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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의 물류 까대기] 물류에 ‘생활’이 붙으면 떠오를 기술 3가지

한 주간 발생한 여러 이슈를 ‘물류(Logistics)’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물류 이야기만 다루지 않습니다. IT, 유통, 제조, 금융,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흐름(Flow)과 최적화(Optimization)라는 관점에서 연결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배포한 ‘보도자료(COMPANY)’를 제시합니다. 여기에 기자의 ‘관점(VIEW)’을 더합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가 아닌 관점입니다. 궁극적으로 독자 여러분의 또 다른 관점이 더해져, 완성되는 콘텐츠가 되길 희망합니다.

■ 국토교통부, ‘생활물류’ 발전 본격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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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8일 ‘2019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서 혁신 성장 방안을 담은 5개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5개 중점 추진과제에는 생활물류와 모빌리티 관련 정책 정비가 포함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배 시장 급성장에 대응하여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하고 신규 증차, 투자지원 등을 통해 택배와 늘찬배달(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이륜차물류 영역) 산업 발전을 본격화한다. 종사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은 전통 물류산업과 구분된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던 ‘택배업’은 별도 분리하고, 제도화가 되지 않았던 늘찬배달업은 법제화하여 시장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는 원청, 수급업체를 포함한 사업자 모두에게 안전관리 준수사항을 부여하여 운수 종사자 및 터미널 근무자의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의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육성은 국토교통부의 신규 발굴 과제 중 하나인 ‘교통·물류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에 포함된다. 국톡통부는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택시서비스 다양화’, ‘2030 모빌리티 로드맵’ 등을 과제에 포함하여 카풀과 택시업계간 갈등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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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생활물류가 뭐냐고요? 사실 뜬금없지는 않아요. 이미 정부는 지난 2016년 발표한 ‘국가물류기본계획 2016-2025’에 생활물류를 새로운 트렌드로 언급했어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생활물류와 관련된 스타트업(aka. 새싹기업) 지원 강화를 언급하는 등 관련 정책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었죠.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언급한 내용들. 생활물류가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융복합 물류도 핵심 꼭지로 꼽고 싶은 마음이다. (자료: 국가물류기본계획 2016-2025)

사실 생활물류하니 너무 느낌적인 느낌이죠? 정부자료를 보면 생활물류란 ‘소비자’와 맞닿아있는 물류라고 볼 수 있어요. 국가물류기본계획을 보면 B2C, C2C, M2C 등이 생활물류라 정의하고 있는데, 모두 C(Consumer)가 연결되죠.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물류인 ‘택배’나 ‘이사’, ‘음식배달’이라던가, ‘꽃배달’, ‘세탁물 배달’, ‘동네마트 배달’ 같은걸 생활물류가 포괄하는 범위로 볼 수 있어요. 공통점이 뭔지 보이나요? 맞습니다. 소위 O2O 스타트업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와서, 또 숱하게 사라졌던 그 시장이에요.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요? 물류 측면에서는 ‘차량수급’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어요. 여러분이 자주 보는 1.5톤 미만 택배차량이나 11톤 간선차량이나 다 똑같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거든요. 물론 1톤 이하는 ‘용달’이고, 5톤 미만이면 ‘개별’이고, 5톤 이상이면 ‘일반’이고 하는 구분은 있었는데요. 어찌됐든 이 판도 ‘수급조정’으로 막혀있는 시장이어서 정부가 화물운송용 번호판을 좀처럼 발급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번호판에는 약 3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고 있죠. 택시 번호판은 7000만원이 넘는다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낫죠? [참고 콘텐츠: 대통령 연설문으로 본 모빌리티의 혁신적 포용]

그런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업체가 번호판값 ‘3000만원’을 마련하기가 쉬운가요? 엑셀러레이팅 투자 받아봐야 1억원 안 쪽이에요. 근데 번호판 하나만 사면 투자금 다 소진돼요. 더군다나 차량 구매비는 별도에요. 국토교통부는 새싹기업 육성한다고 난리인데, 정부가 생각하는 ‘새싹기업’이 화물차주는 아닐 거에요. IT스럽고 큰 그림 그리는 업체 찾는 것 아닌가요? 물론 앱은 만들 수 있겠는데, 실물 인프라를 가지고 창업하는 데 물류산업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요.

그래서 나타난 문제가 ‘불법 유상운송’이에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운송업이란 ‘화물차’로 ‘타인’의 화물을 ‘유상운송’해주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 조건의 사업을 하려면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 거죠. 그런데 제가 만난 O2O, 이커머스 스타트업 중에서는 ‘불법’으로 물류를 운영하는 업체가 수두룩했어요. 번호판 비싸니까 하얀색 자가용 넘버로 그냥 영업 뛰는 거죠.

물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면 불법 유상운송을 하더라도 대개 잘 안 보이거나, 업계에서도 큰 관심 없이 넘겨버려요. 하지만 업체가 좀 커버리면 이게 이슈화가 되죠.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었어요. 쿠팡 로켓배송 차량 자가용 넘버거든요. 이거 합법 인정받는데 몇 년 걸렸었죠.

그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직매입’과 ‘무상운송’을 통해 법의 틈을 비집고 나간 것입니다. 쿠팡은 원래 9800원 미만 구매 고객은 배송비를 받았는데, 지금 조건 어떻습니까? 19800원 이상 구매고객만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죠? 쿠팡의 로켓배송은 ‘자신’의 화물을 ‘공짜’로 배송하니 화물자동차운송업이 아니라는 논리였죠. 쿠팡의 로켓배송이 ‘배송비’를 받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 와서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가 ‘택배 사업자’로 정부 공인을 받았고, 국토교통부 역시 택배전용 번호판(‘배’ 번호판)은 업체들의 불만을 감안해서 계속해서 풀어주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쿠팡이 물류 아닌 물류를 운영하느냐 쏟은 돈은 꽤 많을 겁니다.

자, 이제 이륜차 판으로 넘어갈께요. 여긴 번호판이고 나발이고 없어요. 운전면허랑 오토바이만 있으면 당장 동네 퀵서비스 사무실 가서 프로그램 깔고 오늘부터 퀵서비스 기사할 수 있어요. 배민라이더스 같은 데는 그냥 ‘몸’만 가도 됩니다. 오토바이 빌려주거든요. 그럼 오늘부터 제가 배달기사죠?

자유진입 시장이라, 산업화가 되지 않았기에 생기는 문제들이 있어요. 모든 현금 박치기 시장에서 나오는 세금이 안 걷히는 ‘지하경제’가 여기에도 존재하고요. 퀵서비스 기사들이 미리 프로그램에 자기 돈을 넣어두는 ‘충전금’이라는 게 있는데, 퀵서비스 업체들이 이거 먹고 날라버려도 기사들은 돌려받을 방법이 없어요. 4대 보험요? 그런 게 있을리가요. 고용 안정성요? 긱경제에 그런 걸 바라는 게 사치죠.

그래서 오랫동안 ‘택배’도 ‘이륜차 물류업계’도 별도의 법제정을 요구해왔어요. 택배업계는 “정부가 허가제로 증차를 막기 시작한 게 2004년인데, 지금은 세월이 바뀌었다. 이커머스 시장이 말도 안 되게 커버렸고, 덩달아 택배수요는 늘어났는데 법은 그것을 뒷받침 못해주고 있다. 택배법 만들어 달라”라고 이야기했고요. 이륜차 물류업계에선 “라스트마일 물류가 뜬다는데 여긴 무슨 20년 넘도록 아사리판이다. 개나소나 아무나 들어온다. 법 좀 만들어서 산업의 전문성을 키워달라”고 요구했죠.

이번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은 그런 업계 종사자들의 오랜 요구가 반영된 것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대해봅니다. 어찌됐든 생활물류, 이제 구호가 아닙니다. 실제 산업으로 본격화 됩니다.

■ 페덱스, 자율주행 배달로봇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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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가 자율주행 배달 솔루션 ‘페덱스 세임데이 봇(FedEx SameDay Bot)’을 개발했다고 2월 27일 발표했다. 세임데이 봇은 주문당일 최종소비자 문전까지 배달하는 로봇이다. 세임데이 봇은 유통업체의 점포에서 상품을 전달받아 최종 소비자까지 전달한다.

귀여운 페덱스 세임데이 봇. 라스트마일 배송로봇답게 계단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사진: 페덱스)

페덱스는 DEKA디벨롭먼트앤리서치(DEKA Development & Research Corp.)와 로봇을 공동개발 했다. 최고 1000만 시간에 달하는 주행시간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기기인 ‘아이봇’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세임데이 봇은 라이다(LiDAR) 다중 카메라를 활용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다. 또 장애물이나 보행자 충돌 등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 활용된다. 사전에 안전한 길을 미리 알아볼 수 있고, 도로안전 규칙을 준수한다는 게 페덱스측이 강조하는 로봇의 특징이다. 이 로봇은 비포장도로나 도로턱을 넘어갈 수 있으며, 계단을 오르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브리 케레레(Brie Carere) 페덱스 수석부사장은 “페덱스 세임데이봇은 지역 배송(Local Delivery)을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을 혁신”이라며 “소매업체들은 이 로봇을 통해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당일배송에 대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골칫거리와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라 말했다.

페덱스는 다가오는 여름, 세임데이 봇을 시 정부의 승인하에 미국 테니시주 멤피스 등 일부 시장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1차 테스트는 일부 페덱스 오피스간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페덱스는 현재 32개 시장과 1900개 도시에서 당일배송 서비스(FedEx Sameday City)를 제공하고 있는데, 페덱스 봇은 이 서비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페덱스가 오토존, 로우스, 피자헛, 타겟, 월그린스, 월마트 등 소매업체들과 진행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소매업체 고객의 60% 이상이 점포의 반경 5km 내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곧 ‘온디맨드 배송’과 ‘주변지역 초고속 배송’에 대한 충분한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페덱스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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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의 또 다른 꼭지는 ‘물류의 모빌리티화’입니다. 사실 모빌리티(이동)라는 큰 그림에는 원래 ‘물류’가 들어가요. 물류는 ‘물건의 이동’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의 모빌리티업체들은 대개 택시, 버스, 카풀과 같은 ‘사람의 이동’에 집중하고 있죠? 그렇게 된 이유는 제도에서 찾을 수 있어요. 현행 한국법은 사람의 이동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물건의 이동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구분해서 다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택시로 화물운송을 하면 불법입니다. 택시기사가 화물운송 자격증이나 화물차 번호판을 취득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반대로 상상이 안 되지만 화물차가, 이륜차가 택시영업을 하면요? 택시업계에서 뿔나겠죠.

그런데 최근 여객과 화물운송의 경계가 흩어질 기미가 보입니다. 지난주 IT업계 큰 이슈 중 하나가 ‘모빌리티 대타협’이었죠? 이게 타협이 아니라 IT업계(aka.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에 굴복했다고 뿔난 분들이 많은데, 이건 참고기사로 갈음할께요. [참고 콘텐츠: 카카오카풀의 굴복 또는 배신, 왜?]

이 날 나왔던 타협안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요. 그리고 이 플랫폼 택시와 관련하여 승객이 적은 유휴시간에 택시가 ‘운송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와요. 여기서 운송서비스란 당연히 일반적인 B2B물류는 아니에요. 택시 커봤자 얼마나 크고, 화물 실어봤자 얼마나 싣겠습니까. 쿠팡플렉스 기준으로 유추해보면 우겨넣으면 50박스 들어갈까요? 이건 국토교통부가 이야기하는 ‘생활물류’ 영역에 택시가 들어와버리겠다는 맥락으로 해석되요. [참고 콘텐츠: 여성전용에 택배도 배송…IT로 ‘택시생태계’ 바뀐다]

사실 그동안 택시가 ‘화물운송’을 안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에요. 택시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꽃시장에서 택시 화물운송을 이용하고, 지역 식당에서도 이용하고,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이용했다고 해요. 그냥 몰래몰래 암암리에, 혹은 불법이고 나발이고 그건 잘 모르겠고 돈은 벌리니 대놓고 했던 사람도 있었겠죠. [참고 콘텐츠: 화물 나르는 택시를 만나다]

어찌됐든 여객과 화물운송의 경계가 무너진다면, 혼란의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대표적으로 택시와 퀵서비스업체가 공동 경쟁하는 시장 안에서, 단가 체계가 와르르 무너질 거에요. 생각해봐요. 쿠팡이 쿠팡플렉스 배송인을 활용해서 당일배송도 하는데, 요즘 한 건에 800원 주는거 쉽게 보거든요? 과거 허브앤스포크 퀵서비스 한다고 ‘5000원’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던 물류스타트업 원더스가 퀵서비스 기사들한테 업계가 공멸하는 가격 내세운다고 얼마나 욕을 많이 먹었는데요. 근데 800원이래요. 택시가 이런 극단적인 가격에 들어오진 않겠지만, 단순히 미터기 요금 때리더라도 특정 화물운송에 대해서는 단가 경쟁력이 있어요. 택시에 캐리어 5개씩 싣고, 이사한다고 생각해봐요. 용달차 부르는 것보다 무조건 쌉니다. 앞에 사례는 대림에서 인천까지 택시 타고 가는 길에 택시기사가 말해준 실화입니다.

그렇게 택시가 화물을 나르는 시대가 오면 물류업계는 가만히 있을까요? 택시업계가 그간 펫택시 스타트업에게, 카풀 스타트업에게 했던 것처럼. 국토교통부가 규정한 ‘생활물류업계’가 뿔나서 여의도 국회 앞에 진을 치는 일은 없을까요? 택시업계의 전선은 IT업계가 아닌 물류업계와의 대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산업화’가 되지 못한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계 종사자들이 택시처럼 똘똘 뭉치기는 어려울 거에요. 하지만, 뜬금없이 화물연대가 출동한다면 어떨까요? 하다못해 택배노조가 튀어나오면요? 표 많은 편이 이기겠죠 뭐.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아무도 안 싸우고 평화롭게 택시는 화물운송 하고, 일반인도 택배 하고, 이륜차도 택시운송 하면서 우리 모두 좋다꾸나 하는 건데요. 그런 유토피아가 오기 전에 ‘자율주행차’ 기술의 완성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배송로봇 보도자료 갖다놓고 너무 사설이 길었죠?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에요. 생활물류 시대의 핵심기술은 ‘자율주행’이 될 것입니다. 이 기술은 러다이트 운동이 한창인 택시업계를, 앞으로 러다이트 운동에 돌입할 수 있는 택배업계를, 대리운전업계와 퀵서비스업계, 배달대행업계를 쌍그리 멸망시킬 기술이 됩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타협이 아닌 굴복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죠? 카카오모빌리티 친구들 생각보다 큰 그림 그리고 있어요. 당장은 굽힐 수 있죠. 어차피 모빌리티 업계 돈 못 버는거 다 똑같은데, 버티다보면 돈 없는 친구들은 알아서 떨어져나가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택시업계의 친구로 포지셔닝한 다음 외부 세력인 ‘물류’로 함께 돌진하는 그림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물론 여타 모빌리티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보가 얌체 같을 수 있어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괜히 욕먹고 잠복하고 있는 SK텔레콤 티맵한테 시장 뺏기느니, 그냥 존버하는 것을 택한 것은 아닐까요?

■ 로지스팟, 바로배차 서비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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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 플랫폼 ‘로지스팟’이 기업고객 누구나 이용 가능한 바로배차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 바로배차는 기존 중견 및 대기업에게만 제공된 서비스인데, 이번 발표 이후로 모든 기업에게 전면 확대됐다. 기업은 로지스팟 웹 및 모바일앱을 통해 회원가입 및 사업자 등록을 하여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로지스팟은 운송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해 기업이 겪는 운송업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로지스팟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고객 2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운송 관련 전화업무가 최대 75%, 운송 마감시간이 최대 90%까지 감소하며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박준규 로지스팟 공동대표는 “로지스팟의 물류 디지털화를 통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더욱 많은 기업이 빠르고 간편하게 운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8월 설립한 기업인 로지스팟은 동원, LS글로벌, 바디프랜드 등 100여 개 기업에게 누적 7만5000건 이상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벤처스, 스파크랩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9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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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밀어준다는 생활물류가 왜 그간 메인스트림이 아니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짜쳐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존 메인스트림인 B2B물류는 돈 꽤 남겨 먹어요. 그런데 B2C, C2C물류는 어떻습니까? 택배 돈 버나요? 적자기업 넘쳐나죠. 퀵서비스는 돈 버나요? 돈 벌렸으면 진작 대기업이 들어왔겠죠. 그렇다고 배달대행 돈 버나요? 시장 탑클래스 업체들이 주루룩 손익분기점 못 넘기고 있습니다.

생활물류 아닌 B2B 화물운송판에도 고전하는 비즈니스가 하나 있는데 ‘플랫폼’이에요. 대기업, 스타트업 막론하고 다들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잘된 업체는 안 보여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과거 SK플래닛이 ‘트럭킹’이라는 화물운송 플랫폼 신사업을 했다가 9개월만에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기도 했네요.

돌아와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류 플랫폼은 사실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에요. 그러니까 많이들 들어왔는데, 다들 ‘전통의 강자’를 못 넘었어요. 대기업이냐고요? 아니요. 예컨대 화물운송 플랫폼의 전통강자는 CJ대한통운의 ‘헬로’가 아니고 ‘전국24시콜화물’이고, ‘화물맨’이에요. 이름이 생소하죠? 하지만 화물차주들은 오히려 이 이름에 더 익숙할 거에요.

화물운송 뿐일까요. 생활물류로 구분되는 퀵서비스판에도 전통 플랫폼 강자가 있지요. 인성데이타라는 기업인데, 기술 자랑하던 스타트업들 아무도 이 업체를 못 이겼어요. 인성데이타랑 싸운다던 스타트업들 거의 다 망하거나, 배달대행으로 도피했는데 인성데이타가 따라와서 맹추격했죠? 콜수로는 이미 넘었네요. [참고 콘텐츠: 갑툭 500만콜? 배달대행판에 등장한 지하의 강자 ‘인성데이타’]

대리운전에도 플랫폼이 있어요. 로지소프트(바나플)라고. 카카오의 대리운전 진격에 크나큰 애로사항을 꽃피운 친구들이에요. 처음엔 로지도 쫄렸겠죠. 그러니까 대리업체들 데리고 카카오 본사 앞에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막는다”고 시위를 했겠죠. 여기서 골목대장이 로지였습니다. 당시 대리업계에 분 아사리판은 퀵서비스 업계까지 이어졌어요. 인성데이타는 카카오드라이버가 론칭한 2016년까지만 해도 “외산자본(고고밴 등)이 들어오고, 대기업(카카오 등)이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단결해서 퀵서비스 시장을 지켜야 한다”고 퀵서비스업체 모임에서 이야기하곤 했어요. 지금은요? 인성 분들이 “로지도 못 이기는 것들이, 어딜…”하면서 그냥 웃습니다. 카카오가 인성데이타 인수하려고 했는데, 뻥 까기도 했다는 카카오 관계자 썰도 들리네요. 인성데이타는 이제 카카오 안 무서워해요.

플랫폼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기술요? 기존 플랫폼보다 UI/UX가 예쁘고, 빅데이터니 뭐니 이용해서 주문매칭 해주고, 알고리즘 굴려가지고 배송경로 최적화 해주고 할 수 있겠어요. 근데 화물차주 분들 거기에 크게 관심 없을걸요? 이 분들 그냥 좋은 물량 많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차주들 돈 잘 벌게 해주면 되는건데, 그 물량은 이미 기존 사업자들이 꽉 붙들고 있네요? 오프라인에서 끈끈하게 연결된 이 네트워크를 신규 사업자가 ‘기술’만으로, 혹은 ‘모기업 물량’만으로 뚫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걸요?

하지만 여기에도 빅픽처는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출동한다면요? 도로에서 화물기사가 사라지면요? 그러니까 ‘생수’나 ‘종이’, ‘타이어’ 같은 똥짐들은 단가 안 되고 힘들다고 안 한다고 하던 사람들이 사라지면요? 빅데이터니 뭐니 주문매칭하고, 알고리즘 굴려서 배송경로 최적화해줘도 말을 안 들어먹던 그 사람들이 사라지면요? 오프라인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아닌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물류판을 전복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술이 우리 앞에 펼쳐놓을 세상이 누군가의 유토피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세상은 ‘디스토피아’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 기술에 저항하기 위한 기계파괴 운동은 계속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저항으로 인해 변화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마차가 사라진 자리에 자동차가 들어선 것처럼요. 그렇게 결국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면요? 그 때까지 남아있는 모빌리티 업체가 몇 개나 될까요? 그 때도 카카오모빌리티가 평화롭게 굽히고 들어가는 선택을 할까요? 전 잘 모르겠네요.

아,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한 자율주행 화물운송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하나 있어요. ‘마스오토’라고요. 곧 서울과 부산 가로지르는 도로 자율주행 테스트 한다고 하더라구요.

■ 네이버쇼핑이 ‘상품 배송일’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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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커머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 포레스트 CIC가 스마트스토어 이용자들이 상품 구매 전 정확한 배송 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송 시뮬레이터(베타)’ 기능을 적용했다고 2월 25일 밝혔다.

배송 시뮬레이터 기능은 기존 상품 배송 데이터뿐만 아니라, 결제시간, 출고지, 배송지와 같이 상품 배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다 정확한 배송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회사측이 이야기하는 특징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배송일 예측 기능을 통해 배송 날짜를 몰라 무작정 기다리던 스마트스토어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특정일에 상품을 꼭 받아야 하는 구매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예컨대 화이트데이 선물을 찾는 이용자라면 원하는 상품이 화이트데이 당일보다 먼저 배송이 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마음 졸일 필요 없이 상품 구매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는 “직접 배송을 하지 않지만 네이버가 잘 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송일을 정확하게 예측해줘 구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한 것”이라며 “빅데이터, 딥러닝 등 첨단 기술을 쇼핑 서비스에 접목시켜 이용자 편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편리한 쇼핑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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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와 ‘플랫폼’에 이은 대망의 마지막 기술은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은 당연히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어야 잘 돌아가니 당연히 ‘빅데이터’도 세트로 튀어나오겠네요. 우리가 좋아하는 기술들 다 모였습니다. 신납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새로 시작한 배송일 예측 서비스는 정말 ‘정확한’ 배송일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동대문 패션 도매업계 관계자 분과 이야기하면서 이 질문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그 분 왈. “어차피 안 맞는데, 뭔 의미가 있을까요…”

생각해볼께요. 여러분, 기상청이 내일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발표했고, 제가 그거 받아서 기사 썼다고 합시다. 여러분 어떠세요? 훌륭한 기사 같나요? 무슨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말이죠. 반반이면 나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고, 막 그렇죠?

기자는 과연 화이트데이 전날인 3월 13일까지 선물을 살 수 있을까? 독자들의 생각을 여쭙고 싶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에 ‘화이트데이 선물’을 검색해봤어요. 전 정말 네이버 보도자료에서 말한 것처럼 ‘마음 졸일’ 필요 없이, 여자친구를 줄 선물을 구할 수 있을까요? 먼저 사탕을 봤어요. 배송 시뮬레이터에는 1일 이내 상품이 올 확률이 19%, 2일 이내 올 확률이 41%, 3일 이내 올 확률이 37%, 4일 이상 걸릴 확률이 4%로 나옵니다. 당장 3일 뒤인 14일 화이트데이 전날에 선물을 배송 받아야 하는 저는 무슨 선택을 할까요? 1일 이내, 2일 이내 도착할 확률을 합치면 60%니, 한 번 여기에 여자친구의 행복을 걸어볼까요?

하나만 보면 아쉬우니 초콜릿도 봤어요. 얘는 해외에서 직배송해주는 상품이에요. 3일 이내에 올 확률이 35%, 4일 이내 올 확률이 6%, 5~6일 안에 올 확률이 56%로 나오네요. 이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헛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기능 생각보다 좋습니다. ‘재고’를 가지고 판매하는 셀러가 대강 누군지 알 수 있거든요. 주문을 받은 다음에 상품을 소싱하는 셀러라면 ‘당일발송(출고)’에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네이버 배송 시뮬레이터에서 내일 도착 확률이 90% 이상인 셀러라면 필히 재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일테니, 믿고 구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좀처럼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안나올 수도 있어요. 생각보다 ‘재고’ 없이 판매하는 셀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랄 수도 있겠죠.

대표적으로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패션상품을 받아 판매하는 셀러들은 대개 재고 없이 여러분이 상품을 주문한 이후에야 도매시장에 방문해서 상품을 구매해요. 근데 도매상에 상품을 받으러 갔는데 없어요. 물론 도매시장이 상품이 언제 올지 대충 말해주긴 하는데요. 그게 맞지 않아요. 도매상도 거짓말을 하고, 공장도 거짓말을 한다는 게 동대문 도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에요. 이렇게 원본 데이터가 틀려있는데, 이걸 시스템에 녹인다고 하더라도 잘 될까요? 맞을 리가 없겠죠. 물론 틀린 데이터를 입력할 시스템조차 없는 건 더 큰 함정입니다. [참고 콘텐츠 : 동대문 사입현장 속으로 –지옥편-]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생활물류를 위한 완전한 수요예측을 위해선 ‘소비자’ 앞단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치사슬, 그러니까 공장과 공급자(Vendor), 도매상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화나 이메일로 자기들끼리 정보 공유하는 것 말고 ‘데이터’로 남겨야죠. 당연히 데이터를 저장할 시스템이 필요하겠죠. 근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가치사슬에 포함된 수많은 관계자들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데요. 그 중에서는 별로 투명해지고 싶지 않은, 굳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하다못해 그냥 귀찮은 사람도 많을 걸요?

마무리

오늘은 본격적으로 생활물류 시대에 들어오면서 ‘자율주행’과 ‘플랫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이 뜰 거라는 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번 그래왔듯 숙제는 ‘오프라인’에서 튀어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했지요. 그리고 숙제는 곧 기회를 의미합니다. 어찌됐든 저는 기술이 만들 긍정적인 변화를 믿습니다. 또한 물류업체든, 비물류업체든 앞으로 산재된 숙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를 만들 기술이 나타날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술을 만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노벨 평화상 받아야 됩니다.

여러분들과 더 많은 정보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류기업이든, 비물류기업이든 아래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주신다면 함께 소개하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 콘텐츠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유료 <주간 리포트>에 포함된 내용은 수록되지 않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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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1. 업계의 변화라는 것은 외부적 요인이나 누군가가 나서서 깨주기 전까지는 공멸할때까지 절대 이뤄지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자생적 변화라는 것은 있을수가 없는 것이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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