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3년을 기다린 게임 덕후들의 ‘오아시스’ 2022 플레이엑스포

“즐길 거리 자체는 적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대형 행사의 열기와 즐거움 속 그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 같은 게임 덕후들을 천덕꾸러기 취급이 아닌 동등한 고객으로 존중받을 수 있어 최고였어요”

3년 만에 돌아온 플레이엑스포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맺힌 응어리를 풀어준 해방구였다. 12일부터 15일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됐던 플레이엑스포의 시간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한 관람객, 개발한 게임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관계자, 게임 회사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각자 이곳을 찾은 목적은 달랐지만 모두 게임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플레이엑스포가 올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하는 국내 게임 행사여서 그런지 너무 행복해요” 카카오게임즈의 온라인 배틀로얄 게임 ‘이터널 리턴’의 캐릭터 중 하나를 코스프레 한 이용자의 표정은 아이처럼 해맑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과 재작년 국내 게임 행사 모두 개최가 중단된 상황 속, 플레이엑스포라고 이를 피할 수는 있던 것은 아니었다. 플레이엑스포 또한 여타 행사와 다를 바 없이 3년간의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찾아온 플레이엑스포, 또 국내 첫 게임 행사는 게이머들에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플레이엑스포만의 특색이 있다. 다른 게임 행사와 달리 인디게임이 주축이라는 점이다. 2022 플레이엑스포에 참여한 인디게임사는 총 37개로, 리듬게임부터 RPG, 시뮬레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디 게임사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인디게임이 주축이 된 플레이엑스포지만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대원미디어 등의 글로벌 콘솔 게임사도 행사에 참여해 콘솔 게임 신작을 선보였다.

운영시간인 10시부터 6시까지 플레이엑스포 내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넓은 킨텍스홀 내 배치돼있는 부스들을 돌아다니다 한 서브컬처 게임 부스 앞에 멈추어 섰다. 주 이용층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기웃기웃하는 기자의 모습을 본 부스 관계자는 친절히 게임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관계자가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 어색하게 휴대폰 내 게임만을 빤히 살펴봤다. ‘이렇게 하는 것 맞나…?’ 싶을 때 관계자가 찾아와 게임 조작법부터 어떻게 하면 재밌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팁도 알려줬다.

 

부스에서 시연했던 게임은 집에서도 똑같이 즐길 수 있다. 이미 출시 돼 있는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게임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용자와 개발사 사이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인디오락실’ 부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인디게임사들은 일반 사원부터 대표까지 모두 부스에 나와 게임을 설명하고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저희 게임은 이미 출시돼 있고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홍보가 필요해요. 이번 행사에서 저희 게임을 많이 알리고 가야죠” 한 인디 게임 관계자는 웃으며 말했다.

플레이엑스포가 인디게임사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궁금했다. 그는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평가를 듣는 건 확실히 다르죠. 우리 같은 인디게임사에는 여러모로 중요한 행사죠”라고 말했다.

플레이엑스포 내 ‘한국형 가족 게임센터’ 부스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인디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을 잘 알지 못하거나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게임 부스도 함께 마련됐다. ‘한국형 가족 게임센터’ 부스에선 오락실 가면 만나볼 수 있는 ‘펌프’ 등의 다양한 리듬 게임, 인형 뽑기 기기가 마련돼 있었다. 스티커 사진과 코인 노래방 부스도 있었다.

오락실에선 한 게임에 천원에서 이천원을 내야만 할 수 있는 게임을 입장료 3000원으로 모두 즐길 수 있었다. 값싼 가격으로 좋은 호텔 뷔페에 온 느낌으로, 기자 또한 잠시 취재를 잊고 플레이엑스포의 열기를 함께 묻었다. 여러 리듬 게임부터 아케이드 게임, FPS 게임까지 즐기고 마지막으로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네오플 김근영 기획자의 진로 강연 ‘IT 회사의 게임개발 이야기’

게임 회사 입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시간도 준비됐다. 던전앤파이터 기획자인 네오플의 김근영 기획자의 진로 강연이 진행됐다.

“게임 기획자 7대 죄악이 있어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7가지로 푸는 거예요. 우리가 게임 기획한다면 이런 마음가짐은 좀 자제를 해야 한다. 첫째, 교만 ‘감히 내 기획에 태클을 걸어?’ 둘째…’”

김 기획자의 강연은 40분여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 게임 개발자로서 하는 구체적 일들과 그 속에서 느끼는 딜레마,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임 개발 기획자가 되는 방법까지 들을 수 있었다. 코스어들을 위한 축제이기도 한 만큼, 관련 부스나 이들을 위한 행사 또한 주축으로 진행됐다. 유명 코스어들을 주제로 한 향수도 살 수 있었으며,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코스티벌 대회가 개최됐다. 주말 동안에는 서브컬처 물품을 파는 플리마켓도 진행됐다.

한편으로는 대형 게임사들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아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기존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3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만난 플레이엑스포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축제였다.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세상이 오고 있는 걸까? 앞으로 개최될 남은 게임 행사들 또한 기대하게 만든 2022 플레이엑스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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