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습니다] 한 점의 방어회가 당신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날이 춥고 냉동창고에도 들어가야 하니 따뜻하고 편안한 옷을 입고 오세요.”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근해도 된다는 말에 꽂혀 인어교주해적단(이하 해적단)의 시그니처 색인 파란색 후드티를 구매했다. 비록 하루 출근이지만, 복장부터 준비하는 것이 신입직원의 올바른 마음가짐아니겠나. 이때만 해도 해적단에 출근하면 내가 직접 펄펄 뛰는 활어를 한 손으로 잡아 척척 나르고, 수산시장에서 회도 뜨고 그럴 줄 알았다. 그 꼬리에 뺨을 맞는다면 다음날 얼굴 면적이 두 배가 된다는 무게 10킬로그램 방어의 위엄과, 내 얼굴을 향해 집게발을 날리며 사람 어금니만한 앞니로 입질을 반복하는 킹크랩을 영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box type=”bio”] 인어교주해적단은 어디?
스타트업 ‘더 파이러츠’가 운영하는 수산물 정보 플랫폼이다. 핵심 콘텐츠는 ‘오늘의 시세’로 700여 수산물 판매처의 시세를 업데이트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정확한 수산물 가격을 알림으로써 젊은 층이 수산물 시장을 부담없이 찾을 수 있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점은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나 돈은 수산물 도소매 유통에서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플랫폼에서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까지 총 202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향후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box]
챕터1. 자정의 연안부두
자정을 한 시간 앞둔 연안부두. 영하에 접어든 날씨.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했다. 나와 이호준 인턴기자를 실은 차량이 어두운 골목을 여러번 꺾어 커다란 물류창고 앞에 도착했다. 작업용 방수복을 입은 청년들이 오가는 건물 앞은 조명으로 환했다. 입구에서, 정말 해적단이나 외칠 것 같은 암호를 외치니 문이 열렸다. 내가 구호를 외친 것은 아니니 나는 창피하지 않다고 최면을 걸었다. 우리를 맞이한 이는 인어교주해적단(이하 해적단)의 인천지사를 맡고 있는 야전사령관, 안대현 상품운영본부장이었다.
해적단의 물류 창고가 가장 바쁜 때는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다. 오전 중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발주 받은 생물을 물차에 실어내보내는 시간이라서다. 겨울은 사람들이 ‘횟감’을 가장 많이 찾는 때인데, 12월에는 특히 방어의 인기가 높다. 창고안 활어 수조에는 소매가로 킬로그램당 2만5000원에 팔리는 방어 떼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안대현 본부장에 따르면, 전날 공수해온 강원도에서 잡은 자연산 방어다. 수조 내부는 가능한 자연 상태와 비슷하게 유지하지만, 예민한 방어는 인공 환경을 견디지 못한다. 방어는 인천의 활어 수조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이튿날 새벽 물차를 타고 수도권 전역의 수산시장이나 횟집, 식당으로 가 접시에 오른다.
지난 4일 출근 차 찾은 인어교주해적단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인천 연안부두의 물류창고였다. 출근 전에 미리 받은 일과표는 오후 2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일정이 빼곡했다. 서울 양평에 위치한 해적단 본사로 출근해 사무실 직원들과 미팅을 갖고 노량진 수산시장을 찍은 후 여의도의 해적단 거래처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인천 연안부두에서 물류창고를 체험하는 스케줄이었다. 해적단의 박송이 이사는 이 모든 스케줄의 정점에 연안부두가 있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약간 의아했다. 내가 아는 인어교주해적단은 수산물 시세 정보를 알려주는 플랫폼인데, 왜 물류창고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지?
챕터2. 교주는 왜 해적단을 만들었나
의아함을 풀기 위해선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해적단 교주 윤기홍 대표의 창업스토리다. 인어교주해적단은 2013년에 ‘블로그’로 시작했다. 패션사업으로 창업했다가 뜻대로 투자를 받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했던 윤기홍 대표가 다음으로 눈을 돌린 분야가 ‘수산업’이다. 보라카이에서 맛본 칠리크랩을 국내에 들여오면 잘 팔리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칠리크랩은 한국인에겐 낯선 음식이었다. 그런데 이때, 윤 대표는 중요한 것을 하나 깨달았다. “칠리크랩이고 뭐고, 나는 수산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공자 왈, 무지를 깨닫는 것이야 말로 앎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알려면 스승을 만나야 하나니, 곧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행보를 정했다. 그곳에는, 살갑진 않아도 수산물을 파는 것에 대해서는 잔뼈가 굵은 스승이 점포마다 있었다. 이들과 부딪히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사를 하면서 어떤 문제를 느끼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답이 나왔다. 말해 뭐해. 사진기를 들고 수산물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이 가게에서는 어떤 횟감을 파는지, 시세는 얼마인지 올려놓은 블로그에 생각보다 빨리 반응이 왔다. 블로그 보고 왔다는 손님이 생기면서 윤기홍 대표의 말도 시장에서 먹혀들기 시작했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시작이다.
[box type=”bio”] 수산시장 상인 인터뷰 “나는 왜 해적단에서 물건을 팔기를 결정했나”
인어교주해적단에 대한 노량진 상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현장에 동행한 이호준 인턴기자가 인어교주해적단의1호 점포인 당진수산 김영주 대표와 미니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는 이호준 기자가 김영주 대표와 나눈 대화를 직접 정리한 내용이다.
“윤기홍 대표가 처음에 카메라 한 대 들고 왔어요.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고. 수족관 청소 중이니까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시장 한 바퀴 돌고 오더라고. 우리 집 음식을 사진 찍어서 자기네 블로그에 올리겠대요. 하라고 했죠 뭐. 그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온거고.”
김 대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젊은 층이 유입된 이유로 ‘인어교주 해적단’ 효과를 꼽았다. 해적단은 상인들과 함께 메뉴를 만들고, 블로그에 가게 상호를 노출시켰다. 수산시장을 낯설어 하던 젊은 층이 해적단의 콘텐츠를 보고 노량진을 찾았다. 사람이 늘어나니 매출도 따라 올랐다.
“2014년 때만해도 인터넷을 활용하던 점포가 거의 없었어요. 손님 오시면 물건 흥정해서 팔고 그런 식이었죠. 그런데 윤 대표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젊은 층을 많이 끌어들였어요. 인어교주 해적단을 보고 온다는 걸 체감으로 많이 느꼈어요.”
그사이 상인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김영주 대표도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실수를 지적하는 손님들을 자주 마주했다고 밝혔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수산물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실시간 댓글로 후기를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처음엔 당황했고, 때때로 기분 나빠하던 상인들도 차츰 소비자 의견을 받아들였다.
“인어교주 해적단 덕분에 시세나 수산물 정보를 많이 알게 되면서, 손님들이 이제 상인들을 지적하시는 거에요. ‘회가 왜 이렇느냐, 사이즈가 이게 뭐냐. 왜 시세보다 비싸냐’ 등등. 솔직히 처음에는 기분 나쁘게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인터넷으로 장사를 해야하나 하고 후회도 했죠. 그런데 그게 다 내 발전을 위해서 잖아요? 그거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지.” [/box]
챕터3. 해적단의 ‘거꾸로’ 전략
윤 대표가 수산물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일 먼저 만난 이가 ‘상인’이라는 점은, 인어교주해적단의 궤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통상, 농수산물 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은 ‘생산’부터 시작한다. 귀농을 한다거나 품질 개량, 생산량 증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바닥에 뛰어든다. 그리고 나서야 이 생산물을 팔기 위한 채널을 뚫는다. 그 판이 커지면 전국단위 유통에 돌입하는 수순이다.
해적단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물건을 떼다가 소비자에게 잘 파는 것’이다. 애초에 상인들의 파트너로 시작했으니, 해적단은 좋은 물건을 대량으로 떼와서 횟집에 납품하고, 이 횟집을 일반에 잘 알리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잡았다. 판매와 유통이다.
아까 해적단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물류창고’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적단의 가장 큰 수익은 플랫폼이 아닌 도매 유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천의 물류창고에는 활어 수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에서 얼어서 물건너온 연어나, 타이거 새우 같은 것들이 냉동·냉장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비행기 타고 날아온 수산물은 해적단의 탑차를 타고 전국 각지의 시장으로 보급된다. 연어가 한국에서 이렇게 날개돋힌 듯 팔리는 수산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해적단이 보기에, 국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산물이 ‘넥스트 연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수산물 도매 시장에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는 이유다.
그 다음은? 소매 판매에 직접 뛰어드는 수순을 택했다. 해적단이 요즘 공들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플랫폼 내 ‘쇼핑’ 코너다. ‘하동녹차 참숭어 필렛’이나 ‘국내산 동죽’ ‘스테이크용 생연어’ 같은 상품을 기획해 직접 소매 판매한다. 점심 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도착하는 배송도 일부 품목에서는 한다.
제휴 영업팀이나 MD팀은 전국을 돌며 ‘될 만한’ 수산물’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쏟는다.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 물었더니, 강세영 커머스본부 MD1팀장은 “어떨 때는 어촌에 내려가 무작정 제휴하자고 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스타트업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윤 대표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0명을 100억원대 부자로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했던데, 그말을 한 이유를 조금 알겠더라.
제품 수급과 기획만큼 중요하게 보는 것은 꾸준한 상품 검증이다. 수산물은 특히 소비자들이 ‘상태’를 민감하게 본다. 따라서 해적단원들은 거의 매달 해산물 택배를 받는다. 일반 소비자처럼 똑같이 구매해 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한다. 박스 포장상태에서 부터, 무게와 갯수, 신선도 등이 점검 대상이다.
그리고 남은 해산물은, 먹는다. 어디서? 사무실에서. 해적단 삼년이면 회에 한해서는 장금이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광어 맛이 나서 광어 맛이 난다고 하였사온데, 왜 광어맛이 나냐고 물으신다면, 정도는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챕터4. 플랫폼으로는 큰돈을 벌지 않는다
사람들이 인어교주해적단을 알게 된 계기는 블로그였을 수도 있고 모바일앱이나 홈페이지 같은 플랫폼일 수도 있으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마케팅 채널일 수도 있다. 수산물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소비자들은 각종 채널을 통해 인어교주해적단에 유입되고, 여기에서 수산물 소매상을 만나 상품을 구매한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돈을 번다. 그것이 중개 수수료든, 아니면 광고비든 말이다.
해적단에 하루 출근하고 무릎을 탁, 쳤던 두번째 순간은 인어교주해적단이 이 플랫폼으로 돈을 벌 생각이 별로 없다는 걸 안 순간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해적단 제휴업체들은 광고비나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대신 월회비가 있다. 그런데 이 월회비의 기원이 다소 특이하다.
처음에 “매출을 늘게 해줬는데 받아가는 돈이 없으니 해적단은 무얼 먹고 사느냐며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월회비를 걷어 냈다”는 말을 해적단 측으로부터 들었을 때는 ‘설마’했다.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나쁜 습성이 내게 있다. 그런데 같은 말을 수산시장의 상인으로부터 들었을 때는 놀랐다. 아직까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 플랫폼에 지불한 사례는,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다.
해적단은 장기적으로 월회비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또, 제휴처를 빨리 늘리지 않는다는 계획도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1층과 2층에는 600개의 횟집이 있는데 이중 100여곳이 해적단의 제휴처다. 제휴점을 늘리는데 신중한 까닭은, 중개수수료나 광고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는 이유와 같다. ‘평판 관리’다.
점포로부터 돈을 많이 받으면 원치 않는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장은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평판을 갉아먹게 되는 그런 요구 말이다. 해적단을 믿고 샀는데 질 나쁜 상품이 왔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플랫폼의 신뢰에는 큰 타격이 온다.
해적단은 지난해 자체 기획해 판매한 ‘킹크랩’으로 이미 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게의 살이 꽉 찬 정도를 살수율(살과 물의 비율)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기대치 대비 현격히 떨어지는 제품이 소비자에 배송돼 비판을 받았다. 고객 항의가 빗발치면서 결국 사과하고 환불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지만, 신뢰도에 타격을 받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해적단은 지금도 그 때 일을 뼈아프게 기억한다.
따라서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만큼의 숫자로 제휴처가 늘어나는 일도 해적단으로서는 경계할 일이다. PR팀의 서재환 사원은 “회사 차원에서 모든 판매점포를 제휴처로 받아들일 계획은 없다. 신중하게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챕터5. 플랫폼으로 버는 것은 신뢰와 관심이다
그렇다면, 무릎을 처음으로 탁 쳤을 때는 언제였을까. 출근 후 처음으로 배치된 부서에서 1년 만에 베테랑의 자리에 올라선 김채현 제휴담당을 만났을 때다. 사실상 인어교주해적단의 아침을 여는 이다. 김 채현 담당이 하는 일은 ‘오늘의 시세’ 확인이다.
아, 잠깐. 여기서 ‘오늘의 시세’가 뭔지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개인적으로 음식점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는 ‘싯가’다. 내가 쏘겠다고 폼잡고 들어갔는데 싯가라고 써있는 메뉴를 고르면 쫄린다. 젊은 층이 수산시장을 피했던 이유도 ‘싯가’로 호갱이 될까 두려웠던 것도 있다. 오늘의 시세는 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수산물의 가격 변동을 체크해 일반에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김채현 담당과 팀원들이 체크하는 시세는 전국 700곳의 조업 현장, 수산물 판매점 등이다. 구역별 담당자는 오전부터 해당지역 조업 현장이나 점포로부터 그날의 시세를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아 시세 표기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점심 때까지 연락이 없는 곳은 직접 전화해 확인을 한다. 매일 반영되는 시세는 그 자체로 해적단이 구축하는 ‘빅데이터’다. 수산물의 가격 변동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반영해 어떤 그래프로 움직이는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고객 관리다. 주로 좋은 댓글보다 안좋은 댓글에 집중해 답을 한다. 위험 관리인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감해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잠깐 자리에 앉아서 문장의 절반은 욕설인 댓글에 답을 달아봤다. 옆에서 CS를 담당하는 류원영 팀장과 이송아 파트장이 “기잔데 잘 다시겠죠”라고 세상 해맑게 웃는데 진땀이 났다.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았지만 “다음에는 불편을 겪으시지 않도록 (문제가 된 가게와) 소통을 해보겠다”는 대답을 작성하는데 거의 3분 이상 걸렸다. 작은 실수가 자칫 고객의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소심하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상대편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과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시세 공개와 CS로 신뢰를 꾀했다면, 유튜브와 콘텐츠로는 소비자의 흥미를 산다. 해적단은 그 자체로 유튜브에서 꽤 인기 있는 채널이다. 최근 올린 ‘게살을 바르는 중입니다’ 영상은 21일 기준 18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하루만에 ‘대박’의 조짐을 보였는데 덤덤한 척 하는 영상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거 내가 봤다. 김명인PD, 주상진PD, 류재진PD, 이동현PD는 수산물을 주제로 한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 편집해 올리는 일을 주업으로 한다. 유튜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 해적단에서도 영상팀이 별도로 운영된다. 영상 외에도, 해적단의 웹과 앱 페이지에서는 수산물과 관련한 여러 콘텐츠가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올라오는데 이는 디자인팀이 맡는다. 형보라 디자이너, 이시영 디자이너, 안혜민 디자이너가 한 팀이다.
챕터6. 해적단의 비전
“바다와 관련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적단은 ‘바다’와 관련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멀게는 해양 관광도 해적단이 꿈꾸고 있는 사업 분야 중 하나다.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간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전까지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맛있는 수산물을 국내로 공급해 판로를 확장하는 것이 해적단의 우선 목표다.
한 가지 더. ‘연결’에도 포커스를 둔다. 지금까지 해적단을 키운 것이 국내 수산물 공급자와 수요자를 적절히 연결시켜온 힘이다. 이 연결의 범위를 넓혀 글로벌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산지와 고객, 상인을 삼자로 연결했다면 이 범위를 세계로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사명은 더 파이러츠다. 영어로도 해적이라는 뜻이다. 해적은 해협을 넘나든다. 혹시 모르지 않나. 지금은 작은 이 해적이 언젠가 세계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날이 오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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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이호준 인턴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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