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사 체질개선③] ‘리니지에서 캐주얼까지’…엔씨, 성장 공식 다시 쓴다
국내 게임 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모바일 MMORPG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출시 플랫폼 다변화도 눈에 띕니다.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지식재산권(IP)를 재활용하고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 게임 업체들이 왜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주요 게임사별 전략과 체질 개선 방향을 집중해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성장을 이어온 엔씨가 변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흥행 공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지식재산권(IP) 확장과 신규 IP 발굴, 캐주얼 모바일 장르 확대 등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개선한 실적을 발판 삼아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이전 사업 구조와 전략을 점검하고, 변화 방향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시도가 올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자가진단 내린 엔씨
엔씨는 지난달 판교 R&D 센터에서 ‘2026 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지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성을 공유했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그간 회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달성한 원인으로 개별 IP에 대한 높은 의존성, 개발 장기화와 출시 지연, 특정 권역에 편중된 이용자층, 자체 개발에만 의존하는 구조 등을 꼽았다. 이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회사는 사업 구조 전반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회사는 단일 장르 편중을 막기 위해 장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개발 사이클을 줄이고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신작 성공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서구권으로 권역을 넓히고 젊은 이용자층까지 포섭해, 동아시아 등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을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직 효율화를 이어가면서 외부 개발 자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엔씨의 사업 구조 개선 골자다.
‘아이온·리니지’ 기존 IP 확장
앞서 박 공동대표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재편과 체질개선에 매진했다”며 “이제 약속했던 전략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실현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거시 IP 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신규 IP를 확보하며, 모바일 캐주얼 사업 확장 등 세 가지 핵심 축을 통해 지속 성장 모델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가지 핵심 축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레거시 IP는 그동안 엔씨가 축적한 흥행 IP를 뜻한다. 리니지, 아이온, 길드워, 블레이드&소울이 대표적이다. 향후 회사는 기존 IP를 고도화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관련 IP를 이용한 스핀오프 신작 게임을 선보이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만들어 나아갈 예정이다. 엔씨는 최근 이러한 IP를 확대한 신작을 선보이며, 실질적인 성과를 이뤘다.
2025년 11월 출시한 아이온2는 출시 46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멤버십 구매 캐릭터 수는 100만개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아이온2 매출을 1350억원으로 전망한다. 초반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큰 변동 없이 유지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국내 성과를 발판 삼아 올해 하반기 아이온2를 글로벌 출시한다. 북미, 남미, 유럽 등 지역별 서버를 두고 전 세계로 외연을 확장한다.
지난 2월 출시한 ‘리니지 클래식’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출시한 달에 최대 동시접속자 수 32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매출은 400억원을 넘어섰다. 리니지는 1998년부터 서비스 중인 엔씨를 대표하는 MMORPG IP다. 리니지 클래식은 2000년대 초기 버전을 구현한 PC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신규 IP 발굴 위한 투트랙 전략
엔씨는 기존 IP 확장과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IP 발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력을 강화하고,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회사는 MMORPG, 슈팅, 서브컬처, 액션 RPG 등 다양한 장르의 자체 개발 신작 10여종 이상을 준비 중이다. 퍼블리싱을 맡은 작품도 6종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IP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방침이다.
올해 출시를 예고한 신작으로는 애니메이션풍의 서브컬처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가 있다. 국내 개발사 미스틸 게임즈의 PC·콘솔 서바이벌 슈터 게임 ‘타임 테이커즈’도 출시 예정작이다. 이 게임은 지난달 중순 1차 글로벌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해, 이용자 반응을 확인했다. 자회사 빅파이어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택티컬 슈팅 게임 ‘신더시티’도 올해 선보인다. 파괴된 서울 배경, 오픈월드 장르로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엔씨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신작 개발을 위해 게임성평가위원회, 기술성평가위원회, 진척도관리 TF와 같은 조직을 운영 중이다. 엔씨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조직은 개발 전 과정에서 내부 평가를 수행하고, 지표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개발 장기화로 발생할 수 있는 트렌드 이탈을 방지하고 시장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캐주얼 모바일 시장 정조준
엔씨는 3대 핵심 성장 전략 축으로 ‘캐주얼 모바일 게임’을 지목했다. IP 편중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분야가 캐주얼 모바일 분야라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전 세계 캐주얼 모바일 시장 규모는 2025년 194억달러에서 2029년 258억6000만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엔씨는 “연평균 7~10%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서구권에서 견조한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그리는 모바일 캐주얼 시장 진출은 단순한 게임 출시, 퍼블리싱이 아니다. 지난 30여년간 라이브 서비스로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개발, 데이터, 퍼블리싱, 기술 역량을 통합한 모바일 캐주얼 ‘에코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전략적인 캐주얼 모바일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씨는 이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회사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 아넬 체만(Anel Ceman) 전무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체만 센터장은 ‘토킹 톰’으로 유명한 아웃핏7과 다양한 유니콘 기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같은 해 12월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신성장 동력으로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기업 인수와 같은 추가 정보를 공유했다. 회사가 현재까지 인수한 관련 기업은 4곳에 달한다.
올해 엔씨는 독일 모바일 게임 플랫폼 ‘저스트플레이’ 지분 70%를 3016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은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 모바일 캐주얼 게임 40여종을 북미와 유럽에서 서비스 중이다. 엔씨의 에코시스템에서 핵심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캐주얼 모바일 게임 100여종 출시 경력의 베트남 게임 스튜디오 ‘리후후’도 1534억원에 인수했다. 매출의 80% 이상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창출하는 곳이다. 박 공동대표는 리후후가 아시아 지역 캐주얼 개발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 엔씨는 슬로베니아 소재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 ‘무빙아이’, 국내 모바일 캐주얼 게임 개발사 ‘스프링컴즈’도 인수했다. 스프링컴즈는 누적 다운로드 3000만회 이상 기록한 게임 4종을 개발했다. 양사는 엔씨의 에코시스템 안에서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두 회사 인수 금액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엔씨는 캐주얼 모바일 게임 사업 전개를 위한 계획도 구상했다. 1분기 안에 필요한 최소 규모(크리티컬 매스)를 형성한 뒤, 확보한 테크 플랫폼과 인수한 게임사를 기반으로 추가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2~3분기에는 개념검증(POC) 형태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후 하반기부터는 큰 모바일 캐주얼 IP를 활용한 퍼블리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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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