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 아마존 상품을 그대로 긁어서 네이버에 올려 파는 구매대행 판매자를 저격한 글을 썼다. 근데 그 짓을 내가 하고 있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걸 쉽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개미 일기’라는 이름의 이 글뭉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은 군소매체 기자의 먹고사니즘을 담았다.

0원, 0원, 0원, 0원. 최근 4일 기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의 매출 성적표다.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것이 6월 4일. 약 2주 동안 총 10개의 상품을 팔았다. 매출로는 10만9000원을 찍었다. 여기서 내가 챙길 수 있는 이익율은 평균적으로 10%가 안 된다. 확실한 건 이런 숫자로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이란 걸 해봤다. 내 상황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구매자 이름을 보니 상품 6개는 지인이 사줬다. 고맙지만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거 하지 말라고, 좀.

모르는 사람이 사준 건 4개다. 한 분은 네이버톡톡으로 연락을 받았는데 기사 보고 재밌어서 구매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고맙지만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3개는 주소를 보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직원이 사줬다. 그것도 두 명이나. 상품 수령 주소지가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다. 한 명은 같은 냄비를 깔별로 두 개나 사줬다. “네이버 모직원의 잇템 냄비”를 마케팅 문구로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데이터를 해석하자면 상품이 좋아서 팔린 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고객들의 구매 동기는 불쌍해서, 재밌어서, 콘텐츠 팬이라서, 엄지용이 좋아서, 네이버 직원이라서(?) 등으로 요약된다.

헬개미마켓 2주간 트래픽. 트래픽 높으면 뭐하냐고, 안 팔리는데.

슬픈 건 트래픽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는 거다. 첫 번째 개미 일기를 쓰고 수백명의 고객이 헬개미마켓에 방문했다. 콘텐츠 약빨이 떨어진 9일 방문자수인 9명과 비교하면 24배 이상의 잠재고객이 마켓에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네이버 검색으로 유입된 고객의 결제전환율은 0.96%. 형편없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구색이야!

안 팔리는 이유는 차고 넘칠 거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거다. 당장 뭘 해야 상품이 잘 팔릴지 감조차 안 잡힌다. 속도 모르고 헬개미마켓 개점 휴무했냐고 묻는 상품 공급처 대표의 카톡이 야속해 보인다.

그래서 들은 것이 고객의 소리다. 첫 번째 개미일기를 쓴 다음 날, 헬개미마켓 작명 센스가 좋다며 한 대형 물류업체 실무자가 카톡을 보내왔다. 연락 온 김에 “냄비좀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의 답이 이랬다. “마누라한테 혼날 것 같은데, 남자가 쓸만한 걸 올려봐”



아주 그냥 뼈를 때린다.

그래, 문제는 ‘상품 구색’이었다. 속칭 SKU(Stock Keeping Units), ‘스큐’라고 읽으면 더 있어 보이는 그것이다. 헬개미마켓이 현재 팔고 있는 상품 숫자는 5개. ‘전자레인지용 냄비’와 ‘물빠짐 접시’, ‘보온병 세척솔’, ‘벽걸이 후크’와 ‘실리콘 컵받침’이다. 상품을 공급해준 도매상 대표에 따르면 이 상품들의 주고객은 ‘여성 주부’다.

이게 헬개미마켓 상품 구색의 전부다. 이 중 냄비가 제일 많이 팔렸고, 벽걸이 후크와 컵받침은 현재까지 매출이 없다. 하나도 안 팔렸다.

상품 구색 자체도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상품들이 헬개미마켓에 어떤 이유로든 방문하는 사람들이 혹할 품목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데이터를 봤을 때 현재 헬개미마켓에 방문하는 잠재 고객의 상당수는 지금 ‘개미 일기’를 읽고 있는 여러분이다. 추정컨대 대부분 유통 혹은 물류업계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사를 본 해당 업계 분들의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네이버 유입 분석에 따르면 헬개미마켓에 유입되는 고객의 70%는 남성, 그 중에서도 30~40대가 많다. 근데 헬개미마켓이 파는 건 뭐다? 주방용품이다.

요컨대 콘텐츠를 기반으로 헬개미마켓에 유입되는 트래픽을 ‘구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핵심 유입 고객인 30~40대 남성을 공략할 상품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냄비나 물빠짐 접시만으론 미래가 안 보인다. 어떻게든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해야 한다.

진짜와 진짜를 만나다

이런 내 고민을 안 것일까.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매출 증진에 참고할 수 있는 꿀팁을 소개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10일 올렸다. 이름하여 THE셀러. 홍보 문구가 비수처럼 박힌다.

“스마트스토어 만들면 끝날 줄 알았는데 고민이 자꾸 늘어난다고요?” 그래, 만들고 상품 올리기만 하면 잘 팔릴 줄 알았다.

“매출을 쭉쭉 늘려 언젠가는 탑 셀러에 오르고 싶다고요?” 처음부터 밝혔지만 부자 돼서 기자 때려 치는 것이 이 글뭉치의 종착지다.

네이버 셀러 대상 공지사항 발췌. 네이버 느님은 이따금 개미 셀러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콘텐츠를 내려주신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아카데미와 신사임당의 만남을 ‘진짜와 진짜가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나는 진짜와 진짜를 만난 거다.

더욱이 네이버가 제휴한 크리에이터는 그 유명한 신사임당. 요즘 언론인의 희망 퇴직 후 미래인 성공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 콘텐츠인 <창업 다마고찌>를 통해 수많은 개미 군단의 심장을 만든 분이기도 하다. 기자 주변에도 신사임당 콘텐츠를 보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에 뛰어든 분이 한둘이 아니다.



진짜의 소싱법

THE셀러를 통해 만난 진짜의 소싱법은 이랬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아재네 한우집>을 운영하는 조준희 대표는 ‘식품’을 판다. 마장동 시장에서 소싱한 한우가 주력 상품이다. 그는 상품을 소싱할 때 ‘지역 시장’을 활용한다고 한다. 지역 명물을 판매하는 시장에 방문해 상인들에게 명함을 돌리면서 ‘온라인 판매’를 권한다.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 포장 샘플 사진을 만들어서 상인들에게 보여주고 ‘판가’와 ‘수익 분배’를 합의 본다.

물론 지역상인들 중에는 온라인 판매 방법에 생소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조 대표는 이들에게 택배업체를 소개해주고, 주문이 들어올 경우 해당 정보를 엑셀 파일 양식에 맞춰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등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기본기를 전달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맥스비즈>를 운영하는 박창현 대표는 스포츠, 홈트레이닝 용품을 주로 판다. 그는 상품 소싱에 있어서 과거 축구팀 재활 트레이너로 근무할 때 거래했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그가 트레이너 시절 직접 사용했던, 선수들에게 사용을 권했던 제품을 해당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다. 그래서 그의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직접 사용했기 때문에 묻어나는, 전문가니까 나타나는 ‘경험’이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르마스크>를 운영하는 박경민 대표는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 그는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직접 제조를 택했다고 말한다. 르마스크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씩 신상 품목을 론칭한다. 반응이 좋지 않은 상품은 과감히 다음 시즌에는 철수한다. 반응이 좋은 상품은 해당 시즌에 유행하는 색상을 여럿 추가해서 상품 구색을 확대한다. 똑같은 상품을 소싱하여 경쟁하는 리셀러는 가질 수 없는 ‘상품의 독립성’이 자체 제조를 택한 르마스크의 강점처럼 보였다.

개미의 소싱법

중요한 건 실행이다. 셀러들의 노하우 중에 취할 부분은 취하고 내가 하지 못할 것은 버린다. 먼저 <르마스크>와 같은 인하우스 제조는 당장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기자에게 제조 역량이나 공장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고, 생산에 따른 ‘비용’ 또한 부담이다. 르마스크 또한 약 4억원 연매출을 올리던 시절, 1~2억원 상당의 연간 적자를 봤다고 한다. 당장 기자 업무를 병행하면서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아재네 한우집>의 방법은 따라할 수 있다. 최근 기자에게 강원도 ‘영월’의 특산물을 팔아보지 않겠냐는 공급사의 제안이 들어왔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자에겐 좋은 기회다. 이 분은 영월의 좋은 상품을 다양한 판매자에게 알리고 싶은 니즈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기자는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싶다. 조만간 헬개미마켓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팔릴만한 상품을 찾으러 ‘영월’에 갈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맥스비즈>의 방법은 이미 기자가 하고 있다. 도매상의 상품을 ‘상품상세’ 사진과 함께 공급받아 편집을 더해 스마트스토어에 올려서 판매하는 식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판매자의 전문성이다. 기자가 실리콘 냄비나 물빠짐 접시를 알면 얼마나 알겠나. 솔직히 밝히자면 써본 적도 없다. 하지만 <맥스비즈>는 재활 트레이너 출신 대표가 직접 써본 스포츠 관련 용품을 판매한다. 사진은 경쟁 판매자와 똑같은 걸 쓰더라도 상품 상세 페이지의 ‘디테일’이 달라진다.

그럼 기자의 전문성은 무엇인가. 문득 지게차가 팔고 싶어졌다. 박스, 롤테이너, 파렛트도 팔고 싶다. 물류전문기자 좋은 게 뭔가. 물류 관련 설비, 장비 파는 사람은 주변에 넘친다. 물론 기자가 물류장비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품 상세 작성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또 많다. 굳이 안 팔리더라도 마켓에 올려놓으면 왜인지 멋있어 보일 것 같다. 지게차는 마진율도 높지 않겠는가. 마케팅 업무를 하는 지인 말로는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 수익률)가 빵빵 터질 거란다.

그래서 네이버에 지게차를 검색하니 이미 팔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 이럴수가. (계속)

네이버쇼핑엔 이미 지게차도, 롤테이너도, 파렛트도, 박스도 누군가 팔면서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그래, 잠깐 까먹었는데 여긴 이미 지옥이다.

개미 일기 모아 보기

1편 – 네이버 셀러가 됐다

2편 – 진짜와 개미의 상품 소싱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