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되고 싶은 것: 메타버스의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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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커넥트 2021을 열고 페이스북 본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것을 발표했다. 그 이유는 커넥트 2021 키노트에서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1년 오큘러스를 인수하며 꾸준히 AR/VR 기기를 선보여 왔다. 특히 오큘러스 퀘스트 2에 이르러 VR 기기와 앱 생태계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기기와 달리 PC 연결, 별도 프로세서, 지오펜스 센서, 전원 연결이 필요 없는 올인원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출시 후 물량이 계속해서 완판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커넥트 2020에서 오큘러스 퀘스트 2 발매와 함께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회사가 될 것임을 발표했고, 메타버스 소셜 미디어인 호라이즌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1년이 지난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 2의 누적 판매량은 약 900만대이며, 올해 내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흔히 사용자 수를 ‘시민’으로 표현하는데, 퀘스트 2만으로 서울 정도의 시민 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2D 앱은 2D 앱대로 메타버스 내의 스크린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퀘스트 2로 보면 극장 내에서 초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은 호라이즌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반 2D 서비스들도 VR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자 도구(SPARK AR)을 지원하고 있다.

호라이즌의 첫 화면이자 자신의 가상 집이 되는 호라이즌 홈
사람들을 만나는 열린 공간인 호라이즌 월드
업무용 서비스인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은 호라이즌 외에도 메신저 VR 화상전화를 지원한다. 아바타나 자신의 3D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퀘스트용 VR 전화
콘서트장에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아
비대면으로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NFT를 통해 콘서트 애프터파티에서 가수의 의상도 구매할 수 있다. 이경우 메타는 실물 상품과 가상 콘서트 티켓을 팔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호라이즌 월드 이외에도 실물 랜드마크를 가상에 꾸준히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호라이즌은 페이스북 로그인을 지원하지만 2D인 페이스북과는 별개의 서비스다. 호라이즌은 홈, 월드, 워크 룸 세가지로 나뉘며, 홈은 호라이즌 접속 시 첫 화면이자 자신의 집을 꾸미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용도, 월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랜드마크, 광장 등의 공간이다. 워크 룸은 이미 출시된 제품으로, 사무실이나 회의 공간 등을 제공해 가상 캐릭터끼리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들을 연결한다(Connecting People)’는 페이스북의 기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메타버스의 특징을 사용해 시공간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러한 방식의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계승자(successor)라고 표현했다. 저커버그 CEO는 인터넷을 계승하는 서비스인만큼 운동, 커머스, 교육 등에도 메타버스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운동은 이러한 형태로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의 퀘스트로 권투같은 격렬한 스포츠는 하기 어렵다
농구도 어렵다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 필라테스, 요가, 소울바이크 등 비교적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하는 운동이다
지나친 마케팅용 이미지에 가까운데 퀘스트 2를 쓰면 이렇게 커피를 마실 수 없다
화상회의 툴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를 통해 수술을 배우는 교육용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오큘러스 스토어 내에는 호라이즌 외에도 다양한 행아웃용 메타버스가 있다. 또한, VR을 사용하지 않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세컨드라이프, 3D 게임 등의 메타버스도 존재하며, 모바일 위주로 빠르게 성장한 제페토 등도 있다. 저커버그의 발언으로 볼 때 호라이즌과 메타는 이들의 경쟁상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메타의 경쟁상대는 바로 구글과 애플의 OS, 안드로이드와 iOS다.

페이스북은 어느 OS에서나 사용할 수 있고 아무 브라우저에서나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모바일 접속 수가 압도적으로 높으며, 따라서 모바일 OS 업체에게 항상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1분기에 어닝쇼크를 경험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연방거래위원회(TFC)의 벌금 사건도 있지만, 애플이 아이폰에서 사용자 정보 취득을 어렵게 만드는 ATT(앱 추적 투명성)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은 ‘중소 상공인을 죽이는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주도권이 애플에게 있으므로 페이스북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10년 이상 쌓아온 페이스북 브랜드를 놓아두고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는 모바일 인터넷이 점차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미리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현재 주도적인 OS를 갖고 있지 않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현재 안드로이드 10 기반의 OS를 사용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특별히 서비스가 겹치지 않으므로 안드로이드를 고집할 이유도 없으며, 메타에게 OS를 만들 역량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별도의 스토어를 갖추고 있으므로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를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저커버그의 멘트에 주목하자. “각기 다른 앱에서 다른 크리에이터가 만든 가상 의상이 가상 옷장을 채운다”
저커버그의 멘트에 주목하자. “각기 다른 앱에서 다른 크리에이터가 만든 가상 의상이 가상 옷장을 채운다”
메타버스는 외형, 아바타, 집, 텔레포트, 버추얼 굿즈 등 다양한 재화를 판매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키노트에서 시연한 서비스는 호라이즌은 아니지만 다양한 아바타(게임 캐릭터, 실물 모델링, 호라이즌 아바타, 화상 통화)가 한 공간에 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커버그는 실제로 다양한 2D 앱을 오큘러스 스토어에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다양한 앱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호라이즌을 비롯한 메타의 메타버스는 제페토나 로블록스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상품을 파는 마켓이 되겠다는 것이다. 호라이즌은 이 메타버스 가상 의상이나 캐릭터가 모이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메타버스의 메타버스, 메타버스 상품을 거래하는 메타버스 혹은 마켓이 되겠다는 의도가 저커버그 CEO의 발표에서 엿보인다. 이 플랫폼의 경쟁상대는 앱을 판매하는 길목에 있는 안드로이드(플레이 스토어)와 iOS(앱스토어)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앱을 저렴하게 사용하고, 수수료(fee)를 적게 받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과도한 수수료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두 업체를 떠오르게 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외에도 좋은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메신저, 왓츠앱 등을 운영하고, 오큘러스를 통해 VR 인터넷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스북’ 사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타버스를 포함한 넥스트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현재 메타가 메타버스의 주도권을 쥐는 데 유일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기기의 문제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훌륭한 기긴 하지만 여전히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기에는 무겁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컨트롤러 대신 손을 사용하고, 주변 사물을 보여주는 패스스루+ 기능을 더욱 고화질로 보여주는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퀘스트에서 더 발전한 VR/AR 기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룩소티카와의 협업으로 만든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와 같은 안경 제품도 꾸준히 개발할 것으로 발표했다.

키노트 이후 메타의 주가는 3% 정도 상승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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