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GDC 2021에서 ARM CPU를 탑재한 크롬북에 RTX GPU를 탑재한 제품의 게임 데모를 공개했다. 사용한 CPU는 미디어텍의 고성능 플래그십 제품인 컴패니오(Kompanio) 1200으로, ARM의 Cortex-A78 4코어, Coretex-A55 4코어 제품이다. 퀄컴 제품과 비교하면 스냅드래곤 865보다는 조금 높고, 스냅드래곤 888보다는 조금 낮은 성능 구성인데 전반적으로 클럭 속도를 높인 울트라 코어 하나(A78)가 있으므로 PC에 준하는 성능을 낼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엔비디아는 해당 제품에 RTX 3060을 붙였다. RTX 30 시리즈 중에서는 저사양인 제품이지만 RTX 시리즈의 특성 대부분을 실행할 수 있고 저사양인만큼 전력소비가 적다는 강점도 있다.

시연 게임은 울펜슈타인: 영블러드(Wolfenstein: Youngblood)와 비스트로(The Bistro) 2종이다.

RTX 3060 카드는 ARM 기반 프로세서에서도 RTX 시리즈의 기능 대부분을 실행할 수 있다. 개발자가 게임 환경에 동적 조명을 추가할 수 있는 RTXDI(RTX Direct Illumination), 실제 환경에서 빛이 반사되는 방식을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RTXGI(Global Illumination), NRD(NVIDIA Real-Time Denoisers): 낮은 픽셀당 광선 신호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노이즈 제거 라이브러리, 응용 프로그램이 그래픽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식을 최적화하는 RTX 메모리 유틸리티(RTXMU) 등을 모두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구현에서 필수인 엔비디아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를 ARM CPU에서도 구현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DLSS는 AI를 통해 프레임 속도를 높이고 선명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리눅스용과 크로미움용 RTXDI, NRD, RTXMU SDK를 바로 제공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데모에서 보면 x86 프로세서가 아닌 ARM 프로세서에서도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롬북은 북미에서 교육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크롬 OS 탑재 제품이다. 크롬북의 2020년 전체 점유율은 10.8% 수준이지만 전 세계에서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크롬북 수는 4천만대 수준이다. 북미로 한정할 경우 교육 시장의 크롬북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크롬북이 교육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저가·저전력·무료 OS 등 기기의 특성과, 구글의 발빠른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협업 툴(워크스페이스) 제공 등이 합쳐진 결과다. 윈도우 노트북은 적어도 50만원 이상을 들여야 하지만 크롬북은 30만원짜리라도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교육 시장의 타깃(10대)는 게임 시장의 타깃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도 그렇지만 크롬북만 사용하며 자란 10대들이 성인이 됐을 때 계속 크롬북을 사용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크롬북에서 게임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AMD 등은 크롬북용 GPU를 특별히 공급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들어 AMD의 GPU인 베가 12 크롬북용 코드가 발견됐고, 엔비디아는 아예 게임 시연까지 한 것이다.


ARM 프로세서와 RTX GPU가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ARM 기반 프로세서는 주로 스마트폰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전력이 큰 RTX GPU가 스마트폰용으로 이식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태블릿 PC라면 충분히 결합할 수 있다.

문제는 PC용 게임 대부분이 윈도우용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윈도우 게임은 인텔이나 AMD의 x86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과 밸브는 크롬 OS에서도 스팀을 실행할 수 있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스팀 덱의 존재로 인해 리눅스에서는 밸브의 프로톤 기술을 통해 윈도우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서버 가상화 기술인 컨테이너를 가장 잘 다루는 기업 중 하나로, 컨테이너를 통해 크롬북에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구글과 밸브는 크롬북에 스팀을 설치할 수 있는 보릴리스(Borealis) 컨테이너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며, 프로톤 호환성 도구를 통해 스팀 게임을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를 만드는 MS 역시 ARM과 엔비디아 GPU 조합을 받아들일 수 있다. MS는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피스 프로 X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럭시북 GO와 크롬북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크롬북은 엔비디아 GPU를 달고 스팀 게임을 구동할 수 있게 돼도 가장 저렴한 노트북으로 남을 것이다. 우선은 OS 비용이 존재하지 않고 저전력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롬북이 RTX GPU를 장착하고 스팀 게임을 구동하는 순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최저 가격을 갖춘 게이밍 PC가 탄생한다.

RTX GPU를 탑재한 크롬북은 아직 시연 수준이므로 2~3년 정도는 지나야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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