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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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사 체질개선④] 크래프톤, 배그 너머 AI·인도시장 공략 본격화

국내 게임 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모바일 MMORPG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출시 플랫폼 다변화도 눈에 띕니다.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지식재산권(IP)를 재활용하고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 게임 업체들이 왜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주요 게임사별 전략과 체질 개선 방향을 집중해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크래프톤이 펍지(배틀그라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6개 신작 파이프라인을 추진하며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회사는 기존 펍지 IP를 확장하는 동시에 ‘다음 배틀그라운드’가 될 신규 프랜차이즈 IP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확장성이 높은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해 성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인도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통한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중장기 전략, 올해도 이어진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빅(Big) 프랜차이즈 IP’ 전략을 올해에도 구사할 방침이다. 빅 프랜차이즈 IP 전략이란 자체 제작 투자 확대, 퍼블리싱 규모 확대, 자원 배분 효율화를 3대 핵심 축으로 삼는 중장기 성장 전략이다. 오랜 기간 서비스할 수 있는 IP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제작 조직 확대와 신작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신작 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리더십 15명을 영입했고, 올해 스튜디오 수를 최대 19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설립됐거나 신설 예정인 스튜디오는 나인비스튜디오, 옴니크래프트 랩스, 룬샷게임즈 등이다. 각 스튜디오는 소규모 조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 맞는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는 15개다. 다수 프로젝트를 병행해 성과를 선별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일부 신작을 선별해 장기간 서비스 가능한 대표 프랜차이즈로 육성할 방침이다. 지난해 출시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와 생존 공포 게임 ‘미메시스’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1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작년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글로벌 판매량 300만장을 넘은 액션 RPG ‘라스트 에포크’도 크래프톤이 꼽은 차기 핵심 IP 중 하나다. 회사는 이러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오래가는 IP로 키울 계획이다.

앞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올해 초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크래프톤은 게임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며, 신작 도전을 실행 단계로 전환한 상태”라며 “펍지 IP 프랜차이즈를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한편 신작 파이프라인과 제작 리더십을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IP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작 대거 투입…시장 검증 우선

현재 크래프톤은 총 26개 신작 파이프라인을 추진 중이다. 이 중 12개 작품을 앞으로 2년 이내 순차 출시할 방침이다. 개발 중인 주요 작품에는 PC·콘솔 수중 생존 어드벤처 ‘서브노티카2’, 오픈월드 슈터 RPG ‘노 로(No Law)’, 생활 시뮬레이션 ‘딩컴 투게더’, 액션 AOS ‘프로젝트 제타’ 등이 있다. 회사는 시장 반응을 먼저 살핀 뒤 게임 정식 출시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 경쟁력을 사전 확인한다는 의미다.

서브노티카2는 곧 앞서 해보기(얼리액세스)를 시작한다. 얼리 액세스란, 미완성 상태로 먼저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피드백을 받고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 뒤 정식 출시하는 형태다. 딩컴 투게더는 2027년 선출시(소프트론칭)을 시작한다. 해당 장르가 강세인 권역에서 이용자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게임성을 보강해 출시 지역을 늘리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제타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얼리 액세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안 되는 게임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회사는 지난 2월 얼리 액세스 출시한 신작 ‘블라인드 스팟’을 지난달 서비스 종료했다. 게임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탑다운 뷰 기반 이용자 대 이용자(PvP) 슈팅 게임으로 펍지 IP를 활용한 작품이었다. 쉬운 접근성과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용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펍지 경쟁력 확대

크래프톤은 회사를 대표하는 IP ‘펍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9년이 지났지만, 지난달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130만명을 넘어설 만큼 여전히 견조한 이용자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장르 확장에 가까운 다양한 모드를 선보이고, 사용자 제작 플랫폼(UGC) 기능을 확대해 펍지의 서비스 수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지난 9일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에 ‘제노 포인트’ 모드를 추가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협동해 외계 위협을 제거하는 이용자 대 환경(PvE) 로그라이크 모드다. 향후에는 은행 강도를 콘셉트로 한 ‘페이데이 모드’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모두 PvP가 중심인 기존 배틀로얄 장르와 다른 게임성을 지녔다. 게임 내에서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 이용자층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UGC 확대도 계획 중이다. 배틀그라운드 이용자가 다양한 모드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 도구와 장치를 늘리고, 제작 환경 최적화를 추진한다. UGC 전용 공간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서로 만든 제작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로블록스와 같이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배틀그라운드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펍지 IP를 활용한 신작도 개발 중이다. 최근 주류로 부상한 익스트랙션 장르 신작 ‘블랙 버짓’이 대표적이다. 게임은 콜리 섬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숨겨진 시설을 탐험하고 아이템을 획득한 뒤 탈출해야 하는 게임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과 마주한다는 설정이다. 게임은 지난해 12월 클로즈알파테스트(CAT)를 진행했다. 현재 서비스 종료한 ‘블라인드 스팟’도 펍지 IP를 활용한 사례다.

크래프톤, 인도 시장 정조준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도 게임 이용자 수는 5억9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90% 이상이 모바일 기기로 게임을 한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인도 시장을 수년 전부터 공략해 왔다. 지난 2020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이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듬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출시했다. 게임은 누적 다운로드 2억6000만건을 기록할 만큼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크래프톤은 올해 인도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1일 크래프톤은 이재명 대통령 인도 순방 일정에 맞춰, ‘유니콘 그로스 펀드(UGF)’ 조성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펀드는 크래프톤과 네이버, 미래에셋이 참여해 조성했다. 크래프톤이 2000억원을, 네이버와 미래에셋 그리고 외부 투자액을 합쳐 5000억원 이상 규모로 만들어졌다. UGF 펀드는 최근 운용되기 시작했으며 AI, 핀테크, 콘텐츠 분야 기업 발굴에 쓰일 예정이다.

BGMI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사업도 전개한다. 크래프톤 자회사 넵튠은 24일 인도 델리에 ‘크래프톤 애드 플랫폼 인디아’를 설립했다. 법인 대표는 넵튠 강율빈 대표가 직접 맡았다. 새 법인은 BGMI로 확보한 트래픽과 데이터를 활용해 현지 특화 광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이 추진 중인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연계해 두 사업 간 상호 보완 효과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이 향후 성장을 위한 차세대 동력으로 평가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되는 게임 시장이며 콘텐츠 및 기술 혁신 허브로 도약하는 국가”라고 전했다. 강율빈 넵튠 대표는 “최근 앱·게임 시장에서는 수수료는 물론 유저 획득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 중”이라며 “애드테크 플랫폼을 내재화한 기업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개발 도전장

크래프톤이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 개발 효율 개선을 넘어, AI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AI를 활용해 게임 제작 효율을 개선하는 동시에, 향후 로보틱스 등 신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AI 퍼스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기술을 개발해 게임 제작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피지컬 AI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조직 정비도 병행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월 최고AI책임자(CAIO) 직을 신설하고 이강욱 AI 본부장을 임명했다. CAIO는 AI 연구개발과 중장기 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어 3월에는 AI 로보틱스 기업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연구를 위한 법인으로, 미국 본사와 한국 지사를 두는 구조로 운영된다.

외부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 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피지컬 AI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게임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가상환경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AI 학습과 검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모델 역량 확보에도 나섰다. 회사는 AI 모델 브랜드 ‘라온(Raon)’을 출범하고 음성 언어 모델, 텍스트-음성 변환, 비전 인코더 등 관련 모델을 공개했다. 자회사 오버데어는 AI 기반 게임 제작 도구 ‘스튜디오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개발 과정 자동화에도 착수했다. 자연어 명령으로 게임 에디터를 조작할 수 있어, 제작 접근성과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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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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