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대문 사입현장 속으로 –극락편->과 이어진다. 동대문 시스템은 아름답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소매업자가 고객 상품주문 발생부터 실제 구매자 전달까지 ‘이틀’만에 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찾기는 어려운데 동대문은 그게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글로벌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인 자라(ZARA, Inditex社)와 동대문을 비교하면 그 수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물론 디자인부터 제조, 물류, 판매까지 패션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해서 전 세계 5개 대륙의 6680개 매장까지 상품을 공급하는 자라와, 서로 다른 개인사업자인 원자재(원단공장), 제조(봉제공장), 물류(사입삼촌, 화물삼촌 등), 판매업자(도매상, 소매상)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협업하고 있는 동대문의 구조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단순 수치만 봤을 때 ‘동대문의 속도’는 수직계열화를 택한 자라(ZARA)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지역 사입대행업체들이 쇼핑몰 물류센터까지 이동할 사입물량을 화물차에 싣고 있다. 봉제공장, 도매상, 소매상 사이로 이어지는 동대문 생태계의 연결은 퀵서비스, 화물운송 사업자를 포함한 물류사업자들이 맡는다.

자라는 1주일에 최소 2개의 신제품을 전 세계 매장에 공급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자라의 디자이너 한 명은 통상 연평균 60개 정도의 디자인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동대문 도매상 관계자에 따르면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동대문 도매상은 매주 2~7개의 신상품을 디자인하고 상품화까지 끝낸다고 한다. 1년을 52주라고 한다면 동대문 도매상 하나는 연평균 104~364개의 상품을 디자인하는 셈이다. 자라의 디자이너 한 명을 동대문 도매상 하나로 치환한다면 그 숫자는 동대문이 2~7배 더 크다.

마찬가지로 자라는 디자인부터 전 세계 매장 공급까지 통상 ‘2주’만에 끝내는 물류 시스템을 자랑한다. 통상 패션업체들은 디자인부터 매장공급까지 최장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속도다. 그런데 동대문은 그것보다 더 어마어마하다. 온라인 판매를 한다고 했을 때 고객 구매발생부터 최종 상품 전달까지 ‘D+2일’이면 소화가 가능하다. (1) 당일 고객주문, (2) 고객주문 기반으로 당일 생산, (3) 당일 오후 10시~익일 오전 2시 사이, 공장에서 도매상(물류센터)까지 입고, (4) 익일 새벽, 쇼핑몰의 동대문 사입, (5) 동대문 물류사업자를 통해 사입물량을 쇼핑몰(물류센터)까지 전달, (6) 익일 검수 및 택배사 출고, (7) 택배사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을 통해 출고 다음날 고객 전달이 그 과정이다. 자라가 디자인부터 매장 공급까지 2주가 걸린다면, 동대문은 디자인을 포함하더라도 10일 내외의 시간에 고객 전달이 가능하다. [자라통계 참고서적 : 미친 SCM이 성공한다,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저]



동대문 도매상가 디오뜨 앞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입자들의 모습. 디오뜨는 현재 여성패션을 다루는 새벽 도매상가 중 가장 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디오뜨 지상 5층부터 8층까지는 오피스텔로 구성돼있는데, 주로 입점해 있는 도매상들이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한다. 그야말로 도심형 마이크로 창고의 모습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론’이라는 데서 나타난다. 현실세계는 이론대로 돌아가 줄만큼 녹녹하지 않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동대문 옷을 판매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샀을 때 정말 ‘이틀’만에 상품을 받았는지 말이다. 왕왕 1주일 이상 배송이 지연된 상품이 있진 않았나.

기자는 지난해 12월 26일 한 쇼핑몰에서 무스탕 자켓을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월 27일, 발송(출고) 지연으로 ‘1월 17일’에 발송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재밌는 건 기자가 실제 이 자켓을 받은 것은 12월 29일이라는 점이다. 예상 발송일보다 20일 가까이 빠르게 받았다. 왜 이렇게 상품 발송 기간이 날뛸까. 동대문 생태계에 ‘가시성’ 따위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지옥편’의 화두다.

일밤? 수밤? 어차피 안 맞는거

“어, 일밤~” 사입삼촌을 따라 동대문 도매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비슷한 말들로 ‘월밤’, ‘수밤’ 등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인 즉 해당 요일 밤에 공장에서 제작한 상품이 도매상에 입고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상품입고가 지연 됐으니, X요일 밤에 다시 오쇼”를 짧게 줄이면, ‘X밤’이 된다. 체감상 동대문 도매상가 디오뜨를 돌면서 만난 도매상의 30% 이상이 ‘X밤’을 외쳤다.

사입삼촌은 쇼핑몰의 이름과 사입해야 될 상품정보, 구매해야 할 상품을 보유한 도매상의 위치 등이 프린트 된 장부를 들고 다니면서 수기로 입고지연 여부를 체크한다. 사입삼촌의 구매대행 업무가 끝나는 새벽 7시경,  그들은 자택이나 동네 PC방에서 수기로 적어놓은 입고지연 정보를 엑셀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하루 업무를 끝낸다. 이 업무 또한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으리라.

입고지연은 동대문 사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일상이다. 그래서인지 동대문 도매상인도, 사입자(사입삼촌)도 입고지연에 대해선 참으로 쿨한 편이다. 도매상인들은 일일이 왜 상품입고가 지연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일밤” 한마디면 끝난다. 사입자도 굳이 왜 상품입고가 지연됐는지 묻지 않는다. 도매상이 “일밤”이라고 하면, “수고하세요” 한 마디 하고, 다음 도매상으로 상품을 픽업하러 간다. 같이 동대문 도매상가를 돌아다니던 사입삼촌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재밌는 답이 돌아온다.

“월밤이든 화밤이든, 실제 상품이 도매상이 이야기한 그 날짜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도매상 입장에선 공장에서 ‘1주일’ 걸린다고 하는 것을, 대충 3~4일 걸린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3~4일 걸릴 걸 하루면 들어온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게 도매상을 설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도매상 입장도 있고, 저희 입장도 있죠”

그래서 도매상의 입장을 들어봤다. 동대문 도매상가인 청평화시장에서 20년 가까이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에 따르면, 입고지연 문제는 대개 ‘조달’과 ‘생산’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원단수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봉제공장에서 생산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입고가 지연된다. 원단공장과 봉제공장, 모두 새벽까지 열일을 한다고 해도 뽑을 수 있는 한계 생산량(Capacity)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히트 상품이 나왔다고 한다면, 공장 하나를 해당 상품 생산만을 위해 가동하더라도 생산량을 못 맞추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여러 개의 소매상(쇼핑몰)이 똑같은 상품을 이름만 바꿔서 판매하는 동대문의 판매 구조이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소매상의 ‘동시 입고지연’으로 이어진다.

도매상이 쇼핑몰별 주문정보를 받아 준비해놓은 소봉(작은 봉지)들. 당일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들이 대략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즘 도매상으로 입고된다. 새벽 12시 30분즘 상품 픽업을 위해 도매상에 방문하면 아직 물건 준비 안됐다고, 조금 있다 오라는 도매상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동대문 도매상들은 대개 그런 사정을 봐가면서 소매상의 주문을 받지 않는다. 소매상들은 단순히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서 ‘많은’ 상품을 ‘원활하게’ 공급해줄 수 있는 도매상과 거래를 원한다. 이런 소매상들에게 ‘우리 재고가 이만큼밖에 없어서’, 혹은 ‘우리 상품 생산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돼서’ 공급을 맞춰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소매상은 거래를 하지 않고 다른 도매상의 상품을 구매하고자 떠날 수도 있다. 도매상 입장에선 당장 발생할 수 있는 매출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매상들은 공급 능력을 벗어나는 주문도 “당연히 할 수 있죠!”라고 이야기하면서 받는 것이 업계 관례처럼 굳어 있다. 일부 동대문 도매상 중에는 판매점원의 역량으로 ‘거짓말’을 꼽는 곳이 있기도 하다.



미송 잡아도 의미 없는 이유

다발하는 ‘입고지연’ 상황에서 나온 동대문 용어가 ‘미송’이다. 미송이란 소매상이 도매상의 재고가 없는 상품에 대해 미리 결제를 하고 정해진 날짜에 받는 것을 의미한다. 동대문 은어로 “미송을 잡는다”는 것은 곧 ‘상품예약을 한다’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미송을 잡아두면 수많은 사입삼촌과 쇼핑몰 사입자가 돌아다니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상품 구매에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사입삼촌은 중간작업이 끝난(소봉으로 가득찬) 대봉을 테이핑을 하고, 간단한 주기를 써두고 도매상가 구석에 아무렇게나 놔둔다. 그런데 가끔씩 다른 쇼핑몰 사입삼촌이 이렇게 구석에 놓여진 대봉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약, 대봉이 사라지면 CCTV를 뒤지면서 들고 간 사람을 찾고, 퀵으로 최대한 당일 쇼핑몰까지 입고 시킨다고 한다. 누군가 악의를 품었다기 보다는 모두가 비슷한 봉투를 들고 다니는 동대문 구조인지라 착각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oT고 나발이고,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 다 돌아가는 동대문 생태계다.

그런데 이것도 ‘이론’이라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미송을 잡아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일자에 상품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매상이 상품이 들어왔음에 불구하고, 미송을 잡아둔 소매상에게 먼저 주는 것이 아니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혹은 ‘구매력을 가진 거래처’에 먼저 상품을 넘겨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도매업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동대문 도매시장에는 ‘아도친다’라는 용어가 있어요. 해당 품목을 한 장도 빠짐없이 사간다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서 조금 더 저렴한 단가에 구매할 수 있죠. 미송 잡힌 상품은 대개 모든 소매상들이 탐내는 히트상품이 많은데, 아도 친다고 하면서 미송 물량을 먼저 챙겨줄 수 없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시고요. 당장 도매상에게 있어 미송은 이미 받은 돈이고, 당장 물량이 있는 상황에서 돈을 많이 낸다는 새로운 거래처가 나오면 그들에게 물량을 주고 돈을 더 버는 선택을 하는 분도 계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입삼촌 B씨의 해결책은 ‘매일매일’ 도매상을 방문하는 것이다. 도매상이 ‘수밤’이라고 이야기했더라도,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밤마다 매일 방문하여 상품이 있는지 물어보는 식이다. 당장은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이 통하나 싶겠지만, 현재로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도매상과 관계구축도 중요하다. 도매상과 친해지면, 해당 업체에 미송 물량이 수천건 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품에 대한 재고 몇 개를 어떻게 빼서 따로 전해 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 또한 이상하지만, 이 쪽에서는 당연한 법칙이다.

이런 업태는 도매상도 인정하는 바다. 동대문 도매상 관계자 C씨는 “소매상들이 전화주문을 하고 언제까지 일정을 맞출 수 있는지 도매상에게 묻고 단순히 그 날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매장 방문을 직접 해서 상품을 소싱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어쩔 때는 도매상들이 다른 가게에 가려고 포장한 상품을 조금 뜯어서 급한 손님에게 먼저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매상 입장에선 도매상과의 관계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대봉(큰 봉지)들. 막 널부러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봉들이 놓인 곳은 각각 쇼핑몰들의 자리가 정해져있다고 한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사입삼촌에게 물어보니, 일 하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쇼핑몰끼리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일부 도매상은 특정 소매상의 대봉을 놓는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바로 해당 장소에 공장에서 입고된 상품을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싱이 글로벌로 넘어간다면

근래 동대문 트렌드는 국내생산이 아니다. 많은 도매상들이 국내보다 50% 이상 저렴한 ‘중국공장’에서 물건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당연히 소싱까지 시간은 국내공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길어진다. 국내 생산에서는 생산지연이 된다고 하더라도 니트를 하나 만든다고 하면, 길어야 1~2주 기다리면 입고가 되는데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은 1~2달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끔은 ‘중국공장’이 연락을 두절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감하다.

이렇게 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소매상 사입자가 도매상에 방문했는데, 원하는 상품 재고가 없어서 2일 뒤 상품을 받는 것으로 미송을 잡아뒀다고 가정하자. 쇼핑몰은 그 기간 동안 해당상품의 ‘품절’ 처리를 굳이 할 이유를 못 느낄 것이다. 어차피 2일 뒤에 들어오는데, 그 때 들어온 고객주문까지 한 번에 배송해야지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2일 뒤에도, 5일 뒤에도, 15일 뒤에도, 30일 뒤에도 상품이 들어오지 않는다. 도매상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중국공장에서 제작한 상품인데, ‘황사’ 때문에 배 뜨는게 늦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위 사례는 사실 예시가 아니고 실화다. 이 쇼핑몰은 입고가 지연되는 기간 동안 수백장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약 없는 입고지연과 늘어나는 고객 클레임으로 인해 결국 수백명의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사과하고, 환불 처리를 해줬다고 한다. 고객에게는 사과의 의미로 ‘적립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회사 입장에선 이건 분명히 ‘비용’이다. 그 고객이 다시 쇼핑몰에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그럼 중국 공장이 아닌 한국 공장 상품을 받는다면 물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을 받은 동대문 쇼핑몰 관계자의 답변이 이렇다.

“글쎄요. 중국물건 떼와서 한국물건처럼 파는 도매상이 많아요. 근데 소매상 입장에선 그것이 중국물량인지 한국물량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일단 동대문 안에는 ‘라벨갈이’를 하는 전문점들이 있습니다. 메이드인차이나 라벨이 붙어 한국에 들어오면, 이 라벨집에 맡겨서 태그를 떼고 자기 매장 태그로 갈아 붙이는 곳이에요. 단순히 품질만으로 판가름한다? 요즘 중국공장도 품질이 꽤 좋아져서 알아볼 수가 없어요. 정말 심각한 문제에요”

플랫폼이 해법 될까

일부 동대문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을 이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의류 원자재 소싱부터 제조, 도매상, 소매상, 고객까지 가로지르는 동대문 가치사슬을 시스템 연동을 통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그 골자다. 동대문 가치사슬에 속한 관계자들이 서로의 상황을, 서로의 데이터를 명확하게 열람할 수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일매일 도매상에 방문하여 입고물량을 확인하는 비효율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대문 생태계에서 이 문제를 명확히 해결했다고 하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상가와 소매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동대문 도매상에게는 거래처(소매상)를 연결해주고, 소매상에게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디지털로 열람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매상에게는 사입(물류) 서비스가 통합 제공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플랫폼의 힘이 약해서다.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봉제공장, 도매상, 소매상 등 동대문 생태계 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그걸 플랫폼의 힘만으로 유도하기 어렵다. 현재 동대문 생태계의 힘의 축은 플랫폼보다는 ‘오프라인 사업자’에 쏠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이 오프라인 사업자가 굳이 귀찮음을 넘어서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는 ‘유인’이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플랫폼이 시스템 도입을 하고자 해도, 동대문 도매상이나 사입삼촌, 소매상은 “내가 이걸 써서 뭐가 좋은데? 지금도 꽤 살만한데 왜 귀찮게 해?”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히려 플랫폼은 소매상에게도 도매상에게도 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막강한 판매채널을 가지고 있는 소매상은 굳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입팀을 운영하여 도매상과 거래하고 판매한다. 그들이 도매상을 건너 뛰고 직접 공장과 거래를 해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막강한 상품을 가지고 있는 도매상은 굳이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의 상품을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소매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도매상의 좋은 상품이 있어야 소매상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반대로 구매력 있는 소매상들을 플랫폼에 유치해야 도매상을 끌어당길 수 있다. 여러 모로 플랫폼이 힘 있는 도매상과 소매상을 끌어당기는 데 애를 먹는 이유다. 의미있는 양면시장을 구축하여 규모를 만드는 것. 투명성을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이전, 플랫폼에 닥친 선결 과제다.

충분한 충성고객을 확보한 소매상이 도매상을 배제한 공장과 직거래 구조(PB상품 제작)를 만들거나, 사입물류의 내재화 등 수직계열화를 선택하는 경우는 꽤 많다. 이는 동대문 도매업계의 직접적인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인터넷 쇼핑몰 민스샵의 사입차량.

동대문 생태계는 수직 통합을 선택한 자라(ZARA)와는 다르다. 디자이너, 원자재공장, 봉제공장, 도매상, 소매상, 물류사업자 등 서로 다른 군소업체들이 한데 엮여서 거대한 클러스터(Cluster)를 만들었다. 동대문이 협력과 연결을 통해 상대적으로 비용은 적게 투자하면서, 수직적 통합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수직 통합의 장점은 가치사슬에 속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직원으로 고용하여 ‘전체 최적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각이 개인 사업자로 움직이는 동대문 생태계 구성원들은 ‘전체 최적화’를 목표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그들 눈앞에 보이는 ‘이익’, 즉 ‘부분 최적화’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 이쪽 업계라면 더더욱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공급망 가시성’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입삼촌의 이야기다.

“도매상이 말해준 입고예정일과 상관없이 매일매일 매장에 방문하는 것요? 우리들 입장에선 인원 낭비, 돈 낭비 하는 거로 볼 수 있겠죠. 근데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이게 몸으로 뛸 수밖에 없는 거더라고요. 사실 도매상이 공장에서 정확히 어느 시점에 물건이 들어오는지 알고, 그것이 쇼핑몰도 언제 들어올지 알도록 연동이 된다면 우리는 훨씬 편해질 거에요. 하지만 그게 안돼요. 도매상은 당장에 매일매일 상품을 팔아야 되는 상황밖에 안 보이겠죠. 우리 입장에선 매일매일 도매상에 방문하여 압박을 넣어야 물건이 나오는 거에요”

(1) 동대문 사입 현장 속으로 -극락편-

(2) 동대문 사입 현장 속으로 -지옥편-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