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스타즈 ④] K 스타트업, 제조의 본고장 ‘유럽’ 문 두드린다

올해 컴업스타즈는 누가 일등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진짜 글로벌로 나가 돈 벌어올 수 있는” 스무팀을 뽑았다. 이들을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의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연결한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애먹는 부분을 풀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 스타트업은 왜 글로벌로 가려 하나, 그리고 현지에 어떠한 기회가 있나, 무슨 문제를 풀어야 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컴업스타즈’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현지 진출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컴업은 오는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컴업스타즈 외에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관계를 다진다. 창업진흥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함께 축제를 꾸렸다.

[컴업스타즈 ①] “압도적 시장 규모, 미국으로 가는 스타트업들”
[컴업스타즈 ②] “AI 주도권에 진심”…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
[컴업스타즈 ③] “일본 진출, 글로벌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재창업”
[컴업스타즈 ④] K 스타트업, 제조의 본고장 ‘유럽’ 문 두드린다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통적인 제조업의 강자이자 친환경·바이오 산업의 본산인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유럽행을 택한 창업가들은 유럽 시장이 가진 ‘전통적인 산업 기반’과 ‘새로운 사회적 요구’의 결합에 주목한다.

강력한 제조 인프라에 높은 안전 기준이 주는 기회

먼저 유럽이 보유한 강력한 하드웨어와 제조 인프라가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비접촉 공간 감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티오닉스의 임성수 대표는 “유럽은 자동차, AR HUD, 산업용 HMI 분야가 강하며 지멘스(Siemens), 보쉬(Bosch), 르노, BMW 등 전통적인 하드웨어 강기업들이 많다”라며 이들 기업의 기술 수요를 확인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진출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산업의 역사성도 중요한 배경이다. 멤브레인 필터 기술을 보유한 움틀의 박성률 대표는 유럽을 “바이오·제약 산업이 태동한 곳이자 많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정의하며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의 높은 인건비와 안전 기준이 오히려 로봇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자력 및 특수 환경 로봇을 개발하는 칼만의 김준호 대표는 “유럽은 인건비 및 물가가 높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라, 오히려 로봇 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허들)이 낮게 느껴진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유럽이 국방비를 GDP 대비 5%가량으로 늘리는 합의가 있었던 점도 방산 및 구조 로봇 수요 증가의 신호로 해석했다.

“최근 유럽은 GDP대비 국방비를 5%가량으로 급격하게 늘리는 합의가 있었다. 일반 산업, 구조 및 수색,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수요가 예상된다. 유럽의 다양한 고객에게 우리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솔루션을 빠르게 공급해 관련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 김준호 칼만 대표

유럽 특유의 친환경·지속가능성 기조도 딥테크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AI 기반 신소재 설계 플랫폼 웰메틱스의 제임스(James) 대표는 “유럽은 딥테크 연구, 친환경 전환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AI를 활용해 소재 발굴을 가속화하려는 웰메틱스의 사명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내에서 현재 여러 부트캠프 등의 프로그램이 활발하다는 것도 짚었다. 제임스 대표는 “스타트업 부트캠프 암스테르담과 핀란드 시수 런치패드(SISU LAUNCHPAD)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리투아니아·프랑스 등 다양한 유럽 파트너들 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업계 전문가, 기업 파트너, 투자자 등 다양한 파트너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유럽 시장에 대한 장기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뢰 구축이 관건”… 보수적인 시장의 높은 벽

기회의 땅인 만큼 장벽도 높다.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신뢰’와 ‘규제’다.

현지 액셀러레이터인 스타투그룹(Start2 Group)의 마르타(Marta) 한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유럽 시장은 영업 접근 방식이 한국과 달라 장기적인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빠른 성과보다는 관계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성수 소프티오닉스 대표는 “하드웨어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들은 공급망 관리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센서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증명하고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 접근을 위한 신뢰 구축 과정이다.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는 초기 공급망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센서 기술의 안정 및 신뢰성을 증명하고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임성수 소프티오닉스 대표

국가별로 파편화된 규제 환경도 난관이다. 아동 ADHD 증상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스타러커스’를 개발하는 이모티브는 유럽이 디지털 치료기기를 빠르게 도입하는 대표적 시장이지만, 국가마다 서로 다른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저으로 다른 DTx 인허가 기준(FDA, CE, PMDA, NMPA) 이 큰 장벽이 된다고 말한다.

웰메틱스 측도 “유럽은 국가별로 데이터 보호(GDPR), 수출 통제, AI 거버넌스 체계가 모두 다르다”면서 “시장 진입을 위한 신중한 검토와 규정 준수 계획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DTx 인허가 기준(FDA, CE, PMDA, NMPA) 보험·수가 체계, 병원 채널 구조 등 상업화 방식의 차이, 언어·문화에 따른 게임 콘텐츠의 현지화 요구,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윤리·데이터 보호 기준 강화라는, 이 네 가지가 가장 큰 도전 요소라고 느끼고 있다.” – 강동원 이모티스 연구팀장

“국가마다 다른 규제 환경에 맞추는 것입니다. 유럽은 국가별로 데이터 보호, 수출 통제, AI 거버넌스 체계가 모두 다 르게 운영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을 위한 신중한 검토와 규정 준수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현지 기업, 연구 기관, 투자자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에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됩니다.” – 제임스 웰메틱스 대표

“유럽은 국가별로 규제가 다르고 GDPR 등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매우 강하다. 또한 비즈니스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며, 직접적인 세일즈보다는 파트너십 기반의 접근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빠른 진출보다는 시장 이해, 규제 이해,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장기적 관점의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 – 마르타 스타투그룹 한국 프로그램 디렉터

비즈니스 모델(BM)을 현지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에서의 고민도 엿보인다. 칼만 김준호 대표는 “제품을 직접 판매할지,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서비스로 제공할 경우 직접 할지 파트너를 통할지, 물류와 사후관리는 어떻게 할지 경험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움틀 박성률 대표 역시 “딱 맞는 사람(Right person)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현지 네트워크 확보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국 스타트업의 무기, ‘기술적 완성도와 유연성’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떤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을까?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 특유의 ‘속도’와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Start2 Group 측은 “한국 스타트업들은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고 개발 속도가 빠르며, 고객 요구에 대한 응답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특히 협업과 제품 발전에 유연해 파트너사와 빠른 공동 개발이 가능한 점이 신뢰 구축에 강점이 된다고 분석했다.

각 기업이 보유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도 핵심 무기다. 칼만은 “유럽 경쟁사 중에 우리(AQUARM) 수준의 경량 내환경 폼팩터를 가진 제품이 없다”며, 원자력 발전소 등 실제 필드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웰메틱스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물리학 기반 신경망(PINN) 등을 통합한 독자적 AI 모델을 통해 “기존 실험 방식 대비 연구개발 시간과 비용을 50~70% 절감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효율성을 제시했다.

소프티오닉스는 기존 카메라 기반 시스템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고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움틀 또한 유럽이 중시하는 ‘친환경 기술(Sustainability)’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통해 현지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이나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유럽, 또는 N개의 규제와 문화

유럽은 하나의 큰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마다 규제와 문화가 다르고,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Start2 Group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기술력과 실행력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지화’와 ‘장기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박성률 움틀 대표는 현지화를 위해서 “파트너십, 그리고 옳은 사람을 찾는 것”을 올해 컴업에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에서 한국의 스타트업과 함께 움직인 마르타 Start2 Group 매니저는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화’가 핵심이며, 언어·문화·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노력이 병행될 때 더욱 강력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컴업스타즈로 유럽 문 두드리는 다섯 개의 스타트업과 현지 액셀러레이터

칼만_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다양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공급해 왔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직접 개발한 로봇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검사하거나 방사능 데이터를 취득하고 방사능 구역에 로봇을 투입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수중환경 및 방사능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로봇 AQUARM과 ROBSTER에 집중하고 있다.

이모티브_ 이 회사가 개발한 스타러커스(Star Ruckus)는 인지·행동 훈련을 게임화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주의력·작업기억·억제조절을 동시에 자극하는 멀티태스킹 훈련, 개인 맞춤 난이도 조절, 의료진용 대시보드를 결합해 ADHD 증상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 게임이 아니라 인지통제의 과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한 치료기기”라는 점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차별점이다.

소프티오닉스_ 카메라 없이 동작하는 정전기 센싱(Vision-Free Electrostatic sensing) 기술을 가졌다. 사물이나 사람의 전기장 변화를 비접촉으로 감지하고 3차원 제스처와 공간 정보를 재구성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전력·프라이버시 이슈·복잡한 연산에 의존이라는 문제를 가졌던 카메라 기반 공간 인지 시스템 대신, 전기장 기반 ‘제3의 눈’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XR·모빌리티·로보틱스 등 유럽 제조사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움틀_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멤브레인·필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 기술을 “친환경 기술(sustainability)”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기존 기업에 라이선스 제공하거나 제품 납품 형태로 연결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웰메틱스_ AI 기반으로 신소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개발할 수 있는 차세 대 소재 설계 플랫폼을 제공한다. 플랫폼은 기존 소재 개 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함과 동시에, 소재 설계 단계부터 소재의 구성과 특성을 최적화하며 특히 소재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타투그룹(Start2 Group)_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일한다. 특히 B2B 솔루션, AI·딥테크, 디지털 헬스, 로보틱스, 그리고 지속가능성·기후테크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단순 투자뿐 아니라 현지 파트너 연결, 시장 검증, PoC 기회 제공 등 실질적 시장 확장을 지원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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