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전쟁] 마켓컬리가 기저귀를 파는 이유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파는 업체로 유명한 마켓컬리가 기저귀, 휴지, 제습기, 냄비와 같은 식품이 아닌 상품을 팔고 있다. 그것도 꽤 오래 전부터 말이다. 최근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마켓컬리 메인화면에 식품이 아닌 리빙, 가전제품 카테고리가 광고로 올라올 정도로 말이다.

마켓컬리의 장지동 물류센터에는 냉장냉동은 물론 상온에 상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약 20도의 온도로 관리되는 이곳에는 사진에 나와 있는 후라이펜 같은 비식품 카테고리 품목들과 쌀이나 녹즙 같은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 없는 식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보관돼 있다.

마켓컬리가 기존에 특화했던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비식품 카테고리 전담 MD를 채용하고 기획 상품으로 확장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마켓컬리가 주력하는 분야는 신선식품이라는 설명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7000여개의 품목(SKU, Stock Keeping Units) 중 비식품 카테고리는 전체의 1~2%가 채 안 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외부 카테고리 확장보다는 우리가 하던 신선식품을 잘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식품 카테고리의 역할

마켓컬리가 식품이 아닌 품목을 판매하는 이유는 그들의 고객군에서 찾을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을 반복 구매하는 충성고객들이 장바구니에 식품과 함께 담으면 좋은 상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그들의 핵심고객은 30~40대 여성 주부다. 그 중에서도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 고객들이 마켓컬리의 충성 고객으로 잡힌다. 타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해당 고객층이 식품과 함께 구매할 법한 비식품 카테고리를 마켓컬리 MD가 박람회 같은 곳에서 찾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공급사가 마켓컬리에 비식품 카테고리 입점을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품을 100% 매입하듯, 비식품 카테고리도 100% 매입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비식품 카테고리라고 아무 상품이나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다. 흔히 백화점에 들어간다고 알려진 외국 브랜드나 저렴하진 않지만 일상의 사치를 부릴만한 품질이 좋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입한다”며 “반복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경우도 일반적인 것이 아닌 음식물 쓰레기와 같이 버려도 생분해 돼서 그대로 썩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비한다. 마켓컬리 충성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말했다.

비식품 카테고리는 마켓컬리의 재고관리 부담을 줄이는 완충제(Buffer)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식품 중에는 당일 생산하거나 산지에서 수확해서 오후 4시까지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입고시키고, 당일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고객에게 발송하는 상품군도 존재한다. 마켓컬리 내부에서는 하루살이 제품이라고 하는데, 이 상품군은 필연적으로 고객 주문 발생 전에 팔릴 수요를 예측해서 발주하는 품목들이다. 마켓컬리는 1시간 단위로 고객 주문 데이터를 확인하여 미리 구비한 재고가 다 팔릴 경우 ‘품절’ 처리를 해서 더 이상의 고객 구매를 막고, 안 팔리고 남을 경우 전량 ‘폐기’하는데 이 균형을 잡는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금요일 오후 10시30분경.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만난 마지막 ‘전복’. 전복은 대표적인 당일 생산, 당일 입고, 익일 새벽에 출고되는 하루살이 품목이다. 현장에서 시스템을 검색해 본 결과 이 전복은 판매가 완료된 제품으로 곧 피킹 및 포장 과정을 거쳐 다음날 새벽 고객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다.

반면, 비식품 카테고리는 재고관리 부담이 크지 않다. 신선식품과 달리 유통기한 관리 이슈가 없고, 설령 재고가 부족하더라도 그때그때 공급사 창고에서 추가로 매입을 해도 되기 때문이라는 게 마켓컬리측 설명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비식품 카테고리에서 특히 잘 되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용품이다. 생활용품에서는 장바구니에서 무료배송 가격인 4만원에 맞춰서 신선식품과 같이 구매하면 좋은 상품 중심으로 제안 드리는 정도로 운영한다”며 “마켓컬리가 현재 비식품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확장성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켓컬리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비식품 카테고리보다는 식품 PB(Private Brand)를 확충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체 매출 대비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HMR, 냉동냉장식품, 반찬, 우유, 빵 등 제품품목도 확장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만난 PB상품. 보관된 상품이 별로 없는 이유는 주문마감 시간 직전이라 거의 대부분 팔렸다는 이야기고, 좋은 신호다. 사족이지만, 물류센터에서 만난 마켓컬리 물류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자신 있게 외부인에게 추천한다고 이야기한 PB 상품은 우유다.

[카테고리 전쟁 연재]

1 [시장편]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의 안방 침공

2 [쿠팡편] 쿠팡이츠로 공짜 밥 먹고 돈 버는 법

3 [배달의민족편] 배민마켓은 정말 쿠팡과 맞붙을까

4 [마켓컬리편] 마켓컬리가 기저귀를 파는 이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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