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0만달러, AWS가 뽑은 차세대 유니콘은?
[무료 웨비나] 중동의 ICT 및 테크 기업 생태계 – 사우디 아라비아, UAE를 중심으로
-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 클라우드 행사 ‘AWS 리인벤트 2024’가 현지시각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누가 상금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지난 10주 간, AWS 글로벌 생성 AI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80개 스타트업 중 최상위 8개 팀이 ‘유니콘 탱크’ 무대에 올랐다. 미국의 유명 비즈니스쇼 ‘샤크탱크’를 본뜬 이 피칭 대회는, AWS가 맘먹고 띄운 AI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AWS는 차세대 생성AI 유니콘이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서 태어나길 희망한다. 클라우드와 생성AI 산업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면서, 미래의 대형 고객을 미리 유치하겠단 이유다. AWS 클라우드를 쓸 수 있는 크레딧에,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대한 컨설팅과 네트워크 제공을 약속한 AWS의 제안에 세계 곳곳에서 4700개 스타트업이 지원하며 호응을 했다.
어떤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잘 성장할지, 그 판단에 나선 심사역들 역시 쟁쟁한 인물로 채웠다. ▲아마존 데이터센터 설계를 이끈 핵심인물인 제임스 해밀턴 아마존 수석 부사장 ▲개발자와 스타트업 중심의 엔비디아 커뮤니티를 구축한 그렉 에스테스 엔비디아 부사장 ▲세계적인 벤처투자사 세콰이어캐피탈의 파트너 맥스 밀러 ▲링크드인 매각 자문을 했던 마시 부 그레이크로프트 파트너, 그리고 ▲’유니콘’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 카우보이벤처스의 에일린 리가 심사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3분간 창업가들의 발표를 듣고 7분간 질문을 던졌다.
이날 사회를 본 티파니 블룸퀴스트 AWS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스타트업 총괄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의 목적과 가치를 쉽게 알릴 수 있는 대중성, 설득력 있는 발표, 산업에 미칠 영향력 등이 심사기준”이라고 밝혔다. 물론, 심사역의 생각이 꼭 일반 대중과 일치한단 보장은 없다. 이들 창업자들의 발표를 들은 청중들도 저마다 마음에 드는 팀에 점수를 매겼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팀에게는 2만5000달러의 상금을 약속했다. 무대에 오른 8팀이 어떤 기술과 사업모델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소개한다.
오디오쉐이크(미국)
“매력적인 비전, 회사가 하는 일과 관련성이 높은 팀원들, 강력한 스토리텔링, 남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올해 처음 시도한 ‘유니콘탱크’의 대상팀, 오디오쉐이크(미국)를 향한 심사평가다. 오디오쉐이크는 영상 안에 있는 대사, 음악, 효과음 등의 음원을 분리해내는 일을 한다. 오래된 영화는 이러한 음원들이 하나의 파일로 뭉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해외 판매 콘텐츠를 현지화 하거나 더빙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제시카 파월 오디오웨이크 CEO는 “영화와 TV 시리즈 제작사, 음악 산업, 스포츠팀 등이 우리의 타깃”이라며 “다국어 현지화, 영상의 소음 제거, 음악의 악기 분리와 리믹스, 스포츠 경기장의 배경 소음 제거나 선수 간 대화 강화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원 분리 기술은 오디오쉐이크만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임스 AWS 부사장은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물었는데 “특정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맞춤형 API와 SDK 제공”을 꼽았다. 이는, 이미 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에 오디오쉐이크가 제공하는 기술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제임스는 이런 방식이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도(이스라엘)
심사역들이 뽑은 일등과, 이날 현장에서 창업가들의 발표를 지켜본 관중들의 평가는 같았을까, 달랐을까? 청중들은 청중 평가를 높이 받은 곳은 코도(이스라엘)다.
“수천 줄의 코드를 생성하면서 동시에 그 코드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확인할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실질적으로 자동화한 것이다”
관중이 뽑은 일등팀 코도는 AI 코드 생성 솔루션 ‘코디움AI’를 만든다. 코드 생성과 버그 테스트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하는 걸 목표 삼는다. 이타마드 프리드먼 코도 CEO는 “모든 버그의 90%를 포착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조직의 개발이 지향하는 바에 맞게 맥락 기반 코드 지원을 생성하고, 버그를 감지하며, 의미 있는 테스트를 제안하는 등, 말 그대로 코딩의 전 영역을 커버한다. 지금까지 100만회 이상 서비스가 다운로드 되며,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청중평가 일등의 원인에는, 이곳 AWS 리인벤트를 찾은 이들 상당수가 개발자였기 때문인 게 반영된 것은 아닐까?
스플래시 뮤직(호주)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만드는 음원으로 음악 산업에 새로운 수익 흐름을 창출하겠다”
스플래시 뮤직(호주)은 젊은 팬들을 음악 산업으로 끌어모을 방안을 모색한다. 아티스트의 시그니처 음원에 팬들이 허밍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혀서 공동 음원을 만들게 하는 플랫폼 ‘위믹스드(We Mixed)’를 고안했다. 트레이시 찬 CEO는 “음악 취향은 보통 13세 전후로 고정되는데 음악 산업은 젊은 청중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알지 못한다”면서 “오늘날 아이들은 모바일 폰, 소셜 도구, 게임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창작하는 걸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팬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한 후 아티스트와 함께 노래를 만들며, 이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돈을 번다는 아이디어다. 팬의 허밍을 아티스트의 음원에 찰떡같이 붙여주는 것은 AI가 한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으면 따라 붙는 질문이 있다. 마시 부 그레이크로프트 파트너는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라고 물었다. 트레이시 찬 CEO는 “현재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AI 자체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지만, 인간이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면서 “사용자가 멜로디를 허밍하고 AI 모델이 이를 출력하게 되면 (허밍을 한) 사용자가 저작권을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일시적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있었다. 맥스 밀러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의 질문이었는데, 그는 “새로운 음악AI 앱이 나오면 사람들은 처음엔 흥미로워하다가도 금방 인기가 식는다”면서 “사람들이 계속해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게 하는 동력이 무엇이느냐”고 짚었다. 트레이시 찬 CEO는 “음악의 진정한 힘은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반응하고 좋아하도록 하는 피드백에 있다”면서 “피드백이야 말로 노래 제작을 더 의미있고 오래 지속되는 경험으로 만드는 열쇠”라고 답했다.
쿨미네이트(미국)
당신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방문하러 호텔에 왔는데, 방 키는 작동하지 않고 카지노 전체가 폐쇄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실제 있었던 일이다. 여기,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자 동상으로 알려진 MGM 호텔이 바로 지난해 겪은 사이버공격이다. 쿨미네이트(미국)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개발한다. 여러 차례 쏟아지는 사이버 보안 공격의 신호 중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가려내는 것에 초점을 뒀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다이앤 린은 “AI를 통해 보안 경고의 처리 범위를 10배 늘리고, 조사 기간은 75% 이하로 단축시켰다”고 강조했다.
잼앤티스튜디오(미국)
게임 속 선택지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순 없을까? 그러면 훨씬 더 다이나믹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텐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많은 선택지는 더 많은 제작비용과 제작의 복잡성을 수반한다. 1만7000개의 엔딩을 제공한 어느 게임은, 이를 완성하는데 7년 간 수억 달러의 비용을 쏟아야 했다. 요즘같이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시장에서, 이런 투자는 대단한 모험이다.
그런 면에서 잼앤티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의 게임 체인저를 자처한다. 티 칼 코 잼앤티 CEO는 “즉흥적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며 세상을 형성할 수 있는 살아있는 세계를 창조한다”고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마치 로블록스에서 사람들이 창의력을 펼치는 것과 유사한데, 이 게임은 사람들이 각자의 직업을 롤플레잉 하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결정을 실시간 생성AI로 구현해 낸다. 다른 빅테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솔루션을 구현했다. 게임은 스팀에서 12달러에 판매를 시작했다.
언래블카본(싱가포르)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마도 독자님들 중에서도 거의 없을 듯 하다. 무려 240개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것에 맞먹는 양(44파운드, 약 19.95kg)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탄소 양을 정확하게 파안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언래블카본은 기업들이 탄소 관리를 분석하고 탈탄소화 전략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기후 과학 플랫폼이다. 포브스와 워싱턴포브스가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기업이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서 탈탄소화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레이스 사이 CEO는 “AI 이전에는 탄소 배출량을 의미있는 방식으로 정량화하거나 추정, 측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고 짚으면서 “AI를 통해 기업의 복잡한 공급망과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탈탄소 방법을 몇 분 안에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를 듣고 그렉 에스테스 엔비디아 부사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제품 생산에 드는 탄소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감축량을 예측하는지, 그 과정을 물었다. 그레이스 사이 CEO는 “재료, 공급업체 등의 일반적인 카테고리에서 1000개 이상의 감소 솔루션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답했다.
캐피톨에이아이(미국)
“검색이 달라진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대신 AI에이전트를 쓸 것이다”
검색을 통해 손님을 불러모았던 기존의 대기업들은 이제 고객과 대면점을 달리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제품에 생성AI 기능을 넣어야 한다. 또, 기업이 갖고 있는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통찰을 얻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 캐피톨에이아이는 기업이 생성AI를 단 며칠만에 만들어 배포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고객이 자신들의 사이트 안에서 자신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API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생성AI를 구축하는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에어비앤비, 폴리티코, 블룸버그, 구글, 모건스탠리 등이 캐피톨에이아이의 솔루션을 쓴다고 숀 모리 캐피톨에이아이 CEO는 강조했다.
에일린 카우보이벤처스 파트너는 조금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많은 이들이 AI를 빠르게 비즈니스에 적용하려 노력하지만, 지금 나와있는 상용 솔루션들이 2~3년 후에도 지속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숀 모리 CEO는 “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에 고객이 압도되기 쉽다”면서 “고객과 협력해 어떤 모델이 가장 고객에 적합한지 선택하도록 돕는 아키텍처를 쓰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다양한 도구를 지원한다”고 답했다.
히어로게스트(멕시코)
“모든 현장 직원들을 영웅으로 만들겠다”
서비스 업종에서 직원들의 훈련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또 얼마나 서비스를 잘 소개하는지에 따라서 매출이나 브랜드 평판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다. 히어로게스트는 직원들의 서비스 상향평준화를 위한 교육을 AI 기반으로 제공한다. 세계 임금 노동자의 80%는 현장에서 일하는데, 이들의 업무 스킬을 늘릴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놀라울 것이라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히어로게스트 CEO는 말한다.
물론, 방법은 AI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마이크로 레슨과 업무관리 도구를 제공하는데, 이 교육 내용은 직원 각각의 역할에 맞게 맞춤화되어 있다. 이들이 개발한 AI 엔진은 직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목표와 업무의 우선순위 등을 고안해 교육 내용을 만들어 제공한다. 또, 학습 결과를 분석해 성과를 측정한다. 현재 6개국에서 2만명이 히어로게스트를 쓰고 있다.
에일린 카우보이벤처스 파트너는 “(해당 서비스가) 높은 가치를 제공했다고 판단할 구체적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고, 가르시아 CEO는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직원은 이직하지 않을 확률이 증가한다”면서 “더 나은 업무 수행하도록 지원받은 직원은 긍정적인 심리 영향을 받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라스베이거스(미국)=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