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착한 엔씨, 그것만으론 아쉽다

지난해 가을께부터 게임업계에 한파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예년엔 경기방어주로 불렸던 게임주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존 게임의 하향 안정화 추세에 신작 지연 이슈가 겹쳐 올해 상당수 기업이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분위기가 살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부담 확 줄인 탈(脫)리니지 과금모델 적용
한국 게임 약점인 서사에도 공들여
변화 시도했으나 초반 흡입력 약해
세력전 즐기는 국내에선 안착 전망
새로운 재미 줄만한 장치는 아직

엔씨소프트(엔씨·NC)가 11년 만에 PC온라인 야심작 ‘쓰론앤리버티(TL)’를 내놓고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추후 콘솔 플랫폼으로도 낸다.

지난 7일 TL 출시 효과에 힘입어 주말 내내 서버에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으나, 겜심(게이머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유튜버와 미디어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랜만에 나오는 블록버스터 엔씨 게임에 그만큼 기대가 컸다고 생각한다.

실제 해보니 TL은 탈(脫)리니지에 성공했다. TL 출시 전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유료 수익모델(BM) 설계에서 별다른 지적이 나오지 않는다. 반복 뽑기를 유도하는 장치가 없다. 엔씨 공언대로 유료 배틀패스(일정 기간 혜택 부여) 상품을 냈다. 배틀패스 구매 없이 무료 플레이를 즐겨도 초반 성장 구간에서 넘지 못할 허들은 없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그것만 기대한 것은 아니다. ‘개발 명가’라는 엔씨 타이틀에 기대했던 혁신과 그에 따른 재미가 보이지 않거나 애매하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이다.

YouTube video

TL은 예상대로 ‘쟁(집단전투) 게임’이다. 어느 정도 성장 구간을 지나 접할 수 있는 길드(게임 내 친목 집단) 간 세력전이 핵심 재미요소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게임의 약점인 서사(내러티브)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초반부 컷신을 보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국내 게임에서 탄탄한 서사를 갖춘 쟁 게임이 있었던가. 이 점만 보면 리니지 시리즈보다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선 게임 극초반 귀여운 아미토이(보조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뜬금없다고 할까. TL 세계관의 비밀과 고민을 잔뜩 떠안은 주인공의 모험을 다루지만, 처절하거나 묵직한 분위기는 아니다. 게임 전체가 가볍고 들뜬 느낌이다. 이 부분은 이용자마다 평가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엔씨가 나름의 서사를 이끌어가지만, 첫 성장 구간으로 접어들면 흐름이 끊긴다. 기존 PC온라인게임의 전개가 이어진다. 나열식 위주의 단순 퀘스트(임무)를 받을 수 있다. 패키지 게임처럼 서사에 녹아들어간 드라마틱한 퀘스트를 잔뜩 기대했던 이용자라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법하다.

보통 국내 게이머들은 초반부 컷신을 접한 뒤 1차 난관을 맞닥뜨리게 된다. 100% 수동 게임이다. 캐릭터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인 가운데 이용자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용자가 퀘스트로 접하는 몹(몬스터) 잡기나 소규모 전투 자체에선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애초 자동 사냥을 염두에 둔 콘텐츠를 급하게 수동 조작으로 돌린 느낌이다. 수년간 게임을 개발했지만, 올해 출시를 앞두고 게임의 방향성이 확 바뀌면서 생긴 허점으로 보인다.

혈기왕성한 젊은 층의 PC 콘솔 게이머들이 기대할 만한 액션성도 다소 모자라다는 생각이다. 제자리에 고정된 채 공격하는 리니지 방식의 이른바 말뚝딜을 치고 빠지면서도 공격이 가능하도록 바꿨지만, 이 변화가 화끈한 손맛을 안겨주진 않는다. 공격대상 지정이 필요한 타기팅은 호불호가 갈린다. 후반 길드 떼쟁(대규모 집단전투)을 염두에 둔 설계라고 본다.

아쉬운 점은 엔씨에게 기대한 세계 시장에 통할만한 혁신과 재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익숙한 서사와 다소 불편하고 밍밍한 수동 전투 측면에서 초반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저것 좋은 거 다 섞어서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맛이 없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뼈아픈 지적이다. 자칫하면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고연령층 남성)도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도 TL에서 재미를 못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엔씨는 여러모로 TL에서 변화에 대한 진심을 보였다. 초반 평가는 엇갈리나, 떼쟁(대규모 집단전투)의 재미를 알고 성장 목표가 뚜렷한 국내 이용자들은 TL에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여러 사람과 즐기면 어떤 식이든 재미가 배가될 수 있다.

결국 세계 시장이 관건이다. 엔씨도 한국과 대만 등 일부 지역에서 골목대장을 하려고, 오랜 기간 TL을 준비하진 않았다.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TL에 발전적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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