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기술’로 인지될 때 세상은 변한다”
차세대 인터넷이라고 불리던 블록체인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혁신이라고 일컬어지던 웹3 시장은 투기장이 되어 투자자들의 곡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기존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혁을 주도할 핵심 기술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믿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웹3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②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 이현우 공동대표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③ NFT 프로젝트 쿼드해시 운영사 멋쟁이사자처럼 이지훈 CPO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④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최중섭 CISO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⑤ 카카오 블록체인 메인넷 클레이튼 재단 서상민 이사장
[웹3의 미래를 진단한다] ⑥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VC) 해시드 박현준 심사역
“블록체인 시장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우리 삶을 변화할 수 있다는 그 변곡점은 확인 했지만, 아직 도달하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방법론은 제시가 된 상황인데, 이 방법론에 부합되는 사례가 가시화된 게 없는 것이죠. 블록체인은 더이상 코인 가격의 움직임이 아니라, ‘기술’로서 인식이 돼야 합니다. 블록체인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면 그 변곡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VC) 해시드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박현준 심사역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그 기술로 기존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참여자들이 생태계에 기여한만큼 보상받는 구조를 말하는 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의 기본 이념이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여태까지 블록체인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 사업가들 사이에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상자산을 필두로 이 기술이 점차 규제화되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지’ 자체는 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이 ‘기술’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까지도 시세의 움직임이 이 시장에서 중요한 대화 소재이고,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 탈중앙)’은 관심 밖이다.
사이퍼펑크란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용자 성장에 의해 변화가 이뤄지는 세상으로, 기존 플랫폼이 독식하던 이용자의 지적 재산권을 보상과 소유의 형태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박 심사역은 ▲블록체인 수요를 일으킬 이유 부재 ▲신뢰 가능한 플랫폼의 부족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을 현재 시장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확대되려면 명확한 수요 주체와 그 주체들이 자금을 사용할만한 확실한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하다”며 “기존 금융 시장 자산군에 비해 가상자산은 실생활적인 수요를 일으킬 만한 내재적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는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안전하게 활용하고 전송, 커스터디(예치)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박 심사역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입증하려면 기존의 웹2를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 유의미한 변화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아직 그 실효성이 입증된 사례들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유의미적인 심리적인 변화를 주는 블록체인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웹2와 웹3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디앱)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이죠.”
그는 블록체인 대중화는 ‘기술에 대한 인식’이 첫번째로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그리고 이는 미 게임사 샌드박스의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은 웹2의 형식을 띠지만 이용자들에게 능동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이에 따른 소유권도 가져가게 하는 플랫폼들에서 먼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심사역은 “기술이 기술로 인식이 되고, 그 다음 많은 이용자들이 블록체인을 ‘당연하게’ 생각되는 사례가 생겨난다면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러 성수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투기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벗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화면서 인간은 진화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처럼 이 시장도 여러 약세장을 지나면서 규제 도입 등으로 인해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내심이 부족한 투기꾼이나 투기성 상품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이 사라지고, 이 시장을 발전시키려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라고 봐요.”
박 심사역은 웹3의 미래가 ▲프로토콜 경제 구현 ▲블록체인 기술의 제도권 침투 ▲가상세계로의 인류의 경제∙취미의 공간 이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이 제공해주는 개방성, 무신뢰성(Trustless, 상대를 신뢰하지 않아도 거래가 성사되는 형태), 상호 운용성을 통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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