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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전쟁] 배민마켓은 정말 쿠팡과 맞붙을까

우아한형제들이 음식이 아닌 영역의 배달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송파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마켓’ 이야기다. 배민마켓은 즉시 조리 음식 배달이 아닌 카테고리를 다룬다. 편의점에서 사먹을 법한 즉석간식, 과자,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부터 화장지, 세제, 기저귀와 같은 유아동/생활용품, 과일/채소/정육,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과 같은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한 신선식품의 영역까지 모든 카테고리로 치고나가고 있다.

배민마켓 카테고리.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를 종료한 ‘배민찬’의 그 카테고리 또한 배민마켓이 다루는 영역 안에 포함된다. 배민찬과 배민마켓의 차이점이 있다면 ‘물류’에서 찾을 수 있다.

확장 속도도 빠르다. 송파구에서 올해 초 강남 3구(송파, 서초, 강남)까지 서비스를 확장한 배민마켓은 현시점 서울 9개구(송파, 강남/서초, 마포/서대문, 용산/중구, 영등포/구로)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서비스 지역은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마켓은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간편식,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생필품까지 배달하는 즉시배달 서비스”라며 “19년 6월 기준 1500종의 상품군(SKU, Stock Keeping Units)을 판매하고 있고, 상품군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배민마켓의 무기 ‘즉시배달’

혹자는 배달의민족의 카테고리 확장을 두고 배달의민족이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와 전면 전쟁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카테고리 측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기존 유통업체들의 영역과 겹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물류의 특성을 보자면 차이는 명확하다. 배달의민족이 강조하는 것은 ‘즉시배달’이다. 소비자 기준으로 통상 2500원의 택배비를 받아서 ‘익일배송’으로 움직이는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와는 다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마켓에서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료는 3500원이며, 3만원이상 주문시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프로모션으로 5000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배달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초까지 특별한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 고객 반응을 지켜보던 배민마켓은 최근 그 확장세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공격적인 무료 배달비 프로모션 또한 시작했다.

2500원의 ‘익일배송’, 3500원의 ‘즉시배달’. 기존 이머커스 업체와 배민마켓의 첫 번째 차이점이다. 배민마켓은 소비자에게 40분 이내 배달을 강조하고 있으며, 현재 평균 배달시간은 23~25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두 번째 차이점도 ‘물류’에서 나온다. 1톤 택배차를 이용해서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배민마켓은 ‘이륜차’ 물류망을 가동한다. 2015년 서비스를 론칭한 우아한형제들의 직접물류 ‘배민라이더스’와 우아한형제들이 새롭게 테스트하고 있는 크라우드소싱 배달망 ‘배민커넥트’의 망을 활용한다.

배민라이더스 강남지점의 모습. 배민라이더스는 2017년 서울전역 서비스 확장을 시작으로 2018년 전국 광역시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배민라이더스로 발생하는 월주문수는 지난달 기준 100만 건을 돌파했는데, 웬만한 배달대행업체가 다루는 물량을 넘어간 것이다.

빠른 확장이 가능한 이유

배민마켓은 ‘왜 배달의민족 앱에서 조리된 음식만 먹어야 될까’라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배달 수요가 높고 배민라이더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도 한 ‘강남3구’를 공략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3월이 지나도록 배민마켓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이용자들이 보여주는 패턴과 데이터는 꽤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시장이 되고 사업이 될 만한 확신이 생겼고, 이제는 더욱 박차를 가해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 우아한형제들측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1인 가구 중심의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매일매일 발품 팔아서 장보러 가던 품목들을 소량씩 즉시 배달 받고 싶은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래서 배민마켓의 특징 중 하나는 바나나 두 개, 사과 하나와 같은 소포장 단위의 배달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고 신규 진입한 지역도 있어서 정확한 데이터를 뽑기는 어렵지만 3만원이상 배달을 하면 배달비가 무료니 그것에 맞춰서 상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있고, 의외로 몇천원 짜리 아이스크림 3개씩 장을 보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배민마켓이 비교적 배달 인프라 걱정 없이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배민라이더스의 망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배민라이더스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음식점에 방문하여 주문을 픽업하듯, 배민마켓 상품을 보관해둔 물류센터에 방문하여 물건을 픽업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프로세스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배민마켓의 확장 속도는 과거 배민라이더스가 론칭 2년 정도 되던 시기에 서울전역 서비스를 확장하던 그 속도와 비슷하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서울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확보해야 할 것 ‘물류센터’

배민마켓의 확장에는 ‘돈’이 든다. 배송 인프라는 기존 있는 배민라이더스의 그것을 쓰면 된다지만, 새롭게 확장하는 상품군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그 공간을 ‘도심형 물류허브’라 부른다. 현재 하나의 물류허브가 1~2개의 지역구를 커버하고 있는 구조다. 배민마켓이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이 물류허브에 전량 사입된다. 도심형 물류허브의 크기는 동네 슈퍼마켓의 그것과 비슷한 정도로, 오프라인 판매를 안 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저렴한 ‘이면도로’에 입지한 것이 특징이다.

[배민마켓 도심형 물류허브의 크기가 궁금하다면 이 콘텐츠를 참고하자 : 배민마켓 체험기, 동짓날 단팥죽 배달을 요청해봤다, CLO]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금은 시범테스트 단계라서 물류허브의 배송 범위를 넓게 가져가지는 않는다”며 “만약 배민마켓의 주문수와 SKU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재고회전이 빠르게 된다면 그 속도에 맞춰서 물류허브가 다루는 공간도 추후에는 동단위로 촘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마켓에서 다루는 ‘신선식품’은 배민마켓 도심 물류허브 안에 냉장냉동고를 비치하는 식으로 관리된다.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안에 있는 ‘냉장고’를 생각하면 편하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마켓에서 신선식품을 재고로 보관하고 배달한다고 하더라도 배민찬 때 했듯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구축해서 콜드체인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편의점에서도 바나나와 사과는 판매한다. 딱 그 정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배달과 연결시키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전장은 뒤섞인다

어찌 보면 배민마켓과 새롭게 겨루게 되는 전장에는 ‘쿠팡’이 없을 수도 있겠다. 오히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어느 중간점에 있는 영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프라인 사업자가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실제 배민마켓보다 먼저 이면도로에 공간을 임차하고 상품을 즉시배달, 시간지정배달 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 ‘나우픽’에 따르면,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객단가는 약 2만5000원 선에 형성된다. 이 수치는 슈퍼마켓(18,150원)과 대형마트(40,206원) 사이에 있는 무언가다. [참고 콘텐츠 : 편의점 상품이 온라인에서 팔리나요?, CLO]

기존 배달의민족과 음식배달 시장에서 경쟁하던 ‘플랫폼’들과도 신전장에서 만난다. 최근 배달 플랫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 아닌 상품 영역으로 배달 가능 품목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 방식 중 하나가 ‘편의점 제휴’다. 예컨대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편의점 CU와, 우버이츠는 GS25와 협력하여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배민마켓의 물류센터를 두고 재고를 사입하는 방식에 비해서 이미 존재하는 편의점의 공간과 재고를 활용하는 방식이기에 돈이 덜 든다는 강점이 있다.

약점이 있다면 서로 다른 사업자인 편의점, 배달 플랫폼, 배달대행 플랫폼을 연동하는 데 드는 공수가 있다는 것인데, 업체들은 이를 인지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요컨대 배민마켓은 스스로가 유통업체가 됐고, 물류 또한 수직계열화했다. 다른 배달 플랫폼들은 유통업체, 물류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쿠팡이 음식을 배달하고, 배달의민족이 기저귀를 배달하면서 서로의 영역에서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그렇게 볼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가 쿠팡이 하던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 전국망을 가지고 거대한 물류센터를 가지고 벌크로 상품을 사입 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소규모로 생활과 밀착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즉시배달이다”라고 말했다.

[카테고리 전쟁 연재]

1 [시장편]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의 안방 침공

2 [쿠팡편] 쿠팡이츠로 공짜 밥 먹고 돈 버는 법

3 [배달의민족편] 배민마켓은 정말 쿠팡과 맞붙을까

4 [마켓컬리편] 마켓컬리가 기저귀를 파는 이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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