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카카오카풀의 굴복 또는 배신, 왜?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7일 전격 합의를 이뤘다. 당초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렬 직전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사실 이를 두고 합의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는 약간 의문이다. 합의라기 보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방적 양보나 굴복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카풀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허용’이라는 이 말이 조금 웃기다. 마치 지금은 금지돼 있는데 카풀 진영이 이번 협상에서 쟁취해 낸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객운수사업법 81조에는 자가용 자동차라도 출퇴근 카풀의 경우에는 돈 받고 운행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지금까지 카풀이 논란이 됐던 건 출퇴근 시간 카풀의 합법성 여부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의 정의에 대한 것이었다. 풀러스가 이 논란을 촉발시켰는데, 풀러스는 “유연근무제가 활성화 된 요즘 세상에 출퇴근 시간이 따로 어디있냐”면서 온종일 영업을 하려고 했었다. 출퇴근 시간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시간이 카풀 영업 가능한 시간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택시업계가 묵인하던 카풀 서비스를 성토하고 나선 것도 이 시점이었다.

온종일 영업을 하기 전 풀러스는 오전 5~11시, 오후 5~ 새벽2시까지 제한적으로 영업을 했었다. 그런데 대타협기구는 하루 4시간 카풀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타협으로 인해 카풀의 영업시간은 오히려 대폭 줄어들었다. ‘합의’가 아니라 ‘굴복’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다.

대신 택시는 많은 것을 얻었다. ▲택시산업 규제혁파 추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올해 상반기 중 출시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방안 적극 추진 ▲택시기사 월급제 시행 등이 택시업계의 소득이다. ▲승차거부 근절 및 친절한 서비스 정신 준수에 노력이라는 하나마나한 내용도 합의에 들어갔다. 택시업계가 내준 것처럼 보도되는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은 앞에서 설명했듯 택시가 내준 것이 아니라 카풀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얻은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왜 이런 일방적 양보안에 합의를 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카카오모빌리티는 럭시를 인수할 때 카풀을 택시의 보조수단으로 생각했었다. 택시를 1순위로 호출하고 안 잡힐 경우 카풀을 호출하는 식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에 운명을 걸 이유가 없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근간이 카카오택시에 있기 때문에 택시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풀을 쟁취하지 못했지만 이면적으로 얻은 게 많다. 택시의 규제가 풀리면 카카오택시의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시 합승 허용이나 앱 미터기 허용 다양한 규제완화가 된다면 그 혜택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얻을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도 큰 이득을 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통큰 양보를 반복하는 것처럼 해서 정부·여당의 체면을 세워줬다. 사실 전현희 의원을 비롯한 여당과 정부는 위기였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대태협 기구를 세우고 북을 크게 울렸는데, 전날까지 협상이 결렬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괜히 나서서 일만 키웠다는 비난을 들어야할 상황이었다.

 

전현희 택시-카풀 TF 위원장(맨 왼쪽),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왼쪽 두번째),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맨 오른쪽)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해서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뤘고, 타협을 이끌어냈다는 성과를 전시할 수 있게 해줬다. 이로 인해 전 의원이나 정부여당입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나아가 카카오에 부채감을 가지게 됐다.

문제는 전문 카풀업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이 아니더라도 택시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겠지만, 풀러스는 하루에 4시간만 영업해서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 대타협기구에 카풀 대표로 참석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법에서 허용돼 있는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재웅 대표는 풀러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한때 현 정부의 혁신성장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이라 세게 얘기는 못하지만 강한 실망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대타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카풀을 응원하는 여론이 높았던 것은 심야시간의 승차거부와 택시승차난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타협이 이뤄졌다는데 이런 승차난은 전혀 줄어들 수 없게 됐다. 택시의 대안이었던 카풀이 이제 8시까지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타협기구가 없었다면 밤 12시에도 카풀을 부를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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