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아태 스타트업 총괄 “나는 웹툰 팬, 아시아의 창의력 흥미롭다”
샤크탱크는 미국 방송사 ABC에서 방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무대에 올라 발표하는 창업자를 상대로, 심사하는 투자자들이 말 그대로 상어처럼 물어뜯는, 아니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 그 과정에서 성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는다. 샤크탱크는 많은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영감을 줬는데,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올해 리인벤트 기간에 선보인 ‘유니콘탱크’도 그중 하나다.
리인벤트는 AWS가 매년 여는 클라우드 컨퍼런스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원래 리인벤트는 클라우드 신기술에 대한 총망라가 이뤄지는 곳인데, 올해는 ‘스타트업’과 ‘생성AI’가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다뤄졌다. 리인벤트 전, AWS는 10주간 생성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최종장으로 유니콘탱크라는 무대를 띄웠다. 이 무대에서 사회를 본 인물이 티파니 블룸퀴스트 AWS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스타트업 총괄이다.
유니콘탱크에 오른 8팀의 발표와 시상이 모두 끝나고,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티파니 블룸퀴스트 총괄을 만났다. “여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말하던 그는, 아시아와 생성AI, 이 둘의 교집합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 스타트업의 예를 들면서 “아시아에서 기술과 창의력을 규모화하고,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두고는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에 열정적으로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의 “솔로 레벨링(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웹툰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아시아의 스타트업, 생성AI로 인한 기회, 정치와 기술 환경의 변화에 스타트업이 집중해야 할 점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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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유니콘탱크 무대의 사회를 보고 왔다. 무대에 선 모습이 시상식의 배우 같았다. 소감이 어떤가?
내게는 이 여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사업을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였다. 투자와 추가적인 자원 제공, 잠재 고객과의 연결을 통해 성장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은 필수다. 여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
참고로, AWS는 지난 10주 동안 ‘AWS생성형 AI 액셀러레이터(AWS Generative AI Accelerator)’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4700명 이상의 후보가 지원했는데, 그중 80개 팀이 참여 기회를 얻었다. 아마존으로부터 최대 100만달러의 추가 자금을 받아 성장을 도모하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스타트업이 무대에 올라, 마치 ‘샤크탱크’처럼 벤처투자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유니콘탱크’다. 이 기회에, 자신들의 피칭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테스트해보고 심사위원과 관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큰 상금(1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4000만원)의 주인공이 될 기회도 얻고.
지난 10주 간의 액셀러레이팅 기간 중 AWS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나?
AWS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성은 역시 ‘AWS 액티베이트’이다. 우리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최초의 클라우드 제공업체다. 이미 이 프로그램을 통해 6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AWS와 계약을 맺지 않아도, 신용카드만 등록하면 수천달러 상당의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한다. 이제 막 사업을 확장하거나 실험을 고민하는 신생기업에게 이런 즉각적인 투자 기회는 정말 중요하다. (자신이 사업을 총괄하는) 아시아태평양, 일본 지역에서만도 지난 10여년 간 10억달러 이상의 크레딧을 지원했다. 정말 중대한 성과다.
그런데 이번 10주 간의 액셀러레이팅 중에서는 기술과 비즈니스 멘토십이 매우 강조됐다. 스타트업들은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어한다. AWS 비즈니스 팀 대부분이 실제로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 혹은 참여 또는 지원해본 이들이다. 그래서 창업가들이 겪는 고충과 직면하는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고,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을 제공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려 했다.
샤크탱크를 닮은 유니콘탱크를 기획 한 이유는?
우리는 이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다양한 자원 제공은 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 실험적으로 접근한 이벤트다.
AWS의 목표는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한 다음, 가능한 빠르게 확장하자”다. 유니콘탱크는 스타트업이 벤처투자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좋은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걸 위해서 피칭에 대한 멘토링을 제공했다. 스타트업이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고 더 큰 고객 발굴의 가시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덧붙이자면, 유니콘탱크를 통해서 창업가들이 다른 산업이나 분야의 기업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각자 초점은 다르더라도, 비즈니스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겪는 고충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들의 커뮤니티 구축에도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본다.
참여 스타트업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을텐데, 어떤 것이 가장 많이 요구되던가?
기술 지원, 멘토십, 전체적인 시장 접근 전략(Go-to-Market)을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어디에 시간을 투자할 지, 어떤 회사와 연결 관계를 구축할 지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그동안 시장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태지역을 맡고 있다. 북미나 유럽과 달리 이 지역의 스타트업이나 혹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이 있나?
아시아 전역을 다니며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고 배운다. 아시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정 분야에 깊이 집중하려는 경향이다. 아시아의 스타트업들이 보여주는 깊이와 품질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지역 언어에 특화된 대형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비디오 데이터와 같은 멀티모달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현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트웰브랩스가 있다. 비디오 데이터를 인간처럼 이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곳이다. 창업자인 제이(이재성 대표)와 긴밀히 협력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의 회사가 세계로 진출하도록 깊이 헌신하는 이다.
웹툰(Webtoon)도 있다. 웹툰을 통해 아시아의 창의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다. 나는 웹툰의 팬이다. 예를 들어 “솔로 레벨링(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웹툰을 다루는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아티스트의 창작 경험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하나의 웹툰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데 수주가 걸렸지만, AI를 활용하면 아티스트의 스케치와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자동화된 단계별 작업이 가능해진다. 몇 주에 걸친 제작 기간이 단 하루로 단축되는 것이다.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선물과 같은 기술아닌가.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세부적인 스케치보다는 스토리라인과 아이디어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라이언 로켓과 같은 회사가 이런 혁신을 이끈다. AWS가 이런 기업들을 돕고 있고. 아시아에서 기술과 창의력을 규모화하고,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기대된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콘텐츠 제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방금 아시아의 회사들이 한 분야에 깊이 천착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혹시 시장이 작아서일까? 아니면 언어적인 문제 때문일까? 어떤 이유 때문에 한 분야를 깊이 판다고 보나?
아시아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 이는 각각의 기업이 1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특히 AI의 발전이 이러한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거라고 본다.
그러나 아시아, 특히 일본 스타트업이 자주 직면하는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글로벌 무대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는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어, 비주얼 UI/UX, 각 시장의 사용자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에서 효과적인 접근법이 미국 시장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제품의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초기에는 자국 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시장부터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성장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준비할 수 있다.
트웰브랩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한국에서 설립되었지만,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하며 성장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언어 장벽이나 시장 차이 때문에 깊이 있게 시작하지만, AI 혁신을 통해 아시아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성장하고 글로벌로 갈 것인가, 처음부터 글로벌로 먼저 나갈 것인가”다.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나?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다. 사례별로 다르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반 지역에서 시장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확장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업은 결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창립자나 팀을 지원하는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일부 스타트업이 자국의 시장에서 먼저 성장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지역에) 강한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스타트업은 단순히 로컬 플레이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혁신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다.
생성AI는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지만, 뒤집어 말하면 생성AI로 인해 스타트업이 기회를 오히려 잃기도 한다. 생성AI의 새로운 기능이 하나 나올 때마다 스타트업이 1000개씩 사라진다는 말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계속해 잘 성장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회가 있을까?
그렇다. 이번 리인벤트에서 기조연설을 한 AWS 맷 가먼 CEO와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데이터 및 AI 부문 부사장의 발표를 보면, 스타트업은 단순히 LLM을 직접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작고 전문화한 언어 모델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즉, 스타트업이 한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AI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적 접근과 확고한 신념이다. 그들이 보고 싶은 변화를 믿고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기술 혁신이 등장하고, 새로운 모델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중요한 점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필요 한 것이 ‘고객 문제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기술 자체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고객 문제를 중심에 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 지속 개선해야 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핵심은 열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다. 핵심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집중력을 유지하면, 스타트업은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집중할 수 있나?
역시 고객을 중심에 두고 출발해야 한다. 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작게 시작해서 실험하며, 무엇이 효과적인지를 파악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집한 후 확장하는” 방법론을 매우 좋아한다.
이 접근법은 AWS와 아마존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모델이다. 스타트업에 강력 추천한다.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되,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면서 상황에 따라 (방법론을) 조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구독 모델을 적용할지, 서비스 요금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지, 내 제품이 엔터프라이즈에 맞는지 아니면 중소기업에 더 어울리는지와 같은 고민은 고객 문제 해결에 집중할수록 명확해지고 쉬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됐고, 일론 머스크가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이런 변화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한국의 스타트업이 감안하고 주의해야 할 일은? 혹은, 어떤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유리할까?
(정권 교체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깇이 이해하고 구매 패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제품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지를 계속 확인하는데 (AWS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게 있다면?
스타트업은 계속해 새로 등장한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어떻게 적절히 다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 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충분히 빠르게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해서 결국 그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래서 AWS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AWS찾아와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지원을 받아 성장과 확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