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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했습니다] 보험 설계사의 딸, 보맵에 가다

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솔직히 의외였다. 이번엔 어디로 출근하느냐는 질문에, ‘보맵’이라고 답하면서 많이들 이 회사를 알 거라고 생각했다. 꽤 잘 나가는 배우 이성경을 모델로 TV 광고를 내보냈고 창업자인 류준우 대표가 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데다 투자도 지속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만큼 덩치가 크진 않더라도 보험 분야에서 탄탄하게 성장하는 회사인데, 예상보다 많이들 모르는 눈치였다.

해서, 혹시 ‘보맵’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 회사를 먼저 소개한다. 보맵은 2015년 창업한 인슈어테크(보험+테크) 스타트업이다. 카카오뱅크가 IT 플랫폼에서 예금과 적금을 판다면, 보맵은 IT 플랫폼에서 보험을 판다. 최근 밀고 있는 슬로건은 ‘어제는 보험, 오늘은 보맵’이다. 그동안 ‘지인 영업’의 영역에 있던 보험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끌고 와 새로운 판을 짜보겠다는 뜻을 담았다. 엄마, 고모, 동창 등등이 소개한 설계사가 뽑아온 계약서에 사인만 하지 말고, 당신한테 어떤 보장이 부족하고 또 어떤 것이 필요 없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해 본 후 보험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가입부터 청구까지 디지털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라고 말한다.

참고) 숫자로 보는 보맵 (자료제공=보맵)
누적 다운로드 수- 220만건
누적 회원수- 170만명
누적 투자액- 215억원
보험 계약데이터- 800만건

이 메시지는 조금 놀라웠다. 보맵의 주장은 보험 설계사가 하는 일을 보맵이 대체한다는 얘기와 같아서다. 지금 보맵의 형태는 일종의 보험대리점(GA)을 겸한다. 모바일 시대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봐도 플랫폼인데 이들은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면서 판을 바꿔왔지, 직접 플레이어로 뛰어들진 않았다. 플레이어로 뛰어들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예컨대 택시와 승객을 이어주는 카카오택시는 살아남았지만 택시의 경쟁자로 나선 타다는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타다가 일자리를 삼킨다는 택시 기사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로 나선 플랫폼 보맵은 보험 설계사들과 부딪히게 되지는 않을까?

슬쩍 또 다른 궁금증도 생겼다. 나는 보험 설계사의 딸이다. 엄마는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 그 딸은 크면서 존재와 이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보험의 혜택을 받으며 살았다. 보험이 우리집 가계 기둥의 한 축인데다 실제로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을 때 지지대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보험은 보험사에 매우 유리한 확률게임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딸 옆에는 “보험사는 손해볼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치들이 지금 보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3040세대다. 보맵은 이 의심많은 세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리고 보험을 상품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는 빅테크들 사이에서 보맵이 어떤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그런 궁금증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세 번째 출근지, 보맵

의문을 풀기 위해 지난 9월 17일, 서울 강남의 드림플러스 건물에 입주한 보맵을 찾았다. 사전에 받은 일과표는 출근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40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성실하게 임하면 보맵 전 직원의 3분의 1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정은 대체로 ‘회의 참석’이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듣고싶다”는 기대어린 인사를 받았을 때 내 심장은 가슴 뼈를 디딤판 삼아 공중바퀴를 돌듯 두근거렸다. 당장이라도 심장 질환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케팅팀이 기다리는 회의실로 들어섰다.

part1. “보험, 말로만 들란다고 듭니까?

보맵이 어떤 곳인지 ‘맛’을 보여준 이는 나보다 100일 먼저 보맵에 출근을 시작한 이창훈 마케팅팀 이사다. 사실 이창훈 이사는 보맵 입사 전만 하더라도 보험의 ‘보’자도 몰랐다고 한다. 그가 보맵에 합류한 이유는 “기존에 보험을 안 해봤던 사람으로 마케팅에 접근해줬으면 좋겠다”는 경영진의 SOS 때문이다.

이창훈 보맵 최고마케팅책임자(이사). 알고보니 구면이었다. 보맵 이전에는 밀리의서재에서 “책 안 읽는 사람에게 독서와 친해지게 하는 법”을 마케팅해왔다.

“저는 이전에는 와이프가 들라는 보험에, 약관 한 번 훑어보고 사인을 했어요. 나처럼 보험을 모르는 사람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 말이 지금 보맵의 마케팅 팀이 가진 고민을 요약해 설명한다. 보맵 마케팅 팀은 두 가지 설득을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 첫번째는 보험의 필요성이요, 두번째는 왜 하필 보맵이어야 하는냐는 질문의 답이다. 그러려면 설득 대상을 잘 조준해야 하는데, 그 타깃이 최근에 바뀌었다. 배우 이성경이 모델을 할 때만 하더라도, 보맵은 소비자에 친근하게 다가서서 일상에 젖어드는 플랫폼을 표방했다. 그래서 20대가 큰 비용 부담 없이 들 수 있는 ‘안심 귀가’라든지 ‘여행자 보험’ 같은 것을 주력으로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기업이 커가면서 수정될 수밖에 없다. 소액 상품은 전체 보험 시장에서는 밑반찬에 불과하다. 본게임에 뛰어들려면 메인 요리를 팔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3040 세대를 겨냥한 건강 보험, 암 보험, 실손 보험 등이다. 여기서 개인정보를 밝혀 미안하지만, 위의 대사를 친 이창훈 이사는 딱 최근 보맵이 타깃하는 주력 고객층이다. 40대 중반의 아이 아빠. 질병이나 상해 위험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또 그 비용을 지불할만한 경제적 능력도 되지만 기존 보험에는 어느 정도 불신과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

(왼쪽부터) 이유진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윤예솔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

출근 전 가졌던 의문 하나가 여기서 풀렸다. 아니, 왜 플랫폼이 굳이 설계사와 선을 긋는가 하는. 3040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설계사와 보맵의 이미지를 분리해야 했다. 예컨대 보맵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사망보험금을 보장에 포함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필요한 보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창훈 이사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들었던 보험을, 저희 서비스가 ‘보험 핏팅’이니까 당신의 핏에 맞게 우리가 진단하고 추천해주겠다라고, 설계사와 각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팀에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험 설계와 보맵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래의 유튜브 광고다. 보맵은 데이터에 기반해 당신에게 딱 맞는(Fit, 핏) 보험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YouTube video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소비자가 어떤게 ‘핏’한 것인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보맵은 상품 구성의 단순화를 핵심 무기로 앞세웠다. 보맵 측에 따르면소비자들이 기존의 보험에서 나쁜 경험을 했던 것은 하나의 상품 안에 수많은 담보가 들어가 있어, 내 보험을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진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이와 관련해 “보맵이 던지는 메시지는 너 자신, 너의 가족을 위해 정말 필요한 만큼만 보험을 들었는지 플랫폼을 통해 확인해보고 만약 필요한데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걸 채워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맵 앱은 담보별로 쪼개서 어떤 보장이 충분한지, 또는 부족한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부족한 보험에 대해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다.

부족한 것만 채워가려면 보험은 잘게 쪼개져야 한다. 그래서 보맵은  최소한의 담보별로 상품을 쪼갰다고 했다. 마치 레고 블럭을 쌓듯, 필요한 것만 조립해서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다. 암 보험을 들려는 소비자가 암에 대한 지식만 잘 습득한다면, 여기에서 어떤 보장을 받는지 확인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정민 마케팅 팀장은 이와 관련해서 “쓱에서 장보기와 마켓컬리에서 장보기는 다르다”며 “쓱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가격별로 나래비 세우지만, 마켓컬리는 필요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소비자는 이 큐레이션을 믿고 구입한다. 보맵은 마켓컬리에서 장보는 것처럼 보험을 추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윤지상 사업실 매니저, 양호성 사업실 매니저, 최홍석 사업실 실장

이렇게 선택지를 주려면 기존 보험사와 협업도 잘 이뤄내야 한다. 좋은 상품을 많이 가져오는 것이 보맵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경쟁사들이 어떤 상품을 내놓았는지를 보고 보맵이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체크해야 한다. 이런 일은 보맵의 ‘사업실’에서 한다.

사업실이 독특한 점은 구성원 대다수가 보험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보맵의 다른 구성원들이 IT를 베이스로 한다면, 이들은 보험 현장에서 뛴 경험을 업무에 녹인다. 대면 채널 설계를 했거나 손해사정 업무를 했던 이도 있다. 보험 현장에서 뛰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맵에서 해결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업팀은 이날 회의에서 경쟁사나 다른 보험사들의 모바일 앱을 뜯어보며 보맵과 비교해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앱 개선 아이디어는 다른 팀과 공유된다고 한다.

겨우 하루 일하는데도 출입증을 만들어준 고마운 회사.

뜬금 없이 이게 뭐냐면, 성형에 가까운 포토샵 선물이다. 다름 아니고 출입증에 들어가는 사진인데, 입사자 전원의 사진을 브랜드 디자인실에서 공들여 얼굴과 살을 깎고 피부와 이목구비를 보정해준다. 일일 사원인 나도 받았다.

이 출입증 사진 보정 작업은 영광스럽게도 이 회사 창립 멤버에 준하는 이수미 UX/UI 매니저가 해줬다. 무려 옆에 나를 앉히고 포토샵 기능을 하나하나 설명해가면서 말이다. 이 사람 최소 포토샵 장인이다. 점토로 조각상을 빚듯 여기저기 살을 자연스럽게 떼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뒷머리를 잘라다가 옆머리로 붙여줬다. 성형을 왜 해, 여기서 포토샵을 받으면 되는데. 그러다가 나는 이 사진을 들고, 다음에는 강남언니를 찾아가야 할까를 한참 고민했다.

일일 사원의 사진을 공들여 깎고 있는 포토샵 장인 이수미 디자이너

part.2 “보맵은 보험의 미래가 될 수 있나?” 

마케팅 팀과 데이터 팀을 만나서 지금 보맵이 하고 있는 일을 전반적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하루 사원 주제에 뻔뻔하게도) 대표를 만나서 대체 어떤 비전을 갖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들어봐야 할 차례다. 그래서 마련된, 류준우 대표 인터뷰다.

류준우 보맵 대표.

주요 고객층이 20대에서 3040 세대로 바뀌었다

창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서 개인에게 맞는 보험을 추천해주고팠다. 그런데 처음에는 데이터나 역량이 없었다. 그래서 단계별로 온 거다. 또, 사회 인식 자체가 보험에 부정적이었다. 아무리 최적화한 서비스를 해도 그것 역시 영업으로 치부하므로 그걸 우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자가 자기가 든 보험이 어떤 건지 그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뒷단에 있는 사후관리 영역부터 해결해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쌓으려 했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받은 앞단의 소비자 데이터를 우리가 축적한 노하우로 분석해 추천해주는 로직을 그렸다.

처음엔 사후관리에 주력하다보니 이미 보험을 가지고 있는 고객이 대상이 됐고, 그 다음 어느 정도 우리가 보험을 추천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을 때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마이크로 보험을 전달을 했다. 마이크로 보험은 휴대폰, 강아지, 여행자 보험은 20~30대 젊은 층이 타깃이었고 지금 건강보험이나 암, 뇌/심장, 실손은 좀 더 보험에 특화된 30대 중반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거다.

소비자들 사이에 보험에 대한 불신이 있다. “꼭 필요한 것인가? 다 상술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보맵은 보험의 신뢰성 회복에 어떤 전략이 있나?

보험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놓고 봤을 때, 저희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무리하게 드는게 아니라 다른 금융소비에 지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보장을 갖춘다는 개념에서 그렇다. 꼭 필요한 금융상품, 내 인생의 동반자, 안전장치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누군가 죽어야 나오는 보험”이라거나 혹은 “지출하는 비용이 아주 큰 보험”이라는 기존 종합 보험 형태를, 다른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장 가벼운, 최소한의 금액으로 최대한의 보장을 받는 보험 형태로 고객에 추천한다면 그건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상품을 판다고 해서 더 신뢰를 해야 할 이유가 있나?

플랫폼이라고 해서 더 신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자기 설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설계사나 외부 영업으로 인해 고객이 잘 모른채로 의사결정이 내려졌다. 그렇게 가입하니까 소비자가 보험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

보맵이 기존 보험과 다른 하나의 사례가 사망 보험금이다. 젊은 사람들은 내가 죽고나서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보장이라는 것을 크게 와닿아 하지 않는다. 보맵은 앱에서 ‘보장 핏팅’을 받을 때 결혼하지 않은 젊은 층이라면 “당신은 사망 보험금에 가입하지 않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런 추천은 우리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걸 인지하는 고객들이 보맵에서 정보를 얻어서 본인 의사로 필요 여부를 선택해 가입하는 거다.

기존 보험사에서 보맵에 합류한 직원들이 인슈어테크만 하는 기업이 보맵밖에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더라. 그런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큰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빅테크들은 경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종의 파트너라고도 생각한다. 아직까지 온라인 보험 시장의 파이 자체가 전체 보험 시장의 10%가 채 안 된다. 심지어 생명보험은 1%도 안 된다. 그러다보니 이 시장 자체가 커져야 한다는 개념에서 경쟁자이자 파트너다.

그걸 좁혀서 생각해보면, 저희가 가진 전략은 빅테크와 조금 다르다. 토스나 다른 금융 앱은 보험이 가장 마지막 단이다. 송금, 은행 대출, 투자 다음이 보험이다. 보맵은 60명의 인력이 보험만 파고 있다. 어느 빅테크에서도 보험팀만 60명인 조직은 없다. 플랫폼 자체는 작지만 보험 인력은 더 많다.

또, 보험의 특성 상 금융 외에도 헬스케어와 큰 연관성이 있다. 보장분석 알고리즘에서 가장 큰 팩터는 기존 건강 데이터다. 건강 쪽 도메인을 선점하면, 빅테크에게는 낯선 영역에서 보맵이 노하우를 쌓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같은 종합 금융 플랫폼은 그들 안에서 보험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보험만 다루다보니 다른 채널과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보험을 취급한다면 우리가 그 섹터를 담당할 수 있다. 만약 네이버파이낸셜의 보험 섹터를 보맵이 담당한다면, 네이버파이낸셜은 핵심 역량을 고객들이 매일 쓰는 송금과 대출에 집중할 수 있다.

특정 보험사와 파트너가 되는 전략은?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는 보험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될 거다. 제조는 보험사가, 판매는 보맵같은 채널이 한다. 기존에는 이 판매 역할을 GA가 했는데, GA는 조금 더 전문화돼서 은행의 PB(프라이빗 뱅커)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지금처럼 “최소한의 보장만을 원해, 합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라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찾게 될텐데 보맵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 교섭력)는 고객 쪽에서 고민을 해 로직을 만들어내는 데서 나올 것이다. 보험사가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면 우리가 고객에 그 상품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로직을 만드는 거다.

보맵 같은 플랫폼이 당장은 설계사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짧은 미래에서는, 건강 보험은 설계사들이 주력으로 파는 상품은 아니다. 보험료가 낮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조금 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상품을 팔아야 수당으로 귀결이 된다. 예를 들어 월 1만원짜리 암보험 같은 거는 조금 떠 있는 영역인데, 오히려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라든지 홈쇼핑, 텔레마케팅 채널에서 판매하던 상품이다. 이런 거는 기존 설계사와 큰 갈등이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지금은 상품 판매를 네트워크로 하고, 전문지식이 약한 부분이 있다. 이제 고객들은 검색 능력도 있고, 스마트해졌다. 앞으로의 흐름은 이 분들도 전문성을 가진 컨설턴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보맵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보험사가 파트너가 되어야 하는데, 최근들어 보험사들도 자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지 않나. 이해관계가 상충할텐데

맞다. 보험사들도 자체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보험사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원하는 건 더 많은 정보와 선택지다. 설령 삼성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이 삼성의 플랫폼에 들어와서 삼성의 상품만 확인하고 가입이 이뤄져야 한다면 고객 사이드에서 신뢰도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보험사 플랫폼에 건강 연계형 보험 같은 것이 나오는데, 헬스케어 앱으로 포지셔닝 하려 하지만 고객은 기본적으로 보험사에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거다. 행여나 언더라이팅(보험 계약 심사)에 활용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또, 보험사는 금융 산업 안에서도 보수적인 집단이라 빠르게 고객의 반응을 보고 전략을 짜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우리와 같은 플랫폼을 빨리 섭외하면서 채널을 확장하는게 더 좋은 전략이라고 확신한다.

헬스케어 부문에서 확장 전략이 있나?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첫번째는 헬스케어다. 보험 산업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전에는 보험이 사후보상이었다. 그런데 이게 사고율 자체를 줄이는 사전 예방으로 가고 있다. 해외 같은 경우 보험사가 웨어러블 기기를 주기도 하고 원격 진료도 담당하기도 한다. 이런 것처럼 고객이 애시당초에 보험을 최소한으로 들게 만들고 이마저도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관리 영역으로 가는게 하나의 전략이다.

두번째로는 금융으로의 확장이다. 보험 안에서의 금융, 약관대출이나 연금 같은 거다. 연금이라는 것이 굉장히 크다. 지금은 연금이 종합보험으로 죽어야만 나오는 사망 보험금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고객이 넣는 돈에서 이 보험금이 빠진 채로 연금이 굴러가는데 고객은 이를 잘 모른다. 내가 100만원을 넣으면 다 펀드에 들어가는 줄 알지만, 보험금이 일부 빠진채로 가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거를 예를 들면, 연말에 소액공제 되는 연금 상품들 처럼 2030세대에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상품을 소비자에 보험과 똑같은 방식으로 잘 추천해주는 걸 준비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관련해서 어떤 협업이 이뤄지나

메디에이지와 협업한다. 2년 마다 받는 공단 건강검진 데이터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서 거기에서 보험으로 연결시키는 걸 하고 있다. 이게 조금 더 고도화해서 연말 정도에 선보일 ‘프롬 에이지’라는 서비스가 나올 예정이다. 건강 데이터와 여러 의료 정보를 종합해서 암 발병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래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걸 준비하고 있다.

보험은 글로벌 진출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또, 이미 글로벌로 성장한 보험 테크 회사들도 있는데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했다. 다만, 우리가 보험사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IT 기업으로 진출할 거다. 보맵이 자회사로 보험 대리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저희의 메인은 보험 섹터라기 보다는 보험사의 IT 파트너다. 동남아나 일본, 아시아 지역을 놓고 보면 우리보다 보험이 훨씬 더 낙후되어 있다. 디지털화가 더 되지 않았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인슈어테크는 아시아로 들어오기 쉽지 않다. 문화 자체가 너무 다르다. 그들은 건강보험사로 성장했고, 스스로 보험사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시아 시장은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보맵과 같은 보험사의 파트너 역할이 아니라면 단독으로 사업을 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비전을 말해달라

보험의 한 영역에서 의미 있는 고객 경험을 주는 회사로 포지셔닝을 하고 싶다. 이걸  단순히 국내에서만 이끌어내는게 아니라 글로벌로 디지털 파트너로서 고객에 대한 경험을 주는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되겠다.

또, 지금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얘기하고 싶다. 마이데이터가 열림으로  인해서 고객에 전가되는 밸류, 고객이 느끼는 편익은 굉장히 커질 거다. 고객은 이제 본인의 데이터를 자기가 쥐고 본인에게 의미가 있을 때만 그 데이터를 제공할 거고, 거기서 충분한 결과값이 오지 않으면 데이터를 차단해버릴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될 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데이터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최적으로 활요할 수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 이게 보험에도 당연히 적용될 거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데이터를 보험사들 역시도 소비자들 관점에서 좋은 상품을 제조하는 역할을 해야 할거고, 이걸 중간에 저희 같은 플랫폼은 마이데이터에서 고객들이 원하는게 정말 뭘까를 끊임 없이 고민하는 과제를 안게 된 건데, 그게 저희한테는 굉장히 큰 기회다. 보맵이 하고자 하는 길어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보맵이 어떤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고객이 자기 보험을 확인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 (정보가) 신용정보원에도 갔다와야 하므로 회원가입을 외부에서 하고 들어와야 하는 허들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데이터가 예전 보험 데이터를 활용 못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마이데이터가 열리면 고객이 허락해주면 그런 기록을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내놓아야 하므로 저희가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직은 개인 신용 데이터에 마이데이터가 한정되어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여기서부터 하나둘씩 열려서 의료나 소비, 행동 데이터까지 녹여질 거라고 본다.

데이터로 인간이 재구성되는 느낌이다

물론 고객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제공이 안 되겠지만, 그만큼 (정보와 보장이) 정교해지는 거다. 더 나아가서 지금은 혈압이 높거나 당뇨가 있으면 보험 자체를 경험할 수 없게 하는데, 보험은 정말 필요한 순간에 가입이 안 되는게 문제다. 이런 것들을 보험사들이 유병자 보험이라고 해서 아픈 사람을 모아놓고 만드는 보험이 있다. 이걸 만들었지만 대상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 마이데이터가 열리면 이런 부분도 더 잘 모일 수가 있다.

part3. 보맵의 프런트 맨, ‘모바일 앱

쭉, 보험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기존의 보험과 보맵은 무엇이 다른지를 교육 받다 시피 근무했다. 나도 모르게 ‘핏서비스 핏서비스’ 하고 입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쯤, 분위기가 확 바뀐 사업부로 배치가 됐다. 브랜드 디자인실이다.

보맵은 모바일 앱이다. 결국 누가 뭐래도 보맵의 첫 인상은 모바일 앱의 디자인과 그 사용 경험에서 결정된다. 이 최전선에서 뛰는 이들이 UI/UX 디자이너들이다. 잠깐 이태윤 브랜드디자인실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태윤 브랜드디자인실 실장.

이번엔 정말 미니 인터뷰 with 이태윤 실장

앱 디자인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나?

이용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디자인의 퀄리티를 두고 작은 것까지 고민을 한다.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일러스트, 아이콘, 타이포 그래피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른 대기업이나 여러 IT 업체들이 모두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사업 비즈니스를 먼저 놓고 생각하다보니 이런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보맵은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려 한다. 외부 채널에 보여지는 앞단에 최대한 신경을 쓴다.

최근 앱 디자인의 트렌드가 있다면?

힙한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한 번 클릭했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디자인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요약해서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 사람들이 한 눈에 팩트만 보고 싶어 하니, 한 번 클릭으로 서비스 보장 분석을 바로 진단할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한다.

장르 불문하고 모든 앱은 사용자의 시간을 두고 싸운다. 그래서 보험 앱이면서도 게임 요소 같은 걸 많이 신경 쓴다고 들었다

무브먼트한 부문을 어떻게 보여줘서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체류 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보험 앱이지만 일러스타가 반응해서 작게 움직이고 하는 요소들을 넣는데 사람들이 그런 걸 재미있어 한다. 보험이 재밌있다고 느끼게끔 보여주려고 하는데, 우리가 먼저 그런 걸 구현하면 다른 앱이 따라하진 않기 때문에 앞서 나갈 수 있다. 그게 불문률이다.

현대카드 전략인가?

맞다. 현대카드도 새로운 프로모션을 게임을 통해 내보이려고 하는데 보맵에서도 그런 전략을 준비 중이다. 예컨대 빙고 게임 같은 걸 통해 나에게 잘 맞는 보장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 등이다.

—————— 미니 인터뷰는 여기서 끝, 이제 다음으로 ‘데이터 기획실’로 넘어간다.

박소윤 데이터기획실 매니저, 김학도 데이터기획실 매니저

잇단 회의에서 꿀먹은 벙어리 역학을 맡았던 내가 입에서 소리를 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고맙게도 ‘맞춤형 근무’를 준비해준 데이터 기획실 덕이다. 대체로 보맵 식구들의 고민은 그런 것이다. 이 앱을 너무 많이 봐서 어떤게 좋고 어떤게 나쁜지 모르겠다는. 그래서 나는 실험체가 되었고, 간만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말을 했다. 위 사진의 포스트잇은 보맵 앱을 실행해보고 느낀 점을 열거해놓은 것인데 8할이 내가 떠든 얘기다. 대충 “이 그래프는 위에 숫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추천 보험이 1위인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얘기들이다. 허허. 퇴근하고 생각해보니 디자이너가 들었으면 경을 칠 일이었다. 죄송해요. 담에 보면 소주 한 잔 해요.

부록. 슬기로운 보맵생활

아래는 보맵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든 별지. 보맵 사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몇 사례를 소개한다.

  • 이 회사에는 ‘노션 요정’ 이 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앉혀놓고 노션을 가르친다고 한다. 노션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협업 툴인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단체 메신저가 될 수도, 위키가 될 수도 있다(물론 역량에 따라 그 이상의 가치도 발휘한다). 보맵은 그룹별로 회의 내용을 노션에 위키처럼 정리해놓고 쓴다.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그때 그때 노션을 검색해 불러와 회의에 활용한다. 노션 외에도 회의에 필요한 여러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 짝꿍 다이어리. 신입 사원에게 한 달 동안 짝꿍을 붙여주고 둘이 어떻게 친해지고 있는지를 노션에 올려야 한다. 증거로 사진도 첨부한다. 함께 취재에 나간 박리세윤 PD가 “군대의 사부-부사수 아니냐”고 말했고, 우리 둘만 웃었다. 대체로 함께 밥을 먹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회사 첫 출근하면 뻘쭘한데 적응 기간을 줄이려는 시도다.
  • 점심 메이트가 있음. 이전에, 지금처럼 조직이 커지기 전에는 모두 같이 밥을 먹고는 간단한 내기를 통해 커피 쏘기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내 밥 메이트가 다섯이길래 호기롭게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했고, 그 결과 똥손(=나)은 1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샀다. 그 와중에 직원 할인 50% 받아서 좋았다.
같이 밥 먹어준 고마운 분들. 왼쪽부터 심혁주 매니저, 김채원 매니저, 이수미 매니저.
  •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분위기. 각자 소속된 ‘실’이 있지만, 업무는 프로젝트 단위로도 돌아간다. 프로젝트에 필요로 하는 인원이 각 실에서 차출된다. 한 프로젝트에 여러 실의 인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보 공유가 빠르게 일어날 수 있어 보였다.
  • 대표적인 프로젝트 팀으로 BBC팀과 내보험팀이 있다. BBC라고 하니까 얼핏 치킨도 떠오르고 또 외국 뉴스 채널도 생각나지만, 사실 이 팀에서는  보맵 외 여러 채널에서 보험 가입이 이뤄질 수있도록 상품을 공유하는 일을 한다. 예컨대 야놀자와 협업해서 야놀자 앱에서 여행자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 또 다른 프로젝트 팀인 내보험팀 회의에서는 이날 꽤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됐다. 그 중 하나가 ‘보장핏팅 서비스’와 관련해 무엇을 전진 배치해야 하는가 등이다.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회의 분위기는 진중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할 말을 안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회의 현장. 선생님들, 여기 외부인 있어요. 저는 이만 퇴근할게요!

[지금까지 출근한 곳]
[출근했습니다] 밭뙈기 하나 없이 감자 시장 1위된 농테크 스타트업 ‘록야’
[출근했습니다] 누가 ‘데이터 라벨링’을 디지털 노가다(?)라 했는가

<공동취재>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network
바이라인네트워크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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