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심은 변한다’ 2023년 게임 시장까지 재편

2023년 게임 결산
단품 패키지 형식의 콘솔 게임 흥행에 호평 이어져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 내놨더니 이용자들도 반색
고강도 확률형 뽑기 과금에 게임 이용자들 반발 여론
중국 현지 규제 강화 겹쳐…자의반 타의반 전략 변화 불가피

2023년 K게임 시장의 큰 변화를 꼽으라면, ‘게이머 여론’, 이른바 달라진 겜심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올해가 아닌 지지난해, 지난해부터 조금씩 불거진 변화입니다. 게임 기업이 밀집한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에 마차 시위가 수시로 벌어지곤 했는데요. 이전처럼 커뮤니티 내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끝내기보다 외부에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봅니다.

연초 토론회에서도 언론과 학계 전문가들이 게이머들의 변화를 짚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겜심이 변하니 기업들 대응도 변하고 2023년 게임 시장 재편까지 이어진 것이라 보는데요. 단품 패키지 형식의 콘솔 게임의 잇단 출시, 고강도 확률형 뽑기 수익모델(BM) 중심의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후퇴도 일맥상통하는 변화입니다.

<참고기사: [게임 신년토론②] ‘확률형 수익모델’ 공방…변해야 한목소리>

올해 주목할 이슈 중 하나가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의 ‘P의거짓’,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출시와 흥행인데요.

최지원 P의거짓 총괄 디렉터가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고 영예인 대상 수상 이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네오위즈)

특히 P의 거짓은 게임계 오스카 시상으로 불리는 더게임어워드(TGA) RPG 경쟁 부문에 나와 ‘발더스게이트3’ 등 고티(올해의게임)와도 겨뤘습니다. 세계 최고 콘솔 게임들이 겨루는 무대에 한국산 게임이 올랐다는 사실이 게이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네요. 한동안 잠잠했던 네오위즈가 오랜만에 중앙무대에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국내 업계 전반이 블록버스터 콘솔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얻었음은 물론이고요.

<참고기사: 네오위즈가 해냈다…‘P의 거짓’ 게임패스 입점에도 100만장 쾌거>

더 파이널스 대표 이미지

‘데이브 더 다이버’도 호평이 잇따랐습니다. TGA 인디 게임 부문에서 겨뤘네요. 넥슨 같은 덩치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게임이 나오고 흥행까지 해내다니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만큼 업계도 고민이 많다는 방증이겠지요.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또 게이머가 환호할 만한 게임을 내고 또 흥행시켰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만한 사례입니다. 후속작 ‘낙원’ 등에 게이머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 있기도 하고요. 넥슨의 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의 행보가 여러모로 기대됩니다.

<참고기사: 데이브 띄우고 더 파이널스까지…신바람 난 넥슨>

고강도 확률형 뽑기 과금(BM)의 대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 시리즈와 아류 게임을 칭하는 ‘리니지라이크’의 후퇴도 수면 위로 올라온 시장 변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업계가 제 발등을 찍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유료 고객에게 이처럼 무심한 업계가 또 있나 싶은데요. 충성 고객을 잡으려 저마다 멤버십을 내세우고 고객 케어에 열중하는 게 시장 전반의 분위기인데요. 동네 마트만 가도 멤버십으로 고객을 관리합니다. 돈을 쓰면 많든 적든 일정 혜택을 돌려주고요. 고객이 불만을 얘기하면 최대한 해결하려는 인상을 줍니다.

그에 반해 게임업계는 그동안 ‘고객 케어’에 대단히 무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십, 수백, 수천만원을 쓴 게이머들이 불만을 얘기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사례가 누적되고, 게임 경제를 쥐락펴락하면서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신규 아이템의 추가 결제를 끊임없이 유도하는 행태에 겜심이 돌아섰다고 보는데요. 겜심이 움직이니 기업들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죠.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는 이러한 시장 변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TL의 재미 여부를 떠나 게이머들은 리니지식 매운 BM이 자취를 감춘 것에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이용자와의 소통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네요.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변화라고 하지만, 분명 긍정적으로 볼 부분입니다. 엔씨소프트라면 새로운 게임 시대를 열어갈 저력이 있다고 봅니다.

<참고기사: [핫겜BN] 착한 엔씨, 그것만으론 아쉽다>

현재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로 이어지는 게임 빅3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넥슨이 명실상부한 1강에 크래프톤이 새롭게 붙어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3중을 이루는 형국인데요. 1강 3중 내지는 빅4 구도가 형성됐네요.

연말에 들려온 중국 게임 시장의 소식도 변수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초강력 규제를 발표했네요. 일일 지출 한도를 설정하고 접속 유도를 위한 출석 체크 보상 금지 등 게임 BM을 넘어 콘텐츠 내용까지 들쑤시는 꼼꼼한 규제로 업계를 놀래 켰습니다.

<참고기사: 잊힐만하면 또…’게임에 돈 쓰지마’ 中 초강력 규제>

중국 차이나조이 게임쇼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만, 점점 진입조차 힘든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 예측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중견 이상 급 덩치를 갖췄다면 자의 반 타의 반 웨스턴 시장으로 눈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산 게임의 시장 경쟁력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업계에선 ‘콘솔만 남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나머지 플랫폼은 중국 게임 기업들이 영향력이 날로 커져 K게임이 속절없이 밀릴 수 있다는 건데요. 다소 우울한 전망이긴 하나,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큰 회사들이 분발해줬으면 하네요. 최근 넥슨이 낸 ‘더 파이널스(THE FINALS)’와 같은 흥행 사례를 보면 분명 잘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