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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를 만나다]고독한 악당, 김철수를 만든 수사반장

‘김철수씨 이야기’를 그린 수사반장. 본인이 스스로를 그린 그림이다.

웹툰 ‘김철수씨 이야기’는 어둡다. 만 3년 꽉 채워 연재한, 총 191화짜리 호흡 긴 만화인데, 초반 30화 정도까지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세상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퇴근하고 돌아와 한숨 돌릴 요량으로 재미난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에겐 어쩐지 거부감마저 먼저 드는 그런 만화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흡입력은 꽤 대단하다. 그 30화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음 화를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심지어 중반에는 꽤 유머러스한 장면도 종종 나오는데, 아 이작가 사람 웃길 줄도 아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철수라는 캐릭터는 왜인지 자꾸만 독자가 마음을 쓰게 한다. 인류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뛰어넘는 천재인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 지식 한 톨도 쓰지 않는다. 그의 사익이라면, 딱 하나만 존재하는데 그게 소박하게도 인류 멸망이다.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월스트리트 이런데 진출해서 금융 사기로 누구도 거머쥘 수 없는 어머어마한 돈을 벌 수도 있을 텐데, 겨우 인류 멸망이라니. 그마저도 악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혹시나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다칠까 세심하게 고민한다.

세상 온갖 불행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결국 괴물이 되어가는 사내, 김철수씨 이야기를 그린 작가 ‘수사반장’을 이달 초, 그의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부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철수씨 이야기의 최종화가 무료 공개된 시점이다.

수사반장은 아직까지 대중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편이 그림을 그리기 편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말로 인상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데 낯선 이에게 수줍기 짝이 없는 순박한 청년이다. 말하면서, 농담이라도 건네면 그냥 해말갛게 웃는다.

수사반장은 애초에 김철수씨 이야기를 20~30회 분량 짧은 만화로 기획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리다보니 시대의 아픔도 전달해야겠고, 또 주인공인 김철수씨 말고 주변 인물의 이야기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야겠고 해서 3년이 훌쩍 흘렀다고 했다. 현대사의 아픔은, 어떻게 보면 잘 팔리지 않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반장을 진득한 이야기꾼으로 만든 것은 텀블벅 후원을 통해 그에게 용기를 준 독자들이다.

김철수씨 이야기가 연재된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측 관계자는 이 만화를 더 많은 사람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집단의 폭력이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 내는가, 개인과 국가의 관계, 용서, 신뢰 같은 묵직한 키워드가 만화를 가로지른다.

인터뷰 도중, 수사반장에게 물었다. “김철수씨가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정말로 미워했을까”라고. 잠시 생각한 뒤에 그가 답했다. “아마도, 미워했지만 동시에 좋아했을 거다. 진짜로 미워했다면 무시해버리지 않았을까”라고. 이 만화의 끝에서 김철수 씨는 계속해 불행할까, 아니면 결국 행복해질까. 아니,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의 끈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독자들이 직접 확인해봤으면 한다.

김철수씨는 태어나자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다.

Q. 지난해 완결난 ‘김철수씨 이야기’의 최종화가 최근 무료로 배포됐다. 레진코믹스에서는 ‘김철수씨 이야기’ 같은 만화가 많이 읽히길 바란다고 하더라

만화는 2016년 12월에 종료됐고, 미리보기 50회가 무료로 풀린 시점에 레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만 3년을 그린 만화고, 첫 연재작이기도 하다. 중간에 연재처가 바뀌기도 했고, 텀블러로 독자들의 후원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이 호응해주셔서 감사했다. 끝나고 나니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Q. 만화의 첫 장면이 충격적이다. 주인공인 김철수 씨는 쓰레기장에서 태어나 결국 쓰레기 매립장으로 버려진다. 이런 극단적 연출 한 이유가 있나

김철수씨는 처음부터 버려진 존재다.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 악이 탄생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고. 그정도는 돼야 사람이 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봤다. 김철수씨의 운명을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Q. 만화의 대부분에서 주인공이 엄청 불행하다. 굳이 김철수씨를 이렇게까지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나

김철수는 모든 사람을 미워한다. 사람이 전 인류를 미워하려면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으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만화 속 캐릭터에는 저마다 역할이 있다. 친구, 첫사랑, 친부모, 양부모, 교육기관, 구치소에서 만난 형, 노숙자 친구, 직장 동료들. 김철수씨는 이 모두에게 버림받는다. 그래서 모두를 싫어하게 된다.

Q. 인류 전체를 미워하는 악인 캐릭터를 그린 이유가 있나

‘요괴소년 호야’라고, 옛날 소년 만화다. 요괴랑 싸우는 구미호가 나오는데 절대악 같은 존재다. 그 만화를 보고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 만화에선 여우가 사람을 엄청 증오해서 모든 걸 파괴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과거가 나오면서 왜 그런 분노가 생겼는지 설명이 된다. 그걸 보면서 이런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김철수라는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

Q. 웹툰이 전반적으로 진지한데, 중간중간 유머가 나온다. 그 유머가 생각보다 웃음 파괴력이 크다 

초반에 김철수씨의 불행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보다 지치는 분도 있더라. 만화를 한 번에 몰아보는 분은 그래도 좀 괜찮은데 일주일에 한 편씩 보는 분들은, 힘들게 일하고 와서 만화를 보는데 주인공이 매번 어디가서 맞거나 배신 당하고 이런 이야기만 보면 기분이 안좋아지지 않겠나. 그래서 유머를 넣어서 조금 밝게 가보자고 생각했다.

Q. 보다가 나도 모르게 현웃이 터지기도 했다. 원래 본인이 유머감각이 있는 편인가

아니다(웃음). 아마도 (만화가) 너무 진지하다가 가끔씩 나오는 유머라 좋아했을 것 같다. 계속 개그로 했으면 저질개그냐고 했을 수도 있을 건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하다 한 번씩 나오는 유머라, 그런 부분을 좋게 봐준거 같다.

Q. 달동네와 쓰레기장이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그렇게 잡은 이유는

쓰레기장은 버려지는 곳이다. 사회에서 사용되다가 필요없어진 것들이 모인다. (쓰레기장엔)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달동네는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쫓겨나거나 실패한 분들이 몰린다. 사회에서 그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외면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달동네에 살기도 했다. 그래서 그리기도 편했다. 구조를 아니까.

Q. 작중 김철수 씨는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났다. 김철수씨 이야기의 한 축인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6월 항쟁 등은 작가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작가는 올해 서른두살이다). 겪어 보지 않은 일을 그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안 겪은 일을 그린다는 것이 힘든 부분이 있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올 때, 특히 집 구조 같은 것이나 5.18 상황 같은 것은 내가 정확히 모르므로, 최대한 많이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중복되는 자료를 최대한 많이 찾아서 거를 건 걸렀다.

Q. 중복 자료를 많이 찾았다는 건 검증을 했다는 이야기인가

나름의 검증을 한 거다. 내가 (역사) 전문가가 아니니까 책 하나에 나왔다고 해서 다 믿을 순 없었다. 조사하다가 최대한 보수적인 쪽으로 그렸다. 원래 김철수씨 이야기 콘티에는 5.18 때 헬기 사격 장면이 포함됐다가, 결국 빠졌다. 헬기 사격이 허위라는 검찰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조사에 착수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라. 그런 식으로 최대한 검증하려 했다. 왜냐하면, 5.18 이야기를 하는데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를 독자들에 주면 내가 한 나머지 이야기도 거짓말이 되어버린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검찰 결과, 기사 위주로 자료 검증을 했다.

Q. 검찰 조서도 직접 확인했나? 자료 수집은 어떻게 했나

검찰 기록으로나온 결과문을 기사나 책에서 찾았다. 주로 예전 기사를 많이 봤고, 현대사 책도 참고 했다.

Q. 본인이 참고 했던 현대사 책 중 추천할만한 것이 있나

강준만 작가가 쓴 ‘한국 현대사 산책’세트가 보기 좋게 잘 (정리) 되어 있다. 그걸 많이 참고 하고, 보면서 공부했다. 원래는 (만화에) 5.18 관련 내용이 잠깐 나올 예정이었는데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까 (내용이 길어졌다). 역사책을 보다 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불과 1980년대인데.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 때문에 연재가 (애초 기획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했고, 독자들도 많이 떠나기도 했다.

Q. 만화를 통해 가장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속죄와 용서를 말하고 싶었다.

Q. 속죄와 용서를 다루는 여러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밀양같은 경우에는 유괴범이 신이 용서했다는 말을 해 당사자가 분노하기도  했다. 김철수씨를 통해 말하는 속죄와 용서는 무엇을 뜻하나

당사자한테 용서를 구하는 거다. 신이나 법적 기관, 정부가 아니라 자신이 피해를 줬던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용서할까 말까는 피해자의 결정이다. 만화 뒷부분에도 신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용서를 구해야 하는 대상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내용을 얘기하고 싶었다. 법적으로 처리 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 실제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살아있고 가족이 있으면 그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고 속죄하는게 맞지 않나.

Q. 김철수씨는 계속해 절망적인 상황을 만나고, 그럴때마다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폭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폭력 당한 그 사실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게 증폭이 돼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 전가되는 형식으로 넘어간다. 그런 과정에서 괴물같은 존재가 탄생할 때가 많다.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책을 김철수씨 때문에 많이 읽었다. 생각보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이 다 연쇄 살인을 하거나 심각한 범죄자가 되진 않는다. (책에서는) 어릴 때 심한 성폭력을 당했거나 혹은 부모로부터 학대 경험, 불우한 환경 등이 사이코패스가 연쇄살인마가 되는 발동 조건이라고 하더라. 그런 것들을 볼 때 억압이나 폭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그 사람이 괴물이 된다고 본다.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Q. 신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김철수 씨는 끊임없이 버림 받고 배신당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는다. 절대적인 신뢰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믿음이 있어야지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 부분이 깨지면서 김철수씨가 나락으로 빠진다. 꼭 인간이 아니라도 종교나 문화 등 그 어떤 것이라도 신뢰하게 되면 사람이 강해지는 것 같다. 행복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신뢰의 힘이 너무 강하면, 어쩌면 그게 잘못된 걸 수도 있는데 잘못 자체도 인식할 수가 없다. 그만큼 신뢰는 강한 거라고 본다.

Q. 예전 인터뷰를 보면, 철수 씨 이야기를 통해 하고픈 말이 도망치지 말라라는 거였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김철수씨 주변의 모든 캐릭터가 그에게서 도망을 친다. 그래서 김철수가 힘들어지고. 심지어 나중엔 김철수 그 자신도 도망을 친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철수 같은 경우도 중간에 자살을 하거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인데 끝까지 자살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김철수 씨가 인류를 멸망시킬 매개체로 선택한 것이 바이러스다.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다

무엇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까, 내가 김철수라면 뭘 선택할까 고민해봤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김철수라는 캐릭터는 총 맞으면 죽는 (일반) 캐릭터다. 고민 하다보니까 바이러스가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았다. 역사적으로도 흑사병 같은 것들이 크게 인류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고.

Q. 극중에서, 미래의 범죄자를 예측해 격리시키자는 캐릭터가 나온다

극중 형사 캐릭터가 김철수의 위험함을 눈치채고 가두려고 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오히려 김철수를 부추겼다. 그로 인해 김철수가 배반을 겪게 되고 인간을 증오하게 되고 사건을 벌이려고 한다. 그 형사가 미래의 범죄자를 예측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다.

Q.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같은 집회로 세상이 바뀌겠냐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보기엔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전두환 시절엔 점쟁이에게 전두환 사진을 보여주고 대통령이 될 사람이냐 안 될 사람이냐 묻고선 아니라고 하면 잡아가 고문을 했다. 그게 불과 1980년대 얘기다. 그때는주전자에 고춧가루 물을 부어 사람들 코에 집어넣는 시대 아니었나. 이승만 시절을 보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지금보면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변하고 있구나,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Q. 작가가 보기에 희망과 절망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희망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희망이 없으면 삶의 목표가 없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잘 되겠지, 좋은 일이 생기겠지 하면서 계속 살아가는 거다. 내 경우엔 그것이 삶의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된다.

김철수씨 이야기 중 한 장면

Q. 작품을 보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가 많이 연상 됐다. 김철수씨 안의 악이 깨어날 때의 작화라든가, 조직이나 국가의 폭력 앞에서 개인이 불행해지는 부분 등. 실제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

엄청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의 후쿠모토 노부유키 작가나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분들의 이야기 방식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경우 이야기가 주인공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계속 바뀐다. 그걸 너무 좋아해서, 내 만화도 그렇 방향으로 가지 않나 생각한다. 그 만화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주인공 중심이 아니라 조연의 인생이 있는 방식이 좋다.

Q. 그래서 그런지 모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들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로 다루려고 하고

그렇게 해야 그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 이해를 해야 이 캐릭터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지 알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철수씨도 그렇다. 한번씩 보면 너무 별거 없는데 한 화를 할 때도 있다. 김철수의 어떤 심적 변화 때문에. 제 자신이 그냥 넘어가면 납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관심 가지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Q. 캐릭터라는 것은 작가의 창작물인데, 작가가 그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말이 재미있다

억지로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있으면 이야기가 이상해지거나 내 스스로가 ‘말이 안되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납득을 못하면 나는 못 그리겠더라.

Q. 만화를 끌고 가는 것 중 하나가 서술자의 역할이 크다고 보인다. 전지적 작가 시점을 채택한 이유가 있나

첫 번째 이유는 스토리를 빨리 진행시키고 싶었다. 두 번째는, 아직 처음이라 연출이 익숙치 않아서 글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부분도 있고.

Q. 김철수 씨 이야기는 거의 흑백으로 그려졌는데, 가끔씩 노랑 빨강 같은 강한 원색이 나온다. 컬러를 그렇게 쓰는 이유가 있나? 컬러가 주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조 하고 싶은 부분에 쓴다. 원색이 엄청 강렬하더라. 예를 들어 다 흑백인데 피 같은 걸 빨간색으로 그리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런 부분이 작품이랑 맞는거 같다. 내가 색을 잘 못쓰기도 하고(웃음). 다 컬러로 하면 촌스럽더라(웃음). 그래서 중간중간 컬러를 넣는다.

Q. 만화를 보면, 놀랍게도 로맨스도 나온다. 로맨스를 그리는건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다. 그런데 이 로맨스는 약간 좀 기괴하다. 집착이다. 극중 나영희가 김철수를 좋아하는 마음이 정상적인 사랑은아니다. 그래서 조금 그리기 쉬웠다. 이상한 캐릭터라서.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웃음)? 알기 편했던 것 같다. 순수한 로맨스였으면 더 어렵지 않았을까.

Q. 정상이 아닌데 그리기 쉽다니, 혹시

아니다(웃음). 그쪽 캐릭터를 많이 만들다 보니 익숙해서 그런거다.

Q. 김철수 씨도 천재고, 천재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 그런데 너무 잘생기고 완벽한 천재는 정감이 안간다. 불우한 천재가 좋다. 후속작도 천재 이야기가 나올 거다.

Q. 앞으로도 만화로 정치나 현대사를 다룰 생각이 있나

아마 그 캐릭터가 그 시대에 살면 하게 될 것 같다. 김철수가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났고,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를 겪었다. 그 시대에 산 캐릭터는 그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김철수가 2010년에 태어났다면 고문 같은 건 받지 않았을테니까. 김철수씨 이야기도 올림픽과 5.18을 놓고 고민했다. 만약 김철수씨 이야기가 올림픽을 주제로 했다면 상계동 이야기를 다뤘을 거다.

‘김철수씨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계속 언급되는 노래가 있다. 그 무표정한 김철수씨가, 워크맨 이어폰을 끼고 끝까지 듣다가 결국 미소를 지은 노래.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는 노래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YouTube video

[영상 출처=유튜브, 행복의 나라로 뮤직비디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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