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를 만나다] 귀여운 찐따스웩, ‘바나나툰’이 1020에 먹히는 이유

웹툰 을 그리는 작가 와나나. 본명은 정해완. 정해완과 바나나를 합성해 '와나나'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사진과 캐릭터를 보면,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웹툰 ‘바나나툰’을 그리는 작가 와나나. 본명은 정해완. 정해완과 바나나를 합성해 ‘와나나’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사진과 캐릭터를 보면,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병신 같은데 멋지고, 찌질한데 귀여운 캐릭터는 사랑받는다. 메가히트를 쳤던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주인공은 어딘가 모자라 감싸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가 그리는 캐릭터가 ‘지식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남성의 찌질함’을 적당히 포장해 보여주는 게 인기 요인이라 말한다. 찌질함은 어쩌면 인간 고유의 종특이다.

레진코믹스에 ‘바나나툰‘을 연재하는 작가 ‘와나나(본명 정해완)’는 그야말로 ‘찌질한 20대’ 캐릭터를 앞세워 단기간에 인기를 얻었다. 10대와 20대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찌질함에 귀여움을 묻혔다. 정 작가는 이걸 ‘찐따스웩’이라 부른다. 정 작가의 데뷔 이력도 흥미롭다. 제대 후 페이스북에 재미 삼아 올린 ‘바나나툰’이 입소문을 탔고, 레진코믹스에서 스카우트를 해갔다. 성인물이 강세를 보이는 레진에서 야한 내용 하나 안 나오는 일상툰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그간 [웹툰작가를 만나다]를 연재하면서, 극화 작가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해왔다. 일상툰 작가는 처음 만났다. 기대됐다. 생활도 만화처럼 재미있을까. 지난달 22일 낮 12시, 천안역 앞에서 작가 와나나를 만났다. 멀리, 노란 머리를 한 얼굴이 하얀 청년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아, 저 사람 와나나다”. 인터뷰는 같은 날, 장소를 두 번 바꿔가며 진행했다. 한 번은 천안에서 제일 맛있다는(작가 추천) 짬뽕 집에서, 한 번은 와나나 작가의 집에서. 인터뷰는 짬뽕처럼 맛깔났고, 작가는 집 분위기처럼 상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vzx# 와나나

본명 정해완. 필명 ‘와나나’는 이름 정해완과 바나나를 합성해 만들었다. 올해 스물다섯살로, 첫 연재작이 히트를 친  제법 몸값 비싼 신인이다. 레진코믹스 연재가 확정되자마자 짧은 홍대살이를 마치고 아버지가 사는 천안으로 내려갔다. 노란색 총천연색 바나나 캐릭터가 보여주는 찐따 스웩이 인기 요인이다.  ‘전연령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유료 결제를 불러오는 레진의 효도 일상툰을 그린다.

왜 바나나인가

제대를 하고 ‘너를 그려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자기를 그려달라고 하는 걸, 내 마음대로 재미있게 그려줬다. 친구들하고 장난치려고 연 페이지인데, 페북스타(페이스북에서 인기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신청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약간의 팔로워가 생겼는데 작년 10월쯤, 페이스북 정책상 페이지가 개인 계정보다 도달률이 낮다는 얘길 들었다. 그때부터 페이지 대신 개인 계정에 만화를 올리기로 했고, 내 ‘오너(대표)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바나나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은데다(웃음), 그때 다이어트를 하느라 바나나를 한가득 사놓고 썩혔다가 룸메이트인 친구한테 “우리 집에서 바나나는 모두 금지”라는 경고를 듣기도 했다. 친구에 대한 반발감이랄까?(웃음). 그렇게 나는 바나나가 됐다. 많은 분이, ‘바나나’가 대체 뭘 의미하느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자신감을 나타내는 거냐고. 그런 의도는 없는데, 뭐 굳이 거절하고 싶진 않은 의미다.

바나나캐릭터는 정말 잘 잡은 거 같다. 일단, 레진코믹스 페이지에 들어가면 노랗고 둥글둥글한 캐릭터가 눈에 확 띈다

연재 3개월 만에 자리를 잘 잡았다. ‘바나나’라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원래 바나나와 오이, 둘 중 하나를 고민했는데 오이로 했다면 (인기가) 덜 했을 것 같다. 바나나가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귀여워 보이는 게 있다. 연출하기도 좋다. 만화에서 가끔 바나나 껍질이 찢어지는 연출을 하기도하고.

초고속 데뷔를 했다

운이 좋은 편이다. ‘바나나툰’을 처음 그린 후에 연재까지 딱 3개월이 걸렸다. 인터뷰도 오늘이 처음이다. 페이스북의 장점이 한 번 (입소문을) 제대로 타면 빠르게 확 퍼진다. ‘바나나툰’도 페이스북에서 시작해 각 커뮤니티로 퍼졌다. 그걸 레진 PD가 봤고 연락을 준 거다. 페이스북이 가진 파급력이 굉장하다는 걸 알았다.

레진에서 처음 연락 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

집에 오자마자 샤워실에서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전화를 받을 당시에 친구들과 있었는데, 애써 침착하게 응답했다. 연재 제의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나 연재 제의 왔다’고 쿨하게 얘기했다. 그리곤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실로 뛰어 들어가서 벽을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우와아아악.”

바나나툰을 보면, 연재 계약서를 쓰기 전후에 레진 PD들의 얼굴이 달라진다. 꼬시기 전과 후가 정말 다른가

그런 게 있다(웃음). 마냥  칭찬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원고를 보내자마자 신랄하게 ‘이번 원고 재미없다’고 하더라. 오히려 깔끔하게 말해주니까 좋다. 되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레진코믹스라고 하면 성인물을 먼저 떠올리는 이도 많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레진에서 연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인물을 그리느냐고 접근하는 사람은 보통 없다. 거기서 뭘 연재하냐고 묻지. 그런데 그런 경험은 있다. 내가 연재를 시작할 때 레진에서 한참 ‘BL(Boy’s Love, 통상 게이물)’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그때 시그니처가 바나나였다. 바나나 두 개가 나와 BL물을 홍보하는데 그 위로 제 만화가 열린 거다. 사람들이 이거 무슨 만화냐고, 장르에 대한 오해를 하더라. 심지어 제목도 ‘바나나툰’이고, 그 아래 5개 만화가 모두 BL이었으니까.

BL인줄 알고 바나나툰에 들어왔다가 실망한 독자도 있겠다

그랬을 수도 있다. 아직 그런 얘긴 못 들어봤지만(웃음), 그런 분들도 있지 않을까.

일상툰이면, 포털에 연재하는 걸 더 욕심냈을 것 같은데

레진코믹스 간판 만화가 ‘레바툰’인데 그 역시 일상툰이다. 내 만화가 다행히 상위권인데, 결제도 꽤 일어나는 편이다. 데뷔 전에는 연재를 하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네다레(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레진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포털은 신인이 들어가기 쉽지 않다. 나는 처음에 ‘바나나툰’ 연재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도(네이버 베스트도전)’를 하지 않았고, 딱 페이스북에만 올렸었다. 레진에서 연락왔을 때 기뻤다.  내 나름의 꿈의 직장 중 하나 아닌가. 레진에서 연락온 날이 올해 1월 14일이다. 전역한지 딱 1년 되는 날이자, 바나나툰을 그린지 딱 석달 되던 날이었다. 전역하고 1년 안에 뭔갈 이뤘다는 생각에 그날을 아직 기억한다.

‘베도’를 안 한 이유가 있나

전역하고 1년 동안 ‘너를 그려드립니다’와 ‘바나나툰’을 하면서 웹툰 작가를 준비한 거다. 지금 당장 연재한다기 보다, 이걸로 인지도를 쌓고 웹툰 공부를 해서 데뷔하겠다고 생각했다.

와나나

와나나 캐릭터는 계속해 변해왔다. 조금더 짧고 통통하고 눈코입이 모인 형태로. 최근엔 파스텔톤 노란색의 와나나도 등장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많은가

레진에서는 내가 두 번째로 알고 있다. 나보다 먼저 ‘권기린툰’이 페이스북에 연재하다가 레진으로 온 거로 안다. 페이스북에서 오는 경운 아직 드물지만,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가 데뷔하는 경우는 꽤 많은 거로 안다.

아버지가 근엄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재밌다. 가족들이 만화에 나오는 걸 싫어하진 않나

은근히 즐거워한다. 아버지도 근엄한 척하시지만 개그 욕심이 많다. 근엄한 척하시면서 툭툭 던지는 말이 재밌는데 주로 그런 부분을 따다 쓰는 거다.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한테 민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주요 독자층이 어떻게 되나

10대부터 내 나이 또래인 20대 중반까지가 많이 본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연재할 땐 성비가 나왔는데, 그땐 여자가 더 많았다. 아마도 10대 여성이 SNS를 활발히 하니까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성비는 반반 정도일 거라고 본다.

10대 화력이 세다. 포털 순위에 올라온 웹툰을 보면 다 학원물이지 않나

요즘 친구들 문화가 ‘스낵컬처’라고 하지 않나. 동감할 수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를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스토리가 무거운 걸 잘 안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바나나툰이 뜬 것도 그런 케이스 같다.

또래가 그리니까, 공감 요소가 많아서일까

공감도 공감이지만, 단순히 공감보다는 요즘 트렌드가 그런 거 같다. 레진코믹스에서 웹툰 <레바툰>을 그리는 레바 형이랑도 자주 얘기를 하는데, ‘매력 있는 찌질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매력 있는 찌질함이란 어떤 건가

같은 사람이 넘어져도 얘가 넘어지면 더 재밌는 것, 뭔가 이 사람이 더 만들어줄 것 같고. 제 거 같은 경우는 찌질함을 ‘와나나’라는 캐릭터를 갖고 귀여움으로 승화했다. 찌질한데 매력 있는 캐릭터, 이런 게 트렌디한 콘셉트라고 생각을 한다.

‘찌질함’이 왜 먹히는 요소가 됐을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반대로 생각을 해보면 알 수 있는 게, 내가 돈 많고 기만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더 인기가 없었을 것 같다. 돈많고 잘생기고 모델 같고 좋은 차를 끌었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만화 그리기 전부터 내 스스로 장점을 ‘찐따 스웩’이라고 말해왔다. 좋게 말하면, 누군가는 귀엽게 볼 수 있는 요소인 거다. 그게 만화에서 부각되면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파워가 된 거 같다. 잘난 일상툰 작가는 별로 없지 않나? 실제로 잘났더라도 그걸 만화에 내비치지는 않으니까.

보다 실물과 닮은 와나나

보다 실물과 닮은 와나나

첫 연재면, 마감 압박이 더 세게 느낄 것 같다

그림보다는 소재 자체 찾는 게 어렵다. 내 그림이 작화가 어려운 게 아니라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일주일에 두 개씩 세이브 원고도 만든다. 콘티를 완성하면 이미 70%는 끝낸 거다. 소재가 많이 필요한 게, 보통 세 컷 이상 지루하면 안 된다. 재미가 없더라도 세 컷에 한 번은 드립이 나와야 맥이 이어진다.

소재를 쉽게 찾는 팁이 있나

쉽게 찾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개그 일상물을 그리면서 좀 다른 점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도 그걸 개그 소재로 승화하는 긍정 에너지가 생긴다는 거다. 해외여행을 가도 남들은 조심해서 다니는데, 나나 내 동료들은 ‘소매치기 당했으면 좋겠다’ ‘넘어지면 좋겠다’ ‘사고나면 좋겠다’라고 말을 한다. 소재라는게 굳이 만들려고 하면 안 만들어지는 거라, 잠들기 전에 일상을 돌아보면서 ‘아, 이게 재밌었다’라는 생각이 들 때부터 콘티를 짜기 시작한다. 속된 말로 “독자들은 우리가 X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장난삼아 말하는데, 그게 우리 모토다. 그럴 수록 만화의 재미가 커지지 않나. 그것도 아까 말한 찐따 스웩에 속하는 거 같다. 찌질할수록 재밌어하니까.

학교 다닐 때 만화를 전공했나

아니다. 집에서 썩 좋아하진 않았다. 아버지가 원래 만화 지망을 했다. 삼촌은 현재 출판만화 쪽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어깨너머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만화 엘리트 집안 아닌가

아버지는 중간에 만화가 아니라 회사일로 빠졌다.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다. 그림그리고 싶어서 삼촌이랑 아빠한테 이거 그려달라, 저거 그려달라 그랬다. 학원 같은데도 다니고 싶었는데 당시에 웹툰이 활성화 안 되어 있던 때라 아버지가 조금 안 좋게 보셨다. 싫어한 건아니지만 “만화, 그거 돈 안되는데 해서 뭐하게?” 이런 식으로.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겟지만 나는 별로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만화 배우러 학원을 다니거나 하진 않았다.

쉴 때는 뭘 하나

술, 담배를 안 한다. 아르바이트로 성우를 해봤고,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 마이크랑 피아노 같은 놀 거리가 모두 집에 있다. 나는 집돌이다.

작가가 되려고 생각한건 언제인가

막연하게 중학교때부터 나는 만화를 그려야지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땐 웹툰이란 걸 알진 못했다. 학교 때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재밌다고 찾아오곤 했다. 인기도 얻고. 그 ‘맛’을 알아버린 거다.

계속 일상툰을 할 건가

그렇지 않다. 나는 원래 웹툰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고, 생각하는 스토리도 장르별로 많다. 로맨스나 스릴러, 액션물도 하고 싶다. 내 나름에선 재밌을 자신도 있다. 지금은 따로 연재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고 작화 공부를 더 하고 있다.

레진코믹스에 바라는 게 있나

댓글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페이스북을 통해 댓글에 대한 욕구를 풀고 있지 않나

생각보다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에서 작품에 대한 직접 피드백은 별로 없는 편이다. 관심에 대한 갈증이 나서, 사흘에 한 번 구글과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에 ‘바나나툰’을 검색해 본다. 플랫폼 별로 보면 페이스북에 가장 반응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레진에서는 왜 댓글을 허용 안 한다고 보나

스포일러의 위험도 있고, 댓글 없는 거를 좋아하는 작가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상툰처럼 옴니버스 식 연재는 스포일러 위험이 적으니 댓글을 풀어주면 안될까 생각했는데, 형평성의 문제일지 모르겠다. 연륜(?)이 조금 더 생기면, 댓글을 열어달라고 건의를 해보고 싶다.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드립력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타고나는 건가

이 질문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웃음). 남들한테 잘 까불다 보면 드립이 느는 거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남을 잘 골려줄까, 매일 그 생각을 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놀리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까 그런 쪽에 센스가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진부한 개그와 관련해서는) 본인에게 냉철한 사람이 조금 더 잘 웃기는 것 같다.

‘와나나’ 캐릭터가 귀여워서 굿즈(상품) 제의도 받을 것 같다

그런 제의가 들어왔는데 레진에서 IP사업이 진행 중이라 거절하고 레진하고 하고 있다. 조만간 인형이 나올 거 같다. 베개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바나나툰에 대한 피드백을 구글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거의 매일 체크해서 본다. 반응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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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 기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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