. 삼성SDS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이 결합되고, 새로운 공정과 제품이 등장하고, 제품생애주기는 줄어들고, 공급망이 포함하는 범위가 로컬에서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공급망은 종전보다 더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고 한다.

최병대 삼성SDS 프로는 “인텔은 전 세계적으로 1만9000여개의 공급업체와 5만개 이상 품목 서비스를 협력한다. 협력업체의 발굴, 선정, 평가 모니터링 업무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 적용이 필요해진 배경”이라며 “인텔은 머신러닝 기반 데이터분석 기업 사프란(Saffron)을 인수하며 코그니티브 컴퓨팅 기반 소싱 인텔리전트를 구축했다. 협력업체와 관련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추출하고 이것을 구매담당자에게 제시하여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만든 것”이라 설명했다.

사실 이런 상황이 ‘최근’의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SDS만 해도 그들이 ‘디지털 SCM’이라고 부르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4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때문에 오늘 소개할 내용도 삼성SDS가 그간 고객사에 적용하면서 얻은 경험이라고 보면 된다. 더욱이 이 또한 완성형은 아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SCM을 위해 해야 할 게 많다는 게 삼성SDS의 설명이다.

디지털 SCM 구현을 위한 핵심역량

삼성SDS는 디지털 SCM 구현을 위한 4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인텔리전트 센싱(Intelligent Sensing)’, ‘리얼타임 플래닝(Real Time Planning)’, ‘오토노머스 풀필먼트(Autonomous Fulfillment)’, ‘엔드투엔드 컨트롤타워(End-to-End Control Tower)’가 그것이다. 삼성SDS는 이 4가지 역량을 ‘디지털 SCM 프레임워크’에 녹여서 구현했다.

삼성SDS의 디지털 SCM 프레임워크. 삼성SDS는 고객(다품종 소량), 제품(라이프사이클 단축), 채널(옴니채널, D2C), 공급망(글로벌 소싱) 측면의 변화가 디지털 SCM 탄생의 배경이 됐다고 평가한다.

먼저 인텔리전트 센싱은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하여 SCM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과학적 분석을 위한 핵심은 ‘데이터’다. 단순히 영업, 마케팅 과정에서 취합되는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판매채널과 고객 등 외부 데이터까지 하나로 통합하여, 시장전망과 마케팅 투자를 최적화할 수 있는 분석모델을 개발했다는 게 삼성SDS측 설명이다.

인텔리전트 센싱은 ‘수요예측’ 영역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SKU(Stock Keeping Units)별, 고객별 수요예측을 자동화했다는 설명이다. 삼성SDS는 이를 통해 기존 수요 데이터를 취합하여 리포트를 만드는 불필요한 분석 업무를 크게 줄이고,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리얼타임 플래닝은 말 그대로 ‘실시간 공급망 계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말인즉, 기존에는 실시간 공급망 계획 수립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최 프로는 “엔진에 따라 7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했던 공급망 계획 속도를 40분까지 단축했다. 월간 계획의 경우 기존 10일 이상 소요되던 계획수립 시간을 하루만에 할 수 있도록 감축했다”며 “SCM 계획에 특화된 자원탐색 하이브리드 알고리즘과 병렬처리를 통해 이런 속도를 만드는 게 가능해진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삼성SDS는 기존 단일 시나리오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프로세스를 동시에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사전 정의하고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정할 수 있는 체계로 발전시켜 구현했다고 한다. 삼성SDS는 올해 리얼타임 플래닝의 추가 개선 작업에 들어가는데, 목표로 하는 공급망 계획 속도는 ‘10분’이다.

세 번째, 오토노머스 풀필먼트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납기를 제시하고, 현시점 주문 처리 상황을 확인하고, 긴급 주문이나 변경에 빠른 응대가 가능하도록 한다. 삼성SDS에 따르면 기존 주 1회의 계획을 기반으로 고객 문의에 대응했다면, 이제는 매일 아침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오토노머스 풀필먼트는 기술적으로 ‘리얼타임 플래닝’의 발전과 연결된다.

최 프로는 “여기서 핵심은 기존 고객 주문의 변경은 최소화하면서 신규 주문과 변경 주문에 대한 공급계획을 빠르게 수립하는 것”이라며 “옴니채널 환경에서 온오프라인 재고 가용성을 확보하고 납기, 재고비용, 재고 밸런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스템적으로 최적의 공급지와 배송방법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엔드투엔드 컨트롤타워에서는 기존 획일화됐던 공급망 프로세스 모니터링 시스템의 UI/UX를 사용자의 업무와 다루는 정보의 특성에 맞춰 개인화, 시각화하는 방식의 개선이 진행됐다. 사용자의 접근성에 따라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 가능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추가로 자연어검색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일반적인 언어로 질의하면, 시스템이 그 질의 내용을 해석해서 답을 찾고 음성 회신하는 ‘챗봇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존보다 더 쉽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SCM의 진화는 진행형

삼성SDS가 이번에 REAL 2019에서 소개한 디지털 SCM 사례는 길게는 3~5년 이상 기획해서 발전시킨 결과고, 아직도 더 발전시켜야 될 것이 많다는 자체 평가다. 삼성SDS가 바라보는 디지털 SCM의 완성형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완전 자동화’다.

삼성SDS가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디지털 SCM의 로드맵

예컨대 인텔리전트 센싱은 현재의 ‘내외부 데이터를 통합시키는’ 단계를 넘어서, AI 기반 구매소싱 인텔리전트를 구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리얼타임 플래닝과 오토노머스 풀필먼트 영역에서는 ‘기존보다 빠른 엔진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서 문자 그대로 ‘자동화된 계획과 풀필먼트가 가능한 단계’까지 발전시키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엔드투엔드 컨트롤타워에서도 개인화되고 시각화된 UI/UX 제공을 넘어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 프로세스 자체를 ‘자동화’하고자 한다.

최 프로는 “디지털 SCM이라고 해서 기술의 변화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기술을 활용함과 동시에 프로세스가 함께 변화해야 진정한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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