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화제다. 시작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의 백도어 탑재에 대한 의문 제기 이후 봉쇄령이 내려졌고,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을 비롯, 퀄컴과 인텔 등의 하드웨어 기업도 화웨이에 제품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인데 누가 무엇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ndroid Open Source Project)’는 오픈 소스고,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가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시작은 카메라용 OS였다. 안드로이드 창업자 앤디 루빈(Andy Rubin)과 공동창업자들은 2003년 안드로이드를 창업하고, 카메라에서 직접 클라우드로 이미지를 올리는 OS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디지털카메라 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안드로이드 팀은 당시 알려진 OS인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 심비안에 착안해 휴대폰 OS를 만들기로 한다. 동시에 이 OS를 무료로 풀고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내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 안드로이드 팀은 수익 내기를 어려워하는 것을 이유로 2005년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다.

블랙베리를 닮은 초기 안드로이드, HTC의 드림

2007년은 아이폰이 공개된 첫해다. 아이폰은 맥OS를 닮은 GUI OS를 무기로 들고 등장했다. 외외에도 멀티터치, 관성 스크롤 등의 무기가 있었다. 이를 좌시할 수만은 없었던 구글과 안드로이드 팀은 스마트폰용 OS 안드로이드를 HTC의 Dream 폰(T-Moblie G1)에 얹어 출시하게 된다. 이때의 안드로이드는 iOS보다는 블렉베리 OS에 가까웠다. 큰 위젯과 홈 화면에만 깔린 몇 개의 아이콘 등이 블랙베리와 유사했다.

그런데 외관만큼 중요한 일이 같은 해에 벌어진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 소스로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앤디 루빈은 안드로이드를 무료 제공하려 했고, 구글은 한술 더 떠서 오픈 소스로 풀기로 한 것. 오픈 소스와 무료 제공은 같아 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픈 소스로 제공한다는 말은, 누구나 이 OS의 소스 코드에 손을 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것이다.

AOSP의 구조, 그 위에 ‘안드로이드’가 존재한다

안드로이드가 오픈 소스화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폰보다 출시가 늦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세였다. 당시 개발자 대부분이 아이폰 쪽으로 쏠리고 있었는데, 호환성을 무기로 다양한 개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효과는 실제로 있었다. 다양한 개발자들이 구글 앱과 안드로이드 커스터마이징 OS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AOSP를 활용한 파이어 OS를 만들었으며, 중국 제조사들은 각자의 AOSP OS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의 MIUI다.

파이어 OS는 아마존 앱토어를 탑재하고 있다(출처=lifehacker)

이후 구글은 구글 서비스 프레임워크(Google Services Framework) 개념을 도입해 ‘안드로이드’에서만 구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GMS(Google Mobile Services)라고 부른다. GMS 내에는 구글의 인기 앱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 지메일, 구글 캘린더, 유튜브, 구글 지도 등이 포함된다. 사실 GMS의 몇 개 앱은 인기가 아니라 필수다.

대부분 필수 앱이지만 듀오는 굳이 끼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GMS를 쓰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호환성 테스트를 거치고, 구글의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그리고 이 테스트에 합격해야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 등의 보안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을 모두 획득한 것을 ‘안드로이드’라고 부른다. AOSP는 안드로이드는 맞지만 ‘안드로이드’는 아니다. 한국의 안드로이드 폰들은 거의 ‘안드로이드’다.

AOSP도 나름대로의 시장을 갖고 있다. 파이어 OS의 경우 아마존이 제공하는 앱스토어만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며, 구글이 철수해버린 중국에서는 약 200개의 앱스토어가 플레이 스토어를 대체한다. 중국의 포털인 바이두, 텐센트, 각 업체의 앱스토어 등이 존재하고 이 앱스토어가 중국 내부의 앱 시장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글의 화웨이 보이콧은 무엇이 문제일까. 화웨이의 중국 내 핸드셋 마켓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폰을 팔고 있는 판매량 2위의 업체다. 특히 유럽 쪽에서 많은 폰을 팔고 있는데, 유럽에서 구글 서비스는 매우 보편적인 편이므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다양한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 플레이 최다 이용국가는 인구 수로 중국의 뒤를 잇는 인도다. 2016년, 인도인들은 각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화웨이 P30는 출시 3개월만에 업데이트가 불투명한 폰이 돼버렸다

앞으로 화웨이의 수출용 폰은 어떻게 될까? 우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미제공 조치는 3개월 유예된 상태다. 3개월동안 기존 고객에게 보안 업데이트와 구글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후 만약 구글이 실제로 보이콧을 단행한다면 화웨이의 선택은 AOSP로 남든지 다른 OS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자체 OS인 훙멍(Hongmeng)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소식도 유출됐다. 훙멍은 리눅스 기반 OS로, 중국 내에서 개발된 것이다. 2012년부터 공개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의 화웨이 폰에도 보안 등의 기능에 적용돼 있다. 그러나 훙멍 역시 수출용 폰 적용은 어렵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협의해 타이젠을 만들었지만 앱 부족으로 인해 주력 제품에는 여전히 안드로이드만 사용한다는 것을 보면 화웨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화웨이는 5월 21일 현재 공식적으로 OS를 어떻게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보안 업데이트와 AS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구글에게도 호재는 아니다. 화웨이는 여전히 굴지의 안드로이드 폰 제조 업체다. 화웨이를 잃는다는 건 그만큼의 구글 서비스도 사라진다는 뜻도 된다. 또한, 화웨이 폰이 아닌 다른 안드로이드 핸드셋을 사용하기 싫은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애플에게도 호재는 아니다. 중국에서 아이폰 사용 금지 등의 조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 전쟁에서 빠진 건 소비자다.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는 미국도, 중국도, 화웨이도 복구해줄 수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