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2023년 트렌드로 보는 2024년 이커머스 업계 (1)

지난 2023년은 이커머스 업계 구성원들에게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더 이상 돈을 태우기는 어렵다”며 “생존만이 답이다”고 말했죠.

커머스BN은 지난 2022년에도 국내 이커머스 트렌드를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당시 2022년 국내 이커머스 트렌드 다섯 가지로. ▲ 빠른 배송의 몰락, 익일배송 전쟁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의 종합몰화 ▲쿠팡의 분기별 흑자 달성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 ▲이커머스 플랫폼 상장 철수 및 고전을 꼽았습니다.

2023년에도 트렌드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동안 30분~1시간 이내 배송하는 퀵커머스를 지향했던 기업들은 하나둘씩 배송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다시 한 번 짚어보겠지만,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의 종합몰화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쿠팡과 네이버의 전략도 방향성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지난 2023년 3분기까지 흑자를 달성하며 무리 없이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고요. 네이버는 2022년 전략을 조용히 지속함과 동시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브랜드 공략, 그리고 수익화에 나섰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내 큰 기대를 받던 주자들은 그 누구도 상장하지 못했습니다. 컬리는 코스피 시장 상장을 철회했고요, 오아시스마켓 또한 주요 주주의 반대로 기업공개에서 한 발짝 물러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11번가의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죠. 이 가운데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하나둘씩 품에 안고 있고요.

 

그렇다면 2023년 이커머스 시장 주자들의 움직임은 2024년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먼저 이커머스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요, 성장세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쇼핑시장 내 거래액은 186조3421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7.88% 증가했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11월과 12월 거래액이 아주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이전에 비해 턱없는 수치입니다. 2020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2021년에는 192조8946억원으로 21%, 2022년에는 206조4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으니 말이죠.


오프라인 시장 성장세와의 격차를 살펴보면 온라인 시장이 이제 정말 성숙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오프라인 시장과 두세배 정도 격차가 나던 온라인 업체들의 성장세는 오프라인과 거의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10월과 11월에는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행사로 온라인 업체들이 크게 앞섰죠.

또 하나 참고할 점은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주역입니다. 2023년 온라인쇼핑 시장 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증가한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1등은 여행 및 교통 서비스입니다. 그 다음은 음·식료품이죠.

음·식료품과 여행 및 교통 서비스 두 카테고리는 온라인쇼핑 거래액 구성비를 봐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음·식료품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매월 12~14%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여행 및 교통 서비스도 2, 3위를 다투는 카테고리였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체 거래액의 10% 미만을 차지했지만, 올해에는 꾸준히 10%를 넘기며 온라인쇼핑 시장 내 점유율을 과시했죠. 이는 엔데믹으로 여행 상품 이용 고객이 증가했다는 걸 뜻하고요. 또 코로나19 기간 동안 식음료를 사기 위해 온라인으로 이동한 고객들은 이후에도 계속해 머물고, 또 계속해 온라인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반면 패션, 화장품, 가전, 음식서비스 등의 거래액은 2023년 대체로 비슷하거나 감소하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 속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2024년에 들어섰을까요? 올해까지도 계속 영향을 미칠 주요 변화를 1편과 2편으로 나눠 짚어봅니다.

1

온·오프라인, 카테고리 상관 없이…빅블러 2024

“돈 못 벌었어요” vs “월간 흑자 달성했어요”

한국만으로는 안된다고요

중국이 온다…아주 가까이

셀러 전성 시대? 브랜드 전성 시대

2

라이브커머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밸류 체인 전반에 수익 더하는 기술

온·오프라인, 카테고리 상관 없이…빅블러 2024

지난해 리테일 업계를 표현하는 말 중 가장 잘 들어맞는 말이 있다면 바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Big Blur)’입니다.

보통 빅블러는 이종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걸 뜻하지만요, 유통업계에서의 빅블러는 이전에 경계선이 그여있던 각자의 전장이 한 곳으로 모이는 모양새입니다.

빅블러를 명확하게 보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쿠이마롯’이죠. 지난해 쿠팡의 매출이 전통 유통기업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뛰어넘었습니다. 오프라인 업체와 온라인 업체가 이미 한 곳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 판단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모습은 온오프라인이 혼재된 현황을 더욱 잘 보여줍니다.

 

공정위는 당시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한 점 ▲오프라인에서 여러 형태의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 성장, 쇠락했다는 점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만큼 이전과 같이 온오프라인을 나누는 방식으로는 시장획정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요즘, 올해에도 이어질 트렌드 중 하나는 ‘다시 한 번 오프라인’입니다. 지난 몇 년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오갔지만요.

지난해는 온라인에서 힘을 빼고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한 해였습니다. G마켓 인수를 이끈 이마트 강희석 대표가 물러나고 지난 9월 한채양 신임 대표가 취임한 일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한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 당시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쓸 것”이라고 밝혔죠. 또 한 대표가 이마트의 오프라인 삼총사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를 맡으면서 상품 통합 소싱에 나설 예정입니다.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죠.

이커머스 기업들 또한 오프라인으로의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프라인을 강화한 이커머스 기업은 무신사와 컬리가 대표적입니다.

무신사는 이미 패션 소비에서 오프라인의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걸 파악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OO’ 매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컬리 또한 오프라인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오프컬리, 컬리 푸드 페스타, 그리고 편의점 CU와의 협업입니다. 컬리는 오프컬리를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면요. 컬리 페스타는 컬리 고객 다수에게 컬리의 상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반면 CU와의 협업은 컬리 고객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오프라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컬리는 지난 7월 CU와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채널 연계를 통한 고객 접점 확장을 도모해왔는데요.

그 결과, 컬리와 CU는 지난달 21일 ‘CU 컬리 특화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강남구 타워팰리스에 위치한 컬리 특화 편의점은 정육, 수산물, 계란, 채소 등 신선식품과 함께 다양한 냉동식품, 간편식, 그리고 컬리의 PB를 내놨죠. 컬리 관계자는 매장 확대 계획에 대해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선을 넘는 플랫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바로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점차 종합몰의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이 탐내는 카테고리는 뷰티, 그리고 식품입니다. 앞서 말한 무신사와 컬리 모두 빠르게 뷰티에 뛰어들었고요. 지그재그, 에이블리도 고객군을 위한 푸드 카테고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의집도 다르지 않습니다. 신선식품보다는 간편식 등을 중심으로 식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죠.

이같은 움직임은 좀 더 많은 거래액을 위한 카테고리 확대로 풀이됩니다.

“월간 흑자 달성했어요”vs “…돈 못 벌었어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의 목소리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월간 흑자 달성했어요”와 “돈 못 벌고 있어요”입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자를 감수하며 달려왔습니다.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마켓이 주목 받은 이유도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한 새벽배송 기업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수익화’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반면 돈을 못 버는 기업은 침묵했습니다.

어려운 업황 가운데서도 ‘우리 이번달에 돈 벌었어요’라고 외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났습니다. 혹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밝힌 기업도 많았죠.

수산물 거래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은 지난해 2월 월간 첫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고요. 이어 4월에는 1020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와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 또한 3월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전했고요. 11번가도 6월 오픈마켓 손익분기점 달성을, 블랭크코퍼레이션와 브랜디는 올해 상반기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오늘의집도 11월 흑자를 달성했죠.

사실 월간 흑자는 언제든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 축소나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월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연간 흑자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흑자를 내는 사업 구조라고요. 위 언급한 기업들 중 일부는 월간 흑자를 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적자 전환했고요.

시장이 어려워지자 모두가 흑자를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2024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경기침체와 함께 소비자의 지갑이 닫힌 데에 더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지금, 마냥 투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출을 줄여서라도 살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만으로는 안된다고요

“이제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더 크겠어요, 한국만으로는 안된다고요.” 최근 만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인데요. 그 말 그대로입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어느 정도 정리됐습니다. 쿠팡·네이버·이마트가 나눠 가진 모양새죠. 2024년은 쿠팡과 네이버가 점유율 30%의 고지를 향해 가는 한 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 둘도 더욱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로는 모자랍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쿠팡과 네이버는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계속해 ‘글로벌 성공’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쿠팡이 가진 카드는 대만과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입니다.

대만 경우, 경쟁이 치열한 일본 대신 택한 선택지였죠. 지난 2021년 일본과 대만에 퀵커머스 서비스로 진출한지 2년 뒤, 쿠팡은 일본을 포기하고 대만을 노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만에서는 내년까지 물류센터 3곳을 지으며 빠르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2023년 전 세계 소매 시장을 뒤흔든 소식 중 하나였습니다. 한때 명품 시장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 파페치가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에게 인수된다니, 그럴 수밖에요.

 

다만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이제 겨우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쿠팡이 파페치라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페치가 쿠팡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쿠팡에게 없던 글로벌과 럭셔리를 채우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한 럭셔리 플랫폼 관계자는 “파페치는 비용이 큰 사업 구조가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한 뒤 팔아도 쿠팡에게 이득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간거래(C2C)를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역은 손자회사인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과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입니다. 네이버에게 부족한 글로벌과 패션 DNA를 채워주는 서비스이기도 하죠.

크림은 여전히 적자지만 네이버의 효자이기도 합니다. 실적 발표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죠. 빠른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2일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 기업이 될 만큼, 네이버 글로벌 사업의 기대주이기도 합니다.

크림 또한 네이버의 지지를 받아 글로벌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태국 리셀 플랫폼 사솜, 말레이시아 리셀 플랫폼 스니커라, 가전제품 중고거래 플랫폼 리벨로 등의 지분을 획득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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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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