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컬리의 첫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 뜯어보기

컬리가 첫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오프컬리, 지난 8일부터 서울숲에서 문을 열었죠. 많은 이들이 예측한 것과 달리 실제 방문한 오프컬리는 온전히 판매에 집중한 공간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1층에서 상품을 판매하지만 2, 3층은 도슨트(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죠.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해온 컬리는 첫 오프라인 공간인 오프컬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요? 지난 13일 저녁 오프컬리에 다녀왔습니다. 

 

오프컬리 톺아보기 

마감을 마치고 오후 7시 5분, 오프컬리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오프컬리는 서울숲역 근방 카페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최근 서울숲을 포함한 성수동 일대는 체험의 공간으로 부상했습니다. 다양한 많은 기업들이 서울숲, 그리고 성수동을 동향을 파악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죠. 컬리도 비슷합니다. 컬리 관계자는 성수가 “소규모 상인이 많고 체험형 공간이 많이 마련된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자체가 체험의 영역에서 상징적이라는 설명이죠. 

컬리는 오프컬리가 위치한 서울 성동구 지역 생산자들과도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발굴하고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오프컬리 오픈에 맞추어 선보이는 첫번째 상품은 성수동을 대표하는 커피로서 서울숲 블렌드’, ‘서울숲 콜라보 드립백’ 세트 등 두 가지입니다

오프컬리 공간 자체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전체 공간 크기가 195㎡(약 59평)의 조그만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인데요. 각 공간 자체가 다소 협소해 많은 인원이 입장하기는 어려웠습니다. 1층 경우, 최대 20-30명 정도 입장할 수 있으며 이 이상이 들어오고자 한다면 대기가 필요합니다.

다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오프컬리의 모든 장소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오직 1층, 오프컬리만의 굿즈와 식재료를 소량 판매하는 공간이죠. 이번 테마인 지중해 겟어웨이(Mediterranean Getaway)’에 맞춰 공간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1층에 마련된 상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각 상품에 설명이 있고 콘셉트에 맞춘 굿즈와 인테리어가 마련돼 있습니다. 음악, 공간 배치, 소품 배치 등 섬세한 부분을 모두 신경써 컬리의 큐레이션 역량이 돋보였지만 1층만 방문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죠. 

오프컬리 1층의 일부 공간. 벽에 있는 포스터는 오프컬리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외 병들은 올리브 오일이라는 이번 콘셉트에 맞춰 판매하는 올리브 오일. 컬리 앱에서는 구매할 수 없지만 오프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여럿이다.

2, 3층은 오프컬리의 핵심인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으로, 예약 없이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프컬리 2층 공간. 올리브 오일 바를 운영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만일 오프컬리 2, 3층에 들어가고 싶다면 두 가지 일을 먼저 마무리해야 합니다. 첫번째는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한 예약입니다. 그러나 이번 9월 예약은 열린지 30분만에 마감되었다는군요.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셔야겠습니다.

두번째 조건은 컬리 회원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약 단계에서 확인하지는 않지만 프로그램 입장 전 확인 절차를 거칩니다. 컬리 관계자는 오프컬리가 컬리 고객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입장 전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컬리는 오프컬리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미식 기반 인문학 예술 도슨트라고 소개하는데요. 단순한 체험의 공간이 아니라 지식까지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날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올리브오일이 주제인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오프컬리의 첫 도슨트입니다. 가격은 7만원,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가격이죠. 하지만 컬리는 총 3가지 도슨트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기준점을 가진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인데요.

오프컬리 네이버 예약 화면. 올리브오일 도슨트, 와인을 함께 한 도슨트가 있으며 올리브 오일 바 미니 도슨트는 2만원이다. 고객의 취향, 니즈, 가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

다만 프로그램 참여 가능 인원과 회차는 많지 않습니다. 미니 도슨트는 화-일 낮 2차례 진행되며 메인 도슨트는 화-일 저녁 7-9시 한 차례 운영됩니다. 컬리 측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과 강사-고객, 고객들 간의 프로그램 교류를 위해 인원을 제한했다는 설명입니다. 한 회차당 최대 8명으로 제한돼있죠. 또한 한 강사가 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회차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연 3회 바뀔 예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앞으로의 프로그램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번에 참여한 오프컬리의 첫번째 도슨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도슨트는 유명 셰프인 이영라 셰프가 강사로 활동합니다. 이 날 도슨트에서 이 셰프는 해당 프로그램을 몇 달에 걸쳐 준비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도슨트에서 이 셰프의 역할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올리브 오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 오일의 배경, , 요리를 설명하는 일종의 호스트였습니다.

이 날 진행된 도슨트 프로그램은 1시간 45분 정도로 5단계를 거쳤습니다. 프로그램 소개- 올리브 오일에 대한 설명- 5가지 올리브 오일 시식-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식사- 소감 나누기입니다. 오프컬리측에서 안내한 순서는 아니고요, 제가 임의적으로 정리한 순서입니다.

우선 3층에 들어가면 자리가 아래와 같이 준비돼있습니다.

오프컬리 자리 세팅. 올리브 오일에 대한 정보가 들어간 카드 상자, 팜플렛, 오일과 식사 자리가 준비돼있다. 이 때 카드 상자 외 팜플렛은 필기를 위해 연필과 함께 제공된다.

이 셰프는 이 날 올리브에 대한 설명, 올리브 오일을 만들기 위한 과정, 각 생산지까지 다양한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이후 설명을 들으며 각 지역에서 생산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시식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는데요. 올리브 오일을 시식하는 방법부터 시식할 때마다 어떤 올리브 오일이 어떤 풍미와 어떤 식감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각자의 소감은 어떤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느끼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을 찾기 위해 하나씩 시식해보는 과정이었죠. 이 때 올리브 오일 카드 상자 내 카드를 통해 생산지, 산도, 특성, 향미 등 다양한 요소를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컬리 올리브오일 도슨트. 각 오일의 특성을 확인하며 참여자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각 올리브 오일이 식재료와 만났을 때 어떻게 다른 맛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참여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채소 오일 절임을 먹는 시간이 이어졌고요.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음식이 어떤 맛을 가지는지를 탐구할 수 있도록 총 4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음식은 모두 마켓컬리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로 조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영라 셰프가 조리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마켓컬리에서 구매할 수 없는 올리브 오일을 더해 만들어졌다는 점이죠. 또한 식재료의 특성과 올리브 오일이 어떻게 만나 다른 맛을 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이와 같이 프로그램 전 과정을 통해 오프컬리가 진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은 지식과 미식, 그리고 참여자들 간의 교감이 중심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수로 진행되어야 가능한 부분이죠.

오프컬리 도슨트에서 준비된 음식. 모두 이영라 셰프가 직접 조리한 음식이다. 음식은 매 회차마다 달라질 수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순서대로 하몽 & 파프리카 꿀리 타르틴, 엔다이브 게살 카나페, 문어솥밥, 레몬 케이크 & 우유 아이스크림

마지막에는 각자 마음에 드는 올리브 오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프컬리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는데요. 더 나은 서비스와 다음 도슨트를 위한 설문지라는 설명입니다. 이 날 참여한 고객들은 모두 만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오프컬리 1층을 방문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았습니다. 우선 올리브 오일에 대한 지식이 늘었고요, 오프컬리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오프컬리 1층. 컬리가 기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지 못했던 와인을 판매한다. 또한 컬리에서 판매하지 않는 소품까지 활용해 공간을 구성했다. 오른쪽 사진 하단에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조리법이 안내돼있다.

컬리는 도슨트를 체험한 고객이 마지막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1층을 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박물관에서 마지막에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컬리가 오프컬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누리고자 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을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회차가 많지 않아 컬리의 천만 회원이 오프컬리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오프컬리를 통해 컬리가 말하고 싶은 것 

컬리는 오프컬리를 컬리의 가치를 오프라인에서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컬리가 지금까지 훌륭한 상품과 심도 깊은 콘텐츠를 발굴, 소개하며 소비자의 온라인 장보기 경험 향상에 앞서왔다면 오프라인을 통해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린 셈입니다. 컬리 측은 전문가의 지식 전달과 경험을 통해 본인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컬리는 네이버 플레이스 예약을 통해 오프컬리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예약 내 오프컬리에 대한 설명

 

또한 컬리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컬리 관계자는 계절, 한국의 식문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요리와 잘 조합이 될 수 있는 식재료인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확인한 오프컬리는 컬리의 고객 경험과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판매에 집중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수급한 상품 중 일부는 소량만을 직수입할 수 있는 상품들로 제가 방문한 일자에는 많은 상품이 품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관계자는 오프컬리에 대해 “컬리가 종합몰의 모습으로 확장해가며 희석되고 있던 컬리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다양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은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종합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거래액과 매출은 커졌지만 동시에 본연의 색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죠. 컬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오프컬리는 컬리의 큐레이션과 콘텐츠 역량을 극대화한 장소입니다. 컬리가 이번 오프컬리를 통해 긍정적인 브랜드 가치와 좋은 고객 경험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