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앱 구동 테스트 중 “라떼는 말이야”

애플의 M1 칩셋은 성능도 뛰어나지만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반도체 설계가 아이폰과 동일하다. 따라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을 미러링이나 에뮬레이션 없이 네이티브로 구동할 수 있다. 아이폰·아이패드 앱과 동일하게 설치되고 실행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맥은 키보드와 터치패드, iOS 기기는 터치 제어로 인터페이스가 다르므로 애플은 게임 앱들은 게임 컨트롤러로, 나머지 앱들은 마우스나 커서로 조작하는 것을 준비했다. 이 조치로 인해 윈도우보다 부족했던 앱 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비슷한 기기는 안드로이드 쪽에도 있다. 정확하게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크롬 OS 기기다. 크롬북은 크롬 브라우저와 스토어를 갖춘 웹 기반 랩톱이다. 설계가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며, OS를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므로 가격이 저렴해 저성장 지역이나 교육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끄는 제품이다 2019년 이후 출시된 모든 크롬북은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고, 2017~2018년 제품도 안드로이드 구동이 가능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앱 개발 시 ARM32와 ARM64 프로세서를 대응하는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이 방법이 아니라도 실행은 할 수 있다.

MS 윈도우는 최근 안드로이드폰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이루고 있다. 듀얼 스크린 폴더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서피스 듀오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윈도우 10 내의 ‘사용자 휴대폰’ 앱을 통해 삼성 폰 내의 안드로이드 앱을 미러링하고 알림을 윈도우에서 보여주는 기능도 넣었다. 앱 아이콘 화면을 통해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우 10에서 실행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화면 미러링을 쉽게 한 것이지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MS와 삼성이 합작하기 이전 블루스택(Bluestacks)을 통해 안드로이드폰을 미러링하는 방법도 있었다.

윈도우센트럴이 보도한 MS의 계획은 ‘안드로이드 앱을 네이티브처럼 실행하는 것’인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프로젝트 라떼. 커피와 우유와 섞여 새로운 맛의 음료가 탄생하는 것이므로 적절한 이름으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 라떼는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앱을 MSIX로 패키징해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MSIX는 MS의 컨테이너 앱 패키징 기술이다. 따라서 완전한 네이티브 실행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기존의 에뮬레이터보다는 훨씬 빠르게 앱을 구동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원래는 윈도우 10 이전의 구형 윈도우 버전 앱과 리눅스 앱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리눅스 앱을 MSIX로 패키징할 수 있다면 안드로이드 앱도 패키징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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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하기 위해 리눅스용 윈도우 하위 시스템(windows subsystem for linux, WSL)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WSL은 두번째 버전까지 나와 있으며 두번째 버전에서는 성능과 호환성이 빨라졌다. 이 리눅스용 윈도우 하위 시스템과 비슷한 안드로이드용 하위 시스템을 만들면 비교적 빠르게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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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의 사례로 볼 때 앱 개발자는 코드의 큰 변경 없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앱을 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자가 발행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 외의 기기에 Play Services API를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앱이긴 하지만 구글 서비스 API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지메일, 구글 문서 등의 앱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에서만 서비스하는 상당수의 앱 활용이 불가능하다. 특히 게임 상당수가 Play Services API를 사용한다. 그러나 MS가 이 API 속성을 제거하고 양쪽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업데이트 방법 역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는 이미 수많은 생산성 앱과 게임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 앱들이 모바일 앱과 활발히 정보를 주고받지는 못한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과 MS의 앱은 동일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별개 구동해야 하며, 동기화를 거쳐 사용하려면 구독형 서비스를 활용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연동의 어려움은 애플 기기의 끊김 없는 데이터 연결에 비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는 것은 스마트폰이 앞으로의 중심 기기임을 인정하고, 그 중심 기기의 데이터와 앱을 가져와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윈도우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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