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게임을 휴대용으로, 밸브 스팀 덱

밸브가 휴대용 게임기를 공개했다. 밸브는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고사양 게임(AAA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판매하는 게임 업계 최대의 마켓 중 하나다. 따라서 역사상 출시된 휴대용 게임기 중 가장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을 전망이다. 실제로 스팀 덱은 스팀에 올라온 게임 모두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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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덱(steam deck)은 닌텐도 스위치와 유사한 형태의 휴대용 게임기로, 스크린 크기도 스위치 OLED와 유사한 7인치를 탑재하고 있다. 패널은 밝기 400니트/재생률 60Hz의 IPS LCD를 사용하며, 해상도는 10년 전 노트북 수준인 1280 x 800이다. 화면비는 요즘 노트북들이 사용하는 16:10을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이 제품의 사양이 실제로 노트북에 가깝기 때문이다. 외관이 스위치 같지만 하드웨어는 거의 노트북 혹은 다른 게임 콘솔과 유사하다.

APU로는 AMD의 커스텀 CPU와 RDNA 2 설계의 GPU를 사용한다. 현재 최신 게임 콘솔 대부분(Xbox Series S/X, PS 5)이 AMD의 커스텀 GPU와 RDNA 2 설계 GPU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Xbox들이 AMD Zen 2 기반 8코어 16스레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 스팀 덱은 4코어 8스레드 기반이다. AMD CPU의 특장점이 멀티코어 성능인 것을 감안하면 XSX/XSS나 PS5 등의 제품 정도의 성능은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팀 덱은 휴대용 모드일 때 720p로 플레이하는 것을 권장한다. 세로 해상도가 800이므로 720p 이상의 해상도 구동이 무의미하기도 하다. CPU 클럭 속도는 2.4~3.5GHz(최대 448 GFlops FP32), GPU 클럭 속도는 1.0~1.6GHz(최대 1.6TFlops FP32)이다. 전반적으로 PS4나 Xbox One 정도의 성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델은 총 세가지로, 램은 16GB LPDDR5 RAM(5500MT/s)로 동일하지만 저장용량 차이와 매체 차이가 있다. 가장 저렴한 64GB 제품은 eMMC를 사용하며, 256GB와 512GB 모델은 NVMe SSD를 사용한다. eMMC는 NVMe SSD보다 속도는 느리고 대신 전력 소모가 적다. 가장 작은 용량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해도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 문제는 없겠지만 로딩이 긴 정도는 각오하는 것이 좋다. 또한, 트리플 A 게임 하나는 대부분 30~40GB,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경우에는 64GB를 넘어간다. 따라서 용량 부족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팀 덱은 마이크로SD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컨트롤러는 스위치와 구성이 약간 다르다. 두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왼쪽 D-PAD, 오른쪽 버튼 네개(ABXY) 외에 정전식 터치 패드를 탑재하고 있다. 양쪽 모두에 탑재된 정전식 터치패드는 노트북의 터치패드만큼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터치패드를 넣은 이유는 스팀 게임이 대부분 마우스를 정밀하게 사용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며, 이 터치패드를 통해 마우스 컨트롤을 대체한다. 화면 역시 정전식 터치를 지원하는 만큼 마우스 컨트롤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단 버튼은 양쪽 두개씩 네개이며, 후면에도 총 네개의 버튼을 갖추고 있다.

휴대용 제품인 만큼 6축 자이로 센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대부분은 PC 게임이므로 자이로 센서가 필요하지 않다. 즉, 스팀 덱 전용 게임이 나오거나 기존 게임 일부가 커스터마이징돼야 유용한 기능이 될 것이다.

스팀 덱의 OS는 커스텀 리눅스인 스팀 OS 3.0을 사용한다. 리눅스지만 실시간 번역기인 프로톤(Proton)을 탑재하고 있어 윈도우용 게임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원한다면 스팀 OS를 지우고 윈도우를 깔아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밸브는 밝히고 있다. 만약 윈도우를 깐다면 스팀 전용 머신이 아니라 스태디아, Xbox Game Pass, 아마존 루나 등의 호환도 이론 상으로는 가능해진다(그 회사들이 호환을 열어줄지는 미지수다). 또한, 생산성 위주의 제품 혹은 데스크톱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는 40Whr로 최근 출시되는 저가형 노트북 수준이다. 2~8시간의 게임 플레이를 보장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2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만약 초당 프레임 수를 30fps로 설정하면 두배 정도로 긴 시간 동안 활용할 수 있다. 충전 및 입출력은 45W USB 타입 C(PD 3.0 가능)로 한다.

독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는 블루투스 5.0, 와이파이 5 수준의 연결을 지원한다. 따라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다. 3.5파이 헤드셋으로 오디오 연결도 가능하다. 내장 마이크를 갖추고 있어 블루투스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오디오 채팅이 가능하다. 스팀의 친구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TV 연결 방식은 스위치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우선은 독 없이도 직접 연결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위치처럼 꽂아서 바로 쓰는 편리한 연결을 원한다면 별도의 독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독은 이더넷 포트, 디스플레이 포트 1.4, HDMI 2.0 포트, USB 3.1 A타입 하나, 2.0 A타입 포트 하나 총 두개의 USB-A 포트를 갖추고 있다. 독을 연결하면 최대 8K 60Hz, 4K 120Hz 출력이 가능하다. 독을 연결하면 최신 게임 콘솔들에 준하는 해상도 출력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APU 성능 차이가 있으므로 게임들의 원활한 실행이 가능할지는 출시 후 테스트 등을 확인한 후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위치와 달리 컨트롤러가 탈착식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TV나 모니터에 연결하면 별도의 컨트롤러 혹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야 한다.

데스크톱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모니터에 USB-PD로 직접 연결해도 되지만 USB-A와 이더넷 포트가 있는 독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편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할 수 있는 게임 수가 많다는 것이다. 스팀에 등록된 게임은 10만개 이상이다. 고사양 게임부터 인디게임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이 게임 대부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게이머들에게 축복에 해당한다. 게다가 스팀 OS를 지우고 윈도우를 깔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윈도우를 깔아도 스팀 게임은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다. 스팀 게임이 대부분 윈도우용이므로 더 원활한 실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만약 윈도우를 설치한다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달아 미니 PC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눅스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다른 리눅스 게임 스토어를 설치해 사용 가능하다.

단점은 무게와 가격이다. 노트북에 준하는 사양을 갖춘 덕분에 무게도 가벼운 노트북 수준인 669그램이다. 양손이긴 하지만 거의 700g에 달하는 제품을 잡고 게임을 장시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격은 399달러(약 46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원활한 게임 실행이 256GB 제품부터 가능할 것임을 예상하면 이 제품의 가격은 529달러(256GB, 약 61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512GB 제품의 가격은 649달러(약 75만원)다. 게다가 독은 별매다. 사양이 노트북급인만큼 가격도 저가 노트북 수준인 셈이다.

제품은 우선 북미와 유럽에만 출시된다. 이미 예약이 시작됐으며 배송은 10월 8일이다. 밸브는 추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며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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