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첫 번째 출근지, ‘록야’는 어떤 곳?

박영민, 권민수 두 청년이 의기투합해 만든 10년차 농업 스타트업. 원래는 하루 출근하려고 했는데 6월이 바로 감자 수확철이라는 말에 수확부터 유통까지 과정을 보려고 무려 1박 2일을 출근했다. 록야의 주업은 ‘감자 유통’이다.  직접 농지를 사서 재배하는 것은 아니고, 감자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요-공급’을 만들어내는 ‘농업계의 에어비앤비’를 추구한다. 감자 종자 연구부터 시작해서 생산과 수확, 유통까지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10년치 쌓인 데이터를 갖고 지금은 자체적인 ‘시세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한다. 감자나 콩, 양상추와 같은 일부 품목을 주로 다루지만 앞으로는 농가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가공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팜에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프리 시리즈B 단계까지 총 4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평생 볼 감자 다 봤다.

1일차. “농사는 체력이다”

“농사에는 일요일이 없다”

일요일 오전 9시 40분, 공주역. 일일 직원이 삽질하는 걸 굳이 영상으로 찍겠다는 박리세윤 PD와 합류했다. 우리의 출근지는 부여군 석성면 봉정리의 한 감자밭. 공주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록야의 박영민 대표와 합류해 목적지로 옮기기로 했다. 신입 주제에 출근길에 대표를 불러내는 위엄.

농업에 무슨 스타트업이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서울과 수도권으로만 이뤄진 나라가 아니다. 실제로 서울-경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주요 산업인 농어업이나 관광 등에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를 육성하는 각종 지원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식량’을 만들어내는 농업엔 투자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봐서다. 그래서 시리즈A를 성공적으로 마친 록야에 관심이 갔다.

저 포대는 이렇게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로 나간다.

#1. 감자밭

신입의 출근지는 감자밭이다. 혹시 준비물이 있느냐 물었을 때 박대표는 태양을 피할 챙 넓은 모자와 팔토시, 등산화를 말했다. 산은 그저 보는 대상인 나에게 등산화가 있을리 없다. 그래서 챙겨온 장화를 신고 밭으로 향했다. 노동지라고 생각하니 너무 넓어서, 만평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 평수는 3000평 규모다. 록야는 부여에서 이같은 농지 여러곳과 계약해 감자 생산을 돕고 수확물을 유통한다. 록야가 관여하는 농지는 부여에서만 약 11만평이다. 강원, 대구 등에도 이런 계약 농지가 있다. 박 대표는 “전국 감자의 1%는 록야가 유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록야의 직원들이 각 지역을 책임지고 맡아 일하는데 부여에 박영민, 구미에 권민수 같은 식이다.

“산지 담당자가 해야할 일은, 이 밭의 농작업이 원활히 이뤄져서 원하는 만큼의 수량이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박 대표에게서 받은 미션이다. 스타트업 대표라고 하면 응당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는데, 박 대표에게는 저 밭의 고랑이 프로그램 코드 줄바꿈 정도로 보이는 듯 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밭에 누가 나와 있는지를 체크하고, 크게 이름을 불러 인사를 한 다음 빠르게 감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현장을 뛰지 않으면 지금 밭의 상태를 알 수 없고, 밭의 상태를 모르면 계약된 만큼 안정적인 감자 공급을 할 수가 없다. 하필, 올해 일부 밭에 ‘더뎅이 병’이 돌았다. 감자 표면이 벌레 먹은 것처럼 살짝 파이는 병이다. 아직 더뎅이 병에는 약이 없다. “사장님, 내년엔 밭을 한 해 쉬어야 할 거 같아요” “보기에 그래?”라고 아쉬워하는 농가 주인을 박 대표가 위로한다.

록야 박영민 각자대표. 농가 사장님이 박 대표를 칭찬하려고 “박 대표가 매주 일요일마다 여기에 와”라고 말하자, 박 대표가 “사장님이 일요일마다 오시는 거겠죠”라고 응수한다. 밭주인보다 밭에 더 자주온다고 자신하는 클래스.

록야의 가장 큰 장점은 대표들이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농가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창업 초기 매월 ‘1만km’를 달려 농가를 찾고 ‘계약재배’ 시스템에 들어오라 설득했다. 처음엔 들은 척 하지 않던 농민들도 매일 같이 찾아와 얼굴 보여주고 밭일 돕다 저녁에 소주 한 잔 함께 하는 청년들을 믿기 시작했다. 전국 단위 록야 네트워크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 계약 규모가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있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록야의 미래 성장에서는 고민 지점 중 하나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대표들이 현장에 매몰돼 있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투자자들로부터 나왔다.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는 것도 리스크다. 박영민, 권민수 두 대표도 느끼고 있던 바다. 록야가 인재 확보에 관심을 들이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2. 프로그램에만 QC가 있는 것이 아니다

QC의 현장.

내게 내려진 첫 임무는 더뎅이병에 걸린 감자를 골라내는 품질검사(QC)다. 병에 걸린 것 외에 표면에 흠집이 생긴 감자도 포대에 담기지 못한다. 시장에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까운 감자들은 나중에 가공 과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일부 공급되기도 한다. 록야가 하는 일 중 하나에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 식품, 혹은 가공 상품 개발도 있다. 포대 위로 정신을 차릴 새 없이 새 감자가 쏟아진다. 집중하지 못하면 1차 선별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별거 없어 보여도, 이 과정이 없으면 나중에 시장에서 반품되는 감자의 비율이 높아진다. 성공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매의 눈과 빠른 손이 필요하다.

왜 감자 수확부터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밭에서 감자를 캐내는 작업은 이제 기계가 하기 때문이다. 수확기를 단 트랙터가 밭고랑을 한 번 밀고 나면 땅 속에 묻혀 있던 감자가 지표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역할은 여기부터다. 통상 밭 주인은 수확 철에 일당을 주고 사람을 부른다. 대부분은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라, 한국말에 서툴다. 그래서 “이렇게 생긴 감자는 포대에 넣지 마세요”라는 말을 바디랭귀지로 해야 한다. 물론, 나는 영어나 베트남어보다 바디랭귀지를 잘 한다.

찰떡같이 알아들으신다.

#3. 이밭에서 저밭으로

어느 한 밭의 일이 끝나간다고 해서 기뻐할 순 없다. 왜냐면 다음 밭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말이 1000평이지, 이 밭에서 다음 밭으로 넘어가는 길만 해도 꽤 길다. 와, 내 저질 체력 보소. 숨을 헐떡이는데 박 대표가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자 줍는 여인들.jpg


#4. 감자 포대를 날라보지 않은 자, 감자칩의 맛을 논하지 말라

점심시간. 부여시장에서 콩국수(6000원에 세상에서 맛본 것 중 가장 맛있는)를 먹고 다시 박 대표의 차를 탔다. 왜 새참은 주지 않았느냐고 항변하자, 박 대표가 “노동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답했다. 그래, 밥 먹었으면 일해야지. 다시 노동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런데 밭으로 돌아가는 방향이 달라졌다. “아까 거기로 가는 거 아닌가요?” “아, 지금 다른 농가 주인분 연락이 와서요, 그쪽 상황을 좀 봐야해요.”

현장의 일은 계획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박 대표는 한 명이고, 찾는 사람은 많다.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니 비탈에 감자밭이 펼쳐져 있다. 다음날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미리 밭 상태를 점검하는 곳이었다. 트랙터가 다닐 공간 마련을 위해 일부 수확에 들어갔다. 농가 사장님 혼자서는 저 포대를 트랙터까지 옮기는데 힘에 부칠 것 같았다. 내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박 대표가 “제가 날라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잠깐 하늘을 올려보고, 박 대표를 슬픈 눈으로 쳐다 본 후 포대를 집었다. 그리고 트랙터를 향했다.

 

이 감자는 여러분의 맥주 안주 감자칩이 되어 돌아옵니다.

 

밭에서 막 캐낸 감자의 겉면은 보드라워서 장갑 낀 손으로 흙을 털어내면 껍질이 같이 벗겨질 정도다. 이 감자들이 포대에서 숙성되면 껍질이 조금더 단단해지게 된다. 똑같아 보이는 감자라도, 종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쪄 먹는 감자도 있지만 아예 감자칩 용으로 재배되는 종도 있다. 이런 감자는 전분 함량이 높아 굽거나 튀기는데 적합하다. 국내 유명 식품회사에서 만드는 인기 감자칩에도 록야가 유통하는 감자가 쓰인다. 스낵 봉지 뒷면 원산지 표기에 ‘국내산’이라 쓰여 있다면 높은 확률로 록야가 관리하는 밭의 감자일 것이라고 박 대표가 설명했다.

 

2일차. “감자밭은 록야의 현재, 연구소는 록야의 미래”

#1. 사무실

새벽같이 일어나 서울 사무실로 출발했다. 그곳에서는 기획팀과 재무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표가 운전하는 두시간 반 동안, 차 앞자리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도착한 수서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 록야의 사무실이 마련돼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회의실로 직행했다. “자네가 오늘 신입 직원인가” 하는 눈빛 포스의 송화면 COO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박영민, 권민수 두 어부에 낚인 사람들. 사진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송화면 사업운영대표(COO), 박진호 책임연구원, 배준영 재무성장팀장.

회의의 주제는 ‘소재개발’과 ‘연구소 설립을 위한 예산 책정’이다. 헐, 신입사원한텐 너무 가혹한 주제다. 송 COO는 내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했지만, 자신있게 “예!”라고 답한 나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사라져야 했다. 그렇게 슬픈 눈으로 절 보지 마세요, COO님…..

록야는 현재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작물을 잘 키우는 것만큼, 시장에 서 어떤 부분을 목말라 하는지 파악하고, 어떤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를 빨리 파악해 차세대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감자밭이 지금 록야를 키운 현재라면,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소재들은 앞으로 록야를 먹여살릴 미래다. 회의에 참여한 박진호 책임연구원과 배준영 재무성장 팀장은 열정적으로 회의에 임하며 의견을 냈고, 나는 그동안 노트북 메모장을 켜놓고 부질없이 회의록을 작성했다.

#2. 사람 낚는 어부

회의 때 만났던 송화면 COO도 농심의 임원 출신이다. 재무팀장도, 연구원도 모두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락시장에서 오늘 판매할 채소를 선별하고 있는 노승환 팀장은 GS리테일에서 구매담당을 했던 이들이다. 처음엔 대체 왜 내가 스타트업에 합류하나 라고 말했던 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이 주역이 돼 일할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려 록야에 합류했다.

#3. 가락시장에서 하남으로

하남에는 록야의 물류 창고가 있다. 노승환 팀장의 인도 아래 하남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가락시장 등에서 사온 30여개 종의 신선한 채소가 개별 포장된다. 당신이 마켓컬리에서 특정 브랜드의 대파나 부추, 양파 등을 구매한다면 이는 록야가 선별해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다. 그 판매 규모가 꽤 커서 록야의 든든한 매출원 중 하나다.

당신이 전날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양파나 부추, 대파 등의 유통 일부를 록야가 맡고 있다.

작업반장님의 지시에 따라 대파 포장 작업에 투입됐다. 일정한 크기로 잘린 대파를 한 묶음으로 포장하기 좋게 모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으면 되는 일이었다. 포장이 쉽도록 대파의 흰 머리 부분이 나와 반대 방향을 향하게 놓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도 실수를 했다. 민망했다. 분위기를 만회해보기 위해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뭔가요?”라고 작업반장님께 물었다. “눈치요”라고 답이 돌아오는 순간, 나는 “그럼 저 다른 일을 할까요?”라고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양파 한 망을 만드는데 3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옆자리 사수는 무섭지만 따뜻한 분(하트)

부추를 자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정한 크기로 잘라야 하는데다, 조금이라도 흠집이 난 부분은 모두 제외해야 했다. 남들의 작업 속도를 따라 잡기는 어려웠다. 역시 베테랑. 그러다 최고난이도라는 양파 포장 작업에 투입됐다. 여러분, 양파 그냥 망에 넣는 것 같지? 한 번 해봐. 양파망을 보면 눈물 날 거다. 우선 망이 안정되도록 균일한 크기의 양파 세개를 밑에 깔아야 한다. 주의할 점은 양파의 머리가 한 군데로 모이도록 방향을 잡아야 나중에 망 모양이 예쁘다는 거다. 상표를 넣고, 계속해 망 모양을 유지하며 적절한 크기의 양파를 머리가 하나로 모이게 집어 넣고 묶었을 때, 이 무게가 1.5kg을 거의 정확히 맞춰야 한다. 예쁘게 담는건 실패했지만, 대략 무게는 맞췄다. 우리가 쉽게 배달 받는 모든 식료품에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동이 들어가 있다.

드디어 12시. 한창 작업중인 트레일러를 벗어나 장갑을 벗었다. 일하기로 약속된 시간이 지났다. 야호, 퇴근이다!

록야 박영민 각자대표 미니 인터뷰

박영민 록야 각자대표. 공동창업자이자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민과 권민수는 대학에서 만났다. 한 명은 농업, 다른 한 명은 원예를 전공했지만 ‘창업 대회’를 통해 연을 맺었고, 졸업 후 각자의 일을 하며 고민을 나누다 결국 창업에 의기투합했다. 한때 록야는 재배기술 특허를 받은 ‘꼬마감자’로 유명했으나, 앞으로는 기계가 농업을 대체하는 날, 농민들이 할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 산업을 만들어내는데 커다란 계획을 갖고 있다.

록야는 어떤 곳인가?

기본적으로 농업회사 법인이다. 농업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 하는 걸 목표로 세워졌고, 그러다보니 종자부터 생산, 유통,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정자에서 인터뷰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사람들이 “무슨 농업에 스타트업이야?”이런 생각을 할 것 같은데

스타트업 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에 시작을 했다(창업 10년차). 그 때는 벤처 열풍이라고 했고, 스타트업이란 단어 가 있을 때는 아니었다. 농업이 워낙 낙후되어 있는 만큼 그 사이를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농업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은 스타트업들이 채워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스타트업이 더욱 많이 필요한 영역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록야가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일인가

우리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는데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어디에 집중했는지는 (회사 성장의) 단계별로 좀 달라진 거 같다. 초기에는 농업의 근본이 되는 종자에 집중을 했고, 그걸 가지고 전국단위 산지를 구축을 하는 것- 파트너 농가를 확보하는데 아직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지난 한 3년 동안은 작물의 확대와 기술 연구개발(R&D)쪽에 시간과 자금을 할애하고 있다.

록야가 농업을 바꿔 놓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계약재배’라는 시스템이 안착 되기를 희망해서 계속 노력을 했다. 그리고 농업이 각 밸류체인 별로 단절해 존재하고 있었다. 종자는 종자대로, 생산활동은 생산만, 유통도 단일채널 위주로 해왔다면 이 모든 걸 원스톱으로 하는 밸류체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농업 이라고 하긴 너무 넓고, 지금 밭작물 쪽을 저희가 좀 선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 이 시스템으로 들어오라고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을텐데

처음에는 소개를 받아서 만나게 되는 접근방식을 가장 많이 썼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자주 보는 수밖에 없다. 전화하고 현장에 찾아와서 애로사항을 듣고, 같이 술도 한 잔 하기도 하고. 시간과 정성이 답이지, 다른 뭔가에 스킬이 있다고 하긴 좀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신뢰를 가장 지켜야 한다. 우리가 약속한 부분이니까. 그런 것이 한 해 한 해 쌓이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 같다.

계약재배 시스템의 강점이 뭔가?

생산자 입장에서는 경영이 되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정해진 그 단가가 있으니까 자재비부터 인건비까지 내가 얼마를 투입해서 얼마를 벌 수 있는지가 나온다. 그 전에는 판매단가가 고정이 안 돼 있으니까 나중에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내가 번 돈 같지만 사실상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폭락, 폭등 장에도 안정된 경영을 할 수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어떤 공급사나 고객사에게 (상품을) 전달해 드려야할 때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가격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결과적으로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헤징(가격 변동 위험을 막는 거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창업한지 10년이 됐다. 그 사이 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그 데이터를 갖고 준비한 게 있다고 들었다

그전에는 데이터를 단절되게 쌓아왔던 것 같다. 지금 여기 있는 부여의 어떤 농가가 어느 땅에서 어떤 토질이고 배수는 어떻고 이런 것이 그때그때 수기로 적어서 그냥 종이나 파일로만 남아서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5~6년차 쯤 되니까 정성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농업의 형태를 데이터적으로 판단하면 연속선상으로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팜에어’라는 자회사를 2017년에 만들게 됐고, ‘예측농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시세예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시세예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어떤 것이 좋아졌나?

좀 더 사전, 사후 대응이 빨라진 거 같다. 이미 어느정도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수습하기가 어려운데 저희가 미리 데이터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하고 그 데이터가 맞는지 경험을 녹이고, 그걸 통해서 남들보다 1~2개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되게 큰 장점이다. 특히 대다수의 밭작물이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에 결정이 된다는 걸 보면 그 1~2개월을 먼저 행동할 수 있다는 건 되게 큰 장점인 거 같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농업인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저희는 그렇게 생산된 농산물을 안전하게 고객이나 고객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그 안에서의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는 거다.

팜 애즈 어 서비스(Farm as a Service) 같다

(웃음) 궁극적으로는 그런 것들을 지향을 하는 거다. 지금도 다 노하우적으로 개인에게만 (경험 데이터가) 쌓여 있다. 그게 경쟁력일 수도 있겠지만 이걸 데이터로 누구나 범용 접근하게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데이터는 저희가 분석을 하는 거고요, 어떻게 하시는 게 좋겠다고 전달해 드리면 농가 분들은 그거에 대해서 움직이기만 하면 리스트를 헤징할 수 있다.

시세예측 말고 앞으로 데이터를 적용할 부분이 있다면?

시세예측이라는 거는 마지막, 시장지향적인 거다. 이게 더 공고해져서 농업인의 몫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중점을 가져가는 부분인데, 선순환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록야가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역할을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데이터가 더 쌓인다면) “올해는 어떤 품종을 심어라”까지 될거다. 그리고 “지금 밭의 상황이 어떠하니 어떤 액션을 취하라”고 말할 수 있거나 “지금 작물 시세나 날씨가 어떠하니 수확은 언제 하자”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 또 하반기 시세 예측에 따라 저장량을 늘릴지 바로 시장에 풀지 여부 등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전반적인 의사결정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거라 본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라 다른 나라로 나갈 생각도 있다고 했는데

록야가 보유한 종자부터 생산, 유통, 가공 까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로 다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선진국은 어렵겠지만 동남아시아부터 시작해 유라시아, 아프리카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데이터 쪽은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세계적으로 도매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는 않다. 가락동 도매시장 같은 시스템은 전세계 톱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경매가 일어나고 그 결과가 즉시성 있게 시장에 뿌려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4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이 어떤 부분을 평가했을까?

글쎄(웃음). 시리즈마다 달랐겠지만, 록야가 농업인과 상생의 모델을 그리고 있지만 이것들을 좀 더 키운다면 농업계의 에어비앤비 모델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규모의 경제를 일으킨다고 하면 농업의 많은 (낙후된) 부분을 걷어낼 수 있고 데이터는 더 가속적으로 쌓일 수 있을 거라 본다.

농업은 대기업이 들어오기 조금 어려운 구조의 시장이긴 하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이기 때문에, 당분간 먹는 거를 다른 걸로 대체 하지 않는 이상에는 앞으로 더 유망할 거라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 록야가 가장 기본을 밟아가면서 탄탄하게 커가는 기업이라고 생각해 준 거 같다.

농업계의 에어비앤비라는 말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우리가 실질적으로 모든 토지를 소유하는게 불가능하다. 농업의 생태계에 들어와 있는 농부님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가져간다면 저희가 끌려가는 농업이 아니라 같이 협상테이블 앉을 수 있는 농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식품대기업이 농산업 전체를 리딩하는 구조에서 아직은 좀 비대칭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있는데 이걸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network
<영상> 바이라인네트워크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