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왜 미국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었나

보험 분석 서비스로 출발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진화한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 해빗팩토리가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반전은 미국의 인슈어테크 시장이 아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이라는 점인데요. 국내에서 꾸준히 디지털 보험 산업에 집중해왔던 해빗팩토리는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 미국의 주담대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일까요.

해빗팩토리는 미국의 주담대 시장 구조가 국내 보험 시장과 유사하다고 봤습니다. 국내에서 보험을 하려면 보험중개인을 통해서 상품 설명을 듣고 가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은 상품을 이해하기 어렵고 더 좋은 상품이 없는지 고민에 빠지게 되죠. 미국 주담대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 중개인(에이전트)을 만나 상품을 추천받고 은행으로 가서 대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비효율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해빗팩토리는 한국에서 고객에게 맞는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미국 주담대 시장에 접목할 계획입니다. 미국 주담대 시장에 디지털을 접목한다면 정보 비대칭, 고금리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회사는 발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올해 1월 미국법인을 꾸린 뒤 지난 2일 미국 주담대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다행인 점은 아직 서비스 극 초반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인은행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해빗팩토리는 어떤 점에서 미국 주담대 시장의 가능성을 봤고, 현지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은 무엇인지, 또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는지, 이동익 해빗팩토리 미국사업 총괄 겸 공동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화상미팅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동익 해빗팩토리 미국사업 총괄 겸 공동대표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해빗팩토리 창업자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익입니다. 창업 전에는 LG텔레콤에서 IT개발자로 시작해 신규 사업 등을 맡았습니다. 이후 메리츠화재로 이직해 IT와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 융합 서비스, 보험업 전반의 과정 혁신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고객 관점의 금융 서비스를 알게 됐고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을 개선하고자 해빗팩토리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해빗팩토리, 요즘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이라고 하죠?

네. 저희는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상품을 쉽게 풀어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찾아 번역해, 고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재는 보험을 위주로 제공하고 있으나 대출중개 서비스를 위해 현재 대출중개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이고요. 향후 연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지금 미국으로 간지는 얼마나 됐나요?

미국에 온지는 약 2개월 정도 됐습니다.

미국 주담대 시장에는 어떤 이유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한국에서 저희가 보험중개 서비스 ‘시그널 플래너’를 하면서도 느낀 것인데요. 한국어로 된 금융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금융상품이 복잡하고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사람들도 영어로 설명이 된 금융상품을 잘 알지 못합니다. 특히 미국 이민자들이 영어로 된 금융상품을 이해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시장 조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금융상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점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보신 거군요.

네. 게다가 한국 대비 미국의 주담대 수요 인구가 6배 정도 될뿐더러, 금융 시장은 그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약 2년간 보험중개 서비스를 하며 만들었던 프로세스와 경험이 미국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지난 3개월 간 내부적으로 검토한 끝에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로닝.에이아이(Loaning.ai)’라는 서비스던데, 미국 이주민이 주 사용자 층인가요?

네, 우선 1차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200만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예정이고요.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버전으로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계획은 이렇지만, 막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니 미국에서 모기지론을 받는 사람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저희가 프로세스만 잘 갖춘다면 곧바로 미국인이나 미국 거주자 대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로닝.에이아이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미국 주담대 고객에게 빠르고 쉽게 최적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 관점에서 대출 업무 처리가 빠르고 간단한 것이 특징인데요.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기존 전통 은행 대비 저금리, 낮은 업무 처리 비용 등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미국이었을까요?

우선, 동남아시아의 경우 아직까지 각 나라에 대한 문화를 제대로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미국은 유학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이 점에서 차이가 있고요. 또 금융 안정성을 생각하면 미국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도 미국 금융대출 중개 시장은 1~4%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한국이 평균 0.1%~0.2% 정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최대 40배까지 큰 셈이죠. 미국 모기지론 시장은 지금 우리 돈으로 1경원이 넘어갑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시장이 이렇게 크면 현지 사업자들도 쟁쟁할 것 같은데요.

미국 주담대 시장 대표주자로 ‘퀵큰론(Quciken Loans)’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약 313조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등 전통 은행에서 주담대 취급을 가장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전통은행보다 핀테크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이 퀵큰론을 이용하냐고 봤을 때는, 사실 제약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장벽이 언어이고요. 두 번째는 퀵큰론을 잘 몰라 대부분 은행을 가거나 커뮤니티 소개로 한인 모기지 회사를 찾아가서 대출을 받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인 모기지 회사는 더 열악한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점이 열악한 거죠?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곧바로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험판매 중개인처럼 대출 중개인을 중심으로 대출상품을 추천받고 가입을 하는데요. 이 과정이 아직도 아날로그 형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대출중개인(에이전트)에게 주는 수수료도 별도로 있고요. 여기에 은행에서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데 약 3일 정도 소요 됩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보험중개 서비스를 한 것처럼 디지털전환(DT)을 통해 미국의 주담대 고객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빨리 알려주고, 대출금리 인하를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동익 해빗팩토리 미국사업 총괄 겸 공동대표

미국에는 대출 중개인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고객이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대출중개인에게 요청을 합니다. 그러면, 중개인이 상품을 비교 추천해서 고객에게 알려주고 은행을 안내합니다. 은행으로 간 고객은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대출을 받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이때 고객은 중개인 수수료, 대출 이자 등의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중개인 수수료까지 내야한다니요. 정말 문화가 다르네요.

통상 미국에서는 에이전트가 수수료의 80%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비용절감을 위해 에이전트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정급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절감된 수수료 비용으로 고객들의 금리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로닝에이아이만의 전략은 고객들에게 최대한 낮은 수수료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했던 서비스가 미국에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또 고객들이 금융상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상품추천부터 연계까지 전 과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다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문화적 측면에서의 어려움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아는 중개인 혹은 은행 직원이 높은 수수료를 달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수락한다고 합니다. 금리가 낮은 곳으로 고객들이 이동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그래서 고객들이 다른 중개인이나 금융사로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서 이 업을 20년 이상 하신 분들로 채용을 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는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더 강력한 나라입니다. 규제를 확인하면서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아직까지는 이 두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출시한지 얼마 안 됐는데, 미국 현지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긍정적입니다. 서비스가 출시되고 미국에 있는 몇몇 한인 은행 측에 연락이 왔습니다. 실제로 모 은행장과 미팅을 약속한 상태고요. 전통 금융사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네. 오늘 인터뷰를 해보니 미국 주담대 시장, 해 볼만도 하면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데요. 포부나 향후 계획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저희 서비스에 전 세계 금융 상품을 연결하고 고객들이 금융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현재 미국 법인의 직원이 세 명 정도인데, 올해는 50명까지 채용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 볼 계획입니다.

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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