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플랫폼 규제 물결, 소비자 단체의 입장

최근 플랫폼 업계 대관 담당자들이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다. 한국 정부와 국회가 소비자 보호, 공정경쟁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번달 20일까지 정부안을 포함하여 총 7개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발의됐고, 국회에서는 관련 공청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안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플법)’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이다. 공정위의 두 가지 법안 내용을 포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참고 콘텐츠 : 플랫폼 규제 속도 내는 공정위, 기업의 대응책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가 23일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미국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기업 견제를 목적으로 EU에서 강력한 규제 법안을 방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를 따라 정부부처가 앞 다퉈 강력한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이 유럽법을 벤치마킹 한다고 하는데, 유럽 상황이 우리와 같은지 입증돼야 한다”며 “유럽은 미국 빅테크기업 견제를 목표로 자국사업 보호라는 명목에서 법안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우리 내수 시장은 규모가 작고, 토종산업이 있고, 유럽에서도 비판적 논조의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법안을 가져와서 벤치마킹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측 이해 관계자들은 앞 다퉈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규제 조항들이 양면시장, 다면시장 특성을 가진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법안이 규제하는 범위 또한 모호하다는 것이 플랫폼 기업측이 주장하는 논리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정부의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입점업체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충분한 입법적 조사와 논의가 선행되지 않아 적용대상과 법안내용의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공정한 시장경쟁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당국의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토론회 환영사를 통해 “과거의 규제들을 현대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특정 영역의 규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들이 진정 소비자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모두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규제 법안들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 부처 간 중복 적용, 시장 역동성 존중과 사전규제의 관계, 플랫폼 거래의 핵심 가치와 필수 규정, 법 개정 및 신규 규제 도입으로 인해 시장에 미칠 영향 등 법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고 첨언했다.

소비자단체의 입장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부 규제로 인해서 기존에 없었던 비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안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정부가 법안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소비자’는 이번 법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비자 단체들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참고 콘텐츠 : 공정위의 이커머스 플랫폼 규제와 소비자는 뭔 상관일까]

11개 소비자 단체가 회원으로 소속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번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전상법 개정안과 관련 플랫폼의 책임이 강화됨으로써 향후 보다 실질적인 소비자피해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플랫폼 중심으로 거래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 보호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지점에 대해서도 논평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측은 “플랫폼의 책임강화가 마치 디지털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소비자피해 처리를 위한 절차가 마치 개인정보 보호를 저해하는 것으로 호도되는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며 “문제가 된 조문(전상법 개정안 29조)은 플랫폼이 이용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개인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 부분이다. 신원정보 확인, 제공 및 보존의무는 현행법에도 규정된 사항이고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C2C플랫폼의 분쟁해결 협조의무로 규정하여 소비자 피해발생 최소화를 위한 조치로 사업자의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 우려되는 측면은 시행령 등에서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회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이번 토론회에 참석해 전상법 개정안의 입법취지와 방향성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 총장은 “전상법 개정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이 조금 더 강화돼, 소비자 문제가 손쉽게 처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나왔지만, 거래 투명성을 만들고자 하는 입법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입장”이라 말했다.

소비자 단체측은 플랫폼 규제 법안을 진행함에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정 총장은 “실제 시장에서는 민법보다 전자상거래법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법률을 20년 만에 전면개정을 진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입법의 시급성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시장의 규칙과 소비자보호에 적용될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필요했고 이와 함께 개정을 통한 변화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함께 예측하며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번 토론회에 유일하게 규제당국 측 인사로 참석한 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전혜숙 의원 발의안과 관련하여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비판적 의견들을 잘 검토하여 입법논의 과정에서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찾아보겠다”며 “여러 전문가들과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의 정합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ar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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