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다소 막연한 주제였습니다.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차세대 유니콘의 대열에 오르고, 또 다른 스타트업 록야는 커머스 기업 컬리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죠. 농업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우리 농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현장에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농촌의 세대교체에서부터 생산과 유통, 기후, 규제, 자본, 식량 자급 등. 취재 기간 만난 이들의 고민과 비전을 독자님들께 전하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시리즈① 농촌에 미래 세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시리즈② [인터뷰] 새로운 생산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시리즈③ 우리 식탁에 농산물이 도착하기까지, 유통
시리즈④ [인터뷰]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장의 노력
시리즈⑤ 농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키워드, 기후
시리즈⑥ 축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시리즈⑦ [인터뷰] 자본은 왜 기후를 주목하나

 

“논은 사실 노동력이 거의 안 들어가요, 거의 다 전화 농사를 짓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서대문 앞 한 커피숍에서 만난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에게 “농업의 현실”을 물었을 때 나온 이야기 중 하나다. 전화 농사는 소규모 고령 농가가 많은 우리 농촌에 적용된, 일종의 농업 서비스화로 볼 수 있다. 농부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게 아니고, 전화로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는 걸 말한다. 트랙터나 이양기 같은, 값비싸지만 자주 쓰지 않는 농기계를 소규모 농가가 구매할 수 없으니 필요할 때 전화로 기계 대여를 신청한다. 그러면 농협처럼 농기계를 빌려주는 곳에서 접수된 주문을 모아 기계를 돌린다. 볍씨도 그렇게 뿌리고, 다 자란 벼도 그렇게 재배한다.

적어도 벼농사와 관련해서 우리 농촌은 예전의 그 농촌이 아닌 게 됐다. 농활 가서 모 심고 수확했던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농촌의 풍경은 사라지고 있다. 논밭에 뿌리는 비료도 이제는 중국의 DJR 드론이 맡는다. 농부가 품종을 마음대로 고르는 것도 아니고, 이 역시 그 지역의 육매장에서 다루는 품종을 전화로 주문해 받는다.

농촌의 현실

그러나 전화 농사가 농촌의 선진화를 뜻하는 걸까? 취재에 응한 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농사는 농촌의 고령화, 작은 영농 규모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전화 농사를 이끈 농촌의 고충은 하루이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두가 안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결이 어렵다.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지금, 농업> 시리즈 1편에서는 농산물 생산현장에서의 문제를 다룬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전문가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관련 문제에 아이디어를 보태는 스타트업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를 포함했다.

농업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다. 농촌에 청년이 적다는 것은, 이미 숫자로 검증된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총 농업 인구수는 231만명이다. 2000년 403만명과 비교하면, 20년만에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231만명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령층의 비중이 42.3%다. 고령화는 심각해지고, 젊은이들은 농촌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농작물 생산과 수확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을 세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노동력 부족을 위한 첫번째 해결책으로 꼽히는 것이 농업의 자동화다. 앞서 논농사의 경우에는 전화 농사로 대표되는 서비스 외주화가 일어나는데, 그러나 이렇게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모든 농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재 농사의 자동화나 기계화는 논농사에 한정해 이뤄지고 있다. 밭농사는 경지 모양이 불규칙 한데다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 식물이나 나무에 열리는 과일 같은 경우는 일괄 수확을 위한 자동화가 어렵다. 논농사에 투입되는 자동화 기계 역시 대부분 수입산이고, 가격이 비싸다.

자동화 기기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은 지속되고 있지만, 실증-현장 투입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연구실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농 중심의 경작 환경에서는 현장에 적용 가능한 국산 로봇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판매처가 적다. 로보틱스 도입은 현실적으로 대규모의 농업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당장 부족한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동력 수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장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적극 유입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금 민감한 주제지만, 취재에 응한 한 관계자는 “합법 체류 기간이 지난 이주노동자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 농업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의 농업 유입은 가능한가

궁극적으로는 청년이 농촌에 기꺼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좋다. 직접 농사를 짓는 것도 그렇지만, 농업의 환경을 바꾸는 역할에서도 청년 세대의 농촌 진입은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청년이 농촌에 들어가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청년이 농업에 투신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청년이 확보할 수 있는 농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있다. 우선은 농사 지을 땅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에 대한 매매나 임대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데다, 농지에 대한 보조금 운영 등으로 인해 매매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농사를 짓던 부모세대가 은퇴하고 도시에 사는 자녀가 땅을 물려 받는 경우, 문중 소유의 땅인 경우 등 실제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농지의 소유와 이용을 분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식량 주권을 위한 최소한의 농지 확보나 농민 보호 등도 우리사회가 가진 중요한 가치라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대규모 기업형 농업이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농촌은 농가 1호당 경지 면적이 작은 편이다. 2020년 기준 1.58ha(4779평)인데, 먼저 농업의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이 기업농 중심의 농업경영체로 중심을 옮기면서 경영체당 경지면적이 27.13ha(8만2000평, 2016년 기준)로 늘어난 것과 비교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규모 있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작은 필지로 쪼개져 있는 농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난관이 있다.

농촌의 활성화를 위한 자금이나 사업 지원의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하느냐는 논의도 물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다수가 고령층인 농민의 생계 지원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농업에서 혁신을 이뤄 성공한 사례를 만들수 있도록 하는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농업 분야에서 미래를 위한 상상과 새로운 도전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농업으로 들어오는 스타트업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넘어, 농촌이 낙후되어 있다는 인상을 없애고 이곳에서 비전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줘야 청년세대의 농촌 진입이 가능하다. 농업 스타트업 ‘록야’를 공동창업한 권민수 대표는 “농업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됐고 시장 규모도 큰 산업이므로 비즈니스 모델로 훌륭하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우수한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똑똑한 인재들이 농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권 대표는 “농업에서의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면에서 국내외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국내에 얼마나 많은 농업 스타트업이 있는지는 집계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엄인용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벤처기획팀 팀장은 “일년에 400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절반인 200곳 가량은 매년 새로 들어오는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엄 팀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2차 가공식품으로 창업이 몰렸다면 지금은 대체 식품, 비건, 신소재, 스마트팜, 농업용 로봇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촌일자리 플랫폼 ‘푸마시’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푸마시는 올 1월 기준 구직회원 7500명과 1210곳의 구인농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촌에 긴급인력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농촌일자리 지원사업을 위탁운영한다.

생산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엔씽은 IT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는데 집중한다. 스마트팜을 레고블럭처럼 만들어서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규모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이마트 물류 창고 옆에 스마트팜을 만들고, 채소류를 생산하는대로  빠르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자본의 농업에 대한 관심이 있다. 글로벌로 농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글로벌로 농업은 이미 주요 투자 항목이 되었다”면서 “스타트업은 농업의 생산, 유통, 환경 측면에서 혁신과 기여를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