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BN]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는 저물어 가나? ③

–> 이 기사는 [마케팅BN] 다섯 마케터가 말하는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 법”에서 이어집니다.

[5인에게 물었다_ 질문 1)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는 저무나?]

한동안 시장을 장악했던 퍼포먼스 마케팅이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이선규 마티니아이오 대표_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마케팅은 예전에도 있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계속 화두가 됐던 이유는, 웹이랑 앱을 메인으로 하는 프로덕트가 많아지면서 클라이언트의 서비스도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성과가 측정이 가능하니까 페이드 마케팅(paid, 소비자가 이용하는 매체에 유가 광고)도 그쪽으로 집중됐고, 자본시장이 활황기라 신규 유저, 누적 유저의 수가 크게 증가 하면서 더더욱 몰입이 됐던 거다.

그런데 파티가 끝나면서 자본과 기술 모두에 변화가 일어났다. 애플이 iOS14 이후에 개인 정부 추적에 제한을 걸면서 기존의 ‘핀셋 타기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기업들도 페이드 마케팅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참고: 애플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4.5 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서드파티 앱이 이용자의 검색 활동이나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진우 인사이더 대표_ 퍼포먼스 마케팅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춰 왔다. 광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하고, 지표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해 그에 맞는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게 강점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데는, 팩트 기반의 마케팅이 장기적 성과를 내는 것, 즉 ‘브랜딩’을 하거나 전략을 세우는데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지금 당장의 일을 헤쳐나가고, 성과를 내고, 문제를 개선하는데 포커스를 뒀기 때문에 장기 전략 수립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데이터 기반의 예측, 분석, 전략 수립 모델이라 갑작스레 일어나는 이벤트나 사건사고에 대처하기 미흡한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목표 중심의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산을 절제 해야 하고 효율적인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브랜딩에 소홀해지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

숫자로만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단 얘기다

이진우 인사이더 대표_ 그렇다.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 커버하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히 퍼포먼스 마케팅에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꼽자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데이터 중심의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이 데이터의 품질이나 정확도에 따라 인사이트를 주는 정도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분석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랜드나 회사에선 “이것만 있으면 안 되겠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퍼포먼스 마케팅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100년 전에도 사진을 찍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불과 20년전만 해도 사진을 찍으려면 DSLR 카메라가 필요했다. 지금은 휴대폰을 쓴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행위 자체는 변함 없지만 그 과정과 수단은 달라졌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성과 창출’이라는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지만, 수단과 방법은 바뀌게 마련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옛날에 반짝 뜨고 앞으로는 없어질 것”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수단과 방법이 바뀌는) 과정 중에 하나이고, 좋은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뀌는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

이재무 에제드 대표_ 매체들은 그간 오디언스를 외부에서 사서 서드파티(인터넷의 여러 소스) 데이터를 가지고 광고를 운영해왔다. 애플 iOS14가 업데이트되고 난 후에는 그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게 생겼다. 내부의 온사이트 마케팅(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해 있을 때 실시간으로 개인화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퍼스트파티 데이터(이용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수집한 모든 정보)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숏폼에 대한 수요도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아예 엄청 긴 롱폼의 영상이거나, 아니면 아주 짧은 영상을 스낵하게 소비하는 것이 실제 광고 성과도 뛰어나게 나오고 있고, 레퍼런스도 많아지고 있다.

김진우 인덴트코리아 CRO_ 간단하게 생각하면 글로벌 테크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엔진을 가지고 있는 두 회사가 페이스북과 구글이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세계 마케팅에 당분간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을 한다.

우선, 항상 강했던 구글. 역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마찬가지로 ‘써드파티 쿠키 차단(block)’을 했다. 어떻게 보면 구글 입장에서는 “우리 시대가 왔다, 더 가치가 높아진 검색 데이터와 퍼스트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구글이 더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거다.

애플의 iOS 정책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글로벌 테크 기업은 메타(구 페이스북)다. 페이스북은 아주 똑똑한 로컬라이제이션 ·서드파티 타기팅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성공했다. 이걸 기반으로 많은 산업이 생겼다.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위기’라고 하지만, 여기에 들어갔던 예산은 그대로 다 들어가고 있다. 왜냐면, ‘대체제’가 따로 없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페이스북이 뭘 하는지를 보는 것도 트렌드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지금 AI로 기존의 로컬라이제이션 ·서드파티 타기팅을 넘는 마케팅을 해보겠다는 것과, 인스타그램 릴즈에 집중하겠다는 두 전략이 있다.

인스타그램 릴즈로는 지금 숏폼의 수익모델창출(monetize)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수익화 요구와 만났을 때 마케팅이 일어난다. 애플과의 관계, 틱톡의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페이스북은 숏폼인 ‘릴즈’를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AI는 아직은 신진 기술이라서 이걸 상업화하고 돈을 버는 마케팅 방안은 찾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사람들이 AI를 쓸 때 원초적 욕구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에 ‘코파일럿’을 발표하면서 이용자가 마케터든 엔지니어든 누구든 간에 새 기술을 비서처럼 쓸 수 있게 했다. 코파일럿을 통해 “내가 너의 일을 줄여줄거야” “내가 너의 스마트한 손과 발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다.

[사진= (왼쪽 부터) 이진우 인사이더 대표, 이재무 에제드 대표, 김진우 인덴트코퍼레이션 CRO, 김윤경 어센트코리아 본부장, 이선규 마티니아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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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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