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국내 최강(인성데이타 추산 시장점유율 70% 이상)의 퀵서비스 프로그램업체 ‘인성데이타’가 배달대행 시장의 수면위로 등장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껏 지하에서 조용히 움직였던 인성데이타의 배달대행 자회사 ‘생각대로(회사명: 로지올, 2016년 설립)’가 최근 배달대행 업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생각대로는 스타트업 업계에 익히 알려진 요기요가 투자한  ‘바로고’나 네이버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메쉬코리아’처럼 PR을 열심히 하는 배달대행 회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IT업계에는 이 회사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생각대로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움직였다. 최근 생각대로가 공개한 월처리 주문수는 500만건 이상으로, 2017년 생각대로의 주문건수 약 280만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생각대로의 배달대행 가맹점수 또한 2017년 1만5000여개에서 2018년 2만5000여개로 크게 늘었다. 생각대로가 공개한 숫자들이 사실이라면 생각대로가 배달대행 업계 1위를 자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 강남에서 만난 생각대로 배송차량

여기에 더해 인성데이타는 배달대행 시장에 대한 인적, 재무적 투자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베이코리아 임원 출신의 대표이사(박기웅 공동대표)를 새로 선임했고, 지난해 9월에는 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비상장사 투자계의 은둔 고수라 평가 받는 DS자산운용의 장덕수 회장이 인성데이타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오랜 시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생각대로는 카카오 주문하기, KFC, 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사실 이건 메쉬코리아, 바로고 같은 경쟁사들도 비슷한 상황이기에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다. 생각대로의 특별함을 알려면 인성데이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 ‘공유망’에 대해 알아야 된다.

생각대로를 알려면 인성을 알아야

인성데이타는 2006년 최초 도입한 ‘공유망’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다. 공유망이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퀵서비스 업체들이 서로 ‘주문’과 ‘배달기사’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인성데이타는 공유망에 속한 퀵서비스 업체들의 원활한 운영과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두 개의 공용센터를 만들었고, 7개의 공유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수천개의 퀵서비스 업체와 또 다른 개인사업자인 퀵서비스 기사 수만명이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게 인성데이타가 10여년에 걸쳐 쌓아온 특별한 경쟁력이다. 현재 인성데이타는 일 퀵서비스 물동량의 40% 이상을 공유망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망의 효용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강북에서 10명의 퀵서비스 기사를 운영하고 있는 퀵서비스 업체 A가 있다고 하자. 만약 이 업체의 모든 퀵서비스 기사가 배송업무를 하고 있거나, 픽업을 가기엔 시간이 걸리는 지역에서 주문이 나온다면 해당 주문을 처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때 A업체가 공유망에 처리하지 못하는 주문(이걸 공유오더라고 한다.)을 올리면, 인성데이타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다른 퀵서비스 기사들(이렇게 주문을 받는 기사를 공유기사라고 한다.)에게 주문이 노출된다. 그 다음은 노출된 주문을 빨리 잡는 퀵서비스 기사가 그 주문을 수행하게 된다.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있는 스마트폰 거치대.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4~5대의 모바일 단말기를 들고다니는 퀵서비스 기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여러 단말기에 프로그램 여러 개를 깔아서 쓰는 기사도 흔한데, 이게 다 주문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잡기 위함이다.

공유기사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한만큼 돈을 번다는 특징이 있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현대의 우버(UBER)와 같은 방식을 한국에선 이미 10년 전에 인성데이타가 도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성데이타 관계자는 “개별 퀵서비스 업체는 소속 기사수에 한계가 있고, 하루에 들어오는 주문량 또한 그때그때 편차가 있어서 어떤 때는 기사가 모자라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주문량이 모자라기도 한다”며 “이때 같은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퀵서비스 업체들이 품앗이 개념으로 주문과 퀵서비스 기사를 공유하여 서로 도와주는 것이 공유망의 기본 개념”이라 설명했다.

인성데이타의 공유망 시스템은 현재 퀵서비스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성데이타의 경쟁사인 로지소프트(이 업체는 대리운전 프로그램계의 끝판왕이다. 업체명 : 바나플)도 퀵서비스판에서 공유망을 운영한다. 퀵서비스 업계의 공유망과 유사한 시스템은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서비스 공급자가 되는 생태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인다. 대리운전업계의 ‘연합망’, 화물운송업계의 ‘정보망’ 등이 퀵서비스 공유망과 조금씩은 다르지만 유사한 구조를 보이는 다른 예다.

첨언하자면 인성데이타가 퀵서비스 기사에게 받는 16500원(부가세 1500원 포함)의 월 프로그램 사용료로 만들어내는 매출은 110억원이 넘는다. 인성데이타는 2017년 152억5700만원의 연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해 영업이익은 85억49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6%에 육박한다. 괴물 같은 수치다.

인성데이타 매출추이. 어마어마한 영업이익률이 눈에 띈다.  이것도 더 벌 수 있는걸 많이 눌러서 참았다고 한다.

배달대행에 공유망만든다

생각대로는 배달대행 업계에 ‘공유망’을 도입해서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한다. 인성데이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공유망을 배달대행업계에도 도입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인성데이타 관계자는 “배달대행 시장은 퀵서비스와 유사한 시장으로 배달기사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음식점주 간의 공급 조정이 핵심”이라며 “배달대행에도 유휴 기사와 주문을 공유하고자 하는 니즈가 퀵서비스와 동일하게 존재하기에 인성데이타의 시장 침투가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지금껏 배달대행업계는 프로그램업체가 헤게모니를 잡은 퀵서비스업계와는 달리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의 힘이 강력하다고 평가받았다. 배달대행 시장에서 생각대로, 바로고, 메쉬코리아 등의 프로그램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퀵서비스의 인성데이타, 대리운전의 로지소프트처럼 압도적으로 시장의 지배권을 쥐고 있는 프로그램사는 없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망이 배달대행시장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수 있는 무기로 주목 받는 것이다. [참고기사: 서울과 지방의 배달대행, ‘특이점’을 찾아서]

아울러 인성데이타가 퀵서비스 업계에서 가지고 있는 공고한 시장점유율 1위 규모를 활용해 퀵서비스기사와 배달대행기사가 상호 협력하는 운영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식사시간에 맞물려 3km 이내 근거리 주문이 중심이 되는 배달대행과 지역을 이동하는 장거리 간선운송이 중심이 되는 퀵서비스의 주문집중시간(피크타임)은 서로 다른데, 퀵서비스 기사와 배달대행 기사가 서로의 주문 처리를 돕는 개념이다.

물론 퀵서비스와 다른 배달대행의 특성과 인력관리 문제로 배달대행 업계에서 공유망이 확산되기에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성데이타의 공유망 모델을 배달대행시장에 구축하려는 관련 업체들의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월 주문수 180만콜을 돌파했다고 하는 오투오시스(공유다연합)가 배달대행 업계에 공유망을 도입한 또 다른 업체다.

다가온 2019년, 배달대행 판에서 기업대 기업의 경쟁이 아닌, 공유망 대 공유망의 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