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일단, 턱은 깎기로 했다

라고, 출근 전 날 이 기사의 첫 문장을 미리 정해놨었다. 그리고는 조금 나중에, 이 한마디에 내포된 여러 의미를 깨달았다. 나는 성형에 관심이 있지만, 그것을 터부시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은 그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었다. 누군가는 성형을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보다 자신감 있게 인생을 살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 논쟁에서, 정작 중요한 사안은 빠져버렸다. 실제로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객관적인 정보를 갖고 수술을 선택할 수 있느냐다. 성형처럼, 많은 이들이 하지만 그만큼 쉬쉬하는 영역도 드물다. 그렇다면 병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또 실제 이용자의 후기를 공유하는 일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지난 11일, 나와 이호준 인턴기자는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로 하루 출근했다. 이 기사는 우리 두 사람이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하루동안 여러 팀을 오가며 일한 경험과 에이든(홍승일 대표)을 비롯한 힐링페이퍼의 여러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녹여 구성했다. 성형앱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팔로우 미.

이 곳에서 우리는 하루동안 스밀라와 호돌로 불렸다. 각자의 닉네임을 부르는 것, 이것이 ‘극도로 효율적인’ 소통을 원하는 강남언니의 문화다.


#1 문제적 의대생, 홍승일과 박기범


홍승일 대표와 박기범 부대표다. 공동창업자다. 그렇지만 사내에서는 각각 에이든과 코난으로 불린다. 닉네임을 부르는 것 외에 강남언니의 독특한 점이라면, 각자의 프로젝트 팀 이름도 원하는대로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광고를 검수하는 팀의 이름은 ‘제네바’이고, 홍보를 담당하는 1인 팀의 이름은 ‘포틀랜드’이다. 영상을 만드는 ‘창덕궁’팀은 최근 목표를 재설정하고는 ‘곡성’으로 개명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출신 홍승일(에이든)과 박기범(코난)은 ‘강남언니’를 함께 만든 이들이다. 한 명은 대표로 회사의 정책을 만들고 경영에 집중한다면, 다른 한 명은 신사업과 영상에 초점을 맞춰 일한다. 괄호를 열고 영어 이름을 적은 것은, 이 회사에서는 서로를 각자 정한 닉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으로 출근한 나도, 어색하지만 ‘홍 대표님’ 대신 ‘에이든’이라 부르며 인터뷰를 했다. 에… 에이든, 왜 강남언니를 창업했나요? 같은 질문을 나눈 시간은, 통상 신입 사원이 입사 첫날 가진다는 ‘싱크 얼라인’ 때였다. 목표를 정확하게 공유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이다.

“더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는 원대한 생각이, 수줍음 많아 보이는 두 의대생을 창업의 길로 끌고 왔다. 제아무리 훌륭한 의사고, 임상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하루 수술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네댓명을 넘기기 어렵다. 규모가 제한된 진료실을 나와 의료에 IT를 접목한다면 보다 질좋은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남언니, 아니 ‘힐링페이퍼’의 창업 배경이다.


#2 그들의 꿈은 왜 실패를 맛봤나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어차피 3분이라면, 그 시간 안에 최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주고 싶었어요.”

힐링페이퍼가 처음부터 성형정보 앱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법인명과 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먼저 운영했다. 만성질환자의 건강 정보를 의사가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앱이 이들의 첫 서비스였다.

만성질환자는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의 의료 환경에서는 의사가 환자와 충분히 상담할 시간이 없다. ‘3분 진료’라는 말에는 “박리다매형 의료 현장”의 고질적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에이든은 학구파다.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책에서 답을 구한다. 강남언니는 ‘조직문화’를 강조하는데,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모범 사례를 찾아 책을 읽는다. 그리곤 괜찮은 책은 여러권을 사서 조직원들과 공유한다.

환자는  자신에게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를 짧은 진료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그동안 어떻게 아팠는지 주관에 따라 내놓는 정보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서 서비스를 착안했다. 환자가 매일 자신의 통증 정도나 약물 부작용 등을 숫자로 체크해 데이터가 쌓이게 했다. 의사가 진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앱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의사가 3분 안에 이 기록을 보고 가장 적절할 처방을 내릴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죠. 그런데 실패했어요. 왜냐고요? 환자가 앱을 잘 쓰지 않았어요. 별 가치를 못 줬기 때문이죠. 암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통증 정도를 숫자로 기록해 조금 덜 아파지게 처방받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느냐 여부였어요. 또,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 앱을 매일 쓰게 하는 일도 어려웠죠.”


#3 문제적 이름, 강남언니


2015년 1월,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라는 앱을 내놓고 새롭게 태어나기로 했다. 뼈 아픈 실패를 교훈 삼아, 무엇이 되는 일인지를 파악했다. 돈 내는 사람 따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 따로인 영역은 서비스가 복잡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타깃을 좁히고 좁혀 정확히 했다. 자신의 돈으로 자신이 서비스를 받는 영역- 바로 성형이었다. 그렇게 한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이름의 서비스, ‘강남언니’가 시작됐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 (이전의) 사업이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절대로 잊지 않을 이름이라 생각해 이견 없이 ‘강남언니’란 이름을 택했습니다. 우리 서비스를 쓰지 않을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색깔이 없어지죠.”

강남언니 홈페이지 첫 화면. 문구가 강렬하다.

좁혀진 타깃에, 강남언니가 줄 수 있는 메리트는 무엇일까.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는 걸로 삼았다. 누구와 누구의 불균형이냐면, 병원과 의료 서비스 소비자 간 정보 격차다. 강남언니가 보기에 병원과 관련한 정보는 생각보다 일반에 많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쌍꺼풀을 만드는 이나 콧대를 높이려는 이도 모두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를 찾는다. 광고가 많이 된 대형병원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아무리 큰 병원의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하루 수술을 하는 횟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눈과 코와 턱과 지방흡입에 고루 경험을 많이 쌓은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성형을 원하는 이들은 어느 병원의 어느 의사가 어떤 분야에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순대국 하나를 먹어도 50년 전통을 찾기 마련인데, 이 부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


#4 환자와 병원의 마음의 거리, 정보격차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이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이 더 큰 이득을 본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에이든은 “성형이 산업으로도 영향력이 생겨가면서 필연적으로 의사집단도 동일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한다. 강남언니와 같은 오픈 플랫폼이 생기면서 분명히 어떤 병원은 “피해를 본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막는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평판을 공유하는 일이 사라질 수 있을까?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병원쪽에서 먼저 정보를 공개하고 신뢰를 쌓는 편이 새로운 환경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에이든은 실제로, ‘고객 중심’이 병원에 이득을 가져다주며,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병원들이 ‘이기심’으로라도 고객 중심으로 운영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온라인으로 평판조회가 빨라진 시대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레이저 치료에 쓰는 장비가 몇 세대인지 환자는 몰랐다. 그리고 의사들은, 환자가 그 사실을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몰라야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말하는 ‘최신 기계’가 올해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일이년 전의 것인지 환자는 알기 어렵다. 강남언니는 최근 병원에서 쓰는 장비의 원자재와 가격 등을 오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냈다. 처음엔 병원들이 정보 공개에 거부감을 가져 두곳만 참여했는데, ‘평판’으로 수익이 올라가자 그 수가 60곳으로 늘었다.

“유명 병원의 한 원장이 모든 수술을 잘 할거라고 막연히 믿는 것은 미신이죠. 지금은 많은 수의 의사들이 저희를 지지해요. 필러 하나를 하더라도 “나는 입술 필러를 잘 해, 하루에 스무명의 입술 필러를 해” 하는 곳에 사람들이 신뢰를 더 가질테니까요. 기득권은 없어도 평판과 후기가 좋으면 존중받게 됩니다. 장비도 그래요. 같은 소나타라고 해도 1세대 소나타와 2세대 소나타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죠 . 가격과 원자재 장비를 오픈 한 곳이 더 이득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실제로 이런 병원의 구매 전환율이 10%가 높아졌습니다. 데이터로 보여주니 병원도 더 참여를 하는 거죠.”


#5 끝나지 않는 숙제, 어뷰징


물론 숙제도 있다. 이 후기가 정말 믿을만한 것이냐는 이야기다. 부동산 앱의 ‘허위매물’과 유사한 고질병이 강남언니와 같은 서비스에도 있다. 이 댓글을 어느 성형외과가 알바를 써서 달았는지 아닌지를 잘 가려내야 한다. 강남언니 역시 가짜 댓글과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계속해 가짜 계정을 차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알고리즘도 강화한다. 에이든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어뷰징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성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강남언니와 같은 성형 정보 앱이 안해도 될 수술을 조장하지 않느냐는 사회적 비판이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성형은 굉장히 고관여 영역이죠.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성형은 부추긴다고 하게 되는 수술도 아니고, 또 말린다고 안 할 그런 영역도 아니죠. 그래서 “이 수술을 하면 이렇게 예뻐질 수 있다”라는 말을 경계하고, 대신 “자신을 위해서, 더 당당하게 살기 위해” 수술을 한다면 그 가치에 맞는 행동을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저희는 이야기 합니다.”

지금까지, 에이든과의 인터뷰를 정리해봤다. 아침부터 긴 질문에 대답하느라 에이든이 욕을 봤다.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체험기다.


#6 무엇이든 하나라도 일등이 되어라, 조직문화 


어딜가든 신입사원은 관심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존재감은 정확히 10분만에 지워지고 말았다. 힐링페이퍼 5년차의 CPO 브라운이 전직원이 모인 타운홀 미팅에서 글쎄 깜짝 결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려 1년의 비밀 사내연애 소식과 웨딩 사진이 공개되자, 말그대로 회사엔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말도 안된다며 현실을 부정했고 누군가는 입만 딱 벌린채로 시간이 정지됐으며 또 누군가는 머리를 쥐어 뜯다가 결국에는 새신랑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괜히 같이 신이 나 환호하다가 조금 전 얼굴을 알게 된 그분에게 다가가 쑥스러운 얼굴로 한 마디했다. 축하해요.

브라운, 저는 그동안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 얻을 수 있는 걸 그저 돈이나 승진, 명예 따위라 생각했어요. 브라운, 당신이 인생의 승자네요. 축하해요.

 

왜인지 나도 너무 흥분해서 환호하느라 다른 사람의 격정적 반응을 사진으로 찍지 못했다. 위의 사진은 다른 날의 타운홀 모습이다. 힐링페이퍼는 매주 수요일 오전, 타운홀을 진행하고 특정 안건에 대해 토론하거나 조직원 중 한 명이 자신을 더 친근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든명이 넘는 직원이 모여 다른 동료의 얘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은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타운홀에서 느낀 에너지는 그대로 강남언니의 조직문화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이 회사를 만든 홍승일 대표, 에이든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스타트업 제1의 목표가 매출이나 성장성이 아닌 조직문화라니, 대체 왜일까?

“수학이든 체육이든 일등을 해본적이 없는 아이가 일등이 되는 걸 상상하긴 어렵죠. 그래서 구글을 참고했어요. 구글이 초창기일 땐 자본은 야후가, 좋은 프로그래머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더 많았을 거예요. 아무것도 일등이 아니었던 구글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 문화를 만들었고, 그 이후에 다른 부분에서도 일등이 됐죠. 뭐라도 일등인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인재들이 구글에 갔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일등을 하고 싶었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인재 밀도, 그리고 이들이 일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거라고 봤어요. 전략적으로 선택한 거죠.”

그렇지만 이 자유가 무조건적인 허용과 방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이 최고의 자율성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해낸다고 하더라도 방향이 제각각이라면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없다. 따라서 자율은 ‘씽크 얼라인(Sync & align, 일치된 생각)’이 될 때 효율을 가진다. 이 회사가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한자리에 모여 팀별 목표를 공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을 거치는 것은 구성원이 방향성에 공감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방안의 공기 분자는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무질서해서 바람을 만들지 못하죠. 우리는 바람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방향을 일치시킨 자율성을 추구합니다. 극도의 자율이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임팩트를 가지려면 엄청난 ‘얼라인’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공기 분자가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일때 태풍이 부는 거죠.”


#7 내 얼굴에 그린 그림


강남언니가 이용자에게 주는 최고의 가치는 바로 병원에 대한 정보다. 그 정보를 토대로 환자는 의사를 찾는다. 따라서 앱 안에 일종의 ‘허위정보’를 없애고, 또 믿을만한 병원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이 앱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영업챕터의 신연호 리드(루카스)는 병원 고객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루카스를 따라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다. 이때부터 두근두근했다. 아,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고 딱, 바로 수술대에 누우라고 하면 어떡하지? 나는 출근하러 와서 인생이 바뀌는건가!

그러나 그 걱정+기대는 기우였다. 요즘 병원은 정말 세분화되어 있다. 눈 전문이라고 해서 쌍꺼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앞트임 전문’ 또는 ‘앞트임 복구 수술’  전문 등으로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앞세운다. 아직 쌍꺼풀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재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궁금했다. 실제 시술은 하지 않더라도, 시술 직전까지 어떤 단계를 밟는지는 체험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상담받고 견적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이마필러였다. 수술대에 누워 잠시 기다렸더니 원장선생님이 들어왔다. 내 이마를 한참 응시했고(분명 잠깐이지만 내 기분이 그렇다는 말이다), 시술 설명을 위해 메스, 아니 하얀 색연필 같은 도구를 꺼내들었다.

강남언니에 광고를 하는 강남의 S성형외과를 찾았다. 실제로 어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서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지를 경험해봤다. 어떤 시술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등을 집도의가 설명한다.

내 이마에 그린 그림은 기린 그림이 아니고 필러가 들어가면 미관적으로 좋을 것 같은 부위에 대한, 그러니까 일종의 도면 같은 것이다. 눈썹뼈보다 이마가 조금 더 들어갔으므로, 그 부위에 필러를 맞게 된다면 조금 더 이마가 동그래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많은 이들이 필러를 주름을 없애기 위해 맞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필러의 용도는 얼굴에 볼륨을 주기 위한 것이다. 바쁜 시간 쪼개 체험해 참여해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내 얼굴에 그린 그림. 이마 필러를 넣기 위한 상담이다. 그렇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성형외과에서는 의사를 만나기 전에 상담을 먼저 받게 된다. 그런데 사진 속의 인터뷰이는 상담이 아닌 마케팅 실장님이다. 성형외과의 고민, 그리고 성형 정보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었다.

이 병원의 마케팅 실장과도 대화를 나눴다. 강남, 신사, 청담, 압구정 일대의 성형외과들은 최근 ‘손님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다. 역근처 건물마다 빼곡하게 성형외과가 입점하지만 모두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심화되면서 수술은 조금 늘었으나 시술은 크게 줄었다. 한국의 성형외과를 찾아오던 외국인 손님도 이제는 찾을 수 없다. 경쟁에 밀려 폐업하는 곳도 생겨나지만 또 그만큼 개업을 한다. 병원도 문을 열기만 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예전에는 포털 검색 키워드나 블로그, 카페, 옥외광고를 많이 했다면 요즘은 강남언니와 같은 앱이 주요 홍보 채널이라는 것이 이분의 설명이다. 그러나 앱 안에서도 눈에 띄는 홍보 배너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또 병원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요즘 성형외과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병원의 주력 분야를 세분화 하고, 이를 브랜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성형정보 앱에 요청하기도 했다.


#8 의료 광고 사전 심의에 대하여


강남언니는 최근 언론에 종종 등장했다. 의료 광고 사전 심의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미용, 성형 앱 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넓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하루 10만명 이상 사용하는 앱에 대해 사전심의가 적용됐는데 이 기준을 5만명으로 낮추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강남언니는 사전심의 대상이 된다.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니, 허위광고를 잡는다는데 왜 강남언니는 빠져나가려 그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잠시 에이든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도 사후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불법인 광고는 언제든 처벌할 수 있는 거고, 처벌해야만 하죠. 중요한 것은 지금이 사전심의가 가능한 환경이냐는 것이에요. 라디오나 TV, 신문광고만 존재하던 때는 사전심의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죠. 디지털 광고가 그것이 가능할까요? 광고의 범주가 다양해졌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수많은 테스트를 하는데 그때마다 사전심의를 신청해서 기다려야 하나요? 사전심의 비용이 10만원이고, 결과가 나오는데 한두달이 걸립니다. 광고의 텍스트를 하나 바꿀때마다 돈을 내고 한두달씩 기다리게 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는 이야기죠.”

사전 심의 대신 내놓는 해결책은 ‘알고리즘’이다. 불법 의료 광고는 장기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회사 내부에 의료 광고 검수를 위한 운영팀을 만들어 이 알고리즘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문구가 의료 광고에서는 불법인지, 그리고 알고리즘은 불법을 어떻게 잡아내는지 체험해 보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검수 테스트에 돌입하기 전 따뜻하고 밝은 자스민 총괄(가운데)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황조은 팀장(조앤), 정민지 총괄(자스민), 김선미 매니저(신디). 자스민과 신디가 운영팀의 일원이다.

검수 테스트를 시작하고,

이렇게 엄하게 바뀌었습니다.

현재 법적으로는 의료 광고에 ‘지방흡입 전문의’ 라거나 ‘하루만에 완성’ 같은 표현은 쓰면 안 된다. ‘전문의’라는 말은 실제 학위를 받은 분야에 한해서만 달 수 있다. 하루만에 ‘완성’이라는 단정적 문구를 써선 안 된다.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자기 피부, 애플힙, 극세사 다리 처럼 성형을 조장하는 것 같은 모든 문구는 쓸 수 없다. 비포 앤 애프터 사진에는 실제로 언제 수술을 받았고 언제 재 촬영을 했는지 그 날짜를 써 줘야 한다. 운영팀은 매일 매일 쏟아지는 의료 광고를 살피고 이 중 법에 저촉되는 것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며 알고리즘 고도화에 기여한다. 자스민은 “강남언니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오면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벤트 광고 제작 가이드를 만들고, 타이트하게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병원에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 강남언니는 왜 유튜브를 하나


“강언TV의 팬덤을 만들겠다”

강남언니는 ‘강언TV’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 영상을 만드는 팀의 이름은 얼마전까지 창덕궁이었는데, 최근들어 ‘곡성’으로 바뀌었다. 영상 프로젝트의 목적이 ‘팬덤’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팀 이름도 바꾸었다. 팀을 이끄는 리더 이영민 콘텐츠 총괄(케빈)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이 채널 운영의 목적”이라며 “강언TV에서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성형 관련 정보를 전해주자”는 것이 강남언니가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신뢰를 쌓아 성형에 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선 고민 없이 강언TV를 찾는 팬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곡성팀은 일을 하는 열의가 대단했는데, 일일 신입사원에게 출근 일주일전에 사전 인터뷰지를 보내기도 했다. 성형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인식, 그리고 강언TV에서 어떤 메디컬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주었으면 좋겠는지 등에 대한 사전 기획 준비 질문지였다. 나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그리고 솔직한 답변을 보냈다. 예컨대 2년 전 여름 휴가 때 아무도 모를 줄 알고 볼에 석달 효과 짜리 필러를 넣었다가 붓기가 가라 앉지 않아 한달 반 내내 놀림을 당했고, 결과적으로 다시는 필러를 넣지 않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사진 왼쪽부터 정진성 프로듀서(칼), 조미서 프로듀서(조디), 이영민 콘텐츠 총괄(케빈), 박기범 부대표(코난)다.

곡성팀은 내 슬픈 이야기를 정말 진지하게 들어줬다. 아니, 이건 웃긴 얘기란 말이에요!  라고 말을 하면 그때서야 이 착한 팀원들은 한템포 늦게 박장대소를 해줬다. 고마워요, 여러분.

여하튼, 이날 회의에서는 내 슬픈 경험담을 자양분 삼아 성형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혹은 부작용으로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을 정리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진짜 구체적 이야기가 오갔고, 오… 이 이야기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에 방송이 된다고 하네요? 방송이 나오면 저는 쥐구멍으로 숨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껄껄껄.


#10 강남언니의 미래


하루종일 취재에 동행한 이호준 인턴기자가, 열번째 챕터 ‘강남언니의 미래’편을 작성했다. 대표인 에이든과, 강남언니의 일본 사업을 맡아 진행하는 브랜든(임현근 이사)과 인터뷰 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사실, 이때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도 컨퍼런스콜로 함께 했는데 현지에서 강남언니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본 팀의 알란과 마이크다. 이들은 일본의 뷰티 관련 대기업에서 일하다 강남언니 일본 사업팀에 합류했다. 홍보를 맡고 있는 죠앤도 의견을 줬다. 이들이 준 대답을 호돌(이호준 기자)가 문답으로 재구성했다.

모니터 속의 두 남자가 알란과 마이크다. 화면을 보고 있는 이는 임현근 이사(브랜든)와 죠앤이다. 브랜든은 일본 법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강남언니가 지난 8월에 일본 미용정보 플랫폼 루쿠모를 인수했잖아요. 해외 진출을 하시는 건가요?

에이든: 네. 장기적인 목표는 해외시장에 있습니다. 일본이 그 시작이고요. 일본 미용시장은 한국보다 세 배 더 큽니다. 인구수도 많고 의료비가 비싼게 원인이죠. 낮은 수술빈도를 일본이 빠르게 따라가는 만큼 최대 9배 이상의 시장규모가 예상됩니다. 일본 미용정보 플랫폼의 성숙도는 한국에 비해 3년 이상 뒤쳐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일본 진출은 큰 가치가 있는 시장이죠.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 등으로의 확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성형에 대한 관심은 어떠합니까? 또, 한국 서비스인 강남언니가 일본에서 어느정도 반향이 있나요?

에이든: 한국에서는 2년에 걸쳐 모은 병원 고객의 수를 일본에서는 불과 두 달만에 확보할 정도로 일본 시장에서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알란: 일반인이 피부로 느낄만큼 성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형을 아는 층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브랜든: 일본에서 저희는 이미 로컬 지표 1위입니다. 잠재적 수요가 쌓여있었던 것이죠. 다만 현재는 시험단계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중입니다.

 현재 미용의료에 대한 국가별 상황은 어떤가요? 강남언니와 비슷한 해외 플랫폼은 어디가 있을까요?

브랜든: 국가별 규모를 따져보면 미국, 중국, 브라질, 일본, 한국 순이에요. 가까운 일본부터 점유율을 가져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죠앤: 사업 쪽 레퍼런스를 찾자면 중국의 신양과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유니콘 기업입니다. 신양의 경우 이미 거대 뷰티 커머스입니다. 원격의료가 가능하고 의료법도 우리와 달라서 미용의료 플랫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죠.

 코로나 이후 강남언니의 전략 변화가 있습니까? 또 강남언니가 해외 시장에서 찾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브랜든: 한국은 사실 미용의료 시장에서 5%밖에 안되요. 20배가 넘는 시장이 밖에 있습니다. 성형외과 부문은 우리가 1등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 1위가 최종 목표입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누구나 누리게 하려는 우리의 미션을 세계에 전파할 겁니다.

에이든: 코로나 전과 후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의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크로스보더에 관심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전략을 바꿔서 일본 로컬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은 더 괜찮은 방향이 됐다고 봅니다. 지금은 로컬 브랜드인 루쿠모와 강남언니를 동시에 서비스하면서 어떤 것이 더 나은 판단인지 테스트 중입니다. 성형에 대해 한국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 인접국가로 진출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나라와 상관없이 글로벌 최고 성형 정보 플랫폼이 되는 것이 저희의 비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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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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