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갑자기 춘천으로 이사간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하나의 가정이 필요하다. 내가 어찌저찌 어떤 사업을 하나 시작했는데 이게 처음부터 대박을 쳤다. 넌 잘 될거라고 거액의 투자도 받았는데, 문제는 이게 인기는 많은데 비해 돈이 안 되는 거다. 수익 모델을 붙여야 하는데, 눈치 볼 곳은 많다. 투자자도 회사 가치는 어떻게 키울 거냐고 슬슬 압박이 들어온다. 그럴 때 나는 어떡해야 하나.

거칠게 비유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야기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전국민이 알고, 관련 생태계 종사자의 절대다수가 쓰는 서비스는 흔치 않다. 카카오톡이라는 엄청난 배경이 있다고 해도, 그 어려운 확률을 뚫은 게 ‘카카오택시’다. 2015년 3월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2017년 2월 기준 누적 1371만명이 타고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8명이 쓰는 그야말로 택시 이용의 필수 서비스가 됐다. 이때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분사, 회사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자는 목표를 세웠다. 분사에 앞서서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2017년 6월의 일이다.

그러나 이듬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진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카카오택시의 호출건수는 날로 늘어났지만 중요한 부분은 ‘수익’이었다. ‘카카오 서버까지 다운시켰다’는 엄청난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할 방법이 요원했다.

당시 카카오는 수익모델의 일환으로 카풀 서비스를 선보이려 럭시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좌초했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호출 당 1000원을 추가 부과하는 ‘스마트 호출’ 역시 사실상 택시요금 인상 아니냐는 여론으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수익화가 어렵다는 것은 기업 상장이라는 목표 역시 멀어지게 했고, 이는 거액을 투자한 사모펀드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압박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대 주주인 카키홀딩스가 TPG컨소시엄이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

‘가맹’이라는 새로운 타개책

2018년, 류긍선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공동 대표는 택시에 ‘가맹 비즈니스’를 도입하자는 김재욱 타고솔루션즈 대표를 만난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택시’라는 상품의 수익 모델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택시는 운임이나 요금을 국토교통부장관이나 시ㆍ도지사가 지역적 특성과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는 특별한 서비스다. 따라서 기업이 시장의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값을 결정할 수 없다. 그런데 택시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도, 플랫폼 산업을 견인하는 카카오도 하나 간과한 모델이 있다. 법적으로도 길이 열려져 있는 ‘택시 가맹 사업’이었다.

“택시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자. 법적으로 ‘가맹 사업’이 열려 있다. 카카오라는 거대 IT 기업의 기술을 호출에 접목시키고, 대신 요금에 약간의 자율성을 가져가는 방법을 국토부에 제안하자”

김재욱 대표의 제안은 카카오모빌리티에게도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방안으로 느껴졌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손님을 모아오면, 여기서 발생하는 호출(콜)비를 택시와 카카오가 나눠갖자는 것이다. 콜당 호출비가 적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호출 건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수익의 총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섰다. 택시기사(또는 법인)는 수익을 추가로 낼 수 있어 좋고, 카카오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는 브랜드 택시가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계기이자, 그간 승객들로부터 제기되어 왔던 승차 거부나 탑승 환경 개선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솔루션이 될 것으로 봤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2019년 3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타고솔루션즈가 내놓은 첫번째 모델인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에 광역 가맹사업면허를 전달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가맹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고 블루에 대구 택시 가맹사업자들이 합류했다. ‘플랫폼 택시’로 타다가 택시 사업자와 갈등을 빚고 있던 순간에, 카카오는 ‘가맹’이라는 대안을 실행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11월, 타고솔루션즈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서 이 회사를 완전히 인수했다. 카카오택시 앱도 ‘카카오T’로 리브랜딩 했다. 웨이고라는 브랜드 택시 이름도 ‘카카오T 블루’로 바꿨다. 카카오의 마스코트인 라이언 캐릭터를 차체에 붙이고 달리면서 카카오T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했다. 무엇보다, 카카오 브랜드 택시인 블루를 부르면 무조건 배차를 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승차거부가 없고, 깨끗한 택시를 탈 수 있다는 강점으로 사람들이 약간의 추가 요금을 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남은 숙제

물론 카카오 블루의 가맹 사업자를 모으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택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기사들이 콜을 골라받던 때다. 그런데 카카오가 가맹 사업을 시작하면서 좋은 콜을 가맹 택시에 몰아준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IT 대기업이 택시 산업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생겼다. 가맹에 적극 가입하는 것에 대해 운수사들이 꺼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재욱 전 타고솔루션즈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기존에 (가맹에) 가입한 운수사들에 마진을 보장하면서까지 돈을 쏟아붓고 있는 입장이었다”면서 “이 방법으로 택시 업계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회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T 블루라는 브랜드 택시가 안착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대외 활동이 줄어들어 택시 산업 전체는 직격탄을 맞았던 때다. 승객들은 안전한 운송수단을 원했고, 이왕이면 깨끗한 택시를 호출하길 바랐다. 약간의 돈을 더 내더라도 카카오T 블루 버튼을 누르는 이들이 많아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블루가 콜 거부를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에, 즉각 호출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승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때쯤, 법인택시는 물론이고 개인택시 기사들도 카카오의 블루 가맹사업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연결재무제표.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6018억원의 매출, 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연결을 제외한 지난해 매출은 399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446억원이다. 물론 카카오T 블루 외에도 밴티와 대리기사 호출  등이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았으나 가맹 기사가 늘어난 것이 회사의 수익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전히 국내에서 경쟁자가 없는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강력한 택시 가맹 사업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자 없는 지금이 무조건 사업 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우선, 정부와 산업계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지난해 9월 택시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가맹에 콜을 몰아준다”며 집단 소송을 냈다. 그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사업자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이중 16~17%를 광고나 데이터의 대가로 되돌려준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운임의 3~4%에 불과한데 수수료 20% 전체를 매출로 잡은 것을 매출 부풀리기로 보고 제재에 들어간 상태다.

악재가 겹치면서 계획했던 상장의 길도 당분간은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택시 서비스의 양 축 중 하나인 택시 기사의 감소다. 법인 택시 세 대 중 한 대가 놀고 있다. 택시 기사의 수가 급감한 탓이다. 현재 운행하는 택시의 상당 수도 기사들의 노령화 문제가 크다. 택시 기사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지 않을 경우 젊은 층의 유입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브랜드(가맹) 택시라는 카드로 수익화 솔루션을 찾아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택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을 꿈꾸는 카카오모빌리티에게 핵심 전력이지만, 그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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