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신년토론②] ‘확률형 수익모델’ 공방…변해야 한목소리

참고기사: [게임 신년토론①] ‘업계 고인물들’ 모였더니…시작부터 맹공

첫 발제를 맡은 김윤명 기율특허 연구위원(경희대 겸직교수, 법학박사)은 21일 한국게임미디어협회 주최로 숭실대학교 전산관에서 열린 토론회 시작부터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는 실효성이 단 1도 없다”며 강하게 발언했다. 더 나아가 “미성년자에겐 확률형 아이템을 팔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저도 자율규제를 존중하고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실제 외국계 규제를 못한다면 국내 규제도 풀어야 된다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원칙엔 저도 동의했으나, 이 확률 공개를 봤을 때 정말 실효성이 그렇게 크지 않은 자율규제가 게임 산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죄송하지만 저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게임 업계 행태를 본다면 자율규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본다.”(김윤명 위원)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김 위원의 날 선 비판 발언에 반박 의견을 냈다.

“자율규제가 실효성 있느냐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비판하더라도 데이터를 갖고 합리적 근거를 갖고 해주셔야 한다. 저희가 홈페이지에 다 공개하는데 협회 회원사만 보면 거의 100%(준수)다. 다만 회원사가 아닌 해외 게임들이 점수를 잡아먹고 있는 방식으로 그게 85%다. 사실 낮은 게 아니다. 자율규제 준수 중 굉장히 높은 것으로, 저희(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독립적인 감시 모니터링 기구로,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굉장히 선진적인 모델이다. 자율규제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부정당하는 게 참 씁쓸하고 지극히 유감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황성기 의장)

이후 김 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넥슨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지난 2018년 공정위가 넥슨 등 기업들이 아이템 획득확률 및 획득기간과 관련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거짓, 과장,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보고, 과태료·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게임기자클럽 곽경배 간사, 경향게임스 김상현 국장, 경희대 김윤명 교수, 광운대 김태규 교수, 안양대 이승훈 교수,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회장,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황성기 의장, 매경게임진 이창희 국장. (사진=이대호 기자)

김 위원은 ‘확률 조작’이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 발표에서 조작은 아니었다. 넥슨은 지난 2016년 서든어택 이벤트에서 일부 퍼즐 조각을 0.1%~1.5% 정도로 획득 확률을 낮게 운용했으나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된다’고 전달해 소비자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기만적 제공했다는 이유로 제재가 결정됐다.

“넥슨 과징금 부과는 저희 기구 이전 사례다. 저희는 (확률) 미표시를 모니터링하는데, 오표시(조작)에 대해선 저희가 검증을 할 수 없다. 민간 기구에서 어떻게 검증을 하나. 그래서 저는 게임법 개정을 비판한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차라리 검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왜 잘 작동하는 비표시를 갖다가 개입하느냐가 이유였다. 회원사가 아닌 외국계 게임까지 했느냐 그게 발목을 잡은 거 아니냐는 비판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그렇게 확정했다고 말씀드린다.”

뒤이은 전문가 토론에서 김 위원 정도의 강경 발언은 없었으나,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수익모델(BM)을 다각화하는 등 변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3대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지낸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학교 교수)은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이제 줄여 나가야 되는 게 현실적인 문제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제 수익모델(BM)의 다양화 및 플랫폼, 장르의 다양화를 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신한 BM을 위해 산업계의 새로운 돌파가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다. 독보적인 어떠한 재미 요소가 확보된 문화성과 스토리, 캐릭터와 음악적 배경이 충족된 예술성이 깊은 참신한 IP, 그런 IP가 구독형 모델로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부분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BM의 답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업계가 조금이라도 변화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과금에 있어서도 시간형이라든지 월정형이라든지 시즌형 다운로드형 등과 같은 구독형 모델 시스템 연구가 돼야 할 시점에 도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이재홍 학회장)

경향게임스 김상현 편집국장은 “(확률형 BM에) 문제의식을 가진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며 현황을 전했다.

“(획득) 확률이 0.062%라면 이게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50대50으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유저도 있는 반면에 똑똑한 유저들도 생겼다고 본다. 유저들이 생각을 해야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게임사들도 구독형, 정액제, 시간제, 패키지 판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유저 의식 변화에 대해 좀 더 주목을 했으면 좋겠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선 토론회에 참가한 여러 인사들이 의견을 보탰다.

“과도한 확률(운용)이 문제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과연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거는 법으로 아무리 해결하려 해도 쉽지 않겠다라는 판단이 있다. 좀 돌아가는 방향이더라도 소비자들, 그러니까 게임에선 유저라고 그러는데 일반 가전이나 이런 쪽에선 소비자라고 한다. 게임도 소비자로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향상하는 그런 쪽의 어떤 정책 방향, 법제도가 맞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이창희 국장)

“확률 표시를 한다고 0.001%를 안 뽑을까, 이미 거기에 록인돼(묶여) 있는 이용자는 더 낮아도 하게 될 거다. 컴플릿가챠(확률 뽑기로 나온 결과물을 합성해 새 아이템을 만들거나 여러 번 뽑기를 구조화한 상품)를 하면서도 한 번만 두 번만 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미성년자라면 더 할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이용불가 아니면 확률형 아이템을 빼달라는 게 그 이유다. 일본 소비자청이 사행성과 확률 표시를 전담하면서 컴플릿가챠를 다 빼라 했다. 국내에선 규제기관이 못하고 잇다. 전문성이 없는 것일까. 답답하다. 공정위에서 관할해야 한다 말씀드린다.”(김윤명 위원)

경향게임즈 김상현 편집국장은 유명 개발자 에피소드를 들어, 업계 내부에서도 변화 의지가 있는 점을 짚었다.

“A라는 모바일게임을 성공시킨 개발자가 경영진에 가서 글로벌에서 성공할 만한 B라는 콘솔 게임을 들고 갔다. ‘A를 성공시켰으니 이제 B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경영진이 하나만 더 만들자고 해서 A-1을 만들었고, 또 성공시켰더니 마지막 하나만 더 만들자고 A-2를 내고 결국 또 성공시켰다. 게임사 입장에선 몸집을 키워야 하고 자본경쟁이다. GTA5(개발비만 2700억원 추정)를 만드는데 얼마나 들어갔을까. 그 긴 개발 기간에 많은 인력에 들어갈 비용을 경영진에선 고민할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개발자들도 저도 굉장히 싫어한다. 우리나라 BM에 대해 모바일게임도 이제 정액제 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주장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그런데 일부는 인정하고 가야한다. 게임사가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제 유저 의식도 바뀌고 게임사도 핵심 개발작에 대해선 한 단계 정진하고 있는 과도기적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조금 더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게임 신년토론③] ‘전부냐 전무냐’ 안 돼…부분적 허용 필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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