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거고요. 오히려 골목상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지난 5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카카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정부와 국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김 의장이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명제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오는 것이 카카오헤어샵이다. “대기업 카카오가 왜 중소상공인들이 하는 미용실까지 하느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왔고 카카오는 결국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접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카카오헤어샵이 골목상권 침해라면 네이버예약도 골목상권 침해일까? 네이버예약은 숙박·식당·헤어샵·공연·전시 등을 온라인에서 예약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용실에 한해서 보면 네이버예약과 카카오헤어샵은 본질적으로 같은 서비스다. 업체정보를 탐색하고,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제는 사라진 미용실 예약 서비스 ‘헤이뷰티’의 창업자였던 임수진 씨는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경쟁자는 카카오헤어샵이 아니라 네이버예약이었다고 회상한다.

물론 수익모델은 네이버와 카카오헤어샵이 다르다. 카카오헤어샵은 고객이 첫번째 이용할 때 25%를 수수료로 받는다. 네이버는 미용실로부터 직접 수수료는 받지는 않고 미용실이 검색광고를 할 때 수익을 얻는다. 네이버 입장에서 예약서비스는 검색 이용자들의 최종 목적(예약)을 좀더 편리하게 달성하도록 도와 검색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존재다. 검색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이용률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미용실 같은 업체들이 검색광고를 하고 네이버는 돈을 번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 님은 네이버예약으로 예약하면 오히려 좋아한다. 예약을 전화로 받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예약이나 문의전화를 받는 업무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손님 머리를 깎거나 감기다 말고 전화를 받는 게 쉽지 않고, 전화가 많아지면 전화받는 직원이 별도로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예약서비스 자체는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 골목상권을 돕는 서비스임을 의미한다. 카카오헤어샵 파트너 미용실은 선결제로 인한 노쇼(예약 후 오지 않는 손님) 감소의 가치를 높이 산다.

또 카카오헤어샵과 같은 서비스는 진짜 골목상권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상권 좋은 대로변 눈에 잘 띄는 건물에 있는 미용실과 골목구석에 위치해서 잘 보이지 않는 미용실이 있을 때, 카카오헤어샵은 후자에게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는 대로와 골목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건 서비스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으로 인한 것이다. 플랫폼이 영업이나 마케팅 채널을 독점하고 있으면 소상공인은 플랫폼이 요구하는 대로 수수료나 광고비를 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서비스 진출 자체가 아니라 독점을 막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특성상 독점화되기 쉽기 때문에 훨씬 치밀하고 기술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더 많은 플랫폼이 등장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혹시 다른 시장을 독점하는 플랫폼이 그 힘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한 경쟁을 펼치지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보면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에 대해 목소리만 높이면 언론의 주목을 받으니 좋은걸까?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왜 미용실 사업까지 하느냐”는 비판은 착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미용실과 같은 소상공인에게 진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만약 카카오헤어샵이 사라지고 네이버예약이 독점하게 되면, 미용실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네이버 검색광고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택시기사를 위한다며 타다 서비스를 없앴더니 카카오모빌리티가 손쉽게 시장을 독점해 결국 택시기사의 비용이 올라간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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