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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흑자전환 앞둔 인슈어테크 ‘해빗팩토리’의 비결

약 1년 만에 만난 인슈어테크 기업 해빗팩토리는 사업적, 구조적으로 더욱 단단해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말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1년 전에 비해 계약 건수와 그에 따른 매출액 등이 10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보험 상품 계약 거래액은 약 160억원이며, 이에 따른 수수료 매출은 8억원 수준이다.

또 매월 신규 설치자 대비 계약 체결율은 1~2년 사이 0.2%에서 3%로 급증했다. 회사 측은 계약 전환율 3% 라는 수치는 커머스 업계의 구매 전환율에서도 나오기 힘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 수와 계약건수 증가는 회사의 외형성장을 견인했고, 내년이면 흑자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인슈어테크 업계에서 아직까지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없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다가 신사업, 마케팅에 비용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흑자전환 신호는 중요하다. 사업에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이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하고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출범한 해빗팩토리는 어떻게 흑자전환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일까.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를 만나 사업 성과와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요즘 회사 경영이나 전략 등 어떤 상황인가?

서비스 측면에서 1년 전에 얘기했던 것과 많이 바뀐 것이 없다. 다만, 그때 지향했던 것이 지금 많이 단단해졌다. 전통 보험대리점(GA)이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골라 고객에게 추천하는 관행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에게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좋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보험상품을 분석, 추천하고 계약 체결하는 과정을 고도화했다. 단순히 고객을 끌어모은 다음 광고형태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최선인지 시스템에 의해 추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년 동안 계약 건수와 매출액이 10배 이상 늘었다. 월간 보험가입 건수는 2020년 11월 기준 14건에서 2022년 3월 1074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내는 보험료인 초회보험료는 57만원대에서 6277만원대로 성장했다.

1~2년간 큰 폭으로 성장한 것 같은데, 다른 지표도 있나?

내부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지표로 설치 대비 계약 전환율이 있다. 이 비율이 서비스 초기 0.2%에서 현재 3%까지 급증했다. 즉, 앱을 설치한 사용자 중 실제 계약까지 체결된 건이다. 사실 커머스 업계에서도 이 정도의 수치는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비율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다른 업계에 비해 보험상품은 고가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 기간이 길고, 한 번 계약을 하고 나면 오랜 기간 납입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자사 앱으로 들어와서 상담을 하고 계약체결하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이 부분에서 매출액 8억원 가량을 기록했고,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조만간 흑자전환을 예상하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데, 보험상품은 판매되고 나면 자사로 돈이 분할되어 들어온다. 보험사 계약마다 다른데 그 기간이 약 13개월에서 18개월 정도다. 그러니까 계약이 체결되고 수치 상으로 손익분기점을 기록했는 이야기다. 다만, 현금이 나눠서 들어오다보니 장부 상으로는 흑자전환으로 나오진 않는다. 다만, 지난 6월 보험사와 계약내용을 바꿔서 7월부터 장부 상으로 흑자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의미있다고 보는 것이 회사의 이익 관점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좋은 상품을 추천하면서도 손익분기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비즈니스는 100%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규직 설계사 고용이다. 몇몇 곳에서는 정규직 설계사를 고용했다가 다시 위촉직으로 전환하는 등 정규직 설계사 고용이 비용 측면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빗팩토리는 정규직 설계사 고용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현재 정규직 설계사 약 40명 정도를 고용했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 부분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사용자가 유입되는 순간부터 서비스를 종료하는 순간까지 모두 시스템 측면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GA 설계사가 일하는 모든 과정을 다 쪼갰다.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어려운 것을 구분하고, 가능한 것을 모두 자동화했다. 즉, 사람이 하는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다.

기존 GA와 해빗팩토리 설계사의 담당업무 과정 비교

구체적으로 기존 GA 설계사는 고객 획득, 가입보험 분석, 상품제안, 심사, 계약체결, 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해야 한다면, 자사는 이를 시스템과 분담했다. 고객 획득, 유지는 앱 서비스가, 가입보험 분석은 알고리즘 자동화가 맡고 있다. 또 니즈 환기, 상품제안, 인수 심사지원, 계약체결지원은 모니터링이 하고, 이 과정에서 두 차례만 상담사가 투입된다. 따라서 상담사는 자신의 직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 결과, 자사의 설계사는 GA 설계사 대비 한 명 당 생산성이 7배 이상이다. 일반 GA 설계사 1인당 평균 매출이 390만원 정도인데, 자사 설계사의 1인당 매출은 2912만원 정도로 효율성이 뛰어난 편이다.

일반 GA와 설계사 생산성 측면에서 꽤 많은 차이가 나는데, 자동화와 비대면이 원동력인 것인가?

일반 GA는 설계사 한 명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면, 자사는 대부분 시스템이 한다. 1·2차 상담 시에만 설계사가 투입되어 상담을 한다. 게다가 상담은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전통 GA 대비 설계사 한 명이 응대할 수 있는 고객 수가 훨씬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이 결국 보험상품을 추천하려면 고객이 가입한 보험상품 분석과 필요한 상품 추천인데, 자사는 시스템이 다 한다. 설계사는 이걸 잘 설명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효율성이 높아진다.

전통 GA의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 것 중 하나가 임금체계였다. 비싼 상품을 판매할수록 해당 설계사가 많은 비용을 가져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데, 해빗팩토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자사는 설계사에게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함께 지급하고 있다. 일정 기본급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데, 이때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더해 지급하는 제한 금액이 있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까지 내부적으로 여러 실험을 거듭했다.

예를 들어, 기본급을 넘어가는 성과가 있다고 하면 이를 더 올리는 등 설계사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도를 했다. 또 설계사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때 어느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급여를 맞추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작년에만 두 번 정도 급여체계를 조정했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또 내부적으로도 장치를 마련했다. 고객의 상품 분석과 추천은 시스템이 담당하며, 이 또한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사람이 직접 상품추천에 관여하지 않으니까 마음대로 고비용의 상품을 추천할 수 없다. 모든 상담 내역도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상품가입이 잘 된 고객의 경우 빨리 헤어지는(?) 편이다. 자사만의 노하우이기도 한데, 좋은 상품을 가진 고객들에게 더 추천하려고 하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좋은 상품에 가입했으면 설명과 함께 유지하라고 추천한다. 더 좋은 점이, 이런 고객들이 주변에 입소문을 낸다. 다른 곳과 달리 보험 상품을 강매하지 않는다고 소문을 내거나 리뷰를 단다. 이런 점 때문인지 입소문을 통해 유입된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보험 사업은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또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이 있나?

보험 외에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 연금, 대출, 가계부다.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자사 앱 시그널플래너에 연금, 대출, 소비 등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중 연금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근 들어 2030세대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 지금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최선인지 잘 안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는 8월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리하자면, 중요한 축은 당분간 보험과 연금이 될 것 같다. 고객 입장에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진지하게 선택해야 하는 금융상품을 위주로 서비스할 생각이다.

미국법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 현재 미국 사업은 이동익 공동대표가 맡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담대 시장의 레거시가 깊숙이 침투했다. 집을 알아볼 때 사람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사는 보험 서비스를 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를 플랫폼화 해 서비스하고 있다. 즉, 한국처럼 플랫폼에서 매물 찾기부터 대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한국인과 미국인 사용자 비율이 6대 4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내부적으로 미국 주담대 플랫폼 사업 또한 두 달 정도 후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가 10배에서 40배까지 차이가 있으니, 시장의 기회가 있는 것 같다.

기존사업과 신사업 모두 성적 측면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전체 흑자전환은 언제쯤 예상하고 있나?

내년 완전한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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