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업] ③ 식탁의 농산물 가격은 왜 자꾸 오를까?

‘농업’은 다소 막연한 주제였습니다.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차세대 유니콘의 대열에 오르고, 또 다른 스타트업 록야는 커머스 기업 컬리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죠. 농업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우리 농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현장에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농촌의 세대교체에서부터 생산과 유통, 기후, 규제, 자본, 식량 자급 등. 취재 기간 만난 이들의 고민과 비전을 독자님들께 전하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시리즈① 농촌에 미래 세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시리즈② [인터뷰] 새로운 생산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시리즈 우리 식탁에 농산물이 도착하기까지, 유통
시리즈④ [인터뷰]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장의 노력
시리즈⑤ 농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키워드, 기후
시리즈⑥ 축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시리즈⑦ [인터뷰] 자본은 왜 기후를 주목하나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대파 1kg 당 도매가는 896원이었다. 올해 6월에는? 2261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대파값이 152%나 뛰었다. 2020년의 대파 도매가는 1318원이었다. 대파 가격은 기후를 포함한 생산 환경이나 유통 구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대파만 그럴까? 먹고 살려면 매일 구매해야 하지만, 그 어떤 상품보다 가격 예측이 어려운 것. 농산물이다.

농산물 가격이 널뛰는 이유는 말 그대로 공급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성수기/비성수기, 환경, 물류, 유통 구조 등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 문제는, 환경을 비롯해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상당수가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올해만해도 역대급 가뭄에 이은 폭우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기후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감자 같은 밭작물은 올해 그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올해 가뭄으로 인해 감자 가격이 예년 대비 60% 올랐다는 뉴스가 있다. 밭작물은 기후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다. 이 외에 감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있는데 인건비다. 밭에서 캔 감자는 현장에서 상품과 하품이 분류되는 품질검사를 거친 후에야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그만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시장의 수요만큼 공급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 농업]의 2편에서 다룬 엔씽 같은 기업이 스마트팜을 통해 채소류를 재배, 물류센터로 일정한 양을 공급하는 것 등이 이런 노력의 일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감자 같은 밭작물은 아직까지 스마트팜 등을 통해서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환경 통제가 안 된다면, 그 다음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은 무엇으로 이어질까?

데이터농업이 중요한가

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다루면서 ‘데이터’를 키워드로 가져온 이유는, 이 데이터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유통의 기본은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잇기 위한 하나의 전제조건은 예측 가능성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산물 가격은 날마다 다르다. 따라서 상품을 사고파는 이들 역시 확실한 가격 예측이 어렵다. 가격 예측이 안 되면 공급자는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지 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기후 예측 정보와 그간의 시장 동향 데이터를 결합해 올해 시장에서 필요한 작물의 양과 실제 시장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면?

따라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애그테크 기업들이 농산물 가격과 수요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내에서는 록야, 트릿지, 그린랩스 등과 같은 애그테크(농업과 테크의 합성어) 기업이 가격을 예측하거나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록야의 경우 2017년에 ‘팜에어’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농산물 시세를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 회사 측은 농산물 시세가 예측 가능해지면 변수에 대한 농가의 사전, 사후 대응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농가에서 그해 수확할 밭작물의 종류 선택은 파종보다 3~6개월 전에 이뤄진다. 그런데 만약 올해 시장 트렌드와 기후 예측 등을 알 수 있다면 더 큰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농가가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또, 농작물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는 데에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감자의 더뎅이병은 전염성 세균으로 생기는데 발병하면 겉면이 검게 파여 상품성을 잃는다. 더뎅이병에는 약이 없으나, 이 병이 왜 발생하는지는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더뎅이병은 토양이나 병든 식물의 조직 내에서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온도 조건이 맞으면 영양균사가 생장해 생겨난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는 “그간 농촌 현장에서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수를 예측하고, 정확도가 낮더라도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상관관계에 있는 다른 데이터를 통해서 앞으로 올 수 있는 상황을 예지하고 질병 관리를 더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로 농작물 유통의 문제에 접근하는 곳은 또 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트릿지다. 글로벌로 농산물 시세 예측 서비스에 상품을 검증한 후 배송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결합했다.카길과 같은 메이저 회사가 통제하는 곡물을 제외하고, 저장성이 낮아 글로벌 대기업이 유통에 덜 참여하는 과일 등을 주요 취급 품목으로 삼았다. 이 회사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 중 하나가 아보카도다. 트릿지는 아보카도 농장과 장기 계약을 맺거나 기금 투자를 하는방식으로 상품을 미리 확보해 놓고 한국이나 미국, 중국 등에 위치한 구매자에 배송한다.

트릿지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가격 예측 외에 수확시기와 생산량 등이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자가 상품 구매를 결정하면, 트릿지가 대신 현장을 방문해 상품을 검수하고 가격협상과 운송, 구매 보고서 작성 등을 일임해 진행하는 식으로 일한다. 이 회사 측은 “여러 국가에서의 농축수산물 도매가, 출하 가격 등의 데이터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이는 고객이 원재료를 구매 결정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된다”며 “가격 정보를 통해 원재료를 구매할 시기와 수칩처를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고 공급자와 유리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유통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가격 변동 문제가 생산량보다는 유통 구조에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기존에는 자급의 관점에서 식량을 증식하는데 초점을 두고 농업관련 정책이 펼쳐졌다면, 이제는 쌀과 같은 곡식은 남아돌기 때문에 물류나 유통 구조를 정리해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고 물가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현재 농협이 움직이려고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농협은 우리 나라 전체 농업인구의 90% 이상을 조합원으로 갖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사업도 주요 파트너가 농협인 경우가 많다. 농민 대상 자금지원이나 농산물 유통 등에도 농협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농협의 방향성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이 가지고 있는 힘이 지금 우리 농업을 좌지우지한다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농협이 어떤 기조를 갖고 움직이느냐는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농협은 최근 ‘디지털 농협’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가에 유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 삼았다. 고령층이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탓에 컴퓨터 조작이나 온라인 스토어에서의 상품 등록과 관리 등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농협경제지주 소속 염경선 과장은 “농협이 전국에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있으므로 농민은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농협이 농산물 온라인판매를 위한 상세 페이지 작성과 디지털 홍보 마케팅을 하려 한다”며 “농협의 역할은 좋은 농산물을 온라인에 공급할 수있도록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농협은 농작물의 판매로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은 오프라인 매장인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움직여온 농협에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농협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중간 유통상인 벤더의 개입을 줄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농산물 가격이 대동소이한데, 이는 벤더가 가져가는 마진 때문이라는 것이 농협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농가에서의 판매가격이 농사를 다시 재생산할 수 있는 가격까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염 과장은 “농산물 품질개선 보다는 가격 경쟁 중심으로 판이 짜이는 것에 위기의식이 있다”며 “농사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하려면 유통 구조의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점의 변화도 필요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리테일 구조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자 편의’에 맞춰져 있다. 당연히 유통을 위한 농산물 소포장 역시 농촌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밭에서 막 수확한 감자는 현장에서 농부들이 직접 상품을 분류해 유통업체에 전달한다. 수확하는 것 만큼 상품 선별에 인력이 필요하다.

안그래도 농촌의 가장 큰문제가 인력 부족이다. 상품의 포장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그에 맞는 상품화를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직접 하려면 당연히 농산물의 단가 역시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 외에 농작물의 분류와 포장 등에 드는 일손과 비용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구조는 한계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는 “농촌만 바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리테일이나 대형 B2B 업체들이 농산물 구매 조건을 조금 더 농업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농업 친화적인 구매구조가 가격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은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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