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어릴 때부터 싹수가 노랬던 악인은 죽을 때까지 나쁜 새끼다. 참회와 용서, 화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 이 악인을 철저하게 사적인 폭력으로 처벌한다.

웹툰 ‘소년이여’로 알려진 작가 병장은, 작품에서 극악한 폭력과 철저한 사적 복수를 다룬다. ‘소년이여’는 왕따와 학교 폭력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았다. 이 만화에서(현실에서도 비슷하지만), 학교나 법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못 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폭력에 폭력으로 맞선다. 피해자의 복수는 처절하다. 어떤 장면에서는 가해자보다 잔혹하다. 그리하여 탄생한다, 철저한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소년이여’ 완간 후 최근 레진코믹스에서 ‘토끼의 왕’을 새로 연재하는 작가 병장을 지난 29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그의 화실에서 만났다. 아담한 화실은 비교적 깨끗했고 가사가 없는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 카페 같은 느낌을 줬다. 만화속  주인공들이 거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웃는 얼굴이 해사하고 부끄럼 많은 모범생 같아 보였다.

photo_2017-03-31_10-42-41

작가 병장 화실 벽면.

인터뷰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째는 만화, 둘째는 작가 개인, 셋째는 플랫폼 이야기다.

# 병장(본명 황병엽) 작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태어나 올해로 서른이 됐다. 자동차를 좋아해 공대에 진학했으나, 군대에서 꿈을 틀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전공을 바꾸고, 2010년부터 웹툰에 도전했다. 친구였던 스토리작가 김작가와 함께 ‘커서’를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혼자 글과그림을 맡은 ‘소년이여’ 로 인기를 었다. 지금은 레진코믹스에 스토리작가 엄세윤과 함께 ‘토끼의 왕’을 연재한다.

boysPart 1. 그의 만화 ‘소년이여’ 그리고 ‘토끼의 왕’

만화 속 등장인물들이 싸움을 엄청나게 잘 한다

만화니까(웃음). 복수물 중에선 머리를 쓰는 것도 많은데, 나는 순수하게 ‘폭력’이라는 요소를 다루고 싶었다

육체적 폭력을 다룬 이유는 뭔가

가장 원초인 공포와 두려움을 묘사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폭력은 일차원적이라 느끼는데, 사실 폭력이라는 주제는 심오하기도 하고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도 한다.

캐릭터에도 트렌드가 있다. 최근엔 전형적인 악인은 잘 안 다뤘다. 그런데 병장 작가의 만화 속 악인들은 나빠도 너무 나쁘다

‘소년이여’ 같은 경우 악역인 최민철을 절대악으로 표현했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있었고, 굳이 악역에 동정의 여지를 줘야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 만화는 피해자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가해자의 구구절절한 속사정을 왜 피해자가 알아야 하나, 그런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절대악이라는 연출이 나온거다.

그에 비해 주인공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사적 복수와 폭력의 정당성을 고민하면서도, 마지막엔 본인이 직접 악인을 죽이지 않나

절대악을 만들었으니까 거기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 애초에 캐릭터가 피해를 입는 방식도 폭력에 의한 것이고, 그걸 되갚는 방식도 폭력이다. 절대악을 피해자가 직접 처단하는 방식에서 카타르시스가 더 커진다고 봤다.

카타르시스는 있어도 그런 방식이 현실적이진 않다. 모두가 주인공처럼 힘이 셀 수도 없고

만화라서 표현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던 거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만든 만화는 아니다. 그래서 만화의 끝을 ‘악순환’으로 설정했다. 이번 복수는 끝났어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문제는 반복된다.

벌을 주는 이도 선하지는 않다. 만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굳이 꼽자면 인간성이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행동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진 않다. 윤리나 법적인 것을 떠나,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갖게 되는 감정, 인간성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게 독자들에게 어느정도 지지를 받았던 것 같다.

인간성이라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가

감정적인 부분을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감정을 참고 억누르는게 일반적이다. ‘소년이여’에서도 처음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인간적인 감정, 복수하고 싶은 마음 그런것을 모두 포함해서.

폭력과 공포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일진에 무자비한 구타를 당한 학생이 자기 혼자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중학교 1학년 땐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굉장히 평범한 학생이었는데도 반에서 싸움을 좀 하는 애들이 다가오면 ‘얘랑 적이 되거나 찍혀선 안 된다, 무난하게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 친구들을 보니 그럴땐 그냥 웃어 넘기고. 너무 비참하고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려가 아닌 두려움에서 나오는 웃음. 그런 걸 만화에 표현했다.

‘소년이여’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

시대 코드를 맞춰서 그런 것 아닐까. 학원 폭력이나 사적 복수의 당위성 같은 것을 다룬 기사를 보면 억울한 판정 같은 것이 많다. 그런 기사에 사람들이 분노한다. 내 만화에선 ‘레진코믹스’라는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포털에서 표현할 수 없는 수위로 복수를 다룬다. 그런 것이 사람들의 내재된 분노를 건드리는 것 같다.

‘소년이여’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다(레진코믹스 일본판에서 ‘소년이여’가 1위다).

일본이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교복을 입는다거나, 그런 문화 코드가 통하는 것이 많다. 반대로,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는 ‘소년이여’가 크게 반응이 없다.

신작 ‘토끼의 왕’에선 신분제가 나온다

신분은 결국 일진물(학교 폭력을 자행하는 일진이 나오는 만화)과 같다. 계급이 있는 거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감정을 좋아한다. 내면 깊이 있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 그걸 스토리작가와 의논했고, 잘 기획해줬다.

king-of-rabit Part 2. 웹툰작가 ‘병장’의 탄생

이런 질문 많이 들을텐데, 왜 필명을 ‘병장’이라 지었나

중학교 때 쯤인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말년병장이 세상에서 제일 몸이 편하다더라, 병장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애들이 병장이라 부르더라. 그대로 별명이 됐고, 필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말년병장 때는 어땠나

몸이 편했던 건 그때가 제일 컸던 것 같다. 정신적인 거는 빼고. 그렇다고 인생 자체가 편하진 않더라(웃음).

싸움은 좀 하나

일진이었냐, 아니면 맞고 다녔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전혀 관련 없다. 중학교 때 사소하게 다투다가 한두번씩 싸워본 적은 있는데, 그때 이후론 주먹이 오가는 싸움을 한 적은 없다. 그냥 그런 만화책을 많이 봤다.

대학교는 다니다 말았다

자동차를 좋아해서 공대에 들어갔다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구나’를 느꼈다. 제대하면서 수시를 쳐서 애니메이션학과에 들어갔다. 그러다 집안 사정으로 휴학했는데 그게 너무 오래 돼서 결국 제적됐다.

원래 웹툰 작가가 꿈이었나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간 것도,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어서였다. 딱히 만화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만화를 그리면 가난하게 산다는 이미지가 셌다. 굉장히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란 느낌이 컸다. 만화 보는 걸 원래 좋아해서 고등학교때 막연히 장래희망으로 ‘만화가’를 적긴 했다. 그렇다고 직업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림 그리는 것과 만화책 보는걸 굉장히 좋아했다.

데뷔는 어떻게 했나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시작했다. 그때 결과적으로 데뷔작이 된 ‘커서’를 그리다가 레진코믹스에서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때는 그냥 힘든 시절로 밖에 기억이 안 난다. 레진코믹스도 그때 막 사이트가 기획되던 시기였고, 또 베스트도전하면서 시간을 너무 오래 쓰기도 했다. 중간에 접은 만화도 많은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린게 ‘커서’다. 그걸 레진에서 연재하게 됐다.

쉴 때는 뭘 하나

시간이 나면 자동차나 바이크를 탄다. 캠핑도 좋아하고 당구도 친다. 취미가 많아 오히려 줄여가는 편이다. 웹툰 작업을 하다보면 하루종일 실내에 있는다. 그래서 외부 취미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총 세 편의 작업을 했다. ‘커서’와 ‘토끼의 왕’은 스토리작가와 공동작업이었고, ‘소년이여’는 혼자 글그림을 모두 맡았는데.

성취감은 ‘소년이여’ 때가 가장 컸다. 그런데 주간연재를 하면서 혼자 스토리와 그림을 모두 하려니 힘이 들었다. 몸이 쉬는 날도 머리는 못 쉬었다. ‘소년이여’ 연재를 끝내고 나니 몸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더라. 그래서 새 작품은 공동작업을 하게 됐다. 같이 작업하는 엄세윤 작가는 오랜 친구라 호흡도 잘 맞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내 작업실에서 함께 일하고, 스토리랑 그림에 대해서도 의견을 많이 나눈다.

 

highPart 3. 플랫폼,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에서 데뷔했고 계속 같은 플랫폼에서 작품을 내고 있다

‘소년이여’도 그렇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작품 코드가 포털에서 하기 히든 부분이 있다. 플랫폼마다 특성이 있다. 네이버는 독자층이 좀 어리고, 다음은 영상물에 맞는 스토리 위주 작품이 많다. 레진에선 포털에서 다루지 않는 작품을 많이 한다.

레진코믹스는 댓글 시스템이 없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작가가 고독사한다’고 표현했던데

작가마다 다르게 느낀다. 댓글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작업하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댓글이 있으면 좋겠다. 관심 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독자와 교감을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웹툰 시작할 때 생활이 어려웠을 텐데 지금은 수익도 많이 늘었을 것 같다

격차가 크다. 데뷔작인 ‘커서’를 그릴 때는 금전적으로도 힘들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소년이여’를 연재하면서 작품이 잘 되다보니 생각지 못한 금액이 들어오더라. 독자들이 결제한 만큼 통장에 들어오니까 잘 안 된 작품과 격차가 커서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연재를 새로 시작한 ‘토끼의 왕’ 반응은 어떤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알려질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홍보도 더 돼야 하고. 새 작품을 연재할 때 난관은 어떻게 이 작품을 독자에 알리느냐는 것이다. 웹툰 작가들은 신작이 나왔을 때 작품을 알릴 방법이 필요하고, 또 그게 중요하기도 하다.

‘소년이여’를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웹툰 작가에게 종이책의 의미는 큰가

종이만화를 보고 자라온 우리 세대엔 출판의 의미가 크다. 지금 10대한테는 웹툰이 익숙하겠지만, 지금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부분 만화를 책으로 보고 자랐다. ‘소년이여’가 책으로 나온 순간, 내가 꿈꿨던 만화가가 됐다는 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계기가 됐다.

어차피 웹툰 유료 구매한 독자들이 많은데, 종이책도 많이 팔리나

판매부수는 잘 모른다. 독자들은 소장용으로 사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종이 만화책을 보던 때도 ‘대여점’이라는 게 생기고 난 이후라 그때도 판매부수가 많진 않았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출판 만화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출판사들이 거의 문을 닫은 상태다. 사막화가 됐다.

그동안 액션물만 많이 그렸다. 다른 장르를 그리거나, 혹은 다른 플랫폼에 가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드나

 캐릭터 위주 드라마 장르를 해보고 싶다. 예를들면 ‘치즈인더트랩’처럼 큰 사건이 없어도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이야기가 돌아가는 그런 드라마 장르 말이다. 물론, 내가 로맨스를 하긴 어려울거고(웃음), 조금 자극적인 상황 연출에서 캐릭터를 살린 만화를 기획하고 있다. 아직은 아주 초기 단계고, 스토리와 그림 모두 혼자 할 생각이다. 다른 플랫폼은, 내가 또 다른 장르의 만화를 하게 돼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
[무료 웨비나 안내] 팬데믹 시대, 중소기업 비대면 업무 혁신 솔루션
  • 일시 : 2020년 10월 28일 14시~15시
등록하러 가기
--------------------------------------------------
[스페셜리포트] 새롭게 부상하는 웹 애플리케이션 위협
  • 아카마이 악성 스크립트 차단 솔루션 리포트
다운로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