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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일기] B2B 도매몰 위탁 판매, 할 만 한가요?

언젠가 미국 아마존 상품을 그대로 긁어서 네이버에 올려 파는 구매대행 판매자를 저격한 글을 썼다. 근데 그 짓을 내가 하고 있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걸 쉽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개미 일기’라는 이름의 이 글뭉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은 군소매체 기자의 먹고사니즘을 담았다.

“지인이 위탁 판매를 해서 한 달 순이익으로 1500만원 정도 가져갔다고 하니까요. 요즘 매출은 좀 줄었는데 700만원 정도는 남는다고 하더군요. 사업 운영비용, 한 달에 200~300만원 되는 개인 용돈 제하고 남은 돈이 그 정도라고 합니다. 이건 전업 하는 분 이야기고 부업으로 팔더라도 잘한다면 한 달에 300만원은 이익으로 가져가는 것 같아요(손현수 머니로드 대표)”

그래,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무재고, 무자본, 월 xxx만원 벌기 같은 익숙한 광고문구가 스쳐 간다. 하지만 실제로 위탁 판매만으로 저 정도, 혹은 그 이상 버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판의 전설의 크리에이터 신사임당도 위탁 판매 콘텐츠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물론 기자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위탁 판매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재고 없이 월 1000만원 벌기. 달달하지 아니한가. 수많은 증인과 선도자들이 이미 우리 앞에 있다.(사진 : 도매꾹 캡처)

기자 또한 위탁 판매자다. 상품 공급자들과 협의해서 그들의 상품을 기자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 올려 판매한다. 고객 주문이 나오면 각 업체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서 발주서를 작성하여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상품 공급처에 보내는 게 기자의 일이다. 상품 포장과 고객까지의 배송은 해당 업체들이 알아서 한다.

재고를 보유하지 않아 비용부담이 적고, 물류 업무를 직접 처리하지 않아 자유도가 높은 것이 위탁 판매의 강점이다. 당연히 위탁 판매에 장점만 있진 않은데 중간 유통채널이 여럿 낄 수 있는 구조상 마진율이 박할 수밖에 없고,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많은 이들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별화가 어렵다.

논란은 있지만 위탁 판매는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 공급단가가 좋고, 나에게만 상품을 독립적으로 공급해주는 소싱처를 찾는다면 앞서 언급한 단점들이 희석되기도 한다.

‘위탁 판매’와 만나는 쉬운 길

처음 위탁 판매를 시작한다면 마주할 고민은 그래서 어떻게 소싱처를 만날 수 있냐는 거다. 기자와 같은 경우는 조금 쉬웠다. 오랫동안 물류, 유통 관련 취재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먼저 위탁 판매를 제안하거나, 공급업체를 소개해준 많은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없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 이런 접근은 쉽지 않다.

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B2B 도매몰을 이용하는 것이다. B2B 도매몰이란 소매상을 위한 오픈마켓이다. 제조사, 도매상, 심지어 소매상까지 여기 입점해서 또 다른 소매상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공급사는 구매빈도가 높고 많은 물량을 구매하는 기업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함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소매상은 통상 소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여기까진 위탁 판매가 아닌 ‘사입’이다. 팔리지 않고 남을 재고 부담은 판매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도매몰들은 늘어나고 있는 신규 온라인 판매자들의 수요에 맞춰서 위탁 판매자를 위한 B2B 배송대행(위탁 물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지 오래다. B2B 도매몰을 통한 위탁 판매는 기존 위탁 판매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 사입 비용과 재고관리, 물류 부담 없이 누구나 쉽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수많은 상품구색을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는 것도 이 방식의 강점이다. B2B 도매몰에 등록된 수백개 이상의 상품 DB를 그대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일괄 등록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거다. 공급사가 제공하는 상품상세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하여 콘텐츠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물론 B2B 도매몰 위탁 판매의 한계도 있다. 여전히 상품 차별화는 어렵다. B2B 도매몰 특성상 불특정다수의 판매자가 공개된 가격에 상품을 소싱해 가기 때문에 경쟁사는 더 많아진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판매자가 가져가는 마진은 더 박해질 수 있다. B2B 도매몰을 활용한다면 중간상이 하나 더 낀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B2B 도매몰 운영사도 공급사와 소매상의 거래를 중개한 수수료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기자가 B2B 도매몰을 통해 위탁 판매 방식으로 팔고 있는 마스크 스트랩. 정말 슬픈 게 지금까지 이거 구매한 사람 기자 한 명이다. 50원 벌었다.

일례로 기자 또한 B2B 도매몰을 통해 위탁 판매 방식으로 마스크 스트랩을 소싱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팔고 있다. 찾아보니 이 제품의 공급사는 자사몰을 통해 1800원에 똑같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가 B2B 도매몰로부터 받은 공급가는 1980원이다. 당연히 기자가 먹고 살려면 이 가격에다가 네이버에게 주는 수수료를 제하고도 먹고 살만한 마진을 붙여야 한다. 그래서 설정한 가격이 2160원인데, 한 50원 남는다. 위탁 판매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격에 잘 파는 사람은 어딘가 존재한다. 사실 진짜 노하우는 이거 같은데, 아직 기자는 이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

어쨌든 제목으로 돌아가자. B2B 도매몰 위탁 판매, 정말 할 만 한가. 아무래도 여기부터는 못 파는 기자의 이야기보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약 69만개의 상품을 100% 위탁 판매로 공급하고 있는 B2B 도매몰 ‘도매의신(운영사: 머니로드)’ 손현수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약  8년 동안 B2B 도매몰 위탁배송 업계를 경험한 인물이다.

Q1. 도매의신의 유통 구조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제조업체, 총판, 도매상 등 공급사(Vendor)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도매의신에 입점하는 구조다. 그들이 올린 상품 DB를 리셀러라고 부르는 소매상들이 개인이 운영하는 유통채널에 끌어가서 가격을 설정하여 올린다. 리셀러는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의신 플랫폼에 해당 정보를 입력한다. 정보를 확인한 공급사가 택배 발송 처리를 마치면 송장번호가 나오는데, 리셀러는 그 정보를 확인해서 그가 운영하는 판매채널 시스템에 기입해 고객에게 발송 안내 메시지를 전한다. 리셀러는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공급사가 최종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하기 때문이다.

Q2. 공급사와 리셀러가 도매의신에서 얻을 수 있는 각각의 효용은 무엇인가.

도매의신을 이용하는 공급사는 판매량을 증대할 수 있다. 직접 소비자에게만 판매하면 1개 팔 것을 100개, 1000개, 1만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리셀러가 얻는 이점은 ‘간편함’이다. 도매의신에서 받은 상품 정보를 자체 판매채널에 올려놓기만 하면 판매 준비가 끝난다. 이후에는 상품을 잘 팔기 위한 마케팅과 CS에만 집중하면 된다. 상품을 제조하거나 사입하면 자연히 생기는 재고와 물류 부담이 사라진다. 도매의신은 공급사가 사용 가능한 상품상세 콘텐츠를 업로드 하여 제공해주기 때문에 리셀러의 상품상세 제작 부담도 줄어든다.

플랫폼인 우리는 그 중간에서 공급사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리셀러가 더 잘 팔릴만한 상품을 소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도매의신은 통상 공급사로부터 받는 공급가의 10%를 마진율로 책정하여 공급가에 더해 플랫폼에 올려 판매하고, 그 10%가 우리의 매출이 된다.

물론 장점이 있듯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CS의 어려움이다. 아무래도 실물 상품을 가진 것이 판매자가 아니라 공급사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소비자의 반품, 품절 문의를 받는 것은 판매자인데, 판매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사에 물어봐야 한다. 공급사는 여러 판매자의 주문건을 대신 처리하다보니, 아무래도 상품 숫자가 늘어날수록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도매의신은 최대한 중간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을 중재하고자 노력한다.

Q3. 갑작스럽게 많이 들어오는 주문량으로 인해 결품이나 배송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먼저 ‘오픈마켓’ 중에서 그 이슈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가 감염병이 확산돼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겠는가. 몇 년 전 사례이긴 하지만 아로니아 대란이 있었을 때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도매의신은 시스템을 통해서 그 이슈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도매의신이 리셀러에게 제공하는 ‘베스트 공급사’라는 탭이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잘 팔리는 상품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다. 물류 속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당일 출고율이나 CS 처리에 대한 지표인 24시간 이내 답변율 등이 기본적으로 90% 이상은 되는 곳들이다.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공급사만 여기 모아놔서 리셀러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도매의신 BEST 공급사 상품 모아보기 탭. 매주 수백개 가량의 상품이 새롭게 업데이트 된다.

Q4. B2B 도매몰을 통해 아무리 상품을 편하게 소싱하더라도 안 팔리면 아무 소용없다. ‘도매의신’을 쓰는 판매자들은 잘 벌고 있는가.

판매자들간의 격차가 심하다. 잘 파는 분들은 잘 팔지만, 못 파는 분들은 또 아니다. 통상 부업으로 잘하는 사람은 한 달에 3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남기는 것 같다. 전업으로 못하는 사람이 한 달에 200~3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남기는 것 같다. 우리 같은 도매 사이트에서는 매출보다는 ‘이익’을 이야기해야 정상이라 생각한다. 월매출은 5000만원인데, 이익은 100만원이면 그건 저희 같은 도매 사이트나 먹여 살려주는 것이라 본다. 리셀러가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5. 잘 팔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상품이 잘 노출되는지 이해를 해야 상품을 잘 팔 수 있다고 본다. 안 되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도매 사이트에서 받은 상품 DB를 말 그대로 대량등록 해버리더라. 어떻게 보면 대충 하는 것인데,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잘 파는 분들은 하루 종일 마켓을 쳐다보더라. 마켓이 이런저런 정책을 바꾸면 그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노출도는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한다. 잘 파는 판매자들은 그렇게 파악한 정보를 기반으로 도매 사이트에서 받은 상품 DB를 가공을 한다. 상품 DB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상품명이나 카테고리도 바꿔보고 키워드도 다시 입력하는 식이다.

Q6. 비슷한 류의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 이들과 비교해서 도매의신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급사들은 도매의신 말고도 여러 경쟁 플랫폼에 함께 상품을 함께 올리기도 한다. 리셀러들도 우리 말고 다른 업체에서 상품을 소싱할 수도 있다. 결국 공급가가 동일하다고 봤을 때, 경쟁을 가르는 것은 서비스와 CS 품질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도매의신은 시스템 편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도매의신은 9월 중 오픈할 시스템에 우리의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플레이오토나 사방넷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우리가 하려고 한다. 판매자들이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모든 판매채널에 우리 상품 정보를 끌어다가 올릴 수 있게 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됐든, 11번가가 됐든, 카페24가 됐든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플레이오토나 사방넷은 ‘유료’ 프로그램 아닌가. 우리는 도매의신의 물건을 소싱한다면 무조건 무료로 이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론칭하면 일일이 상품 데이터를 다운 받아서 가지고 갈 필요도 없이 상품 정보를 검색해서 판매자가 운영하는 판매채널에 바로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된다. 각 판매채널에서 발생하는 고객 주문 정보도 일일이 확인해서 재차 도매의신 사이트에 업데이트 할 필요 없어진다. 자동으로 주문정보를 수집하여 도매의신에 일괄 발송하는 기능이 생긴다. 상품상세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기능 또한 이번에 추가될 것이다.

B2B 도매몰이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상생이 중요하다. 우리가 ‘중개 플랫폼’ 포지션을 고집하면서 공급자든, 리셀러든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마인드를 가지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공급사의 상품이 더 잘 팔리고, 어떻게 마켓에 등록해야 리셀러의 상품이 잘 팔리는지 가이드 하고 실제 결과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중개업자인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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