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출근했습니다’ 시작 이래 최대 위기가 일어났다. 모두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출근할 곳이 사라졌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데, 혼자서 체험 출근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코너의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다들 각자 집에서 일하고 있다면, 이보다 먼저 재택의 길을 개척한 일인기업에 찾아가보자. 그에게서 혼자서 일하는 즐거움과 괴로움, 그리고 생계와 비전에 대해 물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쓰리알랩스(진짜유통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한 3년차 일인기업가 박성의 대표가 떠올랐다. 그는 커머스 분야에서 키워온 경험을 밑천 삼아 컨설팅, 강의, 기고, 세미나 등 콘텐츠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는 인물이다. 그의 활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우물을 판 사람이 자신의 콘텐츠로 독립하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박성의 대표는 딱 그러한 실험을 하는 이였다. 많은 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혹독한 사회에서 혼자 독립해 생존할 수 있을지 두려워 사표를 던지지 못한다. 콘텐츠나 네트워크가 풍부한 이라 하더라도 이 인프라가 온전히 나의 것인지, 계속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박 대표를 만나는 것은 수많은 현장 전문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먼저 간 사람에게 그 생생한 경험을 묻는 일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전화를 걸었다.

“저, 하루만 출근시켜 주세요.”


쓰리알랩스는 어떤 회사?

공급자, 플랫폼, 물류, 고객 사이에 일어나는 ‘진짜 유통’에 관한 이야기와 담론을 다루는 곳. 박성의 대표는 창업 전에 롯데마트, 11번가, GS샵, 위메프, 원더스 등을 거치며 커머스와 관련해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마트, 홈쇼핑, 소셜커머스, 물류까지 두루 경험했다. 스스로를 ‘커머스 가이’라고 일컫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유통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진짜유통연구소를 통해서는 관련 강의나 세미나, 기고 등을 하면서 커머스의 동향이나 전망 등을 공유한다. 흥미로운 시도들도 하는데, ‘회사 옷 입어드립니다’는 본인이 일상생활에 남의 회사 옷을 입고 일하며 홍보를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실행해볼 수 있는 것이 일인기업의 매력이라고 박성의 대표는 말한다. 올해는 사업계획으로, ‘컨설팅’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커머스와 관련한 여러 영역에서 컨설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0. 프롤로그



나는 일인가구다. 그말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일어나 씻고 책상 앞으로 가서 앉기만 하면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산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다른 이들도 모두 같은 환경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박성의 대표는 자신의 하루 일과가 아이의 유치원 등원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일인기업+재택 근무를 경험하기로 했으니, 나도 등원부터 체험하기로 결심했다.

박 대표의 집이 우리집에서 한시간 반 걸리는 남양주라는 건 출근을 확정한 후에 알게 됐다.


#1. 재택근무의 첫 미션, 어린이집 안전등원


덕소 A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7분이었다. 아이의 유치원 등원 시간은 9시 40분. 그보다 10분전에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조금 일찍 도착했다. 어쩌면, 내인생 가장 어려운 인터뷰이와 마주치는 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자마자 울면 어떡하지? 그래, 자연스럽게 웃는거야. 아줌마 무서운 사람 아니야.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뇌물을 준비해야겠어, 같은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어라? 벌써 9시 반이네.

 

띵동.

 

문이 열리고 안녕, 반가워라는 말을 하려는데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가 거실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나의 정신이 잠깐 육체를 이탈했다. 이것은 말로만 듣던 환영의 춤인가. 아이, 귀여워. 정신줄을 부여 잡고 손을 건넸다. 자, 이제 유치원에 가야지?

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를 만나러 덕소를 찾은 때는 지난달 14일이었다. 날이 꽤 추웠는데 씩씩하게 등원하는 어린이가 매우 귀여웠다.

아이는 순순히 내 손을 잡아줬다. 세상 착한 어린이다. 밖은 추워. 아이의 옷깃을 여미고 신발을 신겼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의 유치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약 10분 동안, 우리는 단지 내 조형물 앞에서 숨바꼭질을 했다. “열까지 세는 거야, 이모.” “알겠어, 자 하나 둘, 셋… 열!” 짠하고 돌아보는 그 찰나 아이가 바닥에 엎어져 있다. 아이는 곧 일어나서 다시 뛰어놀았지만 그 사이 내 심장은 쿵하고 내려 앉았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찾았다! 일어나렴, 유치원에 가야지


#2. 프로 일인기업은 밑천은 자신의 콘텐츠다


씩씩하게 손을 흔들고 유치원 차에 탑승하는 아이를 배웅한 후, 쓰리알랩스의 본사 -박성의 대표의 자택- 로 돌아왔다. 거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박 대표와 마주 앉았는데, 그가 내게 과자 한 봉지를 건넸다. 초코맛 꼬북칩이다. 일 시작도 전에 간식부터 먹나 했더니 이 과자에 의미가 있다. 독자여러분들은 혹시 ‘허니버터칩 대란’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그게 뭐라고, 사람들이 편의점에 줄서게 만들었던 그 과자계의 전설 말이다.

꼬북칩 초코맛이 최근 비슷한 인기를 끈다고 한다. 그래서, 허니버터칩 때와 유사하게 꼬북칩을 활용한 유사 마케팅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명 ‘인질 마케팅’. 꼬북칩을 사려는 사람이 다른 물건도 구입하도록 제품을 묶어 파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인질 마케팅과 관련한 기고문을 쓸 예정이었다. 유통 트렌드나 혹은 유통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은 기고는 콘텐츠로 먹고 사는 일인 창업자 박성의 대표의 수입원 중 하나이자, 자신의 브랜드를 지속해 알리는 주요한 홍보 수단이다.

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

기고도 하고 강연도 한다. 남의 회사 홍보나 컨설팅도 하고. 밖에서 보면 쓰리알랩스가 무엇 하는 회사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정체성을 뭐라고 보나?

생각해 본 적 없다. 창업을 하면서 첫번째로 생각한 것은 “일인기업의 수익 모델의 끝은 어디인가”였다. 돈을 주면 다 한다. 나는 유통회사를 여러군데 다녔던 사람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컨설팅, 강의 , 코칭, 글쓰기를 한다.

밑천이 콘텐츠라면 우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아주 솔직히 말하면, 컨설팅이나 강연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인지도’다. 인지도를 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글도 쓴다. 컨설팅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보통 기업은 개인에게 컨설팅을 잘 맡기지 않는 편이다. 나도 그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자체 강의부터 시작했다. 창업하고 보름 정도 지난 후에 자체 강의를 열었는데 운 좋게도 그 사이 쓴 글이 인기가 있어서 열두시간 만에 인원이 마감됐다. 인원 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지만 주목받지는 못한다

기존의 시장이나 뉴스에서 보지 않았던, 말도 안 되는 글을 썼다. 유통 전망을 하더라도 “누가 짱 먹을 것인가” “커머스 플레이어 간 장단점” 이런 걸 썼다.

현장에서 오래 경험을 쌓은 분들은 네트워크가 좋다. 그렇지만 현업을 떠나면 그 네트워크가 약해질텐데

처음에는 지인영업을 한다. 아는 사람이 본인이 아는 다른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유통 분야에서 일을 해왔으니 여기에서 얻은 경험을 케이스 스터디로 만들어 글로 전달할 수 있다.

그렇게 한해 두해 가면서 조금씩 (새로운 네트워크가) 누적되는 것이 있다. 기업이나 기관 등과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만약 내가 작년에 어느 곳에서 강의를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면, 올해도 이어서 요청이 온다.강의로 이어진 관계가 쌓이면 그중에는 기업과 관계된 사람들이 있어 다시 연락을 준다.


#3. 예비 일인기업이 궁금해할 그 질문, 먹고사니즘이 가능한가 여부에 대해


실제로 창업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누군가 창업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릴 거라고.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특히 기고나 강연, 코칭, 컨설팅 같은 영역은 자신의 콘텐츠가 확실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박 대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나?

첫 해는 청약저축을 깼다. 이제 빚 안내고 생활은 한다. 이전 급여 수준은 아니지만 생활비는 충당하고 있다. 불법 빼고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도로 연수도 했다(웃음).

‘일인기업’이라는 형태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에 불안감은 없나?

퇴사하고 ‘조직부적응자의 직장생활이야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도 적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게 힘들었다. 조직에서는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렇게 돌아가는 걸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못견뎌했다.

(지난 연말 기준) 내가 작년에 마흔둘이었다. 경력직으로 대기업에 간다면 팀장급이고 스타트업에 간다면 임원일텐데 그 직책에 맞는 성과를 회사에서는 기대할거다. 그렇다면 나도 성과를 내기 위해 빨리 일해야 하는데 조직의 분위기에 맞춰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일하기는 성격상 어렵고, 내 식대로 밀어붙이면 조직 내 트러블이 일어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다. 그럴바에야 혼자 해볼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조직생활이 안 맞아도 사표를 내는건 쉬운 일은 아니다. 창업을 지를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

믿는 구석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목표치는 석달 생활비를 미리 마련해놓는 거였다. 어느날 갑자기 일이 없어져도 석달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돈. 그정도 자금이 있는 상황에서 ‘진짜유통연구소’를 만들었고, 매일 같이 글을 썼다. 매일 다섯장씩 백일동안 썼더니 반응이 있었다.

많은 직장인이 이직이나 퇴사를 꿈꾼다. 주변에서 누군가 회사 때려치고 창업하게다고 한다면 뭐라고 말할 것 같나?

나도 이직을 여러번 했다. 창업을 이직 레벨로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사를 다니다가 안 맞으면 옮기는 것처럼, 창업을 했다고 해서 그 상태로 끝장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다. 회사에서도 직원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 잘릴 수도, 못 다닐 수도 있는데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하면, 이전 회사에선 구성원이었던 내가 회사의 대장이 되는 것이 다르다.

다만, (창업 후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를 가정해 정리할) 시간은 정해뒀으면 좋겠다. 또 만약 초기 창업자라면 회사를 다녀보고 창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회사나 조직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4. 혼자여서 외롭지는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일인기업이 외롭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까지 환영해주는 대표님(위 사진 참조)은 처음이었다. 고맙습니다. 왜인지 묻지 않아도 답을 알 것 같아요.

 

점심메뉴 결정후 대표이사 결재.

오전, 쓰리알랩스의 먹고사니즘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진짜 먹고사니즘과 관련한 시간이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됐다는 말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동안 박 대표는 왼손과 오른손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메뉴를 결정했다고 했다. 자, 여기 직원이 있습니다. 메뉴 결정 회의를 하시지요. 메뉴 결정 알고리즘을 짜는 직원을 흐뭇(이아니라 한심)하게 바라보는 대표에게 결재 서류를 올렸다. 사인 하는 얼굴이 매우 밝다.

 

박 대표는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해 “일정을 자유롭게 짤 수 있고 편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박 대표 역시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특히 ‘판을 키우는 일’은 혼자하기 어려운 대표적 일이다.

 

따라서 박성의 대표는 외부에 있는 기업이나 네트워크와 협업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사진(위)에서 박 대표가 화상 접선을 하는 이는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이다. 비욘드엑스에 기고하기도 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5. 쓰리알랩스의 미래


박 대표는 올해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실행해야 하는 시기로 봤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새로운 사람을 접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고, 꽤 오랜 기간 해왔던 컨설팅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나?

처음에 일인기업으로 시작하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계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강의를 열심히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 비중이 높아졌고 이로 인한 네트워크도 생겼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가 늘어나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접하려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신사업을 하는 이유는, 미래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강연과 기고 만으로는 수익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그동안은 기고와 강연을 통해 커리어를 쌓았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올해는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생산에서 배송, 판매까지 전체 밸류 체인 안의 사람들을 모아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컨설팅도 해보려고 한다.

왜 컨설팅인가?

컨설팅은 비싼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실제로 비싸기도 하다. 비싸야 먹히는 것도 있고, 또 사람들이 돈을 많이 내야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다 큰 돈을 내고 컨설팅을 받기는 어렵다. 회사들은 성장하다가 정체기를 맞기 마련인데, 이럴 때 빨리 회사의 체질개선이나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 중복되거나 필요 없는 부분을 정리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인다거나 하는 일에 대한 경험이 많아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컨설팅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또 있을까?

온라인에서 과일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가져와서 포장도 꼼꼼하게 하고 친절하게 운영해서 볼륨업을 할 거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에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사업을 확장한다면, 과일의 가짓수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생선이나 고기까지 확장해 장보기 사업으로 갈 건지, 반대로 다루는 과일 가짓수를 줄이고 산지별 제철과일만 제공하는 곳으로 갈 것인지 같은 방향 말이다. 이런 식으로 선택지를 정리하고, 결과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일도 필요하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을 내보낸다고만 생각하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재배치가 더 중요하다. 사람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제일 회사를 잘 이해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영역을 주는 것이 회사에도 득이 된다. 어느 회사든 초반에는 낭비할 요소가 없지만, (구성원 수가) 두자리 수만 된도 업무 중복이나 대기, 누락이 생긴다. 정리해줄 필요가 있고, 최소 10%의 비용 효율 개선을 낼 수 있다. 작은 숫자가 아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소소한 자문’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하고 있다. 엔트리 레벨 단계의 컨설팅으로 준비 중이다. 평소에 궁금한게 있을 때 전화나 이메일로 가볍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통상 스타트업들을 보면, 대표가 혼자 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타인과 얘기를 나누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상담을 할 수도 있고 또 회사가 필요한 네트워크가 있다면 연결해주는 역할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다 이 컨설팅이 마음에 든다면, 프로젝트가 있거나 할때 별도 계약을 맺고 조금 더 깊은 컨설팅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기업의 고문 변호사들은 업무에 쓴 시간 만큼 비용을 청구하는데, 나도 그런 서비스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액셀러레이터와 영역이 겹쳐도 보이는데

우선 나는 영역을 커머스와 리테일, 물류 쪽에 집중한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프로그램에 선발되어야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차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전체 스타트업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적고 졸업제로 운영된다.

(마지막 질문으로) 유통전문가에게 묻겠다. 올해 유통 트렌드를 전망해준다면?

라이브 커머스다. 그런데 라이브 커머스를 하면서 생각보다 매출이 별로 안 나온다고들 말한다. 아직 속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라이브 커머스에 맞는 포맷과 설명방식, 할인방식, 아이템 선정 같은 것이 존재한다. 무엇이든 팔 순 있지만, 모두 잘 팔리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존의 문법대로 서비스하고 나서 라이브 커머스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박 대표에게 올해 쓰리알랩스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셈이다. 그동안 강연이나 기고로 인지도를 높여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 브랜드를 바탕으로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컨설팅은 진입 장벽이 있는 곳이라 기존의 비싼 상품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꽤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소소한 자문 같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을 파악했으니 우선 시도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오후 4시 45분. 유치원에 간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 됐다. 아이가 하원하면, 아빠도 퇴근한다. 대표가 일을 마치니, 일일 직원도 집에 가야겠다. 마지막 업무는, 아이 마중이다. 아침 나절, 짧게 인사한 낯선이를 잊지 않고 다정히 인사해주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 오늘 나는 느이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인지, 잘 배우고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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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