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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일기] 티몬에서 일매출 700만원 찍은 썰

언젠가 미국 아마존 상품을 그대로 긁어서 네이버에 올려 파는 구매대행 판매자를 저격한 글을 썼다. 근데 그 짓을 내가 하고 있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걸 쉽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개미 일기’라는 이름의 이 글뭉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은 군소매체 기자의 먹고사니즘을 담았다.

인증부터 하고 시작한다. 티몬에 상품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 12월 28일 00:00부터 12월 29일 16:00까지. 약 36시간 동안 발생한 누적매출이 698만9400원이다. 같은 시간 동안 총 369개의 주문이 들어왔고, 706개의 상품이 팔렸다.

이 매출 중 94.5%가 28일 단 하루 동안 발생했다. 하루 동안 발생한 매출액은 653만4000원. 총 339개의 주문이 들어왔고, 660개의 상품이 팔렸다. 기자가 운영하는 커머스 업체 ‘헬개미마켓’ 오픈 사상 최대의 매출액이다.

29일 오후 4시 기준 매출 인증. 4시까지 총 매출액은 698만9400원, 28일 단 하루 동안 653만4000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상품 주문이 더 들어와서 23시 기준 708만8400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신이시여.

최근 몇 달 동안 헬개미마켓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처음 고기 상품을 떼어다 팔기 시작한 9월 월매출 249만5800원을 찍었다. 이대로 행복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이후 나락에 떨어졌다. 10월 매출은 48만8900원, 11월 매출은 14만7520원, 12월 매출은 그보다 더 처참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다만,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 고기 상품을 오픈하고 한참을 기세를 타고 잘 팔리고 있던 9월 25일. 추석연휴(10월 1일~10월 4일)가 겹쳐서 상품 공급업체의 원물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상품 출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자는 출고 지연 공지가 아닌 ‘품절’ 표기를 택했다. 주문을 계속 받지않고 상품을 팔지 않는 결정을 한 것이다. 남들 다 쉬는 추석에 쇼핑몰 운영은 신경 안 쓰고 싶어서 내렸던 이 결정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불러올지 이 때는 알지 못했다.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던 추석연휴를 사이에 둔 약 10일 동안 헬개미마켓의 네이버 상품 검색 순위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한참 잘 나가던 9월, ‘우삼겹’ 같은 괜찮은 검색 키워드로 네이버 첫 페이지(상위 40개 상품)에서 검색되기도 했던 기자의 상품이 7~10페이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기자의 상품 앞에 못해도 300~400개 이상의 경쟁 키워드 상품이 깔렸다는 이야긴데, 당연히 고객의 검색 유입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금 검색 순위를 앞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 요컨대 마케팅이 필요했지만 기자는 하지 않았다. 귀찮았고, 잘 몰랐다. 그 결과는 지난날의 숫자가 증명해주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되는 거야?

암흑기를 걷던 헬개미마켓이 역대 최고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반전 포인트는 티몬에서 나왔다. 처음 티몬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하겠냐고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이거 해서 잘 팔릴까. 전문 쇼호스트가 아닌 기자가 정말 잘 팔 수 있을까.

해보니까 알겠더라. 확실히 티몬의 라이브 커머스는 ‘트래픽’을 몰아준다. 28일 헬개미마켓이 티몬에서 판매한 660개의 상품 중 23%인, 154개의 상품 매출이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 티비온 셀렉트 라이브 방송 시간 동안 발생했다. 라이브 방송 종료 이후 저녁시간까지 연결된 매출을 포함하면 28일 하루 매출 중 75%가 넘는 500개가량의 상품이 라이브 이후 판매됐다.

티몬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기자의 모습. 먹고살기 너무 힘들다.

1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기자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 접속한 누적접속자는 약 7000명이었다. 동시접속자수는 약 100여명 수준. 티몬은 앱 설치 고객에게 발송하는 푸시 메시지 등으로 더 많은 고객의 라이브 방송 참여를 유도해줬다.

실제 기자가 진행한 TVON 라이브 딜페이지 모습. 왜인지 모르겠는데 라이브 막바지에 기자의 콘텐츠가 티몬 실시간 베스트딜 1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누가 말해주더라. 정말 왤까.

라이브 방송에 접속한 7000명 중에서 154명이 구매했으니 구매 전환율은 약 2.2%다. 라이브 방송 이후 구매한 소비자를 기준으로 구매 전환율을 계산한다면 약 7.1%다. 이 숫자가 중국최상위 왕홍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그 숫자에 비하면 부족한 게 맞다. 하지만 살면서 쇼호스트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던 기자와 동료 직원(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남혜현 기자)이 리허설도 없이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성과치고는 괜찮은 숫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리포트(#살아있다: 라이브 커머스, 오린아)에 따르면 통상 이커머스 구매전환율은 0.3~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 진행자가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은 5~8% 수준으로 파악된다. 중국 왕홍 마케팅 전문기업 TWOAB에 따르면 최상위 왕홍 라이브 커머스 구매전환율은 20%다.(자료: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물론 티몬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하려면 110만원(티비온 셀렉트 기준)의 광고료(구좌료)가 들어가고, 라이브 커머스와 연결되는 딜 페이지마다 다른 판매건당 수수료도 감당해야 한다. 헬개미마켓처럼 기존 고객에게 택배비를 받아서 물류비를 상쇄시켰던 사업자라면 티몬이 요구하는 ‘배송비 무료’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라이브 참여로 발생할 수 있는 종합적인 비용과 티몬 라이브 방송으로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트래픽과 매출의 상충 관계를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이익을 만들 수 있는 사업자라면 티몬 티비온 셀렉트는 판매채널로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티몬 라이브는 마케팅 수단이다?

여기서 티몬이 강조하는 포인트 하나. 티몬은 자사 라이브 커머스가 판매채널을 넘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라이브 커머스가 단기간에 대규모의 트래픽을 끌어 모아서 초기 사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딩이 필요한 상품을 처음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는 티몬측 설명이다.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도 딜 페이지는 MD와 협의해서 계속해서 남겨둘 수 있다. 여기서도 주문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어떻게’가 궁금해서 티몬측에 물었다. 먼저, 티몬 라이브 방송 종료 이후에도 남아있는 ‘딜’ 페이지는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다. 헬개미마켓 담당 티몬 MD에 따르면 입점 판매자가 원한다면 상품 딜 페이지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도, 바로 딜을 종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더 많은 판매를 원하는 판매자들을 위해서 페이지를 며칠 정도 유지한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그는 “초기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을 유입해 상품을 경험하게 하고, 추후 남아있는 딜페이지의 상품가격을 올려서 이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녹화가 된 라이브 방송 DB도 마케팅 용도로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티몬은 티비온 셀렉트의 경우 판매자들에게 먼저 라이브 영상 공개 의향을 물어본다. 판매자가 희망한다면 라이브 영상을 계속해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티몬앱 티비온(TV ON) 탭에 VOD 녹화 영상을 업로드 해준다. 녹화된 라이브 영상에는 상품판매 딜 페이지에 연결되는 링크가 포함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티몬측 설명이다.

티몬앱에 박제된 헬개미마켓의 막 나가는 라이브 방송. 티몬 라이브 방송 관리자 시스템에서 실시간 고객 반응을 볼 수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보다 웃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회사에서 제일 웃긴 두 명을 쇼호스트로 섭외한 보람이 있다.

티몬 관계자는 “상품을 처음 기획, 개발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업체는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 탐색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며 “티몬 티비온 라이브는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초기 업체들이 상품을 노출하고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해보자면, 티몬 라이브 방송은 좋은 제품과 괜찮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제조사, 브랜드사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브 방송으로 녹화된 콘텐츠를 공짜로 티몬에 박제할 수 있다는 점, 최초 라이브 방송 광고료(구좌료) 110만원을 지불한 이후 영상 활용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티몬에서 계속해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인 판매자라면 매력적인 포인트로 보인다.

갑분 위메프

티몬 라이브 방송을 마치고 혼이 나가있던 28일 저녁. 자신을 위메프 MD라고 밝힌 어떤 분의 카톡을 받았다. 티몬에서 행사하는 딜을 보고 연락했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 분은 1월 5일 이후 위메프에서도 행사를 하는데 출품이 가능한지 기자에게 물었다. 현재 헬개미마켓이 위메프에 미입점 상태라 수수료는 4%로 진행이 가능하고, 위메프 광고판은 별도 고정비 없이 판매건당 9.9% 수수료면 된다고. 이것이 방송의 힘인가.

라이브 다음날인 29일. 서로 다른 위메프 MD 세 명의 연락을 또 받았다. 그 중 한 분은 “헬개미마켓 브랜드 상품은 위메프에서 현재 진행하는 방향성에 충분히 부합되는 이슈성 높은 상품”이라며 “운영중인 스토어에서의 상품 콘텐츠와 경쟁력을 기준으로 위메프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기획전 진행시 높은 매출 효율이 예상된다”고 평했다. 이것이 티몬의 힘인가.

티몬 라이브 방송 종료후 한 위메프 MD로부터 받은 입점 제안 이메일. 위메프 MD님들, 헬개미마켓 사랑해주셔서 고마워요.

라이브 커머스 정리한다. 확실히 나는 티몬에서 단기간에 높은 트래픽을 얻었다. 역대 최고치의 매출을 갱신했다. 그리고 위메프 MD 4명의 관심을 받았다. 상품을 700만원 어치나 팔았는데, 이익은 얼마나 남았냐고? 쉿.

개미 일기 모아 보기

1편 – 네이버 셀러가 됐다

2편 – 진짜와 개미의 상품 소싱법

3편 – 개미 셀러가 어떻게든 좋은 상품 찾는 법

4편 – B2B 도매몰 위탁 판매, 할 만 한가요?

5편 – 3개월 삽질의 끝(?), 주매출 80만원 돌파!

6편 – 티몬 라이브 커머스 비망록

7편 – 티몬에서 일매출 700만원 찍은 썰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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