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스타즈 ③] “일본 진출, 글로벌 확장이 아니라 재창업 수준으로 가야”
올해 컴업스타즈는 누가 일등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진짜 글로벌로 나가 돈 벌어올 수 있는” 스무팀을 뽑았다. 이들을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의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연결한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애먹는 부분을 풀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 스타트업은 왜 글로벌로 가려 하나, 그리고 현지에 어떠한 기회가 있나, 무슨 문제를 풀어야 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컴업스타즈’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현지 진출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컴업은 오는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컴업스타즈 외에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관계를 다진다. 창업진흥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함께 축제를 꾸렸다.
[컴업스타즈 ①] “압도적 시장 규모, 미국으로 가는 스타트업들”
[컴업스타즈 ②] “AI 주도권에 진심”…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
[컴업스타즈 ③] “일본 진출, 글로벌 확장이 아니라 재창업 수준으로 가야”
미국처럼 큰 스케일도 아니고, 동남아처럼 빠르게 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은 최근 다시 가장 고려할 만한 카드가 되고 있다. AI로의 전환에 일본이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특히, 콘텐츠·팬덤·굿즈·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일본을 가장 먼저 마주보아야 할 시장으로 바라본다. 아직 완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은 이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콘텐츠에서 일본을 빼놓기는 어렵다. 웹툰 제작 스타트업 리얼드로우의 최상규 대표는 일본을 “단순한 해외 확장 시장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가장 먼저 부딪혀야 할 곳”이라고 정의한다.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며, 독자의 콘텐츠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 대표는 일본 시장을 “기회의 변곡점”으로 표현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만화 시장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작 방식은 노동집약적이다. 리얼드로우가 AI와 3D 언리얼 엔진을 결합해 ‘블록버스터급 고품질 웹툰’을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간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기술적 접근이다.
일본은 까다롭지만, 비벼볼만한 언덕이기도
“한국은 웹툰 제작 노하우에서 일본 기업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웹툰의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직 일본 독자들의 취향과 감성에 완전히 특화된 작품이 부족한 현지 시장의 틈새를 가장 먼저 선점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 최상규 리얼드로우 대표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굿즈 문화가 가장 성숙한 시장입니다. ‘굿즈(グッズ)’라는 개념이 생활 전반에 자리 잡고 있고, 팬덤 중심 소비(아이돌·애니메이션·게임)는 물론 일반 소비재 영역에서도 굿즈 기반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제작 과정의 디지털 전환은 더딘 편이며, 기획-생산-배송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솔루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성훈 다이버 CMO
굿즈 제작 SaaS 스타트업 다이버(DiiVER)도 일본을 일차 전략 시장으로 설정했다. 김성훈 다이버 CMO는 일본을 “굿즈 문화가 생활 전반에 정착된 몇 안 되는 국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운영 방식이다. 일본에는 제작사는 많지만, 기획–견적–디자인–생산–재고–배송–유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사례는 거의 없다.
다이버는 한국에서 이미 검증한 SaaS 기반 워크플로우와 자동화 시스템이 일본 시장과 매우 높은 적합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김 CMO는 굿즈 제작을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복합적인 운영 업무”로 규정한다. 일본 기업 다수는 이 업무를 비전문 인력이 병행해 처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복 커뮤니케이션과 일정 관리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고 봤다. 디이버는 이 비효율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팬덤 플랫폼 비마이프렌즈는 일본 진출을 “문화 수출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수출”로 정의한다. 비마이프렌즈는 K-POP 팬덤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구축·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팬 커뮤니티·멤버십·커머스·콘서트·IP 비즈니스를 통합한 ‘팬덤 비즈니스 360’ 모델을 일본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K-팝을 포함한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3위 콘텐츠 시장이자 세계 2위의 음악 시장이다. 또한, 다양한 IP를 기반으로 팬덤 기반의 수익화 사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다.” 마지은 비마이프렌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일본은 세계 3위 콘텐츠 시장이자 세계 2위 음악 시장이지만, 팬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소유·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제한적이다. 비마이프렌즈는 이 점을 일본 시장의 구조적 공백으로 봤다. 이를 파고든 실제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일본 대형 출판사 코분샤와의 업무협약(MOU), 아이돌 그룹 NMB48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구축, 국민 아이돌 ‘스노우맨(Snow Man)’의 팝업스토어 운영 등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이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일본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우리 스타트업이 현지에 진출할 언덕이 된다. 로컬리는 처음부터 동아시아 크로스보더 여행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이 서로 연간 수백명이 오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거리 교류시장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손현근 로컬리 대표는 “일본과 한국은 여행자들의 현지 교류 욕구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일본에서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탄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일본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접하는 금융기관의 시선은 더 냉정하다. SBJ은행 김영민 부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에 대해 “어려움은 각오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가 지적한 장벽은 단순하지 않다. 채널과 네트워크 부족, 문화·언어·제도의 차이, 채용 문제, 고비용 시장 구조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부장은 “일본 진출을 ‘글로벌 확장’이 아닌 ‘글로벌 재창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려움은 각오해야 한다. 오히려 순탄하게 진행 된다면 그게 이상한거니까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점검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고민이 있을때는 오히려 더욱 일본 고객에 집중하고 깊숙히 파고 들어야 한다. 더 많은 일본 현지 잠재 고객사, 파트너, 투자자 등을 만나다 보면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될거라 생각한다. – 김영민 SBJ은행 부장
해법은 ‘현지화’에서 찾는다. 한국에서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일본 고객과 파트너를 더 많이 만나고 더 깊이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현지화된 비즈니스 팀과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지화와 관련해서는 “한국 모회사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는 없겠지만 최대한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본인도 포함된 일본 비즈니스팀을 꾸리고 한층 더 높은 고객 세일즈·획득으로 이루어지도록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현지화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손현근 로컬리 대표는 “각 국가마다 현지 로컬을 발굴하고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국가별로 언어 지원, 문화적 맥락 이해, 규제 문제가 달라 단순히 플랫폼만 번역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김성훈 다이브 CMO도 “일본 고객사가 선호하는 일정 관리 방식, 품질 기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흔히들 말하는 “일본 시장은 네트워크와 신뢰가 없다면 공략하기 어렵다고”들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 내 기업들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일단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사업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은 일본에 진출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일본은 내수 시장이 커 해외 교류의 필요성을 비교적 적게 느끼고, 새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늦다는 것도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다. 비마이프렌즈는 “일본이 이미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확장에 대한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일본의 인기 아이돌, 애니메이션, 만화 등 IP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수익화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고한다.
다만, 컴업스타즈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이 ‘느림’을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리얼드로우는 비자 발급과 법인 설립 과정조차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고 표현한다. 일본에서 초기부터 사업을 준비한 만큼, 느린 속도 자체가 리스크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처음 뚫기는 어려워도 한번 신뢰를 쌓으면 오히려 그간의 어려움이 성장의 지렛대가 된다고도 본다. 비마이프렌즈 역시 스노우맨과의 협업, 일본 CVC의 투자 유치를 거치며 일본 시장에서의 신뢰가 한 번 열리면 확장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한 번 마음 열기 어렵지, 결정하고 나면 오히려 다른 곳보다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양성을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그 어디보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금융권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컨대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J 은행)은 핀테크 기업 카무(kanmu)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김영민 SJB 부장은 “정부는 물론, 100년 된 기업도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하는 일본의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컴업이 단순 네트워킹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자·기관과 만나는 연결점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장하려는 기업에게 컴업이라는 무대가 브랜드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손현근 로컬리 대표
스타트업은 컴업스타즈가 일본 시장에서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게 할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 비마이프렌즈 측은 “컴업이 보유한 일본 현지 대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뢰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본 기업들과의 접점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손현근 로컬리 대표도 “한국과 일본에서 ‘여행은 현지인과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작게나마 증명했고, 이제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컴업이 그 여정을 시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첫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바랐다.
컴업스타즈로 일본 문 두드리는 다섯 개의 스타트업과 현지 액셀러레이터
리얼드로우_ 작가처럼 그리는 AI 기술과 고품질 3D 콘텐츠 기술을 융합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술 기반 웹툰 제작 회사.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창작자들에게는 재미라는 창작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스타 작가를 배출하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이버_ 굿즈 제작의 A~Z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인프라로 재구성한 ‘Merch Operating System(SaaS)’다. 기획, 견적 산출, 디자인, 생산, 검수, 재고, 배송, 유통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해 그동안 굿즈 산업에 만연하던 아날로그식 벤더 핸들링, 정보 단절, 프로세스 비효율, 데이터 부재 문제를 해결한다.
비마이프렌즈_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 기업이다. 팬덤 비즈니스 토탈 솔루션 ‘비스테이지(b.stage)’를 운영한다. 비스테이지는 아티스트, IP 보유자, 브랜드가 자신만의 팬덤 플랫폼을 구축하고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팬덤 비즈니스 토탈 솔루션이다. 커뮤니티, 멤버십, 글로벌 이커머스, 실시간 양방향 소통 등 팬덤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로컬리_ 전 세계 여행자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로컬 호스트를 연결하는 로컬 체험 플랫폼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현지인과 교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를 풀려 한다. 여행자가 현지인의 일상, 문화, 취향에 직접 뛰어들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로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인덴트코퍼레이션_ 기업과 브랜드가 고객에게 쉽고 효과적으로접근하도록 돕는 AX(AI Transformation) 기업이다. 리뷰 기반 고객 관리 솔루션 ‘브이리뷰’와 AI 기반 마테크 자회사 ‘제리와콩나무’를 통해 커머스 기업이 가장 큰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는 ‘고객 관리’와 ‘마케팅’ 영역의 저비용 고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SBJ 은행_ 일본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다. 스타트업과의 공동 신상품·서비스를 개발하려 한다. 마케팅, AI기반 업무효율화, 보안 등 전영역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이라는 미션 아래 ‘신한퓨처스랩 일본 진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