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칩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 PC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밝히며 이 제품이 서버뿐만이 아닌 서피스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드는 PC와 생산성 가젯 등을 포함한 브랜드다. 좋은 품질 및 디자인과 충격적인 가격을 갖고 있다.

반값 대란 된 서피스 RT

서피스에 ARM 기반 칩셋이 적용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별도의 윈도우 버전인 ‘윈도우 RT’를 탑재한 서피스 RT를 선보인 바 있다. ARM 기반 칩셋에 최적화한 OS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윈도우 프로그램(x86 기반 소프트웨어)이 전혀 구동되지 않았지만, 오피스 소프트웨어만큼은 완벽 구동됐다.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외면받다 하이마트가 학생 할인으로 24만원에 판매하는 바람에 재고가 불타 사라졌다. 사람들은 노트북으로 생각하고 구매하려 했지만 MS는 아이패드와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해 출시 후 반응이 좋으면 전용 앱이 늘어나리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패인이었다. 그리고 그 패인은 서피스 프로 X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피스 RT

2019년 등장한 서피스 프로 X는 또다시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퀄컴이 PC용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cx에 GPU 업데이트를 진행한 SQ1 프로세서를 사용했으며, 2020년 두번째 버전에서는 SQ2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했다. 서피스 기기를 극한으로 미니멀하고 예쁘게 만들면 이런 제품이겠구나 싶은 디자인이다. 다른 태블릿들이 주로 아이패드 흉내를 내는 것과 달리 서피스 고유의 스타일을 잘 살리면서 고급스럽게 만든 디자인이 특징이다.

서피스 프로 X

서피스 프로 X는 서피스 RT와 다르게 일반 버전의 윈도우가 구동된다. 사람들은 이제 태블릿이 아닌 ‘서피스’ 브랜드에 익숙해졌고, 서피스 프로는 PC처럼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MS는 ARM 프로세서에서도 윈도우와 오피스 프로그램이 잘 구동되도록 OS를 손봤다. 즉, 서피스류에 자체 반도체를 탑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러 가지 허들이 있는데 1.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가 2.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얼마만큼 보장할 수 있나 3. 다른 제조사에도 제공할 것인가 등이다.

ARM 기반 윈도우 제품의 세가지 주안점

성능 면에서 퀄컴의 SQ2 프로세서는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PC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정도지 고사양 PC라고 부를 수는 없다. 벤치마크 성능상 SQ2는 M1의 마이너 버전인 A14 바이오닉(아이폰 12 시리즈와 아이패드 에어 4세대에 탑재된 제품이다)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심지어 윈도우10은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에서 더 빠르게 구동된다는 결과도 있다.

따라서 성능을 보장하려면 퀄컴이 PC에 맞춰 코어 재설계를 하거나 MS가 직접 설계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MS 역시 최고의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회사인만큼 불가능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더 큰 문젠데, 애플이 애플 실리콘 프로그램 전환을 독려하고, 가상화 구동 프로그램 로제타 2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이러한 가상화 프로그램이 아직은 없다. 주요 프로그램(영상, 그래픽, 음악, 코딩)이 자리 잡고 있는 애플과 달리 윈도우를 쓰는 목적은 다양하다. 적게 잡아도 게임, 생산성 소프트웨어, 그냥 쓰던 것 써서, 불법 다운로드 가능 등의 여러 목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애플이 제작사를 포커싱해 독려할 수 있는 상황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새 앱 개발의 경우 UWP(Universal Windows Platform)라는 개념이 있다. 다양한 기기에 대응해 개발하는 SDK를 제공하므로 ARM 기반 항목을 추가한다면 새롭게 개발하는 앱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MS가 다른 제조사에도 ARM 구동 윈도우를 제공할 경우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가 잘 구동되는 노트북이나 PC를 바랄 것이며,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윈도우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ARM 기반 프로세서 탑재를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MS가 자체 실리콘 서피스를 내놓으려면 1. 성능이 좋은 프로세서를 만들고 2. 성능이 좋은 가상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두 방법 모두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 가능하다. 클라우드에 강점을 가진 회사인만큼 구동이 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에 올려 가상 구동되도록 하는 방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은 클라우드에서 고사양 게임까지 구동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고사양 생산성 작업을 제외한 간단한 소프트웨어는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MS는 안드로이드 앱을 패키징해 윈도우에서 가상 구동하는 프로젝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리눅스 앱은 이미 패키징해 구동할 수 있다. 구형 윈도우 앱이라고 해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MS는 앱 마켓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아니다. 애플이 맥 앱 스토어에서도 30%를 받는 것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수수료는 스토어 내부에서 받으면 15%, 외부 경로로 받을 경우 5%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애플과 달리 자체 앱인 마이크로소프트 365(오피스 365) 매출이 전체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애저 클라우드라는 훌륭한 수입원도 있다. 따라서 앱을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올려서 큰 소득을 올리라는 식으로 광고할 수 있다.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중소 업체들에서 발생한다. 대형 노트북 제조사, 레노버, 에이수스, HP, 삼성, LG, 에이서가 코어 설계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소 노트북 제조 업체에는 코어를 설계할만한 자본이 부족할 것이고, MS는 설계까지 다 해서 주는 인텔 NUC와 같은 킷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MS가 자체 반도체를 만든다면 이 킷을 사용해 노트북을 설계해 판매하게 되는 것이 MS의 장기적인 비전이 될 것이다.

갤럭시의 탈구글?

MS가 반도체를 직접 만든다면 갤럭시와의 협업으로 인해 갤럭시 앱을 윈도우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편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갤럭시 앱스토어를 윈도우에서 쓰게 하는 것이다. 삼성과 MS는 ‘사용자 휴대폰’ 앱으로 두 생태계를 연동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구글은 이 조치가 싫겠지만 구글은 ‘오픈 생태계’ 정책으로 인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아닌 다른 안드로이드 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는 것을 막지 못한다. 일례로 포트나이트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서비스를 할 수 없지만 갤럭시 스토어에서는 내려받을 수 있다. 점진적으로 윈도우와 전체 안드로이드가 아닌 갤럭시 안드로이드만 통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맥에서 아이폰 앱을 쓸 수 있는 것만 것 거대한 조치가 될 것이며, 삼성과의 협업으로 삼성 덱스 네이티브 구동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므로 MS가 자체 반도체를 서피스에 탑재하는 것은 고려해볼만한 문제다.

MS가 x86이 아닌 ARM 기반 칩셋을 선택한다면 이렇게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다. 부디 아래와 같은 화면을 보지 않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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